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호

“글로벌 경쟁력 갖춘 국제 업무·문화복합도시 만들겠다”

장기개발 프로젝트 추진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2-07-23 1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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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정자립도 ‘건전’ 평가 받은 우수 자치구
    • 무허가 판자촌 공영개발로 주거 여건 혁신
    • “KTX 수서역 역세권 개발해 동남권 거점 완성”
    • 공공기관 이전 부지 개발로 비즈니스 인프라 확충
    “글로벌 경쟁력 갖춘 국제 업무·문화복합도시 만들겠다”

    강남구를 세계적인 컨벤션 도시로 개발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힌 신연희 강남구청장.

    서울 강남구의 면적은 39.55㎢로 우리나라의 0.04%, 서울시의 6.53%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남구는 국세의 6%, 서울시 시세(市稅)의 16.1%를 부담하는 ‘작지만 큰’ 자치구다. 세계적인 위상도 높다. 지난 3월 세계 핵안보 정상회의와 2010년의 G20 정상회의 등을 개최하면서 국제사회에 ‘서울의 중심’으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환자 5명 중 1명이 강남구를 찾을 정도로 대표적인 의료관광지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탄탄한 경제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남구를 이끌고 있는 신연희(64) 구청장은 “지금 강남구는 세계 일류도시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2010년 7월 취임 후 지난 2년간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면, 남은 임기 2년 동안은 강남구를 도쿄·홍콩·상하이·싱가포르 등에 필적하는 국제적인 비즈니스·문화도시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싶다”고 했다.

    취임 당시 강남구 최초의 여성 구청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신 구청장은 지난 2년간 각종 현안을 정면 돌파하면서 강남구를 크게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구의 재정 문제를 개선해 행정안전부가 선정하는 ‘2011 재정건전성 우수 자치구’가 되도록 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강남구 하면 부자 구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전혀 아니에요. 2008년부터 시작된 재산세 공동과세제도와 재산세율 인하조치 등으로 예산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2009년 당시 6410억 원에서 올해 5044억 원으로, 3년 만에 무려 1400억 원이나 감소했죠.”

    비용 절감 효과 톡톡



    반면 세출은 계속 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지원과 무상급식 등 복지 관련 예산이 크게 증가해 재정 여건이 악화했다. 구정을 효율화하지 않으면 빚더미에 앉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신 구청장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시작했다. 매년 6억 원가량 소요되던 댄스페스티벌을 폐지하는 등 축제성 행사를 대폭 줄였다. 도시관리공단 임직원의 인건비 동결, 문화센터 강좌 통폐합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역대 민선 구청장이 맡겨온 89개에 달하는 민간위탁업무도 재검토한 뒤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 20개를 폐지했다. 42개 사업은 인력 감축을 통해 축소 운영함으로써 8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줄였다. 그 결과 2010년 77.1%까지 떨어졌던 강남구의 재정자립도는 2011년 82.8%로 개선됐다.

    신 구청장이 비용절감 드라이브만 건 것은 아니다. 그는 갑작스러운 예산 축소로 불편을 겪을 주민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이해를 구했다. 2010년 12월 관내 문화센터 앞에 붙인 ‘문화센터 개편 서한문’에는 강남구의 예산 규모와 삭감 이유 등이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더불어 “뜻하지 않은 재정 어려움으로 인해 문화센터를 이용하시는 구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 … 더 풍요로운 문화교양강좌를 들으실 수 있도록 구청장 이하 강남구 1400여 모든 공직자의 이름으로 약속하겠습니다”라는 다짐도 함께 담았다.

    “강남구가 처한 상황과 긴축재정의 필요성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양해를 구하면 주민들도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일이 편지를 보내드릴 수 없어 문화센터 입구에 붙이는 방식을 택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이 읽으시고 또 이해해주셨습니다. 한때 구청 홈페이지에 쏟아지던 불만성 민원이 편지를 붙인 뒤 크게 줄어들었지요. 우리 구민이 정말 위대하고 훌륭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신 구청장이 지난 2년간 주민들에게 보낸 편지는 모두 여섯 통. 그중에는 “대규모 무허가 집단촌 구룡마을을 공정하고 투명한 공영개발로 추진합니다”라는 제목의 편지도 있다. 지난해 6월 신 구청장이 이 편지를 쓴 뒤 꼭 1년 만인 지난 6월 20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구룡마을의 공영개발 추진안을 통과시켰다.

    공영개발의 성공

    구룡마을은 강남구 개포동 567-1 일대의 무허가 판자촌으로, 1980년대 시작된 도심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수십 년간 모여 살아온 곳이다. 서울시는 이 땅에 임대주택 1250채와 분양주택 1500채 등 총 2750채를 짓기로 하고, 현재 주민 모두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신 구청장은 “민영개발을 원하는 일부 주민들이 구청 점거 농성을 벌이는 등 저항하기도 했지만, 대화와 설득으로 결국 협조를 얻어냈다”며 “구룡마을 개발은 2014년 10월 착공, 2016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불이 났던 재건마을도 SH공사 주도의 공영개발 계획이 확정됐어요. 이 지역에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 234채와 공공임대주택 82채 등 총 316채의 집이 건설됩니다. 2013년 8월 착공해 2016년 7월이면 완공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두 마을의 개발이 끝나면 강남구의 대규모 무허가 판자촌은 개포동 달터근린공원에 형성된 달터마을과 수정마을 등 두 곳만 남는다. 신 구청장은 “이 마을 주민들과도 꾸준히 접촉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구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임기 내에 무허가 주택지역 개발을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립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신 구청장은 33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며 서울시 소비자보호과장·회계과장·행정국장 등을 역임한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 꼼꼼하면서도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다. 인터뷰 하는 동안에도 그는 자료 없이 각종 수치를 술술 인용하면서 구정 전반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동남권 관문, 수서역 개발

    “글로벌 경쟁력 갖춘 국제 업무·문화복합도시 만들겠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 KTX 수서역 건설 예정지. 비닐하우스 농경지가 주변보다 낮아 장마철이면 상습적으로 침수된다.

    그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특히 남은 임기 동안 강남구를 도쿄·홍콩·상하이·싱가포르 등에 필적하는 국제업무·문화복합도시로 만들기 위한 기반을 닦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현재 강남구 관내에는 KTX 수서역 역세권 개발과 한국전력 본사 등 공공기관 이전 부지 개발 등 굵직한 개발 사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 중 신 구청장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KTX 수서역 개발 문제다. 수서동 205-1 일대 약 11만8133㎡(약 3만5730평) 부지에 들어설 것으로 예정돼 있는 KTX 수서역은 지하철 3호선과 분당선, GTX 및 수서~용문 간 복선전철 등 5개 철도노선이 만나는 환승역으로, 향후 서울 동남권의 관문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문제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공단)이 역사 주변 개발에 대한 청사진도 없이 일단 KTX 역사와 선로만 짓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공단이 지난 6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제출한 그린벨트 관리계획 변경안을 보면 심지어 다른 철도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센터 건립 계획조차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신 구청장은 “당초 강남구와 공단은 KTX 수서역이 건설될 경우 그린벨트 해제를 전제로 역사 주변에 호텔, 컨벤션, 백화점 등을 조성하는 복합개발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지난해 7월 ‘수서 KTX 환승센터 및 역세권 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말 수서역세권 개발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심사까지 통과했는데 공단이 이런 논의를 다 없었던 것으로 하고 오직 KTX 역사와 선로 건설만을 추진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X 광명역을 보세요. 주변 지역을 개발하지 않고 역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놓으니까 ‘유령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용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어요. 수서역도 공단의 계획을 따를 경우 이런 전철을 밟게 될 게 불 보듯 뻔합니다.”

    신 구청장은 “수서역 일대의 장기 개발 계획을 감안할 때 KTX 수서역 역세권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했다.

    “현재 그 지역에서는 보금자리주택 건설과 위례신도시 조성 등 대규모 주택단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문정법조단지, 동남권 유통단지 등도 건설 중이고요. 2014년이면 4만 명의 주민이 주변 보금자리주택지구에 입주하게 됩니다. 수서역 인근에 하루 17만20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환승센터와 숙박, 의료, 문화, 체육시설 등을 갖춘 대규모 배후 주거단지를 개발해야 입주민을 위한 자족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봐요. 수서역 역세권은 서울 동남권 광역연계거점으로 개발하기에 최적의 입지라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그렇다면 공단은 왜 역세권 개발을 빼놓은 채 역사와 선로 건설만 추진하는 걸까. 이에 대해 신 구청장은 “역세권을 개발하려면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최소한 2~3년은 걸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단은 이미 2015년까지 KTX를 개통하겠다고 발표했다. 역사와 철도 선로 건설은 그린벨트 해제 없이 서울시의 도시관리계획 변경만으로도 가능하다.

    컨벤션 중심 도시

    “글로벌 경쟁력 갖춘 국제 업무·문화복합도시 만들겠다”

    수서역 선로 예정지의 지형 개념도. 선로를 주변 땅보다 3~4m 높게 건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렇게 일을 처리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우선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지역에는 고객 편의시설조차 제대로 지을 수 없어 당장 이용객의 불편이 발생할 겁니니다. 주변 환경도 문제예요. KTX 수서역 건설 예정지는 밤고개길과 지하철 3호선 차량기지 사이에 있는데, 지표면이 주변보다 3~4m 낮아 장마철만 되면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곳입니다. 선로 예정 지역 양쪽으로는 대규모 비닐하우스 농경지가 조성돼 있고요. 이곳을 정비하지 않은 채 선로와 역사를 지으면 여름철 집중 호우 때 침수피해와 대규모 재난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신 구청장은 강남구의 이런 주장이 자칫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KTX 수서역 건설을 반대하는 것으로 비칠까봐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수서역 개발 자체에는 동의한다. 다만 그 역이 제 구실을 하려면 반드시 역세권도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는 “KTX 수서역 역사 주변의 교통 대책과 주변 개발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고, 역사부지 남쪽의 고속철도 선로가 지상으로 노출돼 소음·미관 문제 등이 제기된다”는 점 등을 들어 공단이 제출한 그린벨트 관리계획 변경안을 보류시킨 상태다. 신 구청장은 “이 사안의 당사자는 국토해양부와 서울시, 공단 3자다. 이 세 기관이 논의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바람직하게 해결하도록, 우리 구에서는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KTX 수서역 건설과 더불어 신 구청장이 관심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현안은 2013년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하는 삼성동 한국전력공사의 본사 부지 활용 문제다. 7만9342㎡(약 2만4000평)에 달하는 이 땅은 “강남권에서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마지막 부지”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알짜배기 땅이다. 신 구청장은 “이곳을 잘 활용하면 강남구, 나아가 서울시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며 “그 땅에 대규모 국제회의를 유치할 수 있는 컨벤션 시설 및 전시공간 등을 건설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동 일대에는 이미 무역센터(COEX) 등 국내 최고 수준의 국제 컨벤션센터와 비즈니스 업무시설이 들어서 있지만, 도쿄·홍콩 등 해외 경쟁도시와 비교할 때 아직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는 게 신 구청장의 판단이다.

    “아직은 한국전력공사가 그 부지를 매각할 것인지 아니면 신탁개발할 것인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일단은 관계기관과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한전주변 전략개발 구상’을 마련하고 있어요.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개발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신 구청장은 2년 전 취임사에서 “경제, 교육, 환경, 복지, 문화, 교통 등 모든 분야에서 전국 제일의 강남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가 ‘전국 제일의 강남’을 목표로 추진 중인 장기 개발 프로젝트가 남은 임기 2년간 얼마나 현실화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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