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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술 가지고도 디지털 시장 거부

코닥의 몰락

  • 김선우│동아비즈니스리뷰 기자 sublime@donga.com

앞선 기술 가지고도 디지털 시장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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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기업일수록 존속성 기술에 의지

코닥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트 크리스텐슨 교수가 저서 ‘혁신가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에서 지적한 대로 선도 기업이 후발 기업에 밀려 시장지배력을 상실한 전형적인 케이스다. 코닥은 그들이 잘 만들고 대다수의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는 필름을 더 잘 만드는 데 집착했다. 존속성 기술(Sustaining Technology)에 의지한 것이다. 디지털카메라 기술이 기존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혀 다른 기능을 요구하는 새로운 고객이 원하는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지속성 기술에 집착하고 와해성 기술을 폄하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창업자인 이스트먼이 와해성 기술을 인식하는 데 귀재였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이스트먼은 필름 기술의 수준이 낮았던 1800년대에 초기 기술이었던 ‘드라이 플레이트’에서 필름으로 재빨리 옮겨왔고 흑백 필름이 대세였을 때 아직 개발 초기 단계였던 컬러 필름에 투자해 성공했기 때문이다.

코닥의 몰락이 더 뼈아픈 이유는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내부적으로 개발해놓고도 이를 즉각 상용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일류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고객의 요구에 따르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상품을 개선해 대량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술에 투자하고 시장 경향을 분석해 당장 수익을 가져다주는 혁신에 투자하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했다. 코닥의 창립자 이스트먼은 창립 초기 경영 원칙을 세웠는데 △저가의 대량 생산 △국제 유통 △광범위한 광고 △고객 중심 △지속적인 연구를 통한 성장 및 개발 촉진 △직원을 존중하는 마음과 공평한 대우 △사업 확장을 위한 수익 재투자였다. 크리스텐슨의 설명과 당시에는 첨단 경영 방식이었을 이스트먼의 원칙이 매우 비슷함을 알 수 있다.

과거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 집착



코닥은 기본적으로 저가의 사진기를 고가의 필름으로 채우는 전략으로 성장했다. 이윤이 많이 남는 필름에 치중하면서 카메라와 같은 장치보다는 필름 및 필름과 관련된 화학적인 면에 강한 면모를 보인 기업이다. 한마디로 코닥은 뼛속까지 필름 기업이었다. 1993년 모토로라 출신 조지 피셔를 CEO로 영입하면서 디지털 이미지 그룹으로 거듭나려는 전략을 폈지만 근본적으로는 필름을 토대로 디지털에 발만 담그는 전략을 고수했다. 코닥이 진정으로 디지털을 받아들인 시점은 2000년대 들어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코닥의 행보를 설명하는 이론은 많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임스 마치 교수는 이를 ‘근시안적 학습과 성공의 덫’으로 표현했다. 기업이 원래 전략이나 자원을 계속해서 활용하다 보면 역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능숙해진다. 이는 그 기업이 성공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성공 공식(success formula)’으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기존 성공 공식의 반복 활용은 치명적인 위험을 가지고 있다. 성공 공식의 반복 적용 과정에서 기업은 다른 대안적 역량이나 가능성들로부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고립된다. 그러다가 기존의 성공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불연속적이고 역량파괴적(competence-destroying) 환경 변화가 일어나면 기업은 무너진다. 1990년 중반 이후 경영 환경은 급변했다.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혁신 역량이 필요하다. 그런데 코닥은 과거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 집착했다. 마치 교수는 경영자들은 항상 단기 생존을 위한 기존 역량의 효율적 활용과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탐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 도널드 설 교수의 ‘활동적 타성(Active Inertia)’ 이론도 잘나가는 기업이 시장의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 성공의 발자취나 방식을 답습하는 성향을 지적했다. 폴 캐럴과 춘카 무이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쓴 ‘실패로 인도하는 7가지 길’에서 시장이 새로운 신호를 보내는데도 불구하고 기존의 전략에 따라 투자를 늘리는 것은 재앙에 가까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코닥에 조언자 역할을 했던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로사베스 모스 칸터 교수는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코닥 임원들은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데만 혈안이 돼 있어서 일단 만들어서 판 다음에 문제점을 수정하는 하이테크 기업의 특징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코닥의 변화가 느린 이유다. 또 미국 뉴욕 주의 로체스터라는 한 지역에만 기반을 둔 점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코닥 임직원들은 지역사회로부터 좋은 얘기만 듣고 살면서 세상과 동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ofoto 인수해놓고 단순 인화 사이트로만 활용

코닥이 근본적으로 필름 기업의 정체성을 버리지 못한 문제와 관련이 깊지만 소비자가 찍은 사진을 그냥 지워버리거나 인쇄하지 않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한 것도 코닥의 패착이다. 소비자의 사진 사용 패턴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이다. 1990년대까지 소비자는 코닥의 필름으로 사진을 찍은 뒤 코닥의 인화센터에서 사진을 인화했다. 카메라까지 팔았으니 코닥은 사진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돈을 벌고 있었다. 그러나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소비자는 코닥의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으며 찍은 사진의 극히 일부만 인화했다. 필름도 팔지 못하고 인화지 및 인화 서비스 매출도 줄어들면서 카메라도 잘 안 팔리니 코닥으로서는 설 땅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와해성 기술의 흐름을 잡는 법

수없이 개발되는 신기술 중에 대체 어떤 기술이 와해성 기술인지 파악해서 대응전략을 수립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조지프 보우어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1995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쓴 ‘Disruptive Technologies: Catching the Wave’에 제시된 방법론은 판단에 도움을 준다. 이들이 소개한 와해성 기술을 인지하고 이용하는 팁은 다음과 같다.

● 해당 기술이 와해성 기술인지 존속성 기술인지 판단하라: 대다수의 기업은 현재의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존속성 기술은 잘 인지하지만 와해성 기술을 인지하는 데는 서투르다. 신제품 개발과정에서 마케팅이나 재무부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면 기술부서가 반기는 프로젝트 중에 눈여겨볼 만한 와해성 기술이 있다.

● 와해성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을 판단하라: 와해성 기술 후보 중에 기술 수준이 지금은 매우 낮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서 현재 주력 제품 시장의 기술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보이면 그 후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 와해성 기술을 적용할 만한 시장을 찾아라: 와해성 기술이라고 판단되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불행히도 기업 조직은 현재의 주력 시장에 집중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새로운 시장은 중소기업들이 탐색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몸집이 작은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고 그에 적응해나가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다만 그 기업들을 계속해서 눈여겨보아야 한다.

● 별도의 조직이 와해성 기술을 개발하도록 하라: 새로운 기술이 이윤이 적고 기존 제품과는 다른 고객군을 대상으로 할 때는 별도의 조직에서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 와해성 기술 관련 조직은 계속 독립적으로 놔두라: 기업들은 별도로 뒀던 와해성 기술 관련 조직이 성공하면 다시 합치려는 시도를 하는데 이 경우 기존 사업 부문과의 갈등이 커질 우려가 있다. 역사적으로 디스크 드라이브 업계에서 주력 제품과 와해성 기술 제품을 한 조직 내에서 관리한 기업은 모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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