2012년 1월호

조세 피난처 단골, 유엔과 무관한 단체…애국심 자극한 국제사기인가?

선정 주체 뉴세븐원더스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1-12-20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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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발전연구원 관계자 “1조3000억 경제효과? 비현실적 가정으로 만든 거짓 효과”
    •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된 11월 외국관광객 줄어
    • 제주 행정전화 2억통 사용, 전화비 400억원 추정
    • “50억달러 경제효과” 코틀러 교수 뉴세븐원더스 자료 그대로
    • 참가국에 과다 비용 요구
    조세 피난처 단골, 유엔과 무관한 단체…애국심 자극한 국제사기인가?

    정운찬 범추위 위원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뉴세븐원더스의 ‘잠정’ 7대 자연경관 발표를 듣고 환호하고 있다.

    제주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문제가 점입가경이다. 우선 2011년 11월11일의 발표가 ‘잠정적(provisional)’ 리스트였다는 것을 아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제주-세계7대자연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이하 범추위·위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제주도의 과도한 홍보 덕분에 많은 국민은 제주도가 최종 선정된 것으로 알았다. 11월12일 오전 4시경 정운찬 위원장, 최광식 문화체육부 장관, 우근민 제주지사, 양원찬 범추위 사무총장을 비롯해 1500여 명이 제주아트센터에서 제주가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됐다는 발표를 듣고 환호했을 때는 올림픽 개최지를 또 하나 갖게 된 것 같은 흥분이 제주도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12월 중순 현재 그런 흥분보다는 선정 주체인 뉴세븐원더스(N7W) 재단과 선정 뒤의 경제효과 등에 대한 의구심이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등 당사국만 ‘잠정 선정’ 자체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 여타 나라에선 거의 관심이 없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이 캠페인이 상업성에 치우쳐 있다는 분석 기사들이 보도되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넷 뉴스는 11월28일자로 업데이트된 ‘관광 당국 관리들 과도한 돈 요구로 세계 7대 자연경관(New Seven Wonders of Nature) 캠페인 비난’ 기사에서 ‘덜 알려졌던 제주 또한 성공하다’는 설명이 붙은 제주 성산 일출 사진을 내보냈다. 이런 보도가 제주도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할까. 호주 유력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는 11월28일 ‘환경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 홍보가 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연경관을 찾기 위한 캠페인이 (N7W 재단의) ‘돈벌이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공격받아왔다’라고 보도했다.

    문광부 10억 홍보비 지원

    세계 7대 자연경관 캠페인에 대한 의문을 처음 제기한 이들은 트위터(@netroller, @AF1219, and @pytha goras0) 등 네티즌이었다. 뒤이어 몇몇 언론뿐 아니라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 등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제주도와 범추위는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 한 해 최대 1조3000억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낳고, 국격(國格)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상황이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제주관광협회 자료에 따르면 11월에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9만6305명으로 7대 자연경관에 잠정 선정되기 전인 10월의 12만8903명보다 오히려 25% 줄어들었다. 국내 관광객도 10월 72만9339명에서 11월엔 62만7128명으로 오히려 14% 줄었다.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2008년 54만명을 돌파한 이후 2009년 16%, 2010년 22%씩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 행사가 민간에 의해 주도되고 민간의 잔치에 그쳤다면 문제 제기 자체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이 행사에 혈세가 쓰였고, 수많은 공공인력이 동원됐다. 문화관광부는 7대 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해 10억원의 홍보비를 지출했다. 제주도는 4억원을 범추위에 지원했으며, 기타 명목으로 15억원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의 수많은 공공인력이 동원돼 약 1억~2억통의 행정전화(전화비 180억~360억원대)가 사용됐으며, 중앙부처의 지원활동도 전개됐다. 국회는 지난 3월 지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앞장서 국민의 투표를 독려했으며, 초등학생들까지 동원됐다. 따라서 애국심을 자극해 상업적 이득을 노린 ‘국제적 사기꾼’에게 한국이 당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해소돼야 한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N7W는 2012년 초 최종 선정지 7곳을 다시 발표하고, 그 지역을 돌며 인증식 수여 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제주도는 최종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반드시 포함될까? 제주도청 관계자는 이변이 없는 한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후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장은 “(N7W) 재단 쪽에서 제주는 이상 없다는 사인을 보냈다”고 말했다. 결국 제주도가 최종적으로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고 인증식 행사를 할 즈음에는 홍보효과뿐 아니라 재단의 공신력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조세 피난처 단골, 유엔과 무관한 단체…애국심 자극한 국제사기인가?

    2011년 11월11일 제주를 비롯해 ‘잠정’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지역들.



    중복투표 공정성 의문

    세계 7대 자연경관은 ‘더 많은 관심과 수익을 통해 자연경관을 더 잘 보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N7W재단이 전 세계인을 상대로 전화(유료), 문자(유료), 인터넷(무료) 투표를 통해 자연경관 7군데를 뽑는 행사다. 11월11일 선정된 잠정 7대 자연경관은 제주를 포함해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 인도네시아 코모도섬, 남아프리카공화국 테이블 마운틴, 베트남 하롱베이, 필리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 강, 브라질 아마존 강 등이다.

    전화는 무한정 중복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절차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N7W는 ‘중간투표 집계나 7군데 최종 선정 이후에도 각 후보지 득표수를 공개하지 않겠다’면서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스위스에 있는 독립적인 국제회계 감사관을 선임해 투표 결과를 인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7월 세계 7대 자연경관 후보지를 28개로 압축해 발표할 때도 N7W의 전문가 패널(버나드 웨버 대표, 페데리코 마요르 사라고사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 7인)은 득표수를 얼마나 참고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때 애초 21개 최종 후보지로 압축하기로 돼 있었으나 슬그머니 28개 후보지가 발표된 것도 의심스럽다. 2007년 신 7대 불가사의(New Seven Wonders of the World)를 선정할 때 공개된 것은 전체 투표수가 1억표 이상이라는 것뿐이었다.

    N7W 재단은 스위스 출신의 캐나다인 버나드 웨버(Bernard Weber)가 만들었으며, 비영리기구를 표방하고 있다. 재단은 본부를 스위스 취리히 하이디 웨버 사립 박물관에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버나드 웨버는 ‘자칭’ 영화제작자이며, 여행가,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져 있고, N7W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게 없다. 구글 등 인터넷 검색엔진을 돌려봐도 그에 대한 정보는 아주 빈약하며 신 7대 불가사의 캠페인과 관련한 뉴스들과 후발국가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해 이익을 취하는 그의 장삿속을 비난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스위스 상업등기소 공시문서를 보면 N7W는 2000년 7월5일 유한회사 형태로 등록됐는데, 그 등록 주소지가 볼레라우(Wollerau) 지역이다. 이곳은 스위스의 조세피난처 가운데 하나로 2009년 현재 7000여 명의 인구 가운데 20%가 외국인이다. N7W는 2003년 10월7일 회사 청산(in Liquidation) 상태가 되고, 6개월 뒤인 2004년 3월23일 재단(foundation)의 형태를 갖췄다. 재단 등록 주소지는 취리히의 하이디 웨버 사립 박물관으로 우편물 ‘전교(轉交·다른 사람의 손을 거쳐 우편물을 받게 한다는 뜻)’였다. 이 박물관은 유명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와 친분이 있었던 스위스 화랑 소유주 하이디 웨버가 운영하는 박물관인데, 흥미롭게도 여름(6~8월)에만 문을 여는 곳이다. N7W 본부가 이곳에 있다고 하는데, 2011년 4월 이곳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관광청 직원들은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 하이디 웨버와 버나드 웨버의 관계는 분명치 않다.

    가장 화끈한 여자 캠페인도

    N7W 재단의 설립 목적은 ‘우리의 유산은 우리의 미래’라는 모토 아래 세계의 유적들을 관리, 보존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양원찬 범추위 사무총장은 이 재단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적십자사와 같은 비영리재단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N7W는 비영리재단을 표방하면서도 집요하게 자본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어 IOC나 국제적십자사 등과 차별된다. 주한 스위스대사관의 한 고위급 외교관도 N7W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스위스 취리히권 언론에도 관련 기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의심스럽다. N7W가 IOC 정도의 공신력과 대중성을 가진 단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럴 듯한 비영리재단이라고 내세우면서 그동안 진행한 프로젝트 가운데는 ‘필리핀의 최고 여배우 7인’ ‘세계에서 가장 귀여운 개 7마리’ ‘세계에서 가장 화끈한 여자’ 등의 이벤트도 있었다.

    또 유명한 국제기구들과는 달리 N7W는 비밀스러운 게 너무 많다. 박대석 범추위 사무국장이 알려준 재단 대표 전화번호는 스위스가 아니라 영국 전화번호였고, 주소는 사무실이 있다는 하이디 웨버 박물관이 아니라 우편사서함 주소였다. N7W 7대 자연경관 잠정 리스트 발표 이후 최근 이 재단의 홈페이지에는 독일 뮌헨에 근거지를 둔 팀원들 사진이 올라와 있다. 비즈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실제 N7W 홈페이지의 서브도 뮌헨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까지 이 서버 접속자의 11.8%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네티즌들이었다. 2011년 초 인도네시아와 N7W 사이에 갈등이 있었을 때 인도네시아 네티즌의 관심이 많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 세계 7대 자연경관 캠페인 참가 등록용 팩스 번호는 영국 전화인데, N7W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인 장-폴이 대표로 있는 디유레카(DEUREKA) 사무실 번호다.

    N7W는 자신들의 상업적 활동을 뒷받침하는 회사로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NOWC)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 회사 대표는 바로 재단의 대표인 버나드 웨버다. 이 회사의 등록 주소지는 조세피난처가 있는 파나마다. 이 재단에서 하는 사업에 참가하면 이후 모든 진행은 NOWC와 협의하에 진행된다. NOWC는 세계 7대 자연경관 28개 후보지의 공식후원회(Official Supporting Committee·OSC)뿐 아니라 국내의 현대기아차와 KT 같은 개별 기업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돈을 벌었다. NOWC는 각국 OSC 등이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투표 결과에는 상관없이 선정지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도 갖고 있다.

    조세 피난처 단골, 유엔과 무관한 단체…애국심 자극한 국제사기인가?

    뉴세븐원더스 본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 취리히의 하이디 웨버 박물관. 1년 중 여름에만 문을 여는 사립 박물관이다.



    버나드 웨버는 2000년 신 7대 불가사의 캠페인을 시작할 때만 해도 언론으로부터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고대 7대 불가사의’(이집트 피라미드, 바빌론 공중정원, 로도스섬 크로이소스 거상, 올림피아 제우스 신상, 에페수스 아르테미스 신전, 핼리카르나소스 마우솔루스 왕묘,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는 한 사람(BC 2세기 비잔틴 수학자 필론이 자신의 책 ‘세계의 7대 경관’에서 언급)이 선정한 것이지만 웨버는 다수가 선정하는 불가사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7년간의 투표를 통해 2007년 7월7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성대한 인증식을 치르면서 웨버는 멕시코 치첸이트사, 이탈리아 콜로세움, 브라질 예수상, 인도 타지마할, 중국 만리장성, 페루 마추픽추, 요르단 페트라를 신 7대 불가사의로 선언했다. 물론 고대 7대 불가사의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그 비밀이 풀리지 않은 피라미드가 신 7대 불가사의에 들지 않은 것에 대해 논란이 일자 웨버는 뒤늦게 피라미드에 ‘명예’ 타이틀을 준 해프닝도 있었다.

    투표용 전화도 조세피난처에

    N7W는 비영리재단으로서 수익의 50%를 인류의 자연·문화유산 보전에 사용하겠다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2007년 신 7대 불가사의 선정 이후 이 목적을 위해 사용한 돈은 전혀 없다. 인디안 익스프레스의 한 기자가 이에 대해 추궁하자 티아 비어링 당시 대변인은 “1000만유로를 캠페인에 투자했는데, 겨우 본전에 그쳤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캠페인의 지출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스위스 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N7W재단은 스위스에 등록돼 있지만 그 영리 담당 회사 NOWC는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파나마에 등록된 회사다. 더욱이 이 재단이 전화투표용으로 개설한 4개의 전화번호 가운데 3개 회선이 세계의 변방 소국으로 연결된다. 첫째 회선 ‘+239 220 1055’는 인구 16만명의 아프리카 섬나라 상투메 프린시페, 둘째 회선 ‘+1 869 760 5990’은 인구 5만명의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 키츠 앤 네비스, 셋째 회선 ‘+1 649 339 8080’은 인구 4만명의 카리브해 섬나라 터크스 앤 케이커스다. 이들 전화회선은 모두 접근성도 떨어지고 전화비용도 비싸게 나오는 국가들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3국 모두 조세피난처가 있는 곳이다. 상업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참가 신청비는 199달러였다. 그러나 이것은 미끼에 불과했다.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관광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N7W는 여러 가지 ‘꼼수’를 시도했다는 것이 28개 후보지에 속했던 몰디브와 인도네시아 사례가 입증하고 있다.

    N7W는 몰디브에 ‘월드투어’ 명목으로 85만달러를, 조그마한 몰디브 항공사에 N7W 로고를 부착하는 명목으로 100만달러를, 그리고 한 전화회사에는 업무협약의 대가로 국민 1인당 약 3달러에 해당하는 100만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들은 처음 참가 신청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라고(not included in the initial agreement of participation) 몰디브 정부는 밝혔다. 결국 더 이상 끌려 다닐 수 없다고 판단한 몰디브 정부는 지난 5월 7대 자연경관 캠페인에서 철회하기로 결정하고 N7W의 비상식적 행동들을 폭로했다.

    그러나 N7W의 반응은 비상식적이었다. 몰디브의 주요언론인 미니밴뉴스에 따르면 몰디브가 캠페인 철회를 선언한 뒤 N7W 홍보담당자인 이몬 핏제럴드는 “뉴세븐원더스 캠페인에서 후보지를 제외하는 결정은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고유 권한이지 어떤 국가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따라서 몰디브는 여전히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핏제럴드는 미니밴뉴스 ‘오피니언’ 란에 기고한 글에서 “7대 불가사의 선정지에 돌아간 총이익은 50억달러였고,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될 경우 각 선정지에 11억2000만달러의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며 “몰디브관광공사(MMPRC)의 부당한 불만들은 이런 긍정적 수치의 관점에서 재고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MMPRC는 2차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뉴세븐원더스의) NOWC 스스로 권위를 부여한 보고서들과 추산만으로는 몰디브에 긍정적 효과를 보장해줄 수 없다. 마케팅 행위의 승패 뒤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어떤 시나리오도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 따라서 한 국가의 많은 돈이 쓰일 때는 그런 일반화와 가정을 경계해야 한다.”

    인니·몰디브 철회 사건

    인도네시아와 N7W의 갈등도 흥미롭다. N7W는 인도네시아 관광 당국에 허가비(licencing fee)로 1000만달러와 인증식을 개최하는 데 드는 비용 3500만달러를 요구했다. 지난 2월 자카르타 포스트는 인도네시아 관광장관 제로 와칙의 말을 인용해 “2010년 12월29일 영리 담당 회사 NOWC가 1000만달러의 허가비를 내지 않으면 코모도섬을 제외시키겠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런 협박에 굴하지 않고 버나드 웨버와 그의 재단을 고소하겠다고 나섰다. 이후 어찌된 일인지 결국 N7W는 꼬리를 내렸고, 코모도섬은 잠정 7대 자연경관에 뽑혔다. 그 결과 소송이 진행되지 않아 N7W는 법적 소송비용을 들이지 않고, 반발 움직임도 무마할 수 있게 됐다.

    이몬 핏제럴드 N7W 홍보담당자는 몰디브의 미니밴뉴스 기고에서 N7W 브랜드 사용에 대한 비용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수준이지 과다하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N7W가 제주관광공사와는 어떤 계약을 한 것일까. 아직까지 계약서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강성후 단장은 ‘신동아’와의 통화에서 “이미 공개된 몰디브와 N7W의 계약서 5장은 우리 것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사실 이 5장은 인증식 순회관광 비용 등 우리가 부담해야 할 돈이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조세 피난처 단골, 유엔과 무관한 단체…애국심 자극한 국제사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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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세븐원더스가 진행한 다른 캠페인들. ‘가장 화끈한 여자’를 뽑는 캠페인도 있다.

    또 몰디브와의 계약서 8장에는 인증식 행사뿐 아니라 ‘월드투어(제주는 지난 4월 개최), 여타의 7대 자연경관 관련 행사와 기획의 상업적 방향은 NOWC가 결정하고 (제주관광공사 같은) 공식후원회(OSC)는 뉴세븐원더스의 궁극적인 목적을 위한 수입 발생을 보장하기 위해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제주 역시 비슷한 계약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양원찬 범추위 사무총장은 11월2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199달러 말고 더 들어간 돈이 있으면 자살하겠다”는 강경 발언까지 했지만 투명한 공개 이전에는 의혹만 더 커질 수 있다.

    유네스코 N7W 비난

    2007년 신 7대 불가사의 캠페인을 벌일 때 N7W는 웹사이트에 유네스코 로고를 사용하면서 마치 관련이 있는 기구인 것처럼 포장했다. 그러나 유네스코가 2007년 7월9일 “신 7대 불가사의 캠페인과 무관하다”는 뉴스를 내보낸 뒤에야 이 재단도 그것을 인정했다. 다음은 당시 유네스코 발표 내용이다.

    “악영향을 끼칠 혼란을 피하기 위해 유네스코는 신 7대 불가사의 캠페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 이 캠페인은 버나드 웨버가 인기투표에 의해 신 7대 불가사의를 뽑으려는 사적인 계획이다. 유네스코는 이 프로젝트에 동참해달라는 웨버씨의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그와 협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네스코의 목적과 권한은 각 국가를 도와 세계유산을 확인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각 유산의 정서적이고 상징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과학적인 (선정)기준이 정의돼야 하고, 후보지에 대한 질적 평가가 이뤄져야 하며, 법적인 관리 틀도 만들어져야 한다… 웨버씨의 미디어 홍보 중심의 캠페인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뿐 아니라 N7W는 기회 있을 때마다 유엔의 공식 파트너라고 자랑해왔고, 그 때문에 재단의 공신력을 인정한 사람이 많았다. 제주도와 범추위 역시 이 재단의 말을 받아서 세계 7대 자연경관 캠페인 사업을 정당화해왔다. 지난 4월12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회의에서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일단 유엔의 공식 파트너로 등록이 되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네티즌들이 유엔협력사무국에 확인한 결과 “우리 사무국은 N7W 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지 않다 (our office does not have an established partnership with the New7Wonders Foundation)”는 답을 받았다. 유엔협력사무국의 답변 뒤에도 N7W 홈페이지에는 유엔협력사무국 파트너 목록에 N7W라는 이름이 올라 있었는데, 블로거들이 이에 대해 다시 유엔에 문의하자 이는 이전 버전의 웹사이트에 실린 것이고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회신이 왔다. 과거에 어떤 협력 관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유엔협력사무국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 N7W는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하면서 “이전에 유엔의 파트너였고 현재는 파트너가 아니며 함께 일할 기회를 도모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조세 피난처 단골, 유엔과 무관한 단체…애국심 자극한 국제사기인가?

    버나드 웨버 뉴세븐원더스 대표가 2011년 4월 제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N7W가 개인정보를 소홀히 다루는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재단 홈페이지의 이용약관을 분석한 결과 몇 가지 의문점이 제기된다. N7W는 이용약관에 개인의 어떤 정보를 모으는지 명시하지 않았고, 개인정보의 보안관리도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는 동의를 받기 위해 본인에게 통보한다는 조항이 없다. 한마디로 개인이 투표 등의 목적으로 사적인 정보를 입력하면 N7W가 이를 다른 곳에 팔아 넘겨도 이에 대해 문제 제기하기가 어렵다. 최근 인터넷 홈쇼핑과 인터넷 포털, 통신사, 금융회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대효과 과장

    이 모든 의심을 버리고 기왕에 선정된 이상 홍보 효과만 극대화하면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투표 홍보 과정에서, 또 최종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될 경우 제주의 이미지가 국내외에 널리 알려질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우근민 제주지사와 정운찬 추진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될 경우 80%가랑의 관광객 증가와 연 1조3000억~1조5000억원의 부수적 경제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해왔다. 이들은 그 근거로 △제주발전연구원의 연구결과 △N7W가 제시한 자료 △마케팅학계의 석학인 필립 코틀러의 책 등을 제시했다.

    ‘신동아’는 이 근거 자료들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하나씩 짚어봤다.

    첫째, 지난 5월 제주발전연구원이 발표한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는 내·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생산 유발효과를 연 6275억~1조2846억원으로,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3552억~7318억원으로 추정했다. 제주발전연구원이 이런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인용한 세계관광기구 자료에 따르면 요르단 페트라는 신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해인 2007년 관광객이 62%나 증가했다며 불가사의 선정과 관광객 증가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페트라가 신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되기 전인 2004년에 관광객이 전년대비 112%나 증가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또 보고서가 인용하고 있는 멕시코 마야 유적지의 경우 신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뒤 방문객 수가 75% 늘고 2012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관광객 유치효과는 N7W 재단이 일방적으로 제공한 자료다. 더욱이 신 7대 불가사의와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두 캠페인이 같은 것이 아님에도 마치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처럼 경제 효과를 추정하고 있다는 점은 억지춘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주발전연구원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세계 7대 자연경관 사업이 이전에 진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신 7대 불가사의 선정 뒤의 관광객 증가 추이를 참조했다”면서도 “홍보 효과를 노리고 비현실적 가정에 의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선정) 안 되는 것보다 되는 게 좋으니까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진행한 연구다”라고 말했다.

    둘째, 필립 코틀러 교수가 언급한 N7W의 마케팅 효과는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일까. 코틀러 교수가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석학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그리고 N7W의 마케팅 효과를 언급한 그와 게리 암스트롱의 공동저술인 ‘마케팅 입문(Marketing: An Introduction)’이 대학의 교과서로 쓰이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사람이 많다.

    관광객 증가 과학적 분석 필요

    그의 책 가운데 N7W가 언급된 부분(427~428쪽)을 보니 코틀러 교수 등 저자들이 인용한 통계가 대부분 N7W가 제시한 자료에 기대고 있었다. 이 책의 한 부분을 보자. ‘(페트라에 투표해서 신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되게 하자는) 이 캠페인의 경제적 효과는 크다. 요르단 타임스에 따르면 이 나라 관광수익이 1340만달러의 수익을 창출한 2007년 페트라 관광객이 62%나 늘어났다. (요르단) 국내 항공은 44년 역사에 비행기 탑승객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이런 효과는 신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지역에) 모두 분명하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페루의 마추픽추는 관광객이 70%나 늘어나는 효과를 보았다. 신 7대 불가사의의 전 세계적 경제효과는 관광, 경제, 홍보, 국가 브랜드 제고 등의 측면에서 5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부분이 있다.

    우선 여기서 50억달러 경제효과는 뉴세븐원더스가 주장해온 수치다. 관광객증가나 관광업 확대와 뉴세븐원더스 캠페인의 직접적 효과를 입증하는 자료는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페루 국립문화부의 자료(I.N.C. Cusco)에 따르면 마추픽추의 경우 1990년대 초반 이후 관광객이 매년 10~15%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07년 7월7일 신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뒤 이듬해인 2008년 관광객이 12% 증가했다가 2009, 2010년에는 오히려 2006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70% 관광객 증가 효과의 근거가 불분명하다. 페트라의 관광객 62% 증가 효과는 위에서 언급했듯 2004년 112% 증가와의 관계 속에서 설명돼야 할 것이다.

    ‘신동아’는 신 7대 불가사의의 50억달러 경제효과와 마추픽추 관광객 70% 증가 효과가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 뉴세븐원더스 캠페인과 관광수익 증가 등의 관계에 대해 묻는 e메일을 12월 초 필립 코틀러 교수에게 두 차례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코틀러 교수는 또 이 책에서 ‘현재 진행되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캠페인의 경우 세계인 10억명(개)이 투표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그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이 또한 뉴세븐원더스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문제는 설령 10억의 투표가 행해졌다고 해도 무한정 중복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것이 곧 10억명이 한 투표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한국에서는 공무원이 중복투표에 동원됐다는 점이 드러났고, 투표기계까지 만들어져 수많은 반복 투표가 가능했다. 이런 투표수는 경제효과의 과학적 예측을 위한 근거자료가 되기에는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따른 경제효과와 관광객 증가 예측에 대해서는 좀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12월9일 라마다호텔제주에서 열린 ‘2011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기념 학술축제’에 참가한 우디 김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는 계량모형을 통한 유의적 관계를 입증한 논문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2007년 신 7대 불가사의 선정 이후 각 국가의 관광객 증가율 증가 보도와 같은 사례로 이번 제주의 7대 자연경관 선정이 외래관광 수요 증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칠레 대통령 “투표 불필요”

    뉴세븐원더스 홈페이지에서 자신들의 캠페인과 경제효과를 언급한 뉴스보도들은 대개 출처나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게 많았다. N7W는 자사 웹사이트에 CNN 뉴스에 세계 7대 자연경관 관련 뉴스가 보도됐다고 알리고 있지만 그 부분을 찾아들어가 보면 선정을 알리는 단신과 7대 경관 사진만 한 장씩 올라 있는 단신보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관광효과를 언급하는 내용이 원래 N7W에 많이 올라 있었는데, 12월 중순 관련 주소로 검색해 들어가 보니 모두 개편된 홈페이지 첫 화면으로 연결되도록 되어 있었다. 다행히 N7W에 실려 있던 관련 내용들은 범추위가 그대로 번역해서 웹사이트(http:// www.jejun7w.com/nature/nature5.html)에 ‘선정시 기대효과’라는 제목으로 올려놓았는데, 이 가운데 N7W가 자사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칠레 관련 뉴스를 보자.

    [(N7W) “Rapa Nui (popularly known as Easter Island) has watched tourism more than double…thanks largely in part to the attention generated by its nomination for the New 7 Wonders of the World.”-Travel Daily News International, October 2008]

    이 내용은 제주 범추위 홈페이지에 이렇게 번역돼 실려 있다. ‘흔히 이스터 섬이라고 널리 알려진 라파누이는 신 세계 7대 불가사의 캠페인 참가로 인해 세계의 관심을 끌어 모아 올해 관광산업에 두 배의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칠레 Travel Daily News International 2008년 10월’

    조세 피난처 단골, 유엔과 무관한 단체…애국심 자극한 국제사기인가?


    그런데 N7W가 생략해놓은 말줄임표(…)에는 원래 ‘in the past few years’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즉 지난 수년 동안 관광객의 숫자가 두 배가 됐다는 뜻이지 캠페인을 시작한 뒤 전년도에 비해 두 배가 늘어난 것이 아님에도 마치 전년 대비 2배의 관광 진흥 효과가 있었던 것처럼 언급돼 있다.

    칠레 이스터섬은 당시 유력한 7대 불가사의 후보였으나 결국 선정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 당시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이스터섬의 거대 화강암 모아이 석상과 관련해서 “그 누구도 이스터섬의 경이로움을 알기 위해 투표 따위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이스터섬에 대한 무의미한 중복투표를 차단했다는 내용이 2008년 7월 LA타임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과정은 무엇이 되었건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비합리적인 중복투표를 독려한 국내 정치인들과 너무나 대비되는 일화다.

    공무원 하루 500통 전화투표

    특히 제주도 공무원들의 중복투표 사례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9월28일 현재 제주도청과 서귀포시, 제주시에서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기 위해 투표용으로 사용한 전화는 모두 1억822만3319통이었다고 제주도 내부 자료를 공개했다. 제주도는 나라별 목표를 만들어서 1인당 하루 300~500통의 투표 할당량을 매일 확인하는 등 반강제적으로 참여를 요구해 이 같은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제주도청의 경우 행정전화는 모두 2300여 대. 9월28일 하루만 74만295건이 전화투표에 사용됐다. 1대당 하루에 321통을 투표용으로 썼다는 셈이다. 한나절을 전화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는 얘기다.

    전화투표 비용은 1회당 180원, 휴대전화 문자비용은 1건당 150원이었다. 제주 지역 공무원들은 전용선을 두거나, 팩스를 자동으로 반복해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기도 했다. 임기범 전국공무원노조 제주지역본부장은 이 전화비가 400억원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의 연간 전화예산은 3억원 정도다.

    이후 11월11일까지 행정전화 사용 내역을 추가로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 강성후 세계자연유산관리제주도 단장은 “통신 부분은 KT와 N7W의 계약상 공개하지 않기로 기밀 유지 협약을 맺었다”며 공개를 거부해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12월12일 제주도의회 예산안 심사에서 민주당 김용범 도의원의 200억원의 전화비 미납 사실과 최종선정에 관한 질의에 대해 강 단장은 “유효투표는 전화투표를 해서 요금이 완납된 투표수를 말한다. 돈이 지급되지 않으면 투표로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공영민 제주도 지식경제국장은 “KT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제주가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용경 의원은 “뉴세븐원더스가 7대 자연경관을 선정해놓고도 잠정적이라고 못 박고 두 달이나 최종 발표를 늦추는 이유는 이처럼 전화비 등이 정산된 뒤에 발표하려는 것 같다”며 N7W의 상업성을 비난했다.

    물론 N7W의 경제 효과를 긍정적으로 분석한 자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컨설팅업체인 ‘그랜트 손튼 인터내셔널’은 보고서를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테이블마운틴이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될 경우 △관광업 20% 성장 △1만1000개 고용기회 창출 △연간 2억달러 경제효과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한 적이 있다. 우디 김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도 “(제주가 잠정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것은) 적어도 해외관광객에게 제주도에 대한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주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문제는 그 의미나 효과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시민의식을 갖고 차분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12위 경제대국이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다. 이제는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결과 지향적 생각보다는 원칙과 절차를 중시하는 성숙한 국가가 돼야 한다. 결과 지향의 사회는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고 가진 자만 과실을 갖게 된다. 그럼에도 정부가 원칙이나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혈세를 집행하고, 신뢰도가 떨어지는 단체의 이벤트 참여를 부추긴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지적했다.

    ‘신동아’는 버나드 웨버에게 두 차례 e메일을 보내 수익과 투표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 경제효과, 유엔과의 관계 등을 설명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홍보담당자 이몬 핏제럴드로부터 자사 웹페이지에 실린 정보를 참고하라는 답변만 받았다. 웹페이지에는 ‘신동아’가 요구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제주도는 이미 유네스코 자연환경 분야 3관왕(유네스코 선정 세계자연유산 등재, 세계지질공원 인증,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획득했다. 그럼에도 많은 이가 의심하는 N7W 재단의 문패를 굳이 내걸어야 할까. 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논의를 더 진전시켜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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