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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D-14부터 ‘에너지 드링크’ 쌓아놓고 공부, 고카페인 ‘붕붕드링크’ 직접 제조도

대한민국 중딩의 ‘카페인 다이어리’

  • 지수민│중학생 eomminssun@naver.com

시험 D-14부터 ‘에너지 드링크’ 쌓아놓고 공부, 고카페인 ‘붕붕드링크’ 직접 제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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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궁금한 R에 카페인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열심히 블로그를 뒤지니, 박카스의 5배라는 말도 있고, 2배가 좀 넘는 80mg이란 말도 있었다. 다른 에너지드링크에 카페인 80mg 함유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 추측한 것이 아닐까 싶다.

좀 놀란 것은 R이 지금처럼 팔리기 전에는 ‘마약 음료’로 판매 금지됐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우리나라에서는 카페인 함량을 낮춰 판매하게 됐다는데, 여전히 카페인 용량은 비밀인 모양이다. R 등 에너지드링크에는 ‘고카페인 음료’라고 표시돼 있다.

‘고카페인 음료’라는 말은 1ml 당 0.15mg 이상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에 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에너지드링크 작은 캔이 250ml이므로 최소한 37.5mg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커피 한 잔에 비교하면 그다지 많은 양으로 보이진 않았는데, 한 약사 선생님의 블로그를 보니 얘기가 다르다.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먹을 수 있는 진통제 같은 약에도 50mg 정도의 카페인밖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 먹었다는 각성제 ‘타이밍’ 한 알에도 겨우(?) 5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약사 선생님은 카페인 50mg의 약물도 의사 처방이 있어야 하는데, 카페인이 훨씬 많이 포함된 음료를 청소년들이 마구 사 마실 수 있는 건 문제라고 했다. 예전에 “우리 세대는 시험 공부 때문에 각성제를 먹었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옛날사람들이라 건강에 대한 개념이 없었겠지”라고 은근히 무시했는데 오늘날 중딩들이 이런 점에서도 더 무개념한 건 아닌가 싶었다.



하루에 카페인을 얼마나 섭취해도 되는지 궁금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내놓은 기준을 보니 성인은 400mg, 임산부는 300mg인데 청소년은 몸무게 1kg에 2.5mg이다. 절대 비밀 내 체중을 곱해보니 나는 에너지드링크 한 캔에 박카스 한 병까진 괜찮을 거 같다. 그러나 말라깽이 전교 1등은 에너지드링크 한 캔도 다 마시면 안 될 것이다. 또 루이제 린저의 소설 ‘생의 한가운데’에는 카페인을 버터에 섞어 빵에 발라 먹고 죽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말 죽을 수도 있을까.

대한민국 중딩의 사정

타우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동물에는 하등에서 고등동물까지 널리 분포돼 있으며 특히 사람과 포유동물의 인체 내에서는 주요 장기인 심장, 뇌, 간 등에 다량 함유돼 있다. 혈압의 안정화 및 뇌졸중의 예방에 도움이 되고 각종 혈관계 질환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나와 있다. 몸에 좋은 성분인 듯하지만, 고혈압이나 뇌졸중을 앓고 있는 중학생이 많진 않을 것이므로 그다지 고마울 것도 없다.

우리 집 고양이 사료에도 타우린이 듬뿍 들어 있다. 고양이가 가끔 미친 듯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게 이것 때문은 아닐까?

그나저나 R의 카페인 함량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번 시험의 마지막 날이다. 체력의 한계에 이른 듯하다.

너무 졸려서 좀 이르지만 저녁 6시에 에너지드링크 한 캔을 마셨다. 그리고 새벽 1시에 강력한 놈으로 한 캔을 다시 마셨다. 하지만 몸이 피곤해서인지, 첫날처럼 카페인이 나의 뇌에 확 뛰어들어오는 한순간은 없었다. 그냥 잠이 오지 않았고 깨어 있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카페인에 대한 걱정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세 시간쯤 자고 눈을 뜨자마자 커피믹스를 한 잔 마시고 학교 갈 준비를 했다. 평소에 아침을 잘 먹지 않지만, 시험 볼 때 기운이 없으면 안 된다는 엄마의 잔소리에 우유에 사료(콘플레이크)를 말아 먹었다. 엄마가 커피믹스 빈 봉투를 보고 또 잔소리를 했다. 누가 좋아서, 맛있어서 마시느냐고 하니, 엄마가 아무 말씀도 못하신다. 그보다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는 에너지드링크를 밤새 두 캔이나 마셨다는 걸 알면 뭐라 하실까.

공부와 시험이 ‘죄’다.

아슬아슬하게 시험을 치렀다. 정신만 차렸다면 틀리지 않았을 주관식 문제를 틀린 것이 아쉽지만 시험이 끝난 것이 기쁠 따름이다.

긴장이 풀어져 멍하다. 하지만 죽지 않고 시험 치른 걸 축하해야만 한다. 친구들과 영화 ‘어벤저스’를 보기로 했다. 기운내서 영화 보고 돌아다니려면 에너지드링크 한 캔 먹어줘야 할 것 같다.

편의점에 가니 주인아저씨가 R이 들어왔다고 반갑게 맞아주신다. R 캔에 ‘고카페인’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다시 한 번 호기심이 발동한다. 캔의 뒷면을 보니 소비자 상담 전화번호가 있다. 망설이다 전화를 했다. 친절한 언니가 받기에 “언니, 이 음료 한 캔에 카페인이 얼마나 들어 있나요?”라고 물었다. 언니는 굉장히 당황한 듯했다.

“아, 잘 모르겠는데. 찾아볼게요.… 캔에 표시가 안 돼 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아마 커피 한 잔 정도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한번 다시 찾아볼게요. 커피 한 잔의 카페인 양. … 70mg이라고 나오네요.”

“네에. 언니, 이런 거 학생들 마시면 위험하진 않나요?”

“외국에선 카페인이 센데요, 한국에선 카페인 용량을 줄여서 만들어서 괜찮아요.”

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시니, 탄산이 짜릿하게 올라와 잇몸이 알알하다. 소비자상담센터에서 괜찮다고 한다. 죽기야 할까. 카페인 좀 흡수하고, 심장이 좀 빨리 뛰고, 밤새 잠을 자지 않아 키가 덜 자라고, 좀 뚱뚱해진 대도 무슨 상관있을까. 시험 성적이 나쁘면 정말로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중딩의 운명이란 생각을 하자 중2병이 다시 도져 우울하다.

이 글 때문에 어른들이 에너지드링크와 중딩들이 큰 문제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로서는 에너지드링크가 고맙기만 하다. 그 어떤 어른도 에너지드링크만큼 대한민국 중딩의 사정을 잘 이해해주진 못하기 때문이다.

신동아 201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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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민│중학생 eommins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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