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내 맘대로 포털 재구성’ 클라우드 웹 위법 논란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입력2012-05-23 0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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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 디자인, 글꼴, 콘텐츠까지 재구성 가능
    • 다음 “클라우드 웹 광고 영업 방해, 디자인 도용”
    • ‘다윗’ 대 ‘골리앗’, 민사소송은 클라우드 웹 勝
    • ‘나꼼수’ 서버 관리업체 대표 횡령죄로 구속되며 검찰 수사 박차
    • 국내 포털 수입 근간 ‘검색 광고 시장’ 흔들 수도
    ‘내 맘대로 포털 재구성’ 클라우드 웹 위법 논란
    포털 권력.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온라인 광고 시장과 기업, 언론사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 상황을 대변하는 말이다. 인터넷 시장이 확대되면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 기업 NHN의 경우, 2011년 매출 2조1474억 원, 영업이익 6204억 원을 달성했다. 2008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3년 만에 2배 가까이 뛴 것.

    그런데 기존 포털 사이트를 이용자가 자유롭게 편집, 재구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바로 ‘클라우드 웹’이다. 그간 이용자는 대형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보는 쪽이었다면, 클라우드 웹을 통해 포털 사이트 내에서 콘텐츠를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재배치할 수 있다. 기존의 ‘답답한’ 포털 사이트에 불만을 느끼던 이용자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클라우드 웹 프로그램이 포털 사이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클라우드 웹과 포털 사이트의 싸움은 법정까지 나아갔다. 지난해 다음커뮤니케이션스와 클라우드 웹 사이에 민사소송이 진행된 데 이어 올 5월 중순 검찰이 클라우드 웹의 위법성을 두고 실 제작자 김모(30·구속) 씨를 불러 조사하는 등 관련 사항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수사의 쟁점은 이 프로그램이 포털 사이트 업체의 업무를 방해했는지 여부다.

    먼저 클라우드 웹에 대해 알아보자. 클라우드 웹 사이트(www.cloudweb.co.kr)에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설치하면 바탕화면에 ‘클라우드 웹 실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생성된다. 이를 이용해 네이버, 다음, 네이트, 구글 등 포털 사이트의 디자인을 변경할 수 있다. 네이버 특유의 녹색창을 파란색, 빨간색 등으로 재구성할 수 있고, 다음 배경화면을 로봇, 캐릭터, 애완동물 등으로 바꿀 수 있다. 글꼴 역시 100가지 이상 변경할 수 있다.

    포털 “클라우드 웹 검색 광고 침해” 주장



    각 사이트에 적용되는 콘텐츠까지 제멋대로 고를 수 있다. 네이버 화면을 기본으로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인물정보’‘파워링크’‘플러스링크’ 등 검색 광고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네이트의 ‘프로필’ ‘왜 떴을까?’, 다음의 ‘스폰서링크’ 등 다른 사이트 고유의 콘텐츠를 넣을 수 있는 것.

    실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포털 사이트 다음 페이지에 ‘검색창’‘로그인’‘뉴스’만 남긴 채 모든 콘텐츠를 삭제하고 빈 자리에 네이버 ‘환율정보’‘플러스링크’를 넣어보았다. 바탕화면은 다음이지만 다음 사이트가 아닌 ‘나만의 포털 사이트’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한눈에 보기 좋고, 주로 쓰는 다양한 사이트의 콘텐츠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편리했다. 또한 다양한 포털 사이트 검색 광고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비교가 가능했다.

    이처럼 포털 사이트의 내부 서버를 위법하게 해킹하지 않고서 포털 화면을 사용자 기반으로 변화시키는 클라우드 웹은 100%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회원가입 절차 없이 다운로드가 가능해 정확한 이용자 수를 집계할 순 없지만 최근 SNS를 통해 네티즌들 사이에 빠르게 입소문이 나고 있다.

    포털 사이트는 클라우드 웹이 포털 사이트의 검색 광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칼을 빼든 것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이다. 2010년 9월 다음은 자사 사이트 공지사항을 통해 “클라우드 웹은 검색광고 침해업체의 광고에 해당하므로 이 사이트 이용자들은 위 프로그램을 삭제하라”고 요청했고 이어 클라우드 웹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다음 측은 △이용자가 클라우드 웹을 통해 포털 사이트의 검색 광고를 삭제, 추가, 재배치하면 포털 사이트에 광고료를 지불하고 검색 광고를 의뢰한 광고주에게 피해를 주고 오히려 다른 포털 사이트 광고주에게 이득을 주는 등 포털 사이트의 검색 광고 영업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모든 국내 포털 사이트가 수익 대부분을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심각한 사업 손해를 초래한다는 것.

    또한 △클라우드 웹이 포털 사이트의 신용과 고객흡입력을 무단으로 이용하고 △포털 사이트 고유의 색깔, 디자인 구성 등을 바꿔 포털 사이트의 동일성을 훼손해 결국 포털 사이트 이미지나 평판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웹의 입장은 다르다. 클라우드 웹 측은 “클라우드 웹 프로그램은 개별 인터넷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대로 화면을 구성하고 편의에 따라 원하는 정보를 선택하게끔 해주는 가치중립적 도구일 뿐이며 클라우드 웹이 이를 통해 광고수익을 얻는 것도 없다”고 맞섰다.

    다음과 클라우드 웹의 갈등은 결국 법정으로 나아갔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쳤던 이 논쟁은 여러 차례 공방 끝에 결국 클라우드 웹의 승리로 결론 났다.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는 “프로그램을 실행해도 해당 포털 사이트 내부를 직접 변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개별 인터넷 사용자가 그 기호에 따라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 및 이미지를 변경해 열람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클라우드 웹이 다른 광고영업 수익을 누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경찰 인지 수사 이후 검찰 송치

    민사소송에서는 ‘다윗’의 승리. 하지만 법정 공방은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올 3월 클라우드 웹 실제 제작자 김모 씨를 구속해 본격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먼저 이 사건이 수사 대상이 된 과정이 흥미롭다. 이 프로그램의 실 제작자인 김 씨는 ‘웹하드계의 대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공익경찰 복무 도중 콘텐츠 공유사이트인 ‘짱파일’을 만들어 막대한 수익을 올린 바 있고 2008년 ‘JS픽쳐스’를 통해 우회 상장한 벤처 기업‘위즈솔루션’의 대표를 맡았다.

    그가 올 2월까지 대표직을 맡았던 ‘클루넷’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서버관리 업체로 잘 알려졌다. 클루넷은 지난해 8월 안철수연구소와 24시간 보안 모니터링 웹 서비스 업무 협약을 체결한 이후 ‘안철수 테마주’로 분리되며 한때 주가가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경찰은 클라우드 웹에 대해 ‘인지 수사’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필리핀에 머물던 김 대표는 지난 3월 검찰이 클라우드 웹 수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하자 이에 응해 입국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클루넷을 코스닥에 우회 상장하면서 1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클라우드 웹 사건에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별도의 사건 때문에 구속된 것. 당시 “‘나는 꼼수다’ 서버 관리 업체 전 대표가 구속됐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나는 꼼수다’에 대한 표적 수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실 제작자인 김 씨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클라우드 웹에 대한 수사 역시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업무 방해 등에 대한 자세한 법리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NHN 전체 매출 51% 검색 광고

    포털 업체가 ‘일개 벤처 업체’에 불과한 클라우드 웹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클라우드 웹이 포털 사이트의 막대한 수입원인 검색 광고 시장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3대 포털 사이트의 수익 대부분은 검색 광고에서 나온다. NHN의 2011년 총 광고 매출액은 1조3803억원. 이 중 78.3%인 1조817억원이 검색 광고에서 나왔다. 전체 매출 중 51%가 검색 광고 한 분야에서 발생한 것.

    그런데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존 포털 검색 광고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2012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각 3.7%, 11.3% 감소했고, SK커뮤니케이션즈의 영업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포털 업체로서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 진출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적절한 모바일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다. 이런 때 기존 검색 광고 시장까지 흔들리면 포털로서는 큰 피해가 우려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의 근본원인은 포털의 단순화된 수익 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 IT전문가 박중현 씨는 “구글은 1분기 27억 달러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모바일 OS 개발, 모바일 게임, 구글 TV, 제조업 등 매출 구조가 다양하다. 하지만 기존 국내 포털 사이트는 수익 모델이 검색 광고, 키워드 광고 등으로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클라우드 웹 외에 포털 사이트를 재구성하는 유사 프로그램이 더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라며 “포털 사이트는 검색 광고 수익에만 매달리는 기존 사업 구조를 버리고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찾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연 클라우드 웹이라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국내 포털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내 맘대로 포털 재구성’ 클라우드 웹 위법 논란

    ‘클라우드 웹’ 사이트를 이용해 바꾼 네이트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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