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호

돈까지 잘 벌어야 스마트 기업

무조건 기부? 착한 기업은 가라!

  • 문휘창│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입력2011-12-20 15: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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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종류의 기업이 있다. 착한 기업, 악덕 기업, 그리고 멍청한 기업이다.
    •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하지만 스스로 이익을 많이 내지 못하고 때로는 손해까지 감수하는 기업은 착한 기업, 사회적 이익을 등한시하고 자사의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은 악덕 기업, 사회는 물론 자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기업은 멍청한 기업이다.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일까? 동아일보가 발행하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4호에 게재된 기사 ‘착한데다 돈까지 잘 버는… 이젠 스마트 기업이다’는 “착할 뿐 아니라 기업의 이익까지 함께 창출하는 ‘스마트한 기업’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편집자>
    돈까지 잘 벌어야 스마트 기업

    삼성전자의 사회공헌팀이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세상에서 제일 부자인 빌 게이츠는 사회적으로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착한 사람이지만 그가 마이크로소프트를 경영할 때는 결코 ‘착하게만’ 행동하지 않았다. 경영자로서의 빌 게이츠에게는 회사의 이윤과 성장이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에 회사를 중심으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스마트 경영을 펼쳤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금 그는 게이츠재단을 통해 사회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무조건 사회적으로 소외계층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사회사업을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자원이 무한하다면 이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제아무리 빌 게이츠라도 재산이 유한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자원을 활용해 가장 큰 효과를 노리면서 상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렇게 스마트한 행동이 단순히 착한 행동보다 더 큰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김 교수의 장학금

    모 대학교의 김모 교수는 학창시절 힘들게 공부하면서 훗날 재정적 어려움으로 학업에 곤란을 겪는 학생을 돕는 것을 줄곧 꿈꿔왔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장학금으로 1000만원을 모았다. 이제까지는 막연하게 돈만 모으면 된다고 생각해왔지만 상황이 닥치니 그는 장학금을 기부하는 데에도 여러 통로가 있음을알게 됐다.

    장학재단을 통해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있고, 동문 장학재단을 통해 후배들을 도울 수도 있으며,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대학교의 학생들을 도울 수도 있다. 즉, 김 교수는 누구를 도울지 고르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어떤 통로를 선택할지 고민하며 자신이 평생 연구해온 경영학의 기본적인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고자 하는 ‘효율성’을 떠올리며 김 교수는 고민한다. ‘이왕 쓸 1000만원, 좀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없을까?’

    우선 김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중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학생을 그냥 돕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김 교수는 학생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대신 연구조교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학생과 김 교수 둘 다 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은 학생은 김 교수와 함께 연구를 하며 금전적인 도움을 받을 뿐만 아니라 ‘경험’이라는 자산을 얻을 수 있다. 김 교수도 학업이 곤란한 학생을 자신의 연구에 참여시킴으로써 우수한 연구 인력을 얻게 됐다.

    이뿐 아니다. 이 한 번의 경험에서 김 교수는 학생을 돕는 것이 곧 자신을 돕는 것임을 깨달았고 애당초 한 번의 1000만원 기탁으로 끝내려 했던 생각을 바꾸어 장기적인 장학 프로젝트를 도입하게 된다. 즉, 매년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연구조교로 기용해 그들에게는 ‘돈’과 ‘경험’이라는 자산을 주고 김 교수 자신도 ‘보람’과 ‘연구인력’이라는 혜택을 받도록 한 것이다.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전략은 일반적인 기부와 세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 김 교수는 ‘기부’라는 사회적 활동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고민했다. 즉, ‘최소 투입 대비 최대 효과’라는 경영학의 기본 이념을 따랐다. 김 교수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장학금 기부 방법에 접근했으며 ‘1000만원’이라는 장학금으로 보다 큰 효용가치를 누리기 위해 고민했다. 장학금의 효율을 위한 김 교수의 고민은 곧 단순한 고민이 아닌 ‘전략’이라 볼 수 있다. 김 교수가 고민하는 장학금 기부 전략은 비교적 구체적이고 정교하다.

    둘째,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를 통해 수혜자인 학생과 공여자인 김 교수 모두가 실질적인 이익을 누렸다.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는 본래 본인이 꿈꿔왔던 ‘학업에 곤란을 겪는 학생 지원’이라는 선한 목적을 훼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이를 통해 학생과 교수 모두 이득을 보는 관계를 이뤘다.

    여기서 김 교수의 ‘이득’은 정서적인 ‘보람’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김 교수의 ‘이득’은 정서적인 만족을 초월해 ‘우수한 연구인력’까지 포함하는 것이며, 이는 교수의 실질적인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수혜자가 되는 학생에게는 본인이 주고자 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게 됐고 김 교수 본인 역시 생각지도 못했던 이익을 누리게 됐다. 금전적 혜택뿐 아니라 연구조교 발탁이라는 특별한 혜택을 받은 학생은 다른 학생보다 더 열심히 연구하기 때문에 교수와 학생의 상호 간 학문적 성과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셋째,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는 일회성 활동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된다. 김 교수는 장학금 기부를 통해 훌륭한 연구인력을 얻게 됐고 이를 통해 본인의 주요 업무인 연구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득은 김 교수에게 계속해서 장학금을 기부할 수 있는 일종의 인센티브가 되는데 이로 인해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는 지속성 있는 활동으로 진화하게 된다. 이제 장학금 기부는 김 교수에게 지속적으로 이득이 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많은 학생이 훌륭한 교수의 지도를 받아가면서 학업과 연구를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위에서 예시한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 이야기는 오늘날 사회적 책임 활동을 이행하는 기업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기업은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당신의 기업은 정말 ‘착한 기업’이 되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는가?

    보통 남을 도와줄 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고 하면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는 전략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은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기 위한 묘수가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방법이다. 전략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남을 도와주는 일은 물론 다른 일을 할 때도 전략은 항상 필요하다. 특히 회사를 경영할 때 올바른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음의 사례들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아래 사례들은 모두 실제 사례인데 이 글에서는 기업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내용을 약간 바꿔서 예시했다.

    전략을 거부하지 마라

    기업 A는 국내 브랜드의 세계적 명품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기존 해외 명품들과 경쟁하기 위해 비슷한 모양의 제품을 만들고 가격도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해 팔고 있다. 특히 이 기업은 브랜드 이름을 이탈리아어로 짓고 이탈리아와 관련된 행사라면 많은 돈을 주면서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브랜드를 이탈리아 관련 행사에 자주 노출해 소비자가 이 브랜드를 이탈리아 브랜드로 인식하게끔 하려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이 특별히 사회에 이익을 주었다기보다는 이탈리아 관련 행사를 주관한 기관에만 도움을 준다는 의식이 점차 팽배해졌다. 소비자는 이 브랜드가 소비자를 속이려 든다는 인식을 가지게 돼 판매율이 예전 같지 않게 됐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활동의 효과는 물론 기업의 이익도 차츰 줄어들고 있다.

    기업 B는 식품업체로 그동안 꽤 성실하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제품의 재료가격이 상승하면서 품질이 떨어지는 재료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러한 저질 재료를 사용한 제품이 윤리상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망설였지만 기본적인 맛과 식감에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회사의 이익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저질 재료를 쓰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재료가 달라진 것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설령 알려지더라도 벌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알려질 수 있다는 위험부담과 현재의 수익률을 비교할 때 저질 재료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기업도 가끔 사회적 활동을 하고는 있으나 진정으로 사회를 위한다기보다는 생색내기 식으로 하고 있다.

    기업 C는 사회적 활동을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 기업은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언론사들이 실시하는 청렴 기업, 이미지가 좋은 기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회사의 경영 상태다. 이 기업은 사회적 활동과 이미지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회사 경영에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 기업이 가지고 있는 몇 개 제품군 중 하나가 그나마 잘 팔리는 소비재 상품이어서 다행이지만 나머지는 항상 적자다. 기업 내부의 일각에서는 경쟁사가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돈까지 잘 벌어야 스마트 기업


    여기서 언급한 기업들을 종합해보면 기업 A는 사회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이 전반적으로 낮다.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음에도 이를 사회의 이익 창출과 결부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기업의 이익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기업 B는 사회의 이익을 창출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거나 때로는 사회적 이익과 반하는 행위를 하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기업의 이익만을 높이려고 한다. 기업 C는 사회의 이익에는 큰 기여를 하고 있으나 정작 기업의 이익은 높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경영을 한다.

    기업 A와 같이 사회와 기업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기업을 ‘멍청한 기업’, 기업 B와 같이 자사의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을 ‘악덕 기업’, 기업 C와 같이 사회의 이익에는 많이 기여하지만 기업의 이익은 많이 창출하지 못하고 때로는 재정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회적 활동을 하는 기업을 ‘착한 기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필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기업은 사회의 이익은 물론 기업의 이익까지 함께 창출하는 ‘스마트한 기업’이다.

    착한 기업과 스마트한 기업은 모두 사회의 이익을 창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 두 기업의 근본적인 차이는 손해를 보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느냐, 아니면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서 기업의 이익도 창출하느냐에 있다.

    착한 기업은 기업의 이익이 감소하고 사회적 이익이 증가하는 제로섬 게임 방식의 일방적인 나눔을 이론적 기반으로 하지만, 스마트한 기업은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함께 증가하는 윈윈 게임의 상생적 나눔을 이론적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착한 기업은 한쪽이 희생해야 한다는 시각이 잠재돼 있는 반면 스마트한 기업은 기업과 사회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에서 출발한다.

    착한 기업은 제로섬, 스마트 기업은 윈윈

    또한 착한 기업은 선한 시민이 되고자 하는 목적의식이 있으나 스마트한 기업은 기업의 이윤극대에 충실하면서도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전략적인 면에서 착한 기업은 비효율적인 반면 스마트한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최소의 투자로 기업과 사회가 모두 최대의 이익을 얻고자 하므로 효율적이다. 현실 사회에서는 윤리경영이 기업에서 실시하는 중요한 비전이나 목표처럼 보이기도 하나 사실 윤리경영은 사회적 이익을 위한 기본 요건에 불과하다.

    이러한 윤리경영을 실시하지 않는 기업은 멍청한 기업 또는 악덕 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한편 기회비용을 고려한 기업의 활동은 전략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기업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경영 전략에도 사회적 이익을 감소시키면서 기업의 이익만 높이는 악덕기업의 경영전략도 있다. 그러나 악덕기업은 경영전략은 있지만 윤리경영이 부족하다. 이와는 반대로 착한 기업은 윤리경영은 있지만 경영전략이 부족하다. 윤리경영과 경영전략을 모두 갖추고 기업과 사회에 모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바로 스마트한 기업이다.

    우리 사회는 악덕 기업이 착한 기업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착한 활동은 사실상 등한시돼왔기 때문에 이런 요구는 다른 국가에서보다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착한 기업만을 요구하다보면 기업의 이익을 떨어뜨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힘들게 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기업은 착한 기업은 물론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경영전략을 잘 활용하는 스마트한 기업이 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한 기업이 기업과 사회에 모두 도움이 되는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s) 활동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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