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호

최신 육아법 공부는 필수, ‘오냐오냐’ 기르면 고부갈등 원인

할머니! 아기를 부탁해요!

  • 심순영│ 책 ‘엄마, 아기를 부탁해요’ 저자, 출판 기획자

    입력2012-04-19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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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맡길 곳이 없다.”

    최신 육아법 공부는 필수, ‘오냐오냐’ 기르면 고부갈등 원인

    서울 서초구청에서 열린 ‘할아버지 할머니 육아교육 교실’.

    맞벌이 부부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간판이 걸린 어린이집은 선뜻 믿음이 안 가고, 입소문 난 어린이집은 비싼 보육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이 탄생의 기쁨은 어느새 전쟁 같은 삶을 짊어져야 하는 십자가가 된 지 오래다. 한국의 젊은 부부들에게 보육 문제는 엉킨 실타래 같다.

    현실이 이러하니 저출산 현상이 새삼스럽지 않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 문제는 저출산을 부추기는 큰 요인이다. 출산장려금, 보육료 지원, 육아휴직제도 등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시책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젊은 부부들을 감화시키기엔 너무 얄팍한 대응이다. 실질적으로 육아 책임은 거의 여성의 몫이기 때문에 출산 기피 현상은 어쩌면 필연적 결과일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육아는 사실상 넘어야 할 고봉이 많은 첩첩난관이다.

    맞벌이 부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은 육아다.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가사와 육아 일은 생활 전체를 스트레스로 만들어버린다. 특히 워킹맘은 육아 부담이 더 크고, 자칫 육아를 완벽하게 책임지지 못하는 데 따른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더구나 남편이 집안일에 무심하다면 육아는 지옥의 경주와 다르지 않다.

    맞벌이 부부 30%가 선택하는 ‘할머니 육아’



    이런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 속에서 자연스러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할머니 육아다. 아마도 한국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특이한 현상이 아닐까 싶다. 육아 도우미나 보육원 등 육아 서비스 기관도 있지만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젊은 부부의 할머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할머니 특유의 손자를 향한 내리사랑이 이런 흐름에 일조했는데, 할머니 육아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할머니 육아는 아기를 남의 손에 맡기는 데 따르는 찜찜함을 덜어준다. 아기를 맡기고 데려오는 시간적 여유로움도 누릴 수 있다. 엄마와 할머니 사이는 육아 지식과 정보를 스스럼없이 주고받기에도 유리하다. 친할머니건 외할머니건 아기를 키울 만큼 건강하다면 할머니만큼 좋은 양육자는 사실상 없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유휴 노인 인력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할머니 육아는 매우 긍정적이다. 할머니 스스로도 아기를 키우는 즐거움과 함께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육아 환경을 선순환 구조로 만들 수 있다. 의술의 발달로 100세 장수 시대를 앞둔 오늘날, 상대적으로 젊어지고 있는 노인들에게 ‘육아’라는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변화에 맞춰 할머니들의 의식적 노력이 돋보인다. 웰빙 추구, 새로운 육아법의 수용 등에 거부감이 없다. 과거에는 먹을 것을 챙기고 기저귀를 가는 등의 기본적인 육아에만 집중했지만 이제 최신식 육아 지식을 배우려 하고 직접 훈육에 적용하고 싶어한다. 이러니 젊은 부부들이 할머니 육아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맞벌이 부부의 30% 이상이 할머니에게 아기를 맡기는 현상은 신세대 할머니들의 변화된 의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내 손자 돌보며 보육비 받는 ‘아이돌보미 서비스’ 인기

    할머니들의 육아 활동은 젊은 부부들이 직장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줄뿐더러 저출산 해법이 될 수도 있다. 보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 할 만큼 중차대한 일이니 육아를 책임진 우리 할머니들에게 국가가 나서서 훈장이라도 내려야 하지 않을까.

    달라진 육아 환경에 맞게 육아 지식을 습득하려는 할머니가 많아지고 있다. 서울의 각 구청과 사회복지 유관기관, 유아용품 업체에서는 무료 육아교실을 열고 있다. 2009년 서초구청에서 할머니 육아교실을 최초로 개설한 이후 최근에는 대다수 구청과 기관에서 육아교실을 속속 개최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반응이 좋아 강의 횟수도 늘리고 이론과 실습 위주의 강의 내용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최근에는 할아버지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기존 육아교실은 ‘예비 할머니·할아버지 육아교실’로 이름이 바뀌고 있다. 육아는 할머니 혼자 감당하기 힘든 일이기에 할아버지도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호응도가 매우 높아 할아버지 참여도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할머니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최신 육아 정보다. 자식 키운 지가 워낙 오래돼서 신세대에 맞는 육아법을 배워 손자들을 제대로 키워내고 싶은 욕심이 크다. 이런 ‘욕구’에 맞춰 각 구청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실제 육아에 필요한 지식강의를 마련하고 실습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강의 주제는 아기 목욕시키기, 기저귀 갈기, 기저귀 발진 예방법, 모유 수유 방법, 마사지법, 이유식 만들기와 먹이기, 신생아 질병과 증상, 응급처치 등 다양하다. 서초구청에서는 요즘 아이들 사이에 늘고 있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의 예방을 위한 육아법 등의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런 육아 프로그램들은 육아법의 차이 때문에 빚어지는 세대 간 갈등을 미연에 방지해준다. 아기 엄마들은 최신 육아 이론에는 밝지만 경험은 일천하고 할머니들은 이론보다 경험을 내세우다 보니 충돌이 쉽게 생긴다. 구로구에 사는 민지 할머니(62)는 구청에서 실시한 육아교실에 참가한 후 “체계적으로 배우니까 도움도 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공부를 해보니 옛날처럼 헐렁하게 키우면 안 되겠다 싶다”고도 했다.

    최신 육아법 공부는 필수, ‘오냐오냐’ 기르면 고부갈등 원인
    “옛날에는 신생아 유두를 짜줬잖아. 그래야 함몰유두가 안 된다고. 근데 강사 선생님이 염증이 생긴다며 절대 그러지 말라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육아법이 많아서 놀랐어.”

    조부모 육아교실은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육아를 앞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노인들이 실질적인 육아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맞벌이 부부들은 가능하면 예비 할머니 할아버지가 참여할 수 있도록 권유해보는 것이 좋다.

    할머니들의 육아 노동을 국가가 인정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도 생겼다. 여성가족부가 시행하는 ‘아이돌보미 서비스’가 그것이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하면 돌보미가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집에 찾아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서초구의 경우 시범적으로 손자를 키워야 하는 예비 할머니들이 전국 시·군·구에서 시행하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국가에서 지불하는 보육비를 받으며 자신의 손자를 돌볼 수 있게 했다. 보육비는 맞벌이 가정의 수입 정도를 감안해 산정하는데 시간당 2000~6000원 수준이다. 자신의 손자를 돌보며 돈까지 받을 수 있는 꽤 매력적인 조건이라 신청하는 할머니가 점차 늘고 있다.

    흔히 맞벌이 부부는 아기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사로잡히기 쉽다. 아기가 조금만 아프거나 성장 발달이 늦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 그 책임을 아기를 돌보지 못하는 자신들에게 돌린다. 하지만 육아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양육 여부가 아니라 양육 태도다. 하루 종일 아기와 함께 있다고 이상적인 건 아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면 좋겠지만 문제는 아기와 보내는 시간의 ‘질’이다. 흔히 전업주부가 아기에게 쏟는 과도한 보살핌과 집착에 가까운 사랑은 오히려 아이의 인성 발달에 해가 된다. 맞벌이 가정의 아기라도 올바른 육아 철학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보살핌과 애정으로 돌본다면 독립심 있고 적응력 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

    할머니에게 아기를 맡기는 경우 성격이나 교육적 부분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없을까 고민하는 맞벌이 부부들이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할머니 손에서 자란 남자아이의 성격은 안정감이 높아지고 여자아이는 안정감과 배려심이 높아진다고 한다. 할머니의 내리사랑은 아기를 정서적으로 잘 자라게 해준다. 정서가 안정된 아기는 신체적으로도 잘 자란다. 오늘날 핵가족이나 맞벌이 가정의 취약성을 할머니의 따스함으로 메울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전통적 가치를 잃어가는 세대에 예의범절과 어른 공경의식을 가르치기에도 좋고 세대 간의 교감을 이룰 수 있다. 육아 경험이 풍부한 할머니의 노련함은 아기 훈육을 둘러싼 모든 상황에서 긍정적 요소가 많다. 아기의 정서적 측면에서 할머니는 가장 훌륭한 조력자임에 틀림없다.

    ‘할머니=정서, 부모=교육’ 역할 나누기

    하지만 할머니가 키운 아이는 사회성이 떨어지고 인내력이 부족해지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할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 속에서 아기가 응석받이가 되거나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자란다는 것이다. 과도한 사랑은 독이다. 이는 젊은 엄마들도 새겨야 할 대목이다. 요즘 아이들이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의존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엄마들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과 대신 챙겨주는 습관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되 자기 판단과 자율적 선택을 할 수 있는 분별력을 키워주는 양육 태도가 필요하다.

    아무래도 할머니는 교육적 역할보다 정서적 역할에 치중한다는 사실을 고려해 맞벌이 부부들이 교육적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 역할 배분을 해야 한다. 할머니는 이론보다 경험과 관습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최신 육아 지식 정보를 수월하게 얻을 수 있는 젊은 부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요즘 할머니들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므로 젊은 부부들이 할머니에게 육아 지식을 제공하고 육아법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

    양육 갈등은 보통 육아법에 대한 견해차 때문에 생긴다. 일반적으로 젊은 엄마들은 규칙적이고 원칙적인 육아를 선호하고, 할머니는 풍부한 경험으로 그때그때 아기 욕구에 맞춰 아기를 다룬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지호 할머니(67)는 며느리와의 육아 갈등 때문에 한동안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워낙 잘 안 먹는 애라서 늘 전전긍긍했는데 며늘애가 ‘이유식 때 맞췄어요?’ ‘사탕 먹였어요?’ 하면서 자꾸 체크하는 거야. ‘애 봐주는 공도 모르나’ 싶더라고. 한번은 지호가 옆집 애가 먹는 과자를 탐내기에 줬더니 아주 잘 먹어. 그러다 엄마가 퇴근하니까 이 녀석이 토하고 난리가 났지 뭐야. 졸지에 ‘애기한테 불량식품 먹이는 할미’가 됐어. 며늘애와 한바탕 전쟁을 치렀지.”

    지호 할머니와 며느리는 결국 대화로 갈등을 풀었다고 한다. 과자라도 먹이고 싶은 할머니와 아기한테 좋은 식습관을 들이고 싶은 젊은 엄마의 충돌은 흔히 있을 법한 일이다. 육아 과정에서 이런 일은 숱하게 생긴다. 양육자가 친정엄마라고 해도 갈등이 덜하진 않다. 대놓고 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도리어 친정엄마에게 상처가 되어 큰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문제는 양육을 바라보는 차이에서 오는 마찰이고, 이런 대립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노력으로 해소할 수 있다. 갈등이 생겼을 때는 즉시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맡기기’ 아니고 ‘공동 육아’

    육아 갈등을 줄이려면 서로 지켜야 할 규칙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현명하다. 아기를 맡기고 데려가는 시간, 집안일의 한계와 배분, 아기 응급 상황 발생 시의 조치 등 역할을 가능하면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좋다.

    흔히 육아에 대한 고집이 아기 엄마와 할머니의 양육권 주도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 아기와의 유대를 강하게 하기 위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애정을 쏟는 할머니도 있다. 이런 양상은 아기 엄마도 마찬가지다. 아기를 사이에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이런 일은 아기 성장 발달과 정서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최신 육아법 공부는 필수, ‘오냐오냐’ 기르면 고부갈등 원인

    어버이날을 맞아 손녀에게 카네이션을 받는 할머니.

    갈등 해소의 열쇠는 ‘소통’이다. 젊은 엄마는 할머니와 육아 방법을 폭넓게 공유하고 각자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일관성 있는 육아 원칙이 생긴다. 내 방법이 옳다고 고집해봐야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아기에게 맞는 육아법을 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젊은 부부와 할머니는 ‘공동 육아’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아기에게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육아는 체력이 필요한 일이다. 할머니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아기를 잘 돌볼 수 있다. 육아 갈등, 생활 스트레스, 고된 노동으로 힘들어지면 장기간 계속되는 육아 생활을 감당할 수 없다. 할머니가 힘들어지면 아기도, 엄마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젊은 부부는 아기에게만 신경 쓰지 말고 할머니의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데도 힘써야 한다. “아기 보느라 힘드셨죠?”같이 매일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고 건강도 챙겨드려야 한다. 영화를 보거나 친구를 만나는 등의 여가 활동을 권유하고 운동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드려야 한다. 주말이면 함께 나들이를 계획해보는 일도 좋다. 오순도순 행복한 가정에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한 아이가 나올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이 있다. 지역사회, 이웃, 가족 모두가 노력해야 비로소 한 아이가 온전하게 자랄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다. 그만큼 육아는 어려운 일이다. 핵가족화, 가족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실현 불가능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 속담에 담겨 있는 핵심적인 교훈만은 새겨둘 필요가 있다.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의 공조 없이 아기는 온전히 자랄 수 없다. 건강하고 똑똑한 아기로 키우려면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양육자들의 마음가짐이 균형 잡혀 있어야 하고 건강한 관계 속에서 아이를 길러야 한다.

    젊은 부부는 일단 할머니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아기 훈육에 대해 할머니에게 너무 많은 기대와 요구를 해서도, 할머니의 능력을 폄훼해서도 안 된다. 일단 교육적 역할은 아기 엄마아빠가 담당해야 할 몫임을 인정하고 할머니에게는 과도한 TV 시청 등의 비교육적인 부분만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하는 정도로 하는 것이 현명하다. 할머니가 육아 교육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훈육 정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다양한 육아 지식을 제공하도록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기는 저녁에 데려와 맞벌이 부부가 돌보는 것이 좋다. 이럴 경우 낮밤으로 양육자가 바뀌는 환경은 아기에겐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아기는 1차 양육자에게 더 의지하는 경향이 있고, 1차 양육자를 할머니로 인지하기 쉽다. 애착관계가 잘 형성된 아기는 이런 환경 변화에 대한 이질감을 쉽게 극복하고, 이를 잘 극복한 아기는 긍정적인 성격과 적응력을 갖게 된다. 혹여 엄마와 할머니가 교대로 돌보는 것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면 기다려주는 마음으로 아기가 편안해질 때까지 더욱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맞벌이 부부는 집에 돌아오면 가능하면 아기와 눈을 맞추는 시간을 많이 갖고 대화하기, 책 읽어주기, 놀아주기 등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좋다. 아빠도 육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목욕시키기, 잠재우기, 빨래하기 등 일상적인 집안일을 하는 아빠의 모습은 장기적으로 아이에게 교육적 효과가 크다. 함께 도우며 평화로운 가정을 이뤄가는 모습은 그 어떤 좋은 말보다 확실한 본보기다.

    양육자는 아기의 역할 모델이다.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의 반응을 보면서 모방과 창조를 반복하고 세상을 배워간다. 양육자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할머니, 맞벌이 부부 모두 육아 생활을 아기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아기와 충분한 유대감을 나누는 것이 좋다. 충분한 애착관계가 형성된 아기는 자신감 있고 긍정적인 아기로 성장한다. 아기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정겨운 눈빛을 나누고 따스한 신체접촉을 하고 아기의 소리에 재미있게 반응하는 등의 상호작용은 아기의 인지 발달, 감각 발달, 성격 발달을 돕는다.

    할머니의 경우 개인적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 우선 아기 발달 단계를 알아두고 각 단계에 맞는 자극과 놀이 훈련을 해주면 이상적이다. 힘든 육아 노동을 하면서 교육적 역할까지 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아기 엄마아빠의 도움을 받으며 가능한 만큼만 실천해보자.

    가능하면 젊은 부부들도 매일 시간을 쪼개어 아기와 놀이시간을 만드는 것이 좋다. 아기는 놀이를 통해 오감과 인지 능력, 언어 능력, 두뇌 능력을 키우고 정서적 안정감, 타인과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런 과정에서 아기는 자아를 발견하고 세상을 향해 나갈 힘을 얻는다. 퇴근 후나 주말에도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1차 보호자인 부모와 떨어지는 심리적 충격을 경험하고 있는 아기에게 분리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기에겐 하루하루가 발달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고, 이 과정들이 성공적으로 쌓이면 훌륭한 인격체로 완성된다. 그래서 아기가 할머니,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아기는 부모만큼, 부모가 하는 만큼만 그릇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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