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호

안철수가 몰고 온 변화, 한나라당 대 反 한나라당의 대결

미리 보는 2012 총선

  •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

    입력2011-12-21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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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가 무너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위기에 처한 정당들은 통합이란 명분으로 이합집산을 시도한다. 안철수와 박원순의 등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다가올 총선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SNS 등을 통해 스스로 권력을 갖게 된 시민들은 더 이상 정치에 끌려가지 않고 정치와 정치인을 심판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정치의 중심에 선 박근혜와 안철수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한나라당 대 반(反)한나라당의 대결이 될 이번 총선은 어떤 결과로 나올 것인가.
    안철수가 몰고 온 변화, 한나라당 대 反 한나라당의 대결

    안철수 서울대 교수(왼쪽)와 박원순 서울시장.

    한국 정치는 지금까지 그 시대별로 스스로의 사명감과 혁신 그리고 비전으로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왔다. 이 과정에서 매번 정권을 잡은 정치세력은 나름대로의 국가적 목표를 설정하고 사회적 에너지를 집중시키며 정치적 메커니즘을 작동시켰다. 물론 역기능과 그에 대한 비판은 있었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정치 발전과 국가 발전, 국민의 희망이 함께 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다이내믹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랬던 우리 정치가 요즘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다. 위기에 처한 정당들은 통합이란 명분으로 이합집산을 시도하고 있고, 개혁과 혁신을 명분으로 분열과 대립이 확산되면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하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한국의 정치지형은 전광석화처럼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어제까지 멀쩡했던 정당이 갑자기 사라지는가 하면, 서로 가는 길이 달랐던 2~3개 정치세력이 통합의 깃발을 올리고, 여러 정치인이 속해있던 당을 스스로 박차고 나가고 있다. 그야말로 정치 빅뱅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정치를 양분해왔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제 간판을 내려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불고 있는 정당들의 이합집산과 혁신의 바람은 야권에서 먼저 시작됐다. 가장 먼저 통합을 완성한 곳은 민노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이다. 이번 통합으로 인해 ‘진보는 분열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고 유권자에게 내세울 만한 스타급 정치인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조직과 명분과 인물을 얻은 나름대로 성공한 통합으로 평가된다.

    다음으로 진행되는 쪽은 민주당과 친노계열의 ‘혁신과 통합’, 한국노총 등이 참여한 통합야당이다. 민주당이 통합을 결의하는 전당대회에서 의결정족수 문제로 갈등이 일었지만 이미 분위기는 통합으로 기울고 있다. 통합야당의 당대표를 누가 맡을 것인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당내 투쟁에 능한 정치인이 아닌, 당내 이견을 조율, 통합하며 국민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대표의 선출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다. 통합야당이 어떤 식으로 후보를 뽑느냐도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향식 경선 절차는 당내 기득권이나 세력을 갖고 있는 인물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따라서 절차 만능주의로 간다면 공천 결과가 ‘그때 그 인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통합야당의 의미는 상당히 퇴색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현재 혁신과 재창당의 기로에 서 있다. 앞으로 친이와 친박의 통합, 당내 보수와 진보 세력의 통합문제가 관건이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보수 한나라당은 단일 대오를 갖출 확률보다는 2개로 분열할 가능성이 더 높다. 우선 그간의 악연 때문에 친이와 친박은 한 배를 타기 어려운 지경이다. 겉으로는 이명박을 따르느냐, 박근혜를 따르느냐로 보이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계파 이상의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친이가 신자유주의로 정통 뉴라이트라면, 맞춤형 복지를 내세우는 친박은 일단 신자유주의와는 선을 그은 상태다.



    나아가 두 진영에 속해 있는 정치인들은 정치 역정에서 서로 수용하기 힘든 악연들을 갖고 있다. 친이 정치인들은 대부분 6·3세대와 그 영향권에 있는 정치인들로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과 악연을 갖고 있다. 이들은 반독재투쟁을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으로 삼고 있어 박정희, 전두환과 완전히 화해하기 어렵다. ‘독재자의 딸 박근혜’를 수용한다는 건 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는 사생결단 대결을 벌였던 경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권력 중심추가 친박으로 넘어가면 친박의 친이 포용 여부를 떠나 친이의 친박에 대한 정서적 거리감과 정치적 불이익에 대한 공포는 생각 이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친이는 생존을 위해 쇄신이란 명분에 집착하면서 새로운 정치적 생존을 끝없이 모색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종말

    친박과 함께하기 어려운 일부 친이계가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박세일 신당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박세일 전 의원이 만들 신당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한길리서치가 11월18~19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박세일 신당이 만들어지면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지지의사를 보낸 사람은 13.4%였다. 반드시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3.2%에 불과하다. 성공가능성은 회의적이다. 그나마 나오는 지지율도 실제 투표과정에서 표로 연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는 모두 신자유주의를 신봉했다. 굳이 차이를 말한다면 좌·우파 신자유주의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좌든 우든 이들 신자유주의 정부는 모두 사회양극화라는 비극을 양산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과 중하층, 사회적 약자인 하위 계층은 여전히 이들 신자유주의자에게 기대를 걸었고 현재도 그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사회의 각 세대는 그동안 나름대로의 신화를 만들어왔다. 그 결과 세대 역할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쳐 자기 세대 중심으로 사회를 이끌려는 경향이 강하다. 50대 중반 이후의 산업화 세대가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40대와 50대 초반, 30대와 20대가 주도한 IT, BT, CT산업은 이미 전 세계에 한류문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할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패러다임이다.

    사회의 주축세력으로 새롭게 성장한 지금의 40대 이하 세대는 그들 세대가 이룬 눈부신 성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안정이나 보상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 사회구조 속에서 살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경제를 떠받들어온 대기업의 자본력 등 규모의 경쟁력에 밀려 이들이 주도한 산업은 서서히 대기업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오랫동안 해온 투기적 재산 증식의 결과로 턱없이 높아진 주택가격 때문에 벌어도벌어도 하우스 푸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항상 “이만큼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윗세대)가 무에서 유를 창출한 희생 때문이다”라는 50대 이상 윗세대들의 고압적인 얘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노동시장 진입조차 하기 어렵게 된, 그래서 결혼과 출산 같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마저 위협받는 20~30대에게 이런 소리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이런 과정 속에서 서서히 세대별 정치지형이 만들어졌다.

    현실이 이렇지만 우리 정치는 여전히 20~30년 전을 헤매고 있다. 87년 체제라 불리는 민주-반민주 구도가 오래전에 해체됐음에도 여전히 3김 구도에서 정치를 배운 마지막 세대들이 우리 정치의 중심에 서서 주요 정당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 이익보다는 당론 중심, 반대를 위한 반대,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통과, 자기중심적 2분법 등으로 우리 사회를 끝없는 분열로 몰고 간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3김과 같은 카리스마를 갖추지 못해 결국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와 박원순의 등장

    우리나라의 40대 이하 국민은 생리적으로 이들 3김식 정치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들은 기득권 세력과의 전투에서 무력감을 보이며 패배한 노무현 정부를 보면서 진보정치에 대해서도 확신을 잃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사람이 바로 안철수이고 박원순이다. 이들은 40대 이하 국민에게 아주 매력적이고 희망을 동반한 멘토로 다가왔다. 국민은 이들에게서 진심으로 세대문제를 고민하는 진정성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성, 그리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국민의 눈에 이들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었다. 안철수 교수와 동반자적 관계를 맺고 있는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은 이런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였다. 국민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 이후 정치 전면에 등장했던 안철수 교수에게 위안을 받고 박원순에게서 새로운 길을 보고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확산은 이러한 흐름에 불을 붙였다. SNS를 통해 국민들은 스스로 ‘시민권력’이 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 정기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50% 이상(2011년 9월 52.7%, 11월 54.4%)은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수치는 성수대교가 붕괴하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던 1995년의 혼란스러운 상황과도 비슷한 정도다. 당시 정치권은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재야 세력을 대규모로 영입한다거나 이회창 같은 신인 정치인, 야인으로 돌아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등장시켜 국민의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의 대선주자가 등장하면서 정치적 위기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2012년에도 그때와 같은 해법이 통할까. 필자가 보기에 대답은 단연코 ‘NO’다. 국민이 스스로 권력을 말하는 시대에 더는 정치권의 의도대로 국민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2012년 한국의 정치 지형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가장 먼저 예상해볼 수 있는 2012년 정치 지형의 변화는, 지역주의의 약화로 인한 영·호남지역에서의 세칭 ‘묻지마’ 당선의 종말이다. 지역주의의 상징적 인물들이 사라진 이상, 영남에서는 진보통합정당이나 무소속 후보 그리고 반(反) 한나라당 연대의 통합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특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부산 출신인 안철수 교수의 영향력이 극대화될 경우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치 빅뱅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수의 통합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묻지마 당선’의 종말

    야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 김부겸(3선) 의원의 대구 출마가 시사하는 바도 크다고 생각된다. 비록 본인의 당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지만 선거판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호남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 한나라당 연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보통합정당의 후보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지역을 지킨 구 민주당 정치인들의 대거 퇴진은 이미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하여튼 전국적으로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정당공천과는 상관없이 대거 중앙정치무대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이는 우리 정치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나라당에 대적하기 위한 야권의 연대는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야권은 이미 그 같은 교훈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얻은 바 있다. 똘똘 뭉쳐야 이길 수 있다는 경험이다. 이렇게 되면 반한나라당 연대에 참여할 진보통합정당의 운신의 폭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다. 진보통합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세를 키울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현실화된다면 정말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반한나라당 진영이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선 두 가지 전략적 방법을 택해야 한다. 하나는 통합야당이 진보통합정당과 반한나라당 연대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았듯이 통합야당이 안철수와 박원순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바람을 등에 업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의 경우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보다는 반한나라당 연대라는 대의를 더 중시하는 성향을 보이는 만큼 민주당 중심의 통합야당만을 지지해 민주노동당과 친노세력 중심의 진보통합정당을 고립시키는 식의 분열적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2012년 대선에 본인이 출마할 경우 진보통합정당의 지지를 반드시 끌어내야 함을 아는 그가 그러한 선택을 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만약 안철수 교수 등이 바람대로 반한나라당 연대를 강조하거나 추동하고 나온다면 야권에서도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012년 총선은 반 한나라당 전선이 형성되는지에 그 결과가 달려 있다.

    현재 우리나라 만 19세 이상 유권자 중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37.4% 정도다. 이들은 야당을 포함한 진보세력보다는 한나라당을 지지한다. 반면 20대와 30대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1996년 56.1%, 2001년 50.4%, 2006년 46.3%, 2011년 40.1%). 실제 연령별 투표율까지 감안하면, 20대와 30대를 합해도 50대 이상보다 영향력이 작다는 결과가 나온다. 또 40대 이하를 다 합해도 투표율 차이가 25%포인트 이상 벌어지지 않아야 50대 이상과 비슷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안철수가 몰고 온 변화, 한나라당 대 反 한나라당의 대결

    유력 대권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서울의 경우를 보면 50대 이상이 전국평균보다 적은 34.2%로 40대 이하의 영향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서울은 연령 간 대결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50대 이상이 37.4%보다 더 많아져 오히려 서울과는 반대의 투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연령별로만 보면 서울과 대도시에서는 40대 이하 세대의 지원을 받는 반한나라당 진영이, 그 외 지역에서는 50대 이상의 지원을 받는 한나라당이 선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런 결과는 지난 10~20년간 비슷한 양상을 보여왔다.

    선거를 통한 정치 변화의 완성은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의사를 드러내는 방식은 뽑아야 할 후보를 뽑던가 아니면 소극적으로 뽑지 말아야 할 후보를 뽑지 않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아무래도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은 세대와 계층의 분노에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유권자의 선택이 긍정적(Positive) 선택보다는 부정적(Negative) 배제 투표로 의사를 표현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그럼 다가올 선거에서 누굴 뽑을 것인가. 아니 누구를 뽑지 말아야 할 것인가.

    첫 번째 배제해야 할 대상은 ‘예산을 도둑질하는 정치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예산을 지역사업에 빼돌린 상위 10%는 무조건 당에서 재공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리 의혹이 있는 정치인은 뽑지 말아야 한다. 이른바 납세, 병역 등 ‘4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정치인도 배제 대상이다.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정치인, 이념과 과거 경력을 팔아 먹는 장사꾼들도 배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보수 대 진보의 논쟁은 이미 파탄 났다.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이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시절 공격했던 고교 평준화와 그린벨트 그리고 대북정책은 사실 우리나라 보수층이 가장 존경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했던 정책이다. 한나라당을 보수정당이라 비판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기본 철학도 신자유주의였음을 잊어선 안 된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을 보노라면 한편에서는 정신분열처럼 보이지만, 그 의도가 명확하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념을 도구로 들이대는 정치인은 반드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미리 보는 총선

    현 시점에서 총선의 결과를 전망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정치지형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별로 나타나는 특징적인 변화들은 충분히 감지된다. 먼저,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는 반한나라당 연대의 절대 우세가 예상된다. 전국 평균에 비해 40대 이하 인구가 많고,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이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노선을 함께한 관계로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을 피할 수 없는 곳이다.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서울과 경인의 대부분 지역에서 반한나라당 단일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주변에선 “건질 곳이 별로 없다”는 위기감 섞인 얘기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최근 진행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일단 총선 불출마가 예상되는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서울 동대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옆 지역구의 장광근 의원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터라 자칫 동대문이 텅 빌 수도 있는 상황. 벌써부터 여야 후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권에서는 그나마 한나라당과의 통합이 예상되는 미래희망연대 소속 김을동 의원이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데,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이 지역을 내줄 경우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김을동 의원은 이 지역에서 시의원으로 출마해 전국 최다득표를 기록한 적이 있다. 김두한의 딸, 인기 연예인 송일국의 엄마라는 게 흥행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두고 볼 일.

    정치 1번지인 종로도 눈길을 끈다. 현역인 박진 의원의 불출마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누구를 내세울지 관심이 큰 지역이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홍정욱 의원이 한때 관심을 가진 곳이다. 이 지역은 이미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가 출마를 공언한 만큼 야당 후보의 입성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역시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중구지역도 세인의 관심을 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낙마한 나경원 전 의원의 재출마와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의 재도전이 예상되는데, 서울시장 선거에 나와 상당한 상처를 입은 나 전 의원이 지역을 수성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여권의 대표 정치인 중 한 사람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작 을도 상황이 복잡하다. 벌써부터 민주당 이계안 전 의원, 김효석 의원 등이 이 지역 출마를 강하게 저울질하고 있다는 후문. 이명박 정권의 실세인 이재오 의원의 은평 을에 누가 야당 후보로 나설지도 관심대상이다. 한때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나간다는 소문도 무성했었다.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원희룡(양천 갑)과 홍정욱(노원 병) 의원 지역도 관심 지역이다. 양천 갑은 민주당 차영 전 대변인, 노원 병은 노회찬 전 의원의 출마가 예상된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 지역구인 송파 병에는 민주당 사무총장을 역임한 4선의 정균환 전 의원이 이미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경기 지역에선 4선에 도전하는 안양동안 을 심재철 의원, 김현미 전 의원과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이 맞설 고양(일산 서)의 결과가 궁금하다. 부산과 PK지역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가장 큰 관심지역이다. 어느 지역보다 반한나라당 연대의 위력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 반한나라당 연대 후보가 무소속이나 통합진보당일 경우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부산 출신의 안철수 교수가 어떤 식으로든 지원에 나선다면 통합야당의 후보도 당선이 가능한 지역이 여러 곳 나올 수 있다. 전통적으로 반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창원과 거제, 울산 외에 부산지역에서도 3~4개 선거구는 충분히 반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이 다가올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부산의 절반 이상이 야당에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일단 이명박 정부 청와대 출신인 박형준 전 대통령사회특보, 이성권 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의 당선 여부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평가될 수 있어 관심을 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불출마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영도, 친박의 대표 주자 중 한 사람인 허태열 의원의 북·강서 을, 김무성 의원이 지키는 남구 을도 야당의 도전을 받고 있는 지역구다. 부산 유일의 야당 재선 의원인 조경태 민주당 의원의 3선 여부도 관심사. 현재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 최인호 민주당 시당위원장, 박재호 전 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전재수 전 청와대 행정관, 허진호 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이해성 전 조폐공사 사장, 김인회 인하대 교수 등 27명이 부산지역 총선 출마 예상자로 예비등록을 마쳤다.

    최대 관심지역은 부산

    TK지역은 한나라당 후보의 압승과 친박 무소속 후보의 선전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았고, 가장 유력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인 상황에서 이변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지역이다. 다만 최근 대구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당선과는 무관하게 전체 선거판을 흔드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충청권은 지역에 따라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의 우세가 다소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움직임,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볼 때 충북은 한나라당의 우세, 충남과 대전은 반한나라당 연대, 한나라당, 한나라당과 보수통합을 거부한 자유선진당 간 3자 대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자유선진당의 경우 현역의원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당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또 현역의원이 있는 지역에서도 심대평과 이인제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안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지역에서 특히 눈여겨볼 점은 이회창과 박근혜 중 누가 충청지역에서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자유선진당이 그동안 연명할 수 있었던 것은 이회창 대망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이회창 대망론이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회창을 중심으로 한 중심추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박근혜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육영수 여사의 영향과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의 인연, 여기에다 세종시 행정부처 이전 과정에서 박근혜가 보여준 모습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박근혜와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전국적으로 바람을 몰고 온 안철수 교수 등 진보적 야당의 영향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난다. 충청지역 중에서도 특히 충북, 50대 이상 고령화가 진행된 지역일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선거구로 본다면, 이회창 총재가 불출마 선언을 한 예산·홍성지역이 충청지역의 선거 흐름을 바꿀 최대 관심지역으로 꼽힌다.

    호남지역에서는 기존의 민주당에 대처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출이 아주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한나라당의 완승이 무조건 예상되지만, 통합진보당과 전통적 비DJ 정치노선을 표방한 국회의원의 약진도 점쳐져 호남정치의 질적 변화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 수도권에서 친이계 현역의 몰락과 함께 호남 구민주계 의원의 경선 탈락 등으로 현역의원 물갈이가 관심이 되는 지역이다.

    강원지역은 5대 5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변수는 이광재 전 도지사에 대한 미련과 한나라당에 대한 앙금이다. 실제 강원도에서는 “똑똑하고 전도유망한 정치인을 한나라당이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탄압해 정치생명을 끊었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이광재 전 도지사는 현재 출마를 할 수 없는 몸이지만, 강원지역 선거를 전면에서 지원할 경우 한나라당의 압승이 아닌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변화와 쇄신, 혁신 그리고 정당 간 통합 등으로 2012년 4월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누가 과반 의석을 얻느냐가 일단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인데, 전망이 쉽지는 않다. 다가오는 총선은 당과 당의 대결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 진영의 세력 간 대결구도로 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과반 이상의 의석을 가진 정당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하는 선거전문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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