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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D-14부터 ‘에너지 드링크’ 쌓아놓고 공부, 고카페인 ‘붕붕드링크’ 직접 제조도

대한민국 중딩의 ‘카페인 다이어리’

  • 지수민│중학생 eomminssun@naver.com

시험 D-14부터 ‘에너지 드링크’ 쌓아놓고 공부, 고카페인 ‘붕붕드링크’ 직접 제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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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나 지금도 미국에 살고 있는 고모가 잠시 한국에 오셔서 같이 식사를 할 때 “미국 청소년들도 시험 공부할 때 에너지드링크를 많이 마시느냐”고 물어봤다. 고모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트럭운전사들이 밤새 운전을 할 때 마시거나 젊은 애들이 클럽에서 밤새울 때나 마시는데, 젊은 애가 술과 함께 마시다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며 “너는 어리니까 그런 거 마시지 말라”고 하신다. 내 얘기에 충격을 받은 듯한 고모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랴. 시험날은 다가왔고, 벼락치기라도 해야 하는 것을. 어른들도 어쩔 수 없이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운다고 하지 않나. 공부를 안 한 친구도, 평상시에 공부만 하는 친구도 시험 기간엔 잠을 줄여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에너지드링크 몇 캔을 보충하기로 했다. 헐. 이렇게 음료수가 많은데, R이 없다.

주인아저씨가 “요즘 시험기간이라 다 팔렸는데, 물건이 없는지 들어오지 않는다. 수입품이라 들어오다 안 들어오다 한다”고 미안해하신다. 약국에서도 에너지드링크(뇌충전 드링크라고 광고한다)를 파는데, 너무 비싼 데다 정말 ‘약’을 먹는 것 같아서 단념했다. 서둘러 아파트 상가의 슈퍼마켓으로 갔다. 국산 B만 달랑 두 캔이 남아 있다. 여기도 시험 보는 아이들이 메뚜기 떼처럼 지나간 모양이다. 마지막 두 캔을 사들고 나왔다. 얘들아, 미안! 근데 시험기간엔 좀 나눠 먹자꾸나.

중간고사는 3일 동안 치러졌다. 첫날, 아직은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밤 10시까지 공부하다 갈등을 겪는다. 결정의 시간이 왔다. 곧 무서운 수마가 찾아올 것이다. 잠이 찾아오기 전에 카페인을 먹어둬야 한다. 커피를 마실까 생각했지만, 카페인이 너무 많아지면 몸에 나쁠 것 같아 에너지드링크를 한 캔 마셨다.

커피믹스도 에너지드링크 못지않게 잠 깨는 데 효과적이다. 그런데 엄마가 절대 커피믹스를 마시지 말라고 한다. 카페인이 들어 있고 프림과 설탕이 잔뜩 들어 있어서 키도 크지 않고 비만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드링크에 대해서 엄마는 잘 모르기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오르진 않았다. 나도 엄마의 잔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 커피믹스는 몸에 나쁠 것 같고, 카페인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은근히 드는 것이다. 그에 비해 콜라와 이온음료, 생수 사이에서 파는 에너지드링크를 마실 때는 그런 두려움이 덜하다.



졸음이 사라지는 순간

시험 D-14부터 ‘에너지 드링크’ 쌓아놓고 공부, 고카페인 ‘붕붕드링크’ 직접 제조도

커피와 카페인 과립 형태의 인스턴트커피. 카페인은 졸음을 예방하고 두뇌 운동을 촉진하는 장점이 있지만 과잉 섭취했을 때는 두통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밤 11시가 되니, 꾸벅꾸벅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냥 자버리고 싶다. 그 상태로 10분쯤 억지로 책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한순간에 졸음이 싹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아침에 일어나 잠이 깨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정말 누군가 찾아오는 것이다. ‘왔구나!’하고 낄낄 웃었다. 엄마가 봤으면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미쳤나보다라고 생각하셨을 텐데. 새빨간 황소가 커다란 머리로 졸음 귀신을 밀어내는 장면이 보이는 것 같다.

약효가 듣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역시 비싸게 산 음료수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 상태로 새벽 2시까지 공부를 했다. 가족들은 모두 잠든 것 같고, 나 혼자 끙끙대고 있노라니,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온다. ‘중2병’은 시험 기간에 종종 재발한다.

자고 싶기도 하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그래서 벼락치기를 하고 있을 친구들을 카카오톡 단체 채팅으로 불렀다.

5명이 답을 보냈다. 친구들 모두 에너지드링크를 한 캔 이상 마셨다고 한다. 한 친구는 5캔을 마셨다고 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정말이냐, 괜찮으냐고 하니, 그 친구는 책상 위에 에너지드링크 캔으로 탑을 쌓아서 사진을 찍어 보냈다. 친구들이 마시는 에너지드링크는 종류도 다양했다.

처음 들어본 이름에, 캔 디자인만 봐도 무시무시한 음료도 있다. 약국이나 수입식품 파는 가게에서 샀다고 했다. 돈을 아끼려고 박카스와 에너지드링크를 섞어 마시는 친구도 있다. 다들 비슷한 상황인걸 보니 안심됐지만, 저래도 괜찮을까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다. 특히 다이어트하느라 위장이 안 좋아져 늘 속이 쓰리다며 보건실에 자주 가는 C가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불안했다.

한 캔만 마셔서 금세 약효가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새벽 5시까지 잠들지 않고 벼락치기를 해냈다.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복습을 하는데 눈이 떠지질 않고 몸에 힘이 없었다. 이러다가 시험을 망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뜨거운 물에 커피믹스를 대충 섞어 환자가 약 먹듯이 마셨다. 커피 맛을 음미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커피 광고가 생각나 피식 웃었다.

기분 나쁜 빨간색

첫날 시험을 보고 오전 11시쯤 집에 왔다. 내일은 지옥의 시간표. 암기과목이 2과목이나 들었다. 잠깐 자고 일어난다는 것이 시계를 보니 밤이었다!

패닉 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어제 새벽 5시까지 깨어 있는 데 성공한 나에겐 미묘한 자신감이 있었다. 밤샘 준비를 위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에게 아파트 앞 편의점에서 만나자고 카톡을 보냈다. R은 이 편의점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R은 없었다. 다른 편의점에서 국산 에너지드링크를 나는 한 캔, 친구는 두 캔을 샀다.

처음 마셔보는 에너지드링크. 문득 궁금해져서 컵에 따르니 빨간색 시럽 같은 물이 나왔다. 순간 흠칫했다. 몸에 정말 나빠 보였다. 문득 ‘여기 뭐가 들었길래 그렇게 잠이 싹 달아나게 해주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몸에 나쁜 성분이 많아서 기분만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깨알같이 씌어 있는 성분표를 읽어보았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천연 카페인과 타우린이란 성분이 보였다. 카페인이 잠을 달아나게 해준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작 뭔지는 모른다.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카페인: 커피나 차 같은 일부 식물의 열매, 잎, 씨앗 등에 함유된 알칼로이드의 일종. 다량을 장시간 복용할 경우 카페인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 카페인중독은 짜증, 불안, 신경과민, 불면증, 두통, 심장 떨림 등을 포함한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수반한다. 또한 오랫동안 다량을 복용하면 위궤양, 미란성식도염, 위식도역류질환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인스턴트 커피 한 잔(150ml)에는 60~108mg, 콜라 한 잔(150ml)에도 45.6mg이 들어 있다. 박카스 한 병에는 30mg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온음료에도 들어 있다고 하니, 집에서 만드는 붕붕드링크도 꽤 센 에너지드링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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