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호

벤츠 VS BMW

럭셔리 車시장의 양대 산맥 …100년의 싸움

  •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입력2012-06-20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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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츠  VS  BMW
    성공한 당신의 호주머니에 여윳돈이 1억 원쯤 있고 당장 승용차가 필요하다면 어떤 차를 구입할 것인가. 아마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자동차는 많겠지만, 실제로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 아닐까.

    얼마 전 한 지인이 8000만~1억 원 선에서 수입차를 구입하고 싶은데 어떤 차가 좋겠느냐고 필자에게 물어온 일이 있다. 차의 쓰임새나 운전자의 나이, 성향 등에 따라 권하는 차종은 달라지겠지만 추천하고 싶은 자동차 브랜드만큼은 극히 한정적이다. 특히 프리미엄급 수입차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세계 고급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양대 산맥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최근에 아우디나 렉서스 등이 바짝 뒤를 쫓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두 거두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 고급차 시장에서도 두 업체는 서로 치고받으며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벤츠와 BMW는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이자 세계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이다. 하지만 두 회사는 차를 만들면서 추구하는 철학이 서로 다르다.

    벤츠는 최고의 품격과 안전, 내구성을 목표로 차를 만든다. 벤츠의 엔지니어들은 100만㎞를 달려도 끄떡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한 차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짠다. 첨단 전자장비나 최신 기술도 검증에 검증을 거친 뒤 도입해 경쟁사보다 늦을 때가 있다. 때론 이것이 독이 돼 시대에 뒤처지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엔 실수를 줄여 소비자로 하여금 벤츠를 더욱 신뢰하게 만든다.

    이에 반해 BMW는 스포티한 고성능 세단의 ‘달리는 즐거움’과 효율성을 추구한다. 자로 잰 듯 정확한 핸들링으로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차를 움직이고, 같은 크기의 엔진이라도 최대한 출력을 뽑아내 주행성능을 높인다. 첨단 기술 도입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적이며 혁신적이다. 너무 앞질러 가려다 간혹 시행착오도 겪지만 결국엔 목표에 도달해 소비자에게 더욱 큰 사랑을 받는다.



    두 브랜드는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만큼 선호하는 소비층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평균적으로 벤츠는 품격을 중시하고 안전을 원하는 40대 이상의 성공한 사람들이 선택한다면, BMW는 상대적으로 도전적이고 역동적인 드라이빙을 즐기며 효율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서 선호한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들어 벤츠가 역동적인 드라이브와 혁신적인 기술 및 디자인 접목을 고민하고, 반대로 BMW는 좀 더 고급스럽고 품격 높은 차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세계 최고의 차를 만든다’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양사가 운명적으로 서로 죽고 죽이는 정면승부를 벌일 날이 또 한 번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과거를 살펴봐도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운명적인 부분이 있다. 벤츠와 BMW의 화려한 자동차 역사는 독일의 제1차 세계대전 패전과 동시에 시작된다.

    육지와 바다, 하늘에서 최고를 열망하는 메르세데스-벤츠

    1883년 10월 카를 벤츠(Carl Benz)는 남독일의 작은 도시 만하임에 세계 최초의 자동차 공장 ‘벤츠·시에(Benz · Cie)’를 설립하고 1893년 앞바퀴 방향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빅토리아’를 처음 세상에 내놓는다. 휘발유 엔진을 장착한 이 차는 1900년까지 매년 600대씩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카를 벤츠보다 열 살 위였던 경쟁 상대 고틀리프 다임러(Gottlieb Daimler)는 1886년 ‘말 없는 마차’라는 이름의 모터 장착 틀을 개발하고 4년 뒤 DMG(Diamler Motoren Gesellschaft)를 설립해 연간 96대의 자동차를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1902년 DMG는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메르세데스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스페인어로 ‘우아함’을 뜻하는 메르세데스를 차 이름으로 쓴 것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00년 DMG의 오스트리아 판매대리인이자 레이싱 드라이버였던 에밀 옐리네크(Emil Jellinek)는 본사에 ‘나는 애벌레가 아니라 나비를 원한다’며 보다 빠르고 진보된 차동차를 만들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고민하던 DMG는 천재 디자이너 빌헬름 마이바흐(Wihelm Maybach)에게 새로운 자동차 개발을 맡겼고, 그는 저중심 압축 프레임, 강력한 엔진, 벌집 모양의 라디에이터를 갖춘 최초의 현대식 차를 만들어낸다.

    이 자동차를 보고 감동받은 옐리네크는 자신의 딸 이름인 메르세데스를 차 이름으로 붙였고, 이 차는 각종 자동차경주를 석권하며 명성을 떨쳤다. 이후 다임러는 메르세데스를 상표로 등록하고 모든 차의 이름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녀의 일생은 지극히 평범했지만 이름만큼은 지금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셈이다.

    벤츠·시에와 DMG의 경쟁 덕분에 독일 차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근대적인 차의 형태를 갖춰가게 된다. 차 생산은 물론 자동차 경주와 배, 비행기의 엔진 제작 등에서도 경쟁하던 두 회사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존폐의 위기를 맞는다. 두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 1926년 어쩔 수 없이 합병하고 다임러-벤츠 AG를 설립한다. 이때부터 경영은 카를 벤츠가 맡고 모든 차에는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스피드에 역점을 뒀던 다임러와 기술과 안전에 주력하던 벤츠가 하나로 어우러진 다임러-벤츠 AG는 갖가지 신기록을 세우며 명성을 쌓아간다.

    다임러-벤츠는 세계 최초의 가솔린차를 만들고 자동차경주에서 잇따라 우승하는 동시에 트럭, 택시, 디젤차, 쿠페 등을 개발했다. 이때부터 다임러-벤츠가 만든 모든 것이 곧 세계 자동차의 역사가 됐다. 엔진과 서스펜션, 차체 개량에도 앞장서 1928년 고성능차 메르세데스 SSK를 만들고 다음해 고급형 뉘르부르크를 출시했다. 뉘르부르크는 단 한 번의 고장 없이 13일간 2만㎞를 쉬지 않고 달리는 내구성을 입증하며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다임러-벤츠는 여세를 몰아 1935년 세계 최초의 디젤 승용차 260D를 생산하게 된다.

    1930년대 벤츠는 세계 각국의 군주나 원수가 즐겨 탄 그로서와 호화로운 유선형 스포츠카 MB500K 등을 선보인다. 1954년엔 지금도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300SL을 출시하는데, 경주용차를 기본으로 제작된 300SL은 파격적인 걸윙 도어에 6기통 2996cc 215마력에 달하는 막강한 엔진을 얹었다. 최고속도 250km/h로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일반 승용차였다. 300SL은 이후 10년간 3258대가 생산됐고, 뒤이어 나온 190SL과 함께 현재도 생산되는 SL시리즈의 기원이 됐다. 당시 생산된 300SL은 지금까지 절반 이상 살아남아 도로를 달리고 있다.

    벤츠는 1960년대로 들어서며 오늘날까지도 벤츠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가로로 세워진 헤드라이트를 쓰기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는 엔진 배기량에 따른 숫자로 모델명을 붙였다.

    벤츠  VS  BMW
    엔진이 달린 탈것에서 최고를 꿈꾸는 BMW

    안전을 빼놓고 벤츠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어느 브랜드보다 안전에 많은 투자를 해왔던 벤츠는 1930년대 강화측면보호대와 안전도어 잠금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951년에는 충돌 시 엔진이 밑으로 밀려나 승객의 부상을 막는 안전차체를 개발해 특허를 따고, 1953년에는 충격을 흡수하는 크럼플 존을 개발했다. 안전벨트 역시 1959년 벤츠가 처음 사용했고, 비슷한 시기에 세계 최초로 충돌 테스트를 실시하게 된다.

    오늘날 대표적인 안전장치인 ABS와 에어백 역시 벤츠가 최초로 실용화했다. 이밖에 미끄러운 노면에서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아주는 ASD와 이를 개선한 ETS(Electric Traction System), 안전벨트 조임 조절장치 등도 벤츠가 자랑하는 안전기술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엠블럼인 세 꼭지별은 ‘육지,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최고가 되고자 했던 다임러의 열망을 표현한 상징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뮌헨에서 항공기 엔진 회사 BFW(Bayerische Flugzeug Werke)를 운영하던 카를 프리드리히 라프(Karl Friedrich Rapp)는 구스타프 오토(Gustaf Otto)가 운영하던 BMW(Bayerische Motoren Werke)와 합작해 모터 제작회사 BMW를 설립했다. BMW는 항공기 엔진을 생산했으나, 독일이 전쟁에 패하며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항공기 엔진을 포함한 일체의 무기류를 생산하지 못하게 되자, 1928년 모터사이클로 사업영역을 전환하게 된다. 항공기 엔진 기술을 토대로 만든 모터사이클은 당시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큰 인기를 끌게 됐고, BMW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는다.

    모터사이클 성공에 힘입어 자동차로 사업을 확장한 BMW는 아이제나흐 자동차공장을 인수해 1933년 직접 만든 첫 모델인 3/20PS를 생산한다. 다음해는 직렬 6기통 1.2L 엔진을 얹은 303을 선보이며 BMW 3시리즈 탄생의 서곡을 울리게 된다.

    토마스 우르바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

    “BMW는 벤츠의 적이 아니라 상생 발전을 위한 파트너”


    벤츠  VS  BMW
    -자동차를 만드는 벤츠의 철학은….

    “품질, 편의성, 안전에서 최상의 차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최상급의 모델 외에도 젊은 층이 구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효율적인 모델들을 내놓고 있다. 프리미엄이라는 것은 무조건 고가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그먼트에서 차를 내놓고, 품질과 서비스에서 고객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 진정한 프리미엄이고 벤츠가 추구하는 것이다.”

    -벤츠가 BMW의 동급과 비교할 때 판매가격이 약간씩 비싼데 소비자들에게 고급차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인가.

    “의도적으로 BMW보다 비싸게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이 출시되면 시장 상황을 고려하고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독일 속담에 너무 외부로만 눈을 돌리면 정작 자기 자신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경쟁사의 자동차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벤츠에는 항상 최고급 부품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싸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라이벌로서 BMW를 어떻게 생각하나.

    “적이 아니라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두 회사 모두 좋은 제품을 가지고 비슷하거나 동일한 고객층에게 판매하고 있다. 최근의 BMW를 보면 브랜드 홍보와 네트워크, 판매, 운영 등에서 잘하고 있다. 우리도 BMW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126년 역사의 벤츠는 꾸준히 안전과 편리함을 추구해왔고 역사가 약간 늦은 BMW는 스포츠성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최근엔 벤츠가 스포츠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BMW는 고급스러움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두 회사는 역사적으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자동차 발전에 앞장서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근에 BMW에 비해 판매에 고전하고 있는데….

    “모든 사업에는 사이클이 있다. BMW가 최신 모델을 많이 내놓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시기는 BMW 판매가 올라가고, 반대로 우리가 신제품을 출시하면 다시 물량을 확보한다. 우리가 잘나갈 때도 있고 반대로 그들이 잘나갈 때도 있다. 이것이 사업이다.”

    -최근 한국 내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데 한국의 자동차시장 및 소비자 성향은 어떤 것인가.

    “한국 소비자의 차에 대한 기대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50년 역사를 뒤돌아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하면서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뒀다. 그래서 스스로의 성공에 어울리는 최고의 제품을 선호하고 최고의 사양을 요구한다. 성공적인 발전을 빠르게 이뤄낸 역사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제품의 품질만 마음에 든다면 한국 소비자들은 돈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 벤츠는 한국에서 더 많은 사업을 벌이고 더 많이 투자할 것이다. 많이 사랑해달라.”


    BMW는 이후 진정한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해 은밀한 작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해서 1936년 탄생한 걸작이 BMW 자동차 역사의 모태가 되는 2인승 스포츠카 328이다. 오늘날까지 BMW의 정체성을 확립한 모델로 평가받는 328은 항공기 모양을 응용한 유선형 차체로 출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328은 강철튜브 프레임과 견고한 리어 액슬, 랙 앤드 피니언 방식의 스티어링, 독립식 앞 서스펜션 등 그 시대 최고의 기술을 모두 집약했다. BMW가 지금까지 추구하는 ‘달리는 즐거움’은 328로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후 328은 각종 자동차경주에 참가해 130여 회 우승하며 1930년대 최고의 차로 군림한다. 특히 1938년 모든 차종이 참가해 1000마일(1600㎞)을 달리는 가혹하기로 악명 높은 이탈리아 밀레 밀리아(Millle Miglia) 경주에서 평균속도 166km/h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우승해 내구력과 스피드를 인정받는다. 다음해는 르망24 경주에서 1위 시상대에 오르고, 1940년 브레시아 1000마일에서 우승한 328은 획기적인 경량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해 최고속도 220km/h로 달릴 수 있었다.

    328의 성공으로 단숨에 명차 대열에 합류한 BMW는 당시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평가받던 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탄력을 받은 BMW는 여세를 몰아 1954년 미국 스포츠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벤츠 300SL에 도전하기 위해 507을 발표한다. 507은 3.2L 8기통 엔진에 4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최고출력 150마력, 최고속도 227km/h를 발휘하는 고성능 2인승 스포츠카다. 지금도 ‘BMW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로 손꼽히는 507은 엘비스 프레슬리 등 유명인들이 애장품으로 구입할 만큼 인기를 누렸으나, 고급 사양과 부품을 쓰면서 1만 달러대로 가격이 높아져 일반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

    결국 507의 실패로 부도 위기까지 몰린 BMW는 벤츠에 인수 합병될 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의 자금 지원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BMW는 신형 저가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며 서서히 회복세를 탄다. 절치부심한 BMW는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세계 시장에서 요구하는 경제적인 소형차 3시리즈를 내놓는다. 3시리즈는 당시 BMW 전체 판매의 60%를 웃돌며 브랜드의 재도약을 전면에서 이끌었다.

    단 252대만 생산된 507은 최근에도 경매시장에 종종 등장해 화제를 모으는데, 엘비스 프레슬리는 1963년 자신의 507을 스위스 출신 배우 우르슐라 안드레스에게 선물하고, 그녀는 24년간 이 차를 간직하고 있다가 1997년 경매에 부쳐 35만 달러에 판매한다. 2009년 경매에서는 무려 90만 유로에 거래되기도 했다. 현재 202대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507의 스타일은 이후 Z3, Z4, Z8 로드스터에 큰 영향을 준다.

    BMW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승용 디젤차다. BMW는 1983년 6월 디젤엔진을 장착한 524td를 출시하며 치열한 디젤차 경쟁에 뛰어든다. 이후 2.0~2.7L 6기통 터보디젤 엔진을 개발하는 등 오늘날까지 승용 디젤차 부문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BMW를 상징하는 엠블럼의 기본 형태는 회사의 모태였던 항공기 프로펠러에서 따왔다. 여기에 BMW 본사가 있는 독일 바바리아 주의 푸른 하늘을 상징하는 청색과 알프스의 흰 눈을 상징하는 백색이 도입돼 회전하는 프로펠러 형상이 완성됐다. 4개의 칸은 항공기, 모터사이클, 자동차, 배의 엔진을 상징하는데 엔진이 달린 모든 탈것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야망이 숨어있다.

    모든 자동차를 생산하는 벤츠 VS 승용차, 모터사이클의 BMW

    벤츠와 BMW의 사업영역을 살펴보면 고유의 특징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점은 벤츠는 모터사이클을 제외한 모든 성격의 자동차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승용차는 물론이고 트럭과 버스, 밴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자동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다임러그룹에는 마이바흐, 스마트 등 승용차 브랜드는 물론 6개의 트럭 브랜드와 3개의 버스 브랜드가 있다. 벤츠는 이처럼 인간의 삶에 필요한 다양한 운송수단으로서의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거의 유일한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다. 유럽에 가면 지금도 벤츠 S클래스 택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BMW는 달리는 즐거움을 강조하는 브랜드답게 버스나 트럭, 밴 등을 만들지 않는다. 오로지 승용 자동차와 모터사이클만을 생산하고 있다. 한때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영국 최고의 자동차회사 로버그룹을 인수하기도 했으나, 고민 끝에 2000년 BMW, MINI, 롤스로이스 등 세 개의 독립적인 프리미엄 승용차 브랜드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BMW의 기술력이나 명성이라면 충분히 여러 분야의 자동차 영역에 도전할 수 있겠지만, 승용차 분야에서 머무르는 것을 보면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벤츠는 고급스러움, BMW는 다이내믹함을 추구한다”


    벤츠  VS  BMW
    -자동차를 만드는 BMW의 철학은….

    “BMW의 철학은 절대로 지루한 차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 승용차는 물론이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까지 ‘달리는 즐거움’을 훼손한다면 그건 BMW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혁신적이고 역동적으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드라이빙이 BMW가 추구하는 것이다.”

    -비슷한 차종을 놓고 비교하면 BMW가 벤츠보다 판매 가격이 약간씩 싸다. 판매 전략인가.

    “1995년 BMW코리아에 처음 입사해보니 직원들 사이에 벤츠에 뒤진 2등이라는 인식이 있더라. 그때 직원들에게 스스로 2등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고객을 설득할 것이냐고 말했다. 또 모든 직원에게 경쟁사의 15개 차종을 직접 타보게 했다. 비교 테스트 후 이렇게 좋은 차를 어떻게 2등이라고 하느냐, 이제는 ‘B to B’ 벤츠에서 BMW로 가는 시대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가격도 벤츠와 맞추거나 일부는 더 비싼 것도 있다. 벤츠가 1등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는데, 5나 3시리즈는 앞섰지만 최고급형인 7시리즈가 벤츠의 S클래스에 뒤져서 그런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S클래스를 타는 고객은 주로 장년층이기 때문에 이것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라이벌로서 벤츠를 어떻게 생각하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좋은 회사지만 BMW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벤츠는 일반 승용차만 있는 것이 아니라. 택시, 버스, 트럭 등 다양한 차를 만들어 힘이 분산된다. 하지만 BMW는 고급 승용차에만 매진한다. 역사를 보면 2004년까지 벤츠가 1등을 해왔는데, 이후 럭셔리 프리미엄 마켓은 BMW가 1등을 하고 있다. 벤츠는 고급스러움을 추구하고, BMW는 다이내믹한 쪽에 서 있다. 하지만 미래의 BMW는 다이내믹하면서도 더욱 고급스러워질 것이다. 최근에 아우디와 볼보는 BMW를 따라오고, 렉서스는 벤츠를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다.”

    -BMW가 급성장하고 있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힘을 분산하지 않고 한데 모으는 데 있다. 1000만 대씩 만들어내는 회사보다 몸집이 작아 모든 결정이 빠르다. 목표를 세우면 굉장히 빠르게 도달한다. 소비자의 요구를 분석해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이 경쟁사보다 신속하다. 한국의 경우도 소비자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최근 한국 내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데 한국의 자동차시장 및 소비자 성향을 어떻게 보나.

    “한국은 자동차 생산량 세계 5위, 수출 4위의 자동차 대국이다. 그런 한국시장이 열리고 세계의 다양한 자동차가 팔리는 것은 시장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지만 소비자의 반응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역동적이다. 새 차가 나오면 바로 성패를 알 수 있는 시장이 바로 한국이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먼저 차를 내놓고 심판받기를 원한다. BMW가 특히 한국에서 사랑받고 있는데, 이는 BMW의 도전의 역사와 현대적인 감각이 한국인의 역사 및 성향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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