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6~8㎝ 베개, 30° 몸 기울여 자면 코골이, 무호흡 굿바이

잠의 질은 ‘침대’가 아니라 수면 자세가 결정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2-05-22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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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에 있어 잠은 말 그대로 보배와 같은 존재다.
    • 잠을 못 자면 삶의 질과 생산성이 떨어진다. 의학자들은 숙면의 성패는 수면 자세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수면 자세만 바로 해도 여러 만성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과연 어떤 자세로 자는 게 몸에 가장 좋을까.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 있지만 이상적인 수면 자세에 대해 알아봤다.
    6~8㎝ 베개, 30° 몸 기울여 자면 코골이, 무호흡 굿바이
    봄이 실종됐다. 갈수록 더위가 일찍 몰려온다. 봄은 너무 짧아서 찬란하고 아름답다 했던가. 봄을 건너뛴 여름의 도래는 우리의 신체리듬을 헛갈리게 한다. 겨우내 움츠렸던 신경과 추운계절의 시계에 맞춰져 있던 호르몬 체계는 봄이라는 다리를 건너면서 서서히 여름에 적응한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갑작스러운 계절의 변화 앞에 우리네 몸이 갈수록 맥을 못 춘다. 봄에만 와야 할 춘곤증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사실 춘곤증은 여름을 맞이하기 위한 신체의 적응과정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겪는 계절적 증상이다. 자도자도 또 잠이 오는 춘곤증. 하지만 봄이 몰고 온 잠귀신도 초여름에 들면 사라져야 한다. 사라지지 않고 계속된다면 그건 병이다. 의학적으로는 수면장애증후군이라고 한다.

    잠은 오는데 자기는 무섭고

    요즘 여름이 되어도 춘곤증이 계속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계절에 관계없이 잠이 쏟아지고 아무리 일찍 자고 오래 자도 도무지 개운치 않다. 여기에 더해 아침에 눈을 뜨면 목이 아플 정도로 바짝 마르고, 짙은 가래가 코 뒤편에 달라붙어 아침마다 사람을 채신없이 캑캑거리게 만든다. 자고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온몸에 활력이 넘쳐야 하지만 오히려 온몸이 저리고 허리와 무릎 관절이 아픈 사람들도 있다. 이런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차라리 잠을 자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다음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겪을 고통을 생각하면 숫제 잠자리에 들기가 무섭다.

    기자도 이런 사람들 중 하나다. 심한 코골이에 수면무호흡증은 함께 자는 이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일찍 자건, 많이 자건 다음 날 오전은 힘들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몇 ㎞를 걸어야 정신이 든다. 걷지 못한 날은 잠이 와서 하루 종일 힘들다. 게다가 아침 잠자리에서 깨면 목이 찢어지듯 아프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칫솔질을 해야 조금 가라앉지만 심한 날은 목의 통증 때문에 며칠을 고생해야 한다. 어떤 날은 어깨가 저려 하루 종일 찝찝하고 오전 내내 허리가 아픈 날도 있다. 분명히 아침에 증상이 심한 것으로 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 것임이 분명하다.



    소염제와 붙이는 파스로 견디다 결국 증상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 치료에 나서보기로 했다. 이비인후과와 정형외과, 신경외과 병의원을 찾아 잠을 설치고, 아침이 괴로운 이유를 물었다. 인후의 통증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입을 벌리고 자는 자세에서 비롯됐다. 코 안에 찐 살이 문제였다. 살이 찌니 콧구멍이 좁아지면서 명쾌한 호흡이 힘들고, 심한 코골이를 하며, 이로 인해 수면무호흡증까지 생겼다는 것. 산소 부족 현상 때문에 깊은 잠을 못자고 부족한 호흡을 채우려 입을 벌리고 자니까 목이 바짝바짝 마르는 현상이 생긴다. 입으로 먼지와 이물질이 들어감으로써 염증과 가래는 더욱 심해졌다.

    척추 전문의들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느낀 허리 통증과 어깨 저림 현상의 주범을 모로 누워 자는 수면 자세에서 찾았다. 방사선적 검사 결과, 척추와 견갑골 등 뼈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옆으로 웅크리고 자는 자세는 척추에 부담을 주고, 특히 한쪽으로 치우쳐 자다보니 몸의 무게에 눌려 어깨 근육이 마비 상태에 이렀다는 진단. 전문의들은 증상의 해결 방법으로 잠자는 자세의 교정을 추천했다. 침대는 적당히 딱딱한 것을 고르고, 높지도 낮지도 않은 베개를 베며, 천장을 쳐다보고 똑바로 누워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자는 자세를 권했다. 그러면 며칠 뒤부터 저리고 아픈 증세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말이 나왔으니 척추 전문의들로부터 배운 수면 자세와 척추 건강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좀 더 얘기해보자. 우리 몸의 척추는 목 부분의 경추 7개, 가슴 부분의 흉추 12개, 허리 부분의 요추 5개, 그 밑으로 천추와 미추까지 합쳐 많은 뼈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경추와 요추는 앞으로 굽어 있고, 흉추와 천추는 뒤로 휘어져 S자 모양을 형성한다. 좋은 수면 자세와 환경은 척추의 S자 모양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유지해주는 것이다.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양 발은 쭉 펴 어깨 너비로 벌리고 양손을 몸에 가볍게 붙인 자세가 척추 전문의들이 권하는 가장 좋은 수면 자세. 일명 다리 벌린 차렷형 자세다. 이 자세는 몸을 고정시키면서 척추의 바른 정렬을 돕고, 비틀리는 현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척추가 건강한 사람에겐 옆으로 누워서 자는 자세도 무방하지만 이때는 베개를 벤 상태에서 다리와 어깨 높이를 비슷하게 맞출 수 있을 정도 높이의 베개나 쿠션을 무릎 사이에 끼고 자면 척추가 받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수면 자세는 척추 건강 척도

    엎드려 자는 자세는 최악의 자세다. 척추가 지나치게 젖혀져 목과 허리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목과 어깨, 허리의 통증을 유발한다. 엎드린 자세로 책을 보거나 TV를 시청하는 자세도 되도록 피해야 한다. 일어날 때는 누워서 기지개를 쭉 켜는 등 스트레칭을 해준 후 팔로 받쳐 몸을 밀면서 앉되 허리를 곧게 펴도록 노력한다. 반대로 누울 때는 팔로 천천히 받쳐가며 누워야 허리에 주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6~8㎝ 베개, 30° 몸 기울여 자면 코골이, 무호흡 굿바이

    척추에 부담을 주는 잘못된 수면 자세. 베개가 높고 목이 뒤로 젖혀지거나 얼굴을 돌리고 자는 자세는 피하는 게 좋다.

    베개는 어떤 자세로 자더라도 베었을 때 목이 편안하고 경추의 C자형 커브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반듯하게 누워 잘 때는 6㎝ 높이가 적당하고, 옆으로 잘 때는 어깨 높이를 고려해 2㎝ 정도 더 높은 것을 선택한다. 8㎝ 이상을 넘어가는 베개는 등 뒤와 어깨 근육을 압박해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며, 너무 낮은 베개는 목의 곡선을 전혀 유지해주지 못한다. 딱딱한 베개는 목 근육과 골격에 무리를 주고 자주 뒤척이는 사람의 경우 목 근육에 손상이 생길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척추 전문의들은 자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척추 건강이 보인다고 말한다. 허리는 정상적인 경우 똑바로 누워 잘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어떤 자세로 자도 아픈 증상이 없다. 만약 자신이 한 가지 수면 자세만을 고집하고 다른 자세는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면 척추질환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특히 나이 드신 부모님이 아침에 일어나 간밤 잠자리의 고단함을 하소연할 때는 지체 없이 척추를 점검해 봐야 한다.

    모로 누워 자는 자세는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즐겨 취하는 자세다. 디스크 환자는 똑바로 누우면 오히려 허리나 다리의 통증을 호소한다.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건드려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옆으로 누우면 편안해진다. 따라서 잠자는 내내 모로 누운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은 한 번쯤 허리 디스크를 의심해야 봐야 한다. 수면 중 뒤척이다 일시적으로 모로 자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내내 모로 누워 자는 자세는 어깨근육과 척추의 비틀림을 유발해 요통을 더욱 심화시킨다. 허리가 많이 굽은 어르신들이 새우처럼 웅크려 자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이미 굽어버린 허리 때문에 등을 바닥에 펴고 자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무릎을 굽히고 쪼그려 자는 게 똑바로 누웠을 때보다 더 편하게 느껴진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척추관협찹증은 척추 뼈의 퇴화현상으로 척추관이 좁아져 다리로 가는 신경을 누르면서 발생한다. 다리가 저리고 땅기는 통증 때문에 똑바로 누워 자면 잠이 오질 안는다. 쪼그리고 웅크려야 통증이 완화되고 잠이 온다. 척추관협착증 조짐이 있는 사람들은 똑바로 누우면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하반신의 운동을 지배하는 신경부위를 압박해 통증은 물론, 다리가 마비되는 듯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쪼그리거나 옆으로 웅크려 누우면 척추관이 넓어지면서 통증이 줄어든다.

    하지만 편안하다는 이유로 계속 이런 수면 자세를 유지하다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척추 전문의들의 한결 같은 조언이다. 특히 엎드려 자는 자세는 척추가 등 쪽으로 젖혀져 경추부(목)에 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목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장이나 폐에도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반대로 엎드려서 다리를 구부린 채 자는 게 편한 사람이라면 요추 부위가 몸 앞쪽으로 휘는 척추전만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신 병원장은 “자고 난 후 목 어깨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을 우선 의심해봐야 한다. 목, 어깨, 등의 근육이나 신경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똑바로 누운 상태로 허리 밑에 손을 넣었을 때 잘 들어가지 않는다면 척추가 뒤로 휜 척추후만증을 의심해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질환 없다면 똑바로 자라!

    6~8㎝ 베개, 30° 몸 기울여 자면 코골이, 무호흡 굿바이

    고대 안산병원 신철 교수팀이 개발한 수면매트.

    자는 자세와 관련해 하이병원은 최근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결과를 내놓았다. 성인 남녀 142명을 대상으로 평소의 수면 자세를 조사했는데 ‘차렷형 자세로 잠을 잔다’고 응답한 사람이 단지 24%(34명)에 불과했던 것. 이어 ‘옆으로 누워 잔다’ 21%(30명), ‘엎치락뒤치락’ 19%(27명), ‘(태아처럼 웅크린) 새우잠’ 18%(25명), ‘옆으로 누워 하반신만 비틀어진 자세’ 12%(17명), ‘엎드린 자세’6%(9명) 순이었다.

    이동걸 하이병원장은 차렷형 자세가 24%에 불과한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척추의 구조적 이상, 자율신경계 이상, 과체중과 비만 등이었다. 이동걸 병원장은 “흉추와 척추가 올바르게 정렬된 사람은 똑바로 누운 자세에서 특별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지만 반대로 척추에 구조적 이상인 생긴 퇴행성 척추질환자나 요통 환자는 똑바로 자면 통증이 심해져 자연스럽게 이를 경감시키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자율신경계의 이상도 수면 자세에 영향을 끼친다. 보통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수면 중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야 하지만 평소 스트레스, 고민, 과로 등으로 정신적 긴장감이 누적된 사람은 반대로 수면 중에도 교감신경이 항진된 상태를 유지한다. 이로 인해 호흡은 정상적이지 못하고 체내 근육은 계속 긴장된 상태를 유지해 엎치락뒤치락하거나 새우잠을 자고 엎드려 자는 경우가 생긴다.

    과체중과 비만도 수면 자세에 영향을 준다. 체중이 증가하면 목, 혀, 편도 등이 함께 비대해져 기도가 좁아진다. 이로 인해 수면 중 기도 확보가 어려워 코골이나 폐쇄성 수면무호흡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가슴이 답답하며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다보니 원활한 기도 확보를 위해 자연스럽게 몸을 측면으로 돌리게 된다는 것. 이와 관련해 이번 조사에서도 21%(30명)가 과체중과 비만이었다. 이들 가운데 5명만이 차렷형 자세로 수면을 취했다. 기자가 딱 이 경우다.

    특히 이번 하이병원의 조사에선 ‘수면 중 느껴지는 신체이상 현상’에 대해 46명(32%)이 ‘척추관절의 통증’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중 차렷자세를 취하는 사람은 24%(10명)뿐이었다. 이동걸 병원장은 “수면 중 느껴지는 통증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 방치하면 주변 인대와 근육이 약해지고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처 만성통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좋은 잠은 가장 편한 수면 자세에서 나오는데 차렷형 자세를 취하자니 잠을 못 자고, 다른 자세로 자려니 척추 질환을 더욱 악화시키며, 통증을 견디며 차렷형 자세로 자는 것조차 인대와 근육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답은 한 가지다. 목과 허리, 어깨 등의 저림이나 통증으로 잠자는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차렷형 자세로 잠을 자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척추질환의 진단부터 받아야 한다. 치료받고 통증이 사라지면 그 다음부터 차렷형 자세로 자기 시작하면 된다. 신규철 병원장은 “만약 자고 난 후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통증이 있을 때에는 해당 부위에 핫팩 등으로 찜질을 하면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 아픈 부위 통증이 완화된다. 증세가 심하지 않다면 가정요법만으로도 이내 통증이 사라지지만,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되고, 손발 저림 증세가 나타난다면 전문의를 찾아 디스크 등 목과 허리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코골이·무호흡 수면 자세로 치료

    딱히 척추질환이 있는 게 아니라는 진단을 받은 기자는 척추 전문의들의 권유대로 일주일 동안 차렷형 수면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무릎 아래에 얕은 베개를 깔고 다리는 어깨 너비만큼 벌린 채 천장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천장에 있는 무늬의 숫자를 세다보면 어느새 꿈나라. 때때로 무의식적으로 모로 누워 자는 자세가 됐지만 잠깐씩 깰 때마다 ‘차렷형’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열심히 노력하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허리 통증은 거의 사라졌고, 어깨 저림 현상은 많이 줄었다. 자세 수정이 분명히 도움이 된 것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인후통증, 가래, 수면 무호흡증, 그로 인한 수면부족 증상은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진 느낌이다. 왜 그럴까. 그 답은 하이병원 이동걸 병원장의 수면 자세 분석에 나와 있다. 비만인 사람은 코 안이 좁아져 코골이나 폐쇄성 수면무호흡 증상이 나타나는데 모로 자는 행동은 좁아진 기도를 확보하기 위한 무의식적 선택이라는 것. 즉, 심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기자의 경우는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모로 누워 자는데 그걸 억지로 차렷형 자세로 바꾸니 허리 어깨 통증은 완화된 반면 인후통증, 가래 등 입을 벌리고 자면서 생긴 여러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는 얘기다.

    난감했다. 허리, 어깨통증을 줄이기 위해 차렷형 자세를 취하니 수면무호흡이 심해지고, 인후통과 수면 부족 현상을 줄이려 모로 누우니 척추가 걱정되는 상황. 궁극적 해결책은 살을 빠른 시간 내에 10㎏ 이상 빼는 것밖에 없었다. 허리와 어깨 통증은 모로 자는 수면 자세로 인해 비롯된 현상이지만 수면무호흡은 비만이 근본 원인이므로 살을 빼면 모든 게 해결되는 셈이다. 더욱이 수면무호흡은 기자가 가진 여러 증세 외에 치주질환,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뇌출혈, 치매와 같은 각종 합병증을 가져 올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기도 하다. 허리와 어깨 통증도 육중한 몸이 근육과 신경을 눌러 발생하는 것이니 살을 빼는 게 유일한 해답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자는 최근 104㎏에서 무려 20㎏ 이상을 감량해 10㎏ 이상의 살을 갑작스레 더 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무리인 상황이다. 과연 살을 빼지 않고 수면무호흡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국내 수면의학 분야 명의로 알려진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호흡장애센터 신철 교수는 2010년 5월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안산지역 거주민 278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한 결과, 참가자 중 43.9%가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가운데 위치성 수면무호흡 환자가 91%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치성 수면무호흡증은 차렷형 수면을 취했을 때 무호흡지수(Apnea Hypopnea Index)가 측면으로 수면 자세를 바꾸면 50% 이상 줄어드는 경우를 말한다.

    결국 이 조사 결과대로라면 기자의 수면무호흡증이 꼭 비만에 따른 게 아니라 수면 자세 때문일 확률이 높고, 모로 자는 자세가 오히려 수면무호흡증과 그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신철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자면 수면장애의 가장 큰 원인인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30。가량 기울인 상태에서 자면 코골이는 최대 80%, 수면무호흡증은 50%까지 감소시킬 수 있음을 실제 환자들에 대한 수면 실험을 통해 증명한 것. 이때 실험조건은 목뒤(경추부)를 6㎝ 정도 올려주고 어깨는 2㎝ 정도 올려주는 베개를 베고 30。쯤 몸을 기울인 상태에서 자는 것이었다.

    가족, 보조도구의 도움 필요

    결국 신 교수 연구팀과 척추 전문의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사람은 차렷형 수면 자세를 취하도록 노력하고, 척추에 이상이 있어 모로 자는 사람은 질환부터 치료한 후 바른 수면 자세를 되찾아야 하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목을 6㎝, 어깨를 2㎝ 정도로 들어 올려주는 베개를 베고 30。정도 기울인 상태로 자는 게 건강에는 최선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때 울혈성 심부전증이 있는 환자는 심장을 위로 가게 하는 방향으로 기울여 자야 한다. 이와 관련해 신 교수는 자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적으로 몸을 30。 정도 기울게 해주는 수면매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기자는 관련 취재를 끝마치고 베개부터 바꿨다. 두께까지 정확하게 쟀다. 몸을 30。정도 기울어지도록 하기 위해 거의 1m에 달하는 긴 맞춤형 쿠션을 구입했다. 이후 쿠션을 등 한쪽 편에 깔고 맞춤형 베개를 벤 채 일주일 동안 수면실험에 도전했다. 결과는 대만족. 코골이는 거의 없어졌고, 무호흡증도 크게 줄었다. 인후통과 요통, 어깨 저림은 아예 사라졌다. 이제 정상 체중에 달할 때까지 천천히 살만 빼면 된다.

    6~8㎝ 베개, 30° 몸 기울여 자면 코골이, 무호흡 굿바이
    신철 교수는 “수면무호흡이나 코골이를 줄이기 위해선 의식적으로 수면 자세를 고쳐야 한다. 하지만 몸에 밴 수면 습관을 고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자세가 익혀질 때까지 베개나 이불, 죽부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이때 함께 잠을 자는 사람의 도움이 절실한데 자세를 바꿔줄 때는 환자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해야 한다. 수면을 방해할 정도로 과도하게 자세를 바꾸면 오히려 수면무호흡증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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