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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승호의 약초 이야기 ⑫

화중지왕 모란과 꽃의 재상 작약

항균, 소염, 진정 vs 보혈,(補血) 진통, 항(抗)경련

화중지왕 모란과 꽃의 재상 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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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는 모란의 뿌리껍질에 대해 “성질이 조금 차고 맛이 쓰고 매우며 독이 없다”고 쓰여 있다. 또 “배에 생긴 단단한 덩어리와 어혈을 없앤다. 피가 몰려 생긴 요통을 낫게 한다. 종기의 고름을 빼내고 타박상으로 인한 어혈을 삭게 한다”고 했다. 여성의 질환에 많이 쓰이는데 경맥(硬脈)이 막혀 생리가 나오지 않는 증상과 산후에 일어나는 제반 기혈(氣血) 병을 치료한다.

우선 모란의 뿌리껍질, 목단피는 항균소염하는 효능이 뛰어나다. 티푸스나 대장균, 포도상구균, 이질균, 콜레라균에 항균작용을 한다. 또 원인이 무엇이든 고열로 인한 토혈이나 코피, 혈뇨, 항문의 출혈 등에 효과가 있다. 과로로 인한 요통과 관절통, 타박상으로 어혈이 생긴 증상에도 좋다. 청혈진정(淸血鎭靜) 효과가 있어 신경성 두통에도 쓸 수 있다. 또 만성비염이나 비갑개의 종창에도 치료효과가 있다. 류머티스열의 초·중기에도 쓴다.

삼국사기의 선덕여왕 이야기에서도 나오지만 모란은 원래 향기가 없는 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난초의 향기를 유향(幽香)이라 하고 매화의 향기를 암향(暗香)이라 하면서 모란의 향기는 이향(異香)이라 한 까닭은 별다른 향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꽃은 향이 없는데 반해 뿌리껍질인 목단피는 향이 진하다. 끓여놓으면 그 냄새가 고약할 지경이다. 비위가 약한 이는 냄새를 맡는 것도 무척 힘들다. 목단피가 들어가는 약은 약맛도 조금 성가셔지기 때문에 다른 약과 배합하는 데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단방(單房)으로 목단피를 쓰기는 좀 어렵다. 또 약성이 뚜렷한 약재이므로 더더욱 함부로 쓸 수 없다.

모란에는 낙양화, 백량금(百兩金), 부귀화(富貴花)라는 이명이 더 있다. 낙양화는 중국의 낙양에서 핀 모란이 가장 아름답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북송 때 문인 구양수의 ‘낙양목단기(洛陽牧丹記)’에는 모란이 낙양화가 된 전설이 좀 다른 버전으로 나온다. 절대권력을 과시하던 당나라의 여황제 측천무후가 어느 겨울날 꽃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내일 아침 상원(上苑)에 놀러갈 테니 늦지 말고 모두 꽃을 피우라.”



이 명령을 나무판에 써서 걸어두자 다음 날 아침 모든 꽃이 무후의 명령대로 일제히 폈다. 그런데 오직 꽃의 왕 모란만이 오만하게 따르지 않았다. 불을 때서 억지로 꽃을 피우게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화가 난 무후가 상원의 모란을 모두 뽑아 낙양으로 추방해버렸다. 이 때문에 모란을 낙양화로 부르게 됐는데 그때 모란이 불에 그을린 탓에 줄기가 검은빛을 띠게 됐다고 한다.

백량금은 모란이 황금 100량만큼이나 귀하다는 데서 나온 것이고, 부귀화는 부귀를 가져다주는 꽃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조선 후기의 민화에도 이 모란꽃이 단골로 나오는데, 역시 부귀영화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왕가의 하연(賀宴)을 비롯해 서민의 전통 혼례복이나 심지어 신방(新房)의 병풍에도 이런 의미로 모란이 많이 그려진다.

화왕 모란과 함께 짝을 이루는 꽃의 재상 작약(芍藥)도 모란 못지않게 꽃 모양이 화려하고 넉넉하다. 그래서 우리말 이름도 함박꽃이다. 붉은색, 분홍색, 백색 등으로 꽃이 피는데 변종이 많아서 꽃 색도 무척 다양하다. 중국에선 서기 3세기경인 진(晉) 대에 이미 관상용으로 재배되었다 한다. 모란보다 그 역사가 더 오래됐다고도 전해진다.

선비 닮은 예기(藝妓)의 꽃

모란이 풍염한 절세미녀나 군주라면 작약은 재주 있는 선비나 예기(藝妓)를 연상시킨다 할까. 원래 작약의 작(芍)은 얼굴이나 몸가짐이 아름답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흔히 작약의 뿌리를 약용할 때 백작약과 적작약으로 나누는데 이는 당나라 때 본초습유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전에는 약으로 쓸 때에 그다지 구분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백작약은 보혈(補血)약으로 쓰며 적작약은 목단피와 같은 청열사화약으로 쓴다. 백과 적의 구분은 일단은 꽃 색깔로 하지만 약재로 쓸 때는 흔히 외피를 벗겨내지 않은 것을 적, 벗겨낸 것을 백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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