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호

“민심은 용수철 같은 것 누를수록 반작용이 커진다”

2011년을 달군 ‘나는 꼼수다’ 김용민 PD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11-12-22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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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는 한 맥락이다”
    • 김어준은 감성과 직관, 진중권은 논리 신봉자
    • “‘나꼼수’ 죽이고 싶으면 가만 놔둬라”
    • “재미있는 정치담론이 목적, 성역은 없다”
    “민심은 용수철 같은 것 누를수록 반작용이 커진다”

    김용민 PD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극동방송과 기독교TV에서 PD로 활동하다 시사평론가로 전업했다.

    큼지막한 체구에 네모난 안경을 쓴 시사평론가 김용민(37)씨가 약속장소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그를 힐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20대로 보이는 한 청년은 그에게 다가가 사인을 청했다. 왜냐고? 그는 2011년을 후끈 달군 인터넷 라디오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핵심멤버가 아닌가.

    그의 포지션은 공동 진행자 겸 후반작업을 담당하는 PD다. “녹음한 오디오파일을 가져다가 음악을 입히고 재미없거나 아슬아슬한 내용을 걸러내는 일”이 주된 업무다. ‘나꼼수’는 언제 어디서든 내려받을 수 있는 인터넷 라디오 팟캐스트를 통해 mp3파일로 유통된다. 다운로드 건수는 현재 회당 평균 200만건, 조회 수는 600만건에 달한다. 그가 쓴 ‘나꼼수’ 관련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방송의 인기가 실감나겠다”고 운을 떼자 그는 허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다 이명박 대통령 덕분이다. 우리 방송이 대통령을 위한 헌정방송 아닌가.”

    여기서 ‘우리’는 그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 IN’ 기자를 말한다. 네 사람은 ‘나꼼수’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나꼼수’ 4인방이다. 이들은 왜 모였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나꼼수’ 4인방의 꼼수



    “우리는 재미있는 정치담론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시대적 상황이 위중하니까 다루는 주제가 만만치 않은 것들이긴 하다. 그래도 성역 없이 할 얘기 다하자며 시작했는데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 처음엔 진보 진영의 마니아를 중심으로 엄숙주의를 탈피해 공감하고 즐기는 장을 만들려고 했는데 이제는 세대와 성향을 초월해 우리 방송을 청취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생산해내니까 감당이 안 될 정도다.”

    ▼ 김어준 총수와는 어떻게 만났나.

    “2006년 독일월드컵 특별방송을 통해 알게 됐는데 그때만 해도 당시 여당이었던 세력에 대한 견해차이가 있었다. 한나라당에 대해 실소를 금치 못하는 면은 정서가 통했지만 당시 여당 내부의 모든 갈등구조를 회의적으로 봤던 나와 달리 김 총수는 ‘노무현으로는 안 된다. 탈당을 해서 민주당 간판을 회복해야 살길이 보인다’고 주장했던 탈당파들에 비우호적이었고 유시민 쪽에 굉장히 무게중심을 둔다는 느낌을 받았다. 난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인간적으론 이해가 가지만 일방적인 면에 약이 올랐고, 총체적으로 뭘 해도 안 되던 때였으니까.”

    ▼ 김 총수와 껄끄러웠겠다.

    “대화가 안 될 정도로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다. 그러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김 총수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아웃되고 나도 모든 프로그램에서 잘리면서 동병상련의 정이 쌓였다. 김 총수는 2009년에 한겨레신문에서 ‘김어준의 뉴욕타임즈’라는 인터넷 방송 진행을 맡으며 날 추천했다. 김 총수의 저서 ‘닥치고 정치’를 보면 나에 대해 유머와 시사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해놓았는데 과찬이다. 싼값에 쓸 수 있어서 불렀을 거다, 틀림없이. 하하하.”

    ▼ 방송에서 잘린 이유가 뭐였나.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주말에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오프닝 멘트를 세게 날린 게 화근이었다. 대통령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을 언급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다음 개편에서 통보도 없이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 게시판에 붙은 것을 보고 알았다. 너무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뒤로는 뭔 얘기를 해도 자기 검열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가 되더라.”

    ▼ 그것이 ‘나꼼수’ 탄생과 연관이 있나.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무슨 얘기건 다 할 수 있었다. 그게 당연한 건데 너무 제약이 많으니까 화딱지가 났다. 편집의 주체가 되어 뉴스를 걸러내는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을 직접 주도하는 방송을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결심을 김 총수와 공유하는 와중에 정봉주 전 의원을 끌어들여 2010년 4월28일 첫 녹음을 한 거다. 주 기자의 영입 계획은 원래 없었는데 청계재단 문제로 8회에 출연했을 때 방송이 빵빵 터져서 눌러앉혔다.”

    “민심은 용수철 같은 것 누를수록 반작용이 커진다”
    ▼ 4인 체제가 구축된 후 변화가 생겼나.

    “우리 콘셉트가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추진해왔던 숨겨진 꼼수들, 국익을 위해 얽혀 있는 너무나 수상한 이해관계들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것이었는데 디테일한 취재가 보강되니 방송이 더욱 탄력을 받더라. 오세훈 전 시울시장이 주민투표 실시를 강력히 주장하는 꼼수가 뭔지, 또 서울시장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 국면에서 짚고 넘어갈 것이 뭔지를 깊이 다뤘는데 우리가 지향한 바가 하나하나 성사됐다. 그래서 우리 방송이 영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 뜻한 대로 이뤄진다는 건 영향력이 막강한 것 아닌가.

    “큰일날 말이다. 하하하.”

    “시원하다” VS “위험하다”

    정치평론가 고성국씨는 ‘나꼼수’ 열풍에 대해 “무엇보다 재미있고 시원하다. 기존 언론이 해주지 못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방송을 듣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못해서 안철수, 박원순 같은 정치권 밖 인물이 인기를 얻는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방송 내용에 대한 청취자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BBK와 저축은행, 무상급식 등 우리 사회의 굵직한 이슈를 거침없이 비판해 대중의 가려운 속을 시원하게 긁어준다는 견해도 있지만 근거가 약한 사안을 일방적으로 폭로해 사실인 양 호도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씨는 “공영방송은 공공제라는 이유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인터넷 방송은 그렇지 못하다. 인터넷 방송도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흘리는 것은 문제다. 명예훼손으로 걸릴 만한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찰이 ‘나꼼수’ 4인방을 소환조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고발됐기 때문이다.

    ▼ 경찰 조사를 받았나.

    “안 받았다. 아직 오라는 소리가 없다. 부른다고 해도 겁날 게 없다.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 사실 난 이번 건에 관한 멘트를 한마디도 안 했는데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됐다. 만일 날 안 부르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넷이 같이 출두하려고 한다. 재벌 총수들처럼 다 같이 휠체어를 타고 퍼포먼스를 해야 하지 않겠나. ‘총수님 힘내세요’라는 플래카드도 들게 하고…(웃음).”

    ▼ 주변의 비난을 개의치 않나.

    “당연하다. 우리도 까는 게 전문인데 우리를 까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발끈하면 얼마나 꼴이 우스운가. 우리가 까면 로맨스고, 남이 까면 불륜이라고 우길 정도로 뻔뻔하지 않다. 남이 우리를 깔 자유도 줘야 한다.”

    ▼ 원래 조국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를 대선 후보로 밀려고 했던 것 아닌가. 김 총수의 책 ‘닥치고 정치’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2011년 초만 해도 조국 교수를 주목한 사람들이 있긴 있었지만 소수였다. 조국이라는 이른바 진보진영의 에이스가 등장하면서 이 사람이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실존적인 매력이 있는가, 이런 것을 짚어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조국 교수보다 ‘조국 현상을 말한다’가 더 잘나가는 것 같다.”(‘조국 현상을 말한다’는 2011년 6월 말에 출간된 그의 저서로 이미 3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쪽이 대세라고 보는가.

    “딱 잘라서 진보라기보다 진보와 중도가 같이 가고 있다. 진보에 대한 희구, 보수에 대한 염증의 발로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지난 대선 때는 중도가 보수와 손을 잡았었다. 찜찜하지만 깨끗한 놈들이 무능하니까 더러우면 어떠랴, 유능하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유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게 보이지 않는가. 문재인과 안철수, 박근혜는 각기 진보와 중도, 보수 성향이 뚜렷하지만 한 맥락이다. 사사롭지 않고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사사롭지는 않았지만 예측 불가능한 것이 단점이었다. MB는 예측 불가능하고 사사로운 점 때문에 외면하는 거다.”

    모태 보수와 기회주의 보수

    그는 “보수라도 다 똑같은 보수가 아니다”면서 보수의 성향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먼저 박근혜·남경필·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처럼 아버지의 성향을 물려받아 보수가 된 경우는 ‘모태 보수’, 뿌리가 없고 필요에 의해 보수의 기득권에 편승한 이들은 ‘기회주의 보수’, 정몽준 의원처럼 기업을 운영하거나 엄청난 재력을 갖춘 사람은 ‘자본가 보수’라고 했다. 마지막 유형은 ‘무지랭이 보수’로 무식(無識)과는 상관이 없다. 이를테면 월세 살면서 ‘종부세’를 왜 걷느냐고 항의하는 사람, 6·25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로 진보주의자를 무조건 빨갱이로 보는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다.

    ▼ 보수를 나쁘게만 보지 않는 것 같다.

    “모태 보수가 주도하는 사회라면 보수가 상당히 가치 있고 의미 있을 수도 있겠다. 모태 보수는 진보에 대한 생각이 열려 있고 융통성이 있다. 문제는 모태 보수가 나약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기회주의 보수는 목소리가 크다. 왜냐하면 물러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모태 보수는 기회주의 보수에 항상 눌려왔지만 박근혜 의원이 유일하게 뜨고 있다. 그렇다면 박 의원이 2012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또 회의적이다. 기회주의 보수가 남북문제에 기회주의적으로 접근해 관계를 악화시킨 탓이다. 북한의 일방적인 태도에 대해선 비판의 여지가 충분하지만 신뢰를 무시한 채 손바닥을 뒤집듯 정치적 필요에 따라서만 움직이면 남북관계는 회복되기 힘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과 안철수는 기회주의 보수의 극단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 방송의 지향점이 분명해서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편향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우리는 편파방송임을 누누이 밝혀왔다. 그렇다고 청취자를 선동하거나 계몽하려는 게 아니다. 청취를 원하는 사람이 다운로드해 방송을 듣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의 지향점을 충분히 설명하면서 청취자와 생각을 공유하려는 것이다. 방송 내용의 진위와 편파성 여부를 가리는 건 청취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우리 국민은 스마트해서 무분별하게 추종하거나 허술한 검증을 하지 않는다.”

    보수 진영에서 ‘나꼼수’를 비난하는 건 그렇다 치자. 최근에는 진보 논객의 대표주자인 진중권씨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방송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0월 ‘나꼼수’ 진행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냉소적인 공격을 퍼부은 진씨는 12월14일 ‘나꼼수’ 현상을 다룬 MBC‘100분 토론’을 시청한 뒤에도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 진중권씨의 트위터 발언을 어떻게 보는가.

    “최근 김 총수와 진중권씨 사이가 좋지 않다. 사감(私感) 때문은 아니다. 둘 사이에 오해가 있다. 진중권씨는 ‘황우석·심형래 사건으로 스타일을 구긴 딴지의 총수가 여기서 명예회복의 좋은 기회를 봤다. 그는 새로운 미디어의 위력을 활용했고, 결과는 그들이 자화자찬하는 대로 과연 성공적이었다’고 김 총수를 비판했다. 김 총수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교육감후보 매수 의혹과 관련해 ‘진보 진영에서 곽노현을 무조건 까대는 건 문제다. 검찰이 흘린 제한된 정보 안에서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진보 논객들이 그 프레임에 맞춰 논평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에 대한 반박이었다. 김 총수는 당시 특정인물을 거론하지 않았는데 누군가 글을 올리면서 진중권씨의 이름을 넣었다. 그게 오해의 발단이 됐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 아쉽고 안타깝지만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니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목사 아들 돼지’의 고민

    ▼ 오해가 금방 풀리겠나.

    “진중권씨는 진보진영의 훌륭한 논리가이자 비평가다. 근데 김 총수와는 코드가 안 맞는다. 김어준은 감성과 직관, 진중권은 논리를 앞세우니 서로 평행선을 긋는 거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견해가 서로 다른데 김 총수는 전혀 대꾸를 하지 않는다. 그의 말 중에 재미있는 게 있다. ‘정치에서 논리는 중요하지 않아. 그렇다면 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거야.’”

    김용민 PD는 ‘나꼼수’에서 ‘목사 아들 돼지’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그의 아버지는 서울 성동구 마장동 홍익교회 김태복 원로목사다. 동생은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의 시즌 1,2,3를 연출한 김용범 PD다. 김용민 PD는 동네 교회의 집사지만 찬송가를 각색해 ‘나꼼수’ 배경음악으로 깔고, 교회 문제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아버지는 보수적인 신앙관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한국 교회가 변해야 한다. 물질에 경도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신다. 자식들의 사회적 시각에 대해서도 열린 생각으로 존중해주신다”고 했다.

    “김 총수도 내가 목사 아들이면서도 교회에 대해 할 말 다하는 것을 좋게 본다. 그는 허울에 갇힌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데 가까이하지 않는다. 프레임에 갇히지 않은 사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

    ▼ 보수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아버지처럼 깨끗한 보수가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살았다. 근데 내가 접한 보수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탐욕적이고 상식을 싫어하고 원칙에 위배되는 것을 당연시했다. 아버지를 통해 본 보수와 사회 주류를 자처하는 보수가 너무 판이하더라.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쥔 보수의 타락은 두려움에서 시작됐다. 가진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말이다. 그러니까 더 저돌적이고 가혹하게 반대세력을 짓누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모태 보수는 소통하려는 마음이 있다.”

    ▼ ‘나꼼수’의 정체성은 뭔가.

    “대안언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언론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언론이 직무를 소홀히 해 눈에 비친 사실과 이면에 숨은 진실, 언론과 유사언론의 구분이 안 되고 있는 거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방송은 언론의 직무유기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궁금증을 해소하고 즐거움을 얻어가는 활력 충전소가 아닌가 싶다.”

    ▼ PD로서 느끼는 어려움은 어떤 게 있나.

    “청취자가 많아지니까 녹음분량이 길어진다. 그것을 재미있게 편집하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녹음파일을 듣고 또 들으면서 뺄 건 빼고 김 총수와 크로스 체크까지 한다. 내가 편집한 파일을 김 총수에게 보내면 애인인 인정옥 작가와 같이 듣고 조율과정을 거친다. 그러면 2~3일이 훌쩍 넘어간다.”

    ▼ 제작비는 얼마나 드나.

    “녹음실을 무상으로 빌려주는 분이 있고, 진행자 4명이 모두 무료 출연을 하고 있어서 순수 제작비는 한 푼도 안 든다. 문제는 서버 비용이다. 서버업체에서 정가의 3분의 1 가격만 받고 있는데 다운로드가 점점 더 폭주하니까 서버 규모가 어마어마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우리가 ‘나꼼수’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지방순회공연을 하는 것도 서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회당 1000만원쯤 되는 공연 수익금을 서버 비용으로 보태도 벌충이 안 되고 있다. 그만큼 청취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니 즐거운 고민인 셈이다.”

    2013년 2월까지 한정방송

    최근 들어 ‘나꼼수’와 유사한 인터넷 라디오방송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10월 중순부터 장원재 다문화콘텐츠협회장,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 보수 논객이 진행하는 ‘명품수다’가 좋은 예다. 김 PD는 이러한 추세에 대해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남의 말 막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 2013년 2월까지만 진행하는 한정방송이라던데 맞나.

    “지금 계획은 그렇다. 그런데 그때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용과 여건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정권이 가만 놔둘까 싶다. 하하하.”

    ▼ 쫄지 말라더니 쫀 건가.

    “그럴 리가 있겠나. 10·26 재·보궐선거를 거치면서 김 총수가 ‘태클의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다. 온갖 군데에서 못하게 하려고 난리를 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나꼼수’ 현상이 시대의 변화를 바라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욕구의 발산이라는 점을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넷을 상대로 모든 논의를 시작하고 결론지으려는 건 민중을 깔보는 거다. 아직도 대중을 계도해야 하는 존재, 상당히 모자란 사람으로 보는 건 오판이다. ‘나꼼수’도 대중을 경외할 줄 아는 자세로 갈 때 계속 될 수 있다. ‘나꼼수’에 홀렸다는 식으로 대중을 수준 낮은 사람들로 매도하거나 비판하는 건 낡은 계몽논리다. ‘나꼼수’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죽이고 싶으면 우리를 가만두면 된다. 그 자체로 이 정권의 표현의 자유가 자연스럽게 인정받는 것이다. 정권이 우리를 끊임없이 건드리거나 못살게 구는 건 오히려 고맙다. 이는 대통령의 생각을 가늠하는 사람들의 판단에서 나왔기 때문에 대통령은 그에 따르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 표현의 자유와 대통령 간에 어떤 함수관계가 성립하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 욕을 안 먹었다. 임기 중에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어서다. 민심은 대통령이 누른다고 땅에 박히는 게 아니다. 용수철 같은 성질 때문이다. 누르면 누를수록 반작용이 엄청나단 얘기다. 대통령이 퇴임하는 그날까지 비판세력의 입을 막으면 퇴임 후 어찌 되는지 좋은 본보기가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봐라. 지금까지 동정조차 받지 못하고 29만원밖에 없는 영세민으로 평가받는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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