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호

장애인 후원 위해 디너쇼 연 성우 권희덕

  • 글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사진 / 김형우 기자

    입력2011-12-22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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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후원 위해 디너쇼 연 성우 권희덕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12월13일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에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음의 주인공은 성우 권희덕(55)씨와 시각장애인 성악가 ‘꿀포츠’ 김성록씨. 이들이 부른 ‘접기로 한다’는 작곡가 김희갑씨가 박영희 시인의 시에 곡을 붙였다.

    권씨는 맥 라이언, 임청아 등 유명 여배우 목소리를 도맡아온 베테랑 성우다. 고 최진실씨를 스타덤에 앉힌 광고 카피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역시 권씨의 음성이다. 권씨가 장애인 복지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디너쇼를 연 것이 올해로 여섯 해째. 그가 대표로 있는 사단법인 시세아(시로 세상을 아름답게)는 2009년부터 ‘목욕버스’를 이용해 하루 열 명 남짓 장애인에게 목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까운 사이였던 김영진 KBS PD가 2000년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됐어요. 지켜보니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목욕이었어요. 그래서 움직이는 목욕버스를 생각했죠. 1.2t 작은 차량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죠.”

    이번 디너쇼에는 가수 인순이, 설운도씨 등과 휠체어 댄스 팀 등이 출연했다. 특히 설씨는 출연료 절반을 시세아에 기부했다. 디너쇼의 또 다른 주인공은 시각장애인 청소년들. 권씨는 5월부터 서울맹학교 학생 9명에게 성우 교육을 하고 있다. 그중 한 학생이 아웃도어 브랜드 투스카로라 라디오 광고 CM을 선보였다. 참석자들이 환호했고 안태국 투스카로라 대표는 그 자리에서 “내년 2월 방송될 광고를 이 학생에게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시각장애 아이들이 맹학교를 마쳐도 안마사밖에 가질 직업이 없어요. 그 아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주고 싶어서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권씨도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권씨의 목소리를 녹음해 밤새 듣고 연습하는 등 열정적이었다. 그는 “배운 지 7개월밖에 안 됐지만 아이들 실력이 상당하다”며 “학생 중 3명은 프로 성우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더 많은 장애인이 방송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장애인방송문화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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