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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낙원 外

  • 담당·송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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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정조치세어록 _ 안대회 지음, 푸르메, 272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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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치세어록’은 정조(正祖·1752~1800, 재위 1776~1800) 대왕의 어록을 뽑아 번역하고 해설한 책이다. 필자는 2009년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어찰을 여러 학자와 함께 번역해 ‘정조어찰첩’을 간행했고, 그 다음해에는 그 어찰을 연구해 ‘정조의 비밀편지’를 간행한 바 있다. 이 책은 앞선 저술을 이어 정조를 더 깊이 이해해보려는 또 다른 시도다.

정조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호학군주이자 개혁군주다. 정조대왕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를 깊이 알고 싶어하는 한국인이 많다. 반면 그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저작은 기대만큼 많지 않고, 또 방대한 저작과 사료를 일일이 읽는 것은 전문 연구자도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이 책은 그렇게 정조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의 독서를 돕고자 기획됐다. 1년여가 넘는 기간 경향신문에 연재한 뒤 몇 개월에 걸쳐 보완해 세상에 내놓았다. 정조가 만들고자 했던 나라의 모습과 통치자가 되는 길, 사람답게 사는 길을 그의 육성을 통해 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정조의 수많은 어록 중 정조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골고루 뽑아 기획했다. 정조는 본래 글쓰기와 말하기를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방대한 규모의 저작을 남겼고, 각종 사료에는 수많은 말이 기록돼 있다. 유사 이래 통치자로서는 정조가 가장 많은 저작을 남겼는데, 대부분이 대필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쓴 것이다.



정조는 글과 말이란 수단을 활용해 사색당파로, 지역 간 이해관계로, 신분의 차별로 조각난 나라를 슬기롭게 통치했다. 정조는 신하나 백성으로 하여금 국왕이 우리를 사랑하고 보호한다는 믿음을 갖게 했고, 한 가지 재능만 갖고 있어도 국왕이 이를 인정해 자신을 기용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했다. 건릉성제(健陵盛際·건릉은 정조의 왕릉 이름이고 성제는 융성한 시대라는 뜻)의 백성은 계층과 지역을 떠나 우리는 소외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졌다. 그 같은 일체감을 심어준 것이 바로 정조의 말이다.

이 책은 치세(治世)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는 했으나 그의 공부에 관한 생각과 인간 됨됨이 대한 점까지 엿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정조가 위대한 학자이자 사상가임을 어록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는 정치와 사회, 국방만이 아니라 인생과 학문에 관해, 또한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친절하게 말하고 있다.

정조가 한 말은 그 시대의 증언이기도 하고, 지금도 여전히 건강한 의의를 지닌 말씀이기도 하다. 위대한 학자와 문인과 예술가를 배출한 건릉성제를 일군 밑바탕에 정조의 리더십과 건강한 인간미가 있었음을 그의 어록은 말해준다.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New Books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_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현우·김희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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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이후의 세계’라는 부제가 붙은 책. 저자는 ‘폭력이란 무엇인가’ ‘탈이데올로기 시대의 이데올로기’ 등의 책으로 ‘실천하는 이론가’라는 평가를 받아온 지식인이다. 그가 9·11 테러를 주제로 쓴 논문 다섯 편을 묶었다. 저자에 따르면 “9·11 테러는 우리의 평화로운 삶을 깨뜨리는 ‘악’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내는 자기파괴적이고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채택해야 할 입장은 한마디로, 테러리즘과 맞서 싸워야 할 필요성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테러리즘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확장해 미국과 다른 서구 국가들의 행위(일부)도 거기에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서평 블로그를 통해 ‘지젝 전도사’로 이름을 얻은 이현우 한림대 연구교수 등이 번역을 맡았다. 자음과모음, 219쪽, 1만9000원

빈곤의 덫 걷어차기 _ 딘 칼런, 제이콥 아펠 지음, 신현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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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로 빈곤퇴치혁신기구(IPA)의 공동 설립자 겸 회장인 딘 칼런과 IPA에서 일하면서 서아프리카, 가나 등지의 빈곤 계층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프로젝트를 수행한 제이콥 아펠 등 두 저자가 세계적인 부의 불균형과 빈곤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책. 저자들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절반인 30억명이 하루 2.5달러의 돈으로 연명한다. 이들을 돕기 위한 자산가들의 기부와 자선활동도 계속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것은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행동이다. 예를 들어 케냐의 농부들은 비료를 권장량보다 적게 썼다.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저자들은 농부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추수기에 비료 쿠폰을 선불 판매했고, 이는 비료의 적정 사용과 생산성 상승으로 이어졌다. 청림출판, 398쪽, 1만7000원

치즈의 지구사 _ 앤드루 댈비 지음, 강경이 옮김, 주영하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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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언어학자이자 역사학자로 ‘비잔틴의 맛’ ‘고대 음식의 모든 것’ ‘위험한 맛: 향료의 역사’ 같은 책을 써왔다. 그가 문명 세계의 음식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치즈를 연구 주제로 삼아 발명부터 확산까지, 다양한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에 따르면 “치즈 역사가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훌륭한 치즈를 만들기 위한 무한히 다양한 과거의 기술과 정성이 거의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몽도르, 고르곤졸라, 로크포르, 브리, 라귀올, 그뤼예르, 만체고, 체더, 르블로숑, 모차렐라 등 무수한 치즈 이름마다 담겨 있는 각각의 역사를 소개하기 위해 저자는 인간이 낙농을 시작한 기원전 4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다양한 참고 문헌을 뒤진다. 여러 종류의 치즈와 치즈를 재료로 만든 요리 사진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휴머니스트, 235쪽, 1만5000원

신동아 201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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