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만성질환 잡는 신경차단술 아시나요?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2-05-21 17: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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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은 고령화시대의 필연적 부산물이다. 문제는 이러한 질환들이 만성화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는 점. 4월 1일부터 실시된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동네병원 만성질환관리제)는 이런 우려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가까운 병·의원이 지역 환자의 만성질환을 꾸준히 관리해 질환의 악화를 막고, 이를 통해 중장기적인 비용 발생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취지다.

    만성질환이 고령 환자와 그 가족의 신체적, 정신적 삶을 피폐하게 하고 돌연사 등을 일으켜 비극의 씨앗이 되고 있음은 인지의 사실이다. 특히 고혈압과 대사증후군으로 통칭되는 일련의 질환들은 그 심각성이 더하다. 고혈압의 경우 국내 환자만 줄잡아 10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3분의 1은 치료조차 받지 않고 있으며, 최소 5% 이상은 약물치료로도 회복이 안 되는 상태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이러한 만성질환 치료의 ABC는 생활습관 개선과 전문의와의 상담, 꾸준한 약물치료였다. 질환을 치료하려는 환자 마음가짐과 태도의 변화도 치료에 큰 몫을 차지한다. 문제는 만성질환의 병인(病因)과 속성상 완치가 어렵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일조차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지긋지긋한 만성질환의 뿌리를 한번에 뽑아내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현대의학은 그런 방법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성질환의 뿌리까지는 아니라도 큰 줄기를 도려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최근 들어 부쩍 커져가고 있다. 국내 유명 대학병원에서 연이어 소개하고 있는 신장 신경차단술도 그런 기대감을 키우는 새로운 치료법 중 하나다. 고혈압과 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과 관련이 깊은 인체 내 주요 장기(뇌, 혈관, 신장 등)를 잇는 교감신경을 간단한 시술로 차단해 혈압을 정상치까지 낮추고 혈당을 조절하는 원리다. 이 신경들은 나이가 들고 질병이 깊어가면서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를 띠는데 이 시술을 통해 정상 상태로 되돌린다는 것. 신경차단술이 혈압과 혈당을 조절한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혁신적 치료법이 개발된다 해도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치료 의지와 생활습관의 변화다. 만성질환은 단순히 노화나 악화된 건강의 상징만이 아니다. 중·장년층의 만성질환 환자에게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로 보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어쩌면 인체가 주인에게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질 것을, 각종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것을 요구하는 사전 경고신호와도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가 당뇨식을 시작하면 다른 질환의 침범도 동시에 막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만성질환은 전문의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 조언과 처방을 잘 따르면 큰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반려(伴侶)질환이다. 하지만 만성질환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세는 질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처한 환경을 바꿔나가려는 의지다. 그런 마음자세가 되어 있다면 만성질환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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