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몸 검사한다” 성폭행하고 수면제 먹여 나체사진 찍고 “성 상납 안 한다” 때리고 협박해 돈 뜯고…

한류 열풍으로 더 가난하고 추악해진 ‘변태’ 업자들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입력2012-05-22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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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인 지망생 200만 시대, 등용문 비좁아
    • 여자 연기자 60.2%, “성 접대 제의받았다”
    • 케이팝(K-POP) 인기의 뒤안길, 부익부빈익빈
    • 정부, 등록제·전수 조사 실시 등 강경 대응
    “몸 검사한다” 성폭행하고 수면제 먹여 나체사진 찍고 “성 상납 안 한다” 때리고 협박해 돈 뜯고…
    #1.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5월 8일 연예기획사 대표 J 씨를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J 씨는 2010년 말부터 최근까지 이 회사에 소속된 여자 연습생 6명을 지하 연습실과 자신의 집무실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중 2명은 미성년자로 알려졌다. J 씨는 또 자사 남자 연예인들에게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라고 지시한 후 이 장면을 카메라로 몰래 촬영해 감상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이 혐의에 대해선 공소권이 없어 불기소 처분했다.

    #2. 같은 날 또 다른 연예기획사 대표 P 씨는 사기 및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P 씨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건물 지하에 사무실을 차린 뒤 인터넷에 광고를 내 연예인 지망생을 모집하고 계약금 명목으로 1인당 200만~2000만 원을 대출받게 해 총 5500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는 또 “전속 연예인은 신체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해야 한다”며 가슴과 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전속계약을 체결한 연예인 지망생들을 상대로 수차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스폰서를 소개해주겠다. 스폰서에게 사진을 보내야 한다”며 이 회사 소속 연예인 지망생들을 호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P 씨의 사촌형이자 조직폭력배인 M 씨도 구속했다.

    #3. 2월 말에는 유부녀 트로트가수 지망생과 무명가수들을 상대로 몸과 돈을 강탈한 W연예기획사 대표 A 씨가 사기와 감금, 상습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음반 제작과 방송 출연을 미끼로 가수 지망생을 외진 장소로 유인해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여 성폭행하고, 휴대전화로 알몸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전송하겠다고 협박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A 씨는 2010년부터 무명 가수 3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음반 제작과 방송출연 알선 등을 이유로 모두 3억여 원을 갈취했다. 이 사건은 현재 비공개 재판을 앞두고 있다.

    #4. 서울 용산경찰서는 5월 9일 인기그룹 룰라 출신의 방송인 고영욱 씨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연행해 조사를 벌였다. 고 씨는 한 케이블방송 출연자 K 씨의 연락처를 프로그램 관계자를 통해 알아낸 뒤 “연예인 할 생각 없느냐. 기획사에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유인해 K 씨를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고씨는 “미성년자인 줄 몰랐고, 강압적인 성관계가 아니었다”고 반박했지만 강간 여부를 떠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00년대 초반 유명배우 L 씨와 S 씨도 유사한 사건으로 연예계에서 퇴출된 바 있다.

    최근 들어 연쇄적으로 터진 연예기획사 대표의 소속 연예인 지망생 성폭행 사건으로 그동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져왔던 연예계의 추악한 이면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불과 한 달 새 연예기획사 대표 2명과 유명 방송인까지 성폭행 스캔들에 휘말리자 연예계 안팎에서는 충격과 분노가 들끓었다.



    한 방송계 인사는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는 한류와 K-POP 열풍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연예계 종사자의 의식 수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특히 신인 발굴이나 매니지먼트 방식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의 우월한 지위와 연예인 지망생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금품이나 성관계를 요구하는 기획사 대표나 연예계 관계자가 예나 지금이나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최근 수면으로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로 활동한 사업가 C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예전에는 방송사가 몇 개 없어서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한 번 출연시키려고 PD나 스폰서에게 연예인 지망생을 데려가 술시중이나 성 상납을 종용하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이름 있는 스타도 방송 관계자의 눈치를 보기 바빴어요. 다채널 시대가 열리면서 처지가 역전돼 방송사마다 스타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군소 기획사의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들은 지금도 여전히 술자리에 불려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들었어요.”

    C 씨는 “한동안 몇몇 거물급 배우가 연예인과 정·재계의 후견인을 이어주는 뚜쟁이 역할을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영 헛소문은 아닐 것”이라며 “나 역시 일본의 한 스폰서가 내가 데리고 있던 연예인을 만나고 싶다고 해 소개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인권유린, 사생활 침해 심각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에 취합한 여성 연예인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는 연예계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와 여성 연예인에 대한 인권유린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연기자 111명과 연기자 지망생 240여 명, 연예산업 관계자 11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연기자 중 45.3%는 술시중을 들라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방송 관계자나 사회 유력 인사에 대한 성 접대를 제의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한 연기자도 응답자의 60.2%에 달했다.

    조사에 응한 연기자의 상당수는 듣기 불편한 성적 농담(64.5%), 몸이나 외모에 대한 평가(67.3%), 몸의 특정부위를 쳐다보는 행위(58.3%) 등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성추행과 직접적 성관계 요구, 성폭행을 경험한 이도 적지 않았다. 피해 유형별로는 가슴, 엉덩이, 다리 등 신체 특정부위를 만지는 성추행이 31.5%로 가장 빈번했으며 직접적인 성관계 요구(21.5%)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성폭행이나 강간을 당했다는 연기자도 6.5%에 달했다. 다음은 피해자들의 경험담이다.

    “기획사 대표가 어느 디자이너 클럽에 데려가 옷을 실컷 사주더니 집에 바래다주는 줄 알았는데 모텔로 끌고 갔어요.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이쪽 일을 하려면 세상을 더 알아야 한다, 남자를 알아야 한다면서….”(연기자 A 씨)

    “몸 검사한다” 성폭행하고 수면제 먹여 나체사진 찍고 “성 상납 안 한다” 때리고 협박해 돈 뜯고…

    ‘슈퍼스타K 3’ 대전 지역 2차 예선 오디션 현장.

    “소속사의 요구로 식사자리, 술자리 등에 여러 번 불려나갔어요. 다행히 사고가 나진 않았지만 갈 때마다 매우 느끼하고 불쾌했어요. 기억하기조차 싫을 정도로요. 해당 기획사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에요.”(연기자 B 씨)

    연기자 지망생의 경우도 연기자보다 피해가 덜할 뿐 성희롱이나 성 접대 제의, 술시중 요구 등 성적 자기결정권으로부터 안전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20대 초반의 한 배우 지망생은 친구가 당한 일을 들려주며 치를 떨었다.

    “기획사 사장이 친구한테 접근해 내가 너를 데뷔시켜주겠다. 네가 뜰 때까지 다 해주겠다. 다만 1년 동안은 주변 사람을 아무도 만나지 말고 죽은 듯이 살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대요. 문제는 그 다음부터 사장이 심하게 들이댔대요. 밥 먹으러 가면 뽀뽀도 하고, 살짝살짝 만지고, 자기 애인 하라고 조르고…. 그래서 친구가 없던 일로 하고 그 회사를 나왔어요. 위약금 물어주느라 빚까지 지고요.”

    이른바 스폰서와의 만남을 제의받은 적이 있는 연기자도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여성 연기자의 55%는 유력 인사와의 만남을 제의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심층면접 조사에서도 스폰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전제로 한 만남은 연예계 주변에서 일어나는 매우 일상적이고 빈번한 일로 진술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재정상황이 부실한 기획사가 여성 연예인을 매개로 스폰서에게서 자금을 지원받아 회사를 운영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해당 연예인이 기획사와 자신의 성공을 담보로 스폰서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연예인 지망생 중에도 스폰서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제의받은 이가 더러 있었다. 20대 초반의 한 연예인 지망생은 “기획사의 주선으로 스폰서를 만난 적이 있다”며 “제안만 받아들이면 원하는 대로 뭐든 해주겠다고 해서 바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배우 지망생의 말이다.

    “아빠 같은 분이 저녁을 사주며 ‘나랑 애인할래?’ 하고 물어서 ‘아니요. 아빠 같은 분이라 겁나요’라고 말했더니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줄 테니 네 젊음을 살 수 없겠느냐’고 하는 거예요. 징그러워서 혼났어요.”

    여성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 대다수는 성 접대나 술시중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연기자 중 58%는 “술시중과 성 상납 요구에 불응하면 연예활동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답했다. 성 접대를 권유받은 경험이 있는 연기자 48.4%는 이를 거부한 후 캐스팅이나 광고 출연이 무산되는 등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억울하게 당해도 소문날까 쉬쉬

    여성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은 연예활동을 계속하려면 성적, 신체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어 그 피해가 더 심각하다. 소속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심지어 감금 수준의 인신 구속을 서슴지 않는 등 기획사의 사생활 침해도 도를 넘어선 지 오래지만 저항하면 이를 빌미로 나쁜 소문을 퍼뜨리거나 사생활을 폭로할 것이 두려워 대부분의 피해자가 쉬쉬하는 실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환영받는 글로벌 콘텐츠로 발전했는데도 여성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에 대한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는 근본원인을 가부장적 성문화와 연예인 수급구조의 불균형에서 찾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류 붐을 타고 스타를 꿈꾸는 연예인 지망생이 급격히 늘어난 반면 이들을 필요로 하는 대중문화 콘텐츠시장의 규모는 한정돼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국내 대학의 연극영화과, 방송연예과 등 관련 학과의 재학생 수는 3만여 명에 달하고, 200여 개로 추정되는 연기학원을 통해 수도권 지역에서만 해마다 4만8000여 명의 연예인 지망생이 배출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우후죽순 생겨난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국내 연예인 지망생의 수가 2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케이블TV와 종합편성채널의 개국으로 연예인의 활동무대는 한층 넓어졌지만 아직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연예인 지망생이 설자리는 여전히 비좁다. 이들의 연예계 데뷔를 돕고 연예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만한 연예기획사가 한정돼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국내에는 1000여 곳의 연예기획사가 난립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등 관련 단체에 등록된 업체는 500여 곳. 나머지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세 기획사다.

    “몸 검사한다” 성폭행하고 수면제 먹여 나체사진 찍고 “성 상납 안 한다” 때리고 협박해 돈 뜯고…


    영세 기획사는 자본력이 탄탄하고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는 대형 기획사와의 경쟁에서 늘 밀릴 수밖에 없다. 내세울 만한 간판스타도 없고, 자본력과 관리 능력도 달리다 보니 재능 있는 연예인 지망생을 스타로 키우기도 힘들뿐더러 어쩌다 공 들여 키운 연예인도 대형 기획사에 빼앗기는 일이 허다하다.

    공식적인 오디션보다 비공식적인 미팅이 섭외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연예계의 관행도 대형 기획사에 한결 유리하다. 대형 기획사에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A급 스타들과 스타성을 갖춘 신인들,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연습생들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대형 기획사는 방송 PD나 영화감독과 미팅을 할 때 자사의 신인이나 연습생 캐스팅을 A급 스타 출연 조건으로 내건다. 이러한 ‘끼워 팔기’ 덕에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은 데뷔와 동시에 많은 출연 기회를 얻을 뿐 아니라 단기간에 스타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방송가에서 한류 붐이나 K-POP 열풍의 혜택은 대형 기획사만 봤다는 쓴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중문화평론가 K 씨는 “해외에서 인기를 모은 K-POP 열풍의 주역 대부분이 대형 기획사 소속이다 보니 대형 기획사는 이들 아이돌스타를 앞세워 막대한 부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면서 역량 있는 연예인 지망생을 발굴해 스타로 키우기가 한결 쉬워진 반면 영세한 군소 기획사는 스타 만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문화평론가 L 씨도 “한류 붐과 K-POP 열풍이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것은 맞지만 연예기획사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며 “최근 들어 연예계에 연예인 지망생의 몸과 돈을 갈취하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영세 기획사들이 자사의 존립을 위해 벌인 변태적인 생존법으로 볼 수 있다. 연예인 지망생을 모집해도 방송에 출연시키거나 재능을 키워줄 여력이 없으니 몸을 탐하거나 나쁜 짓을 시켜 약점을 잡고 이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거나 붙잡아두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설령 캐스팅 협상 테이블에 가더라도 이런 기획사에서 뭘 내세울 게 있겠느냐”며 “실력도 자본도 없으니 연예인 지망생을 스폰서나 영향력 있는 인사의 술시중과 성 접대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에이전트법과 연예인노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연예계 주변에서는 “대중문화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재발 방지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유학파 출신의 한 연예계 인사는 미국의 에이전트법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에이전트법을 제정해 연예 사업자의 자격이나 자금 조건을 정하고, 연예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 노동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게 하는 등 연예산업 전반에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 업무가 분리돼 있다. 에이전트는 탤런트의 고용을 알선하려면 노동위원회로부터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또 매니저는 고용 알선 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면허의 대상이 아니며 활동범위는 연예인의 제반 활동을 돕고 관리하며 경력을 키우는 것으로 국한돼 있다. 면허를 취득한 에이전트는 연예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 사전에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계약서를 사용해야 하며, 연예인에게서 10% 이상의 수수료를 받을 수 없고, 연예인을 건강이나 안전에 해로운 장소에 파견해선 안 된다. 또 미성년자의 주점이나 살롱 파견, 성매매 여성이나 도박꾼의 채용, 인종이나 장애에 대한 차별도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를 위반할 경우에는 연예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며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될 수 있다.

    미국에는 또 연예인노조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연기자를 중심으로 한 미국배우조합(SAG)과 미국방송예술인조합(AFTRA), 가수를 위한 미국음악아티스트조합(AGMA)이 그것이다. 이들 노조는 제작자나 에이전트가 연예인과 계약을 맺을 때 적극 개입해 연예인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중재하는 등 연예인 보호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자성 노력 선행돼야

    최근 우리 정부도 연예기획사의 난립에 따른 성폭행 등의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예기획사의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에 대한 대책으로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함께 ‘연예매니지먼트산업 선진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은 연예기획사의 전수 조사 실시, 기획사 및 매니저 등록제 연내 도입, 종합신고센터 운영, 연예계 종사자와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소양 교육프로그램 제공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지원법을 마련해 기획사를 운영하고자 할 경우 일정 규모의 물적 기반을 갖추고, ‘성매매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률’ ‘풍속 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기획사를 운영하거나 업계에 종사할 수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또 연예기획사나 매니저가 법을 위반했을 때는 등록 취소와 영업 정지 등을 통해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다. 다만 관련법이 정비되기 전까지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등 관련 협회를 중심으로 자율 등록제를 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일부 몰지각한 기획사의 행태가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부적격자에 의한 연예기획사 난립에 제동을 걸고 시장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관계자도 “정부의 관심과 엄정한 규제는 연예산업의 재정비와 건강한 발전을 앞당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연예계 전반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와 업계 종사자 간의 불공정하고 부당한 거래를 바로잡으려는 자성의 노력 없이는 법 규제의 사각지대를 노린 ‘변태’ 연예기획사의 추악한 행각은 앞으로도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정부의 야심 찬 발표가 계획대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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