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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도자와 술 17

존 F 케네디의 ‘작업주’ 다이키리

  • 김원곤| 서울대 의대 교수·흉부외과 wongon@plaza.snu.ac.kr

존 F 케네디의 ‘작업주’ 다이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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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칵테일은 산뜻한 청량감에 피로회복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미국 기술진의 총감독이었던 제닝스 콕스가 이 칵테일에 광산 이름인 ‘다이키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다이키리는 럼의 특성을 살리는 매력적인 맛으로 명성을 얻게 됐고, 1920년대부터는 쿠바 수도 아바나(Havana)를 중심으로 급속히 인기를 끌었다.

다이키리에는 여러 변형이 있는데, 그중 기존의 다이키리 레시피에 얼음을 넣어 같이 갈아서 내놓는 ‘프로즌 다이키리(Frozen Daiquiri)’가 오리지널 다이키리와 함께 칵테일 애호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부인 재클린도 다이키리를 매우 좋아해 남편과 종종 이 칵테일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기록에 의하면 재클린은 레시피를 적은 메모를 백악관 부엌 벽에 붙여 백악관 요리사들과 청소 도우미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재키 다이키리(Jackie Daiquiri)’로 알려진 그의 다이키리 레시피는 럼과 찬 라임수(limeade), 신선한 라임주스를 2대 2대 1로 혼합한 뒤 약간의 인공감미료를 첨가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다이키리가 올해 들어 다시 매스컴의 관심을 끌었다. 백악관에서 인턴 근무를 한 여성이 케네디의 사생활을 폭로하면서 다이키리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뉴욕시 교회 행정처 일을 끝으로 은퇴한 69세의 미미 알포드(Mimi Alford)라는 한 미국 여성은 최근 ‘그 옛날의 비밀: 존 F 케네디 대통령과의 만남과 그 후유증(Once Upon a Secret: My Affair with President John F. Kennedy and Its Aftermath)’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면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존 F 케네디의 치부가 드러났다.



사실 존 F 케네디의 생전 여성 편력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미미 알포드의 이번 고백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인 데다 ‘케네디의 사생활이 이런 정도까지였나’ 하는 대목도 나온다. 내용 일부를 들여다보자.

때는 196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매사추세츠 주의 명문인 휘튼대 1학년을 마친 미미 알포드는 큰 키에 매력적인 몸매의 금발 미인이었다. 그는 백악관 홍보실에서 인턴으로 채용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그런 자리는 예나 지금이나 젊은 대학생들이 기회만 되면 서로 앞 다투어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는 지원도 하지 않았는데 백악관으로부터 먼저 제안이 왔다. 그의 채용에 어떤 정치적 배경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그와 케네디의 인연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됐다.

고교 졸업반 시절 학교신문 편집 일을 보고 있던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매력적인 케네디와 재클린 커플에 크게 매료됐다. 더구나 재클린은 고교 선배였고, 재클린에게 학교신문 인터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게 된다.

케네디의 情婦 미미 알포드

존 F 케네디의 ‘작업주’ 다이키리

헤밍웨이가 다이키리를 마시려 즐겨 찾았던 하바나의 바는 관광명소가 됐다.

재클린의 인터뷰 요청은 거절되었지만 대신 영부인의 대외 업무 비서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 비서는 인터뷰 대신 그날 예정된 백악관 행사인 대통령과 소년소녀들과의 만남 자리에 참석할 것을 권했고, 결국 이 만남이 인연이 되어 그는 백악관 인턴이 되는 행운을 잡았다. 백악관 인턴 근무 4일째 되던 날, 그는 케네디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인 데이브 파워즈(Dave Powers·1912~1998)로부터 백악관 풀장에서 매일 있는 한낮 수영모임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미미 알포드는 ‘여러 인턴 중 왜 하필 나일까’하고 잠시 의아했지만 대통령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수영장에서 만난 케네디는 그가 맡고 있는 일에 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수영장을 나갔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머리카락이 채 마르기도 전에 파워즈로부터 다시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과의 파티에 참석하지 않겠느냐는 제의였다. 오후 5시 30분 파워즈를 만나 백악관 2층으로 향했다. 2층은 대통령과 가족이 거주하는 사적인 공간으로 그가 도착한 곳은 웨스트 시팅 홀(West Sitting Hall)이라는 방이었다. 이 대목에서 다이키리가 등장한다. 대통령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파워즈가 그녀에게 미리 준비되어 있던 다이키리 한 잔을 권했다. 그러고는 백악관 인턴이 된 것을 환영한다며 분위기를 맞춘 파워즈는 케네디가 오기 전 그와 함께 있으면서 여러 차례 잔을 채워줬다고 한다. 재클린은 두 아이를 데리고 버지니아로 휴가를 떠난 상황이었다. 이윽고 방으로 들어선 케네디는 집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미미 알포드는 자리에서 일어서던 순간 다이키리 술기운이 머리로 강하게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가족 식당을 보여준 케네디는 재클린의 방을 보여줬고, 케네디는 그 방에서 19세의 인턴과 성관계를 맺었다. 실제 책에는 자세히 묘사돼 있지만 여기선 이 정도로 정리하자. 이후 미미 알포드는 케네디가 마련해준 리무진을 타고 귀가하게 된다. 그는 케네디가 암살당하기 전까지 18개월가량 대통령의 정부가 된다. 그런데 미미 알포드의 고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수영장에서 자신의 옆에 있던 파워즈에게 오럴 섹스를 시킨 뒤 이를 지켜보는 관음증 환자와 같은 행동을 보인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1963년에는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그의 동생 에드워드 케네디에게 오럴 섹스를 하라고 요청하는 것을 단호히 거절했다고 밝히고 있다. 어쨌든 다이키리는 케네디의 ‘작업주’였던 셈이다.

그런데 케네디 대통령과 함께 다이키리의 명성을 결정적으로 드높인 사람이 또 한 사람 있다. 바로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대문호 헤밍웨이(1899~1961)다. 미국인이던 헤밍웨이가 쿠바를 미치도록 사랑했다는 이야기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는 1939년부터 20여 년간 쿠바에서 살면서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등 20세기 문학사를 대표하는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게 된다. 아바나에서 그는 특유의 수염에 늘 쿠바산(産) 시가를 입에 물고 단골인 ‘라 플로리디타(La Floridita)’ 바에 나타났다. 바텐더는 헤밍웨이만 나타나면 그가 사랑하는 칵테일 다이키리를 만들어 큰 잔에 담아주었다. 그 후 이 바는 헤밍웨이의 유명세에 따라 덩달아 유명해져 오늘날까지 아바나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바 건물의 바깥쪽에는 ‘다이키리 원조집(cuna del Daiquiri)’이라는 흥미 있는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오늘날 다이키리는 이런 역사적 사실 때문에 존 F 케네디와 헤밍웨이와는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다.

신동아 201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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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 서울대 의대 교수·흉부외과 wongon@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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