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호

치킨 집 차렸다 망하지 않으려면

  • 입력2012-07-24 10:1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치킨 집 차렸다 망하지 않으려면
    서울 강남역의 명소이던 뉴욕제과와 홍대의 유명 빵집 리치몬드제과점이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동네 카페, 빵집, 분식집을 구경하기 힘든 세상이다. 프랜차이즈의 위력 때문이다. 요즘은 떡볶이집도 프랜차이즈가 휩쓴다.

    우리나라의 가맹사업은 매년 두 자릿 수의 성장을 거듭한다. 매출액 기준으로 2008년 77조3000억 원에서 2010년 100조 원을 돌파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가맹점 수는 2008년 10만7354개에서 2011년 17만 개를 넘어섰다.

    이와 같이 프랜차이즈 사업이 커지다 보니 이를 둘러싼 사기, 횡령 등 범죄사건이나 각종 불공정행위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2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의 두 배 가까이 된다. 문제는 자영업 창업자의 55%는 3년 이내 폐업을 한다는 점이다. 음식점 업종은 3년 내 폐업률이 무려 70% 가까이 된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조금이라도 안전해 보이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가입을 통한 창업에 관심을 둔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다.

    물러설 곳 없는 자영업자들

    상당수 자영업자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낭떠러지를 뒤에 두고 사는 사람들이다. 자영업자의 위기는 사회의 불안으로 연결된다. 프랜차이즈의 문제는 몇몇 가맹본부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관심 대상이다.



    프랜차이즈는 법률 용어로 가맹사업거래로 되어 있다. 이 거래를 통해 가맹사업자는 가맹본부의 브랜드 이미지와 경영 노하우를 활용한다. 가맹본부는 자금을 모으고 판매망을 구축해 서로 윈윈할 수 있게 된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이 적용되는데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유통과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최근엔 사이비 가맹사업을 하는 사업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가맹사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게 상표나 상호 같은 영업 표지의 사용을 허락해야 한다. 둘째, 가맹점 사업자는 가맹본부가 정해준 품질기준과 영업방식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상호만 빌려서 본부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방법으로 사업하는 것은 가맹사업이 아니다. 셋째, 가맹본부는 경영 및 영업활동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기준의 준수 여부를 통제해야 한다. 가맹본부가 정해준 방침을 따르지 않는 경우에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면 가맹사업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넷째, 가맹본부에 가맹금을 지급해야 한다. 가맹금을 꼭 현금으로 지급할 필요는 없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도매가격 이상으로 물품을 공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섯째, 계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창업 단계에서만 지원하는 식의 일시적 지원은 가맹사업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선택과 관련된 법률적 기준을 살펴보자. 가맹점 사업을 하려는 자영업자에게 가맹본부의 신뢰도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가맹본부는 정보를 충분히 투명하게 가맹점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가맹사업법이 가장 강조하는 요소도 ‘정보공개서’다. 가맹본부는 가맹사업 희망자에게 반드시 정보공개서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는 본부와 가맹점의 매출 등 사업 현황, 가맹본부 관계자의 특정 범죄경력, 사업자의 부담, 영업활동 조건과 제한 등이 기재돼 있어야 한다. 정보공개서는 내용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희망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브랜드별로 별도의 문서로 작성돼 있어야 한다.

    가맹본부는 정보공개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하고 변동사항이 있을 경우 변경등록을 해야 한다. 만일 등록된 사항과 실제 내용이 다를 경우 가맹사업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7월 1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갱신하지 않은 431개 정보공개서 등록을 취소했고 117개 가맹본부는 자진해 등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정보공개서가 등록되지 않으면 신규 가맹점 모집계약을 체결할 수 없고 가맹점주로부터 가맹금을 받을 수도 없다. 548개의 가맹본부가 사실상 퇴출된 셈이니 매우 강력한 가맹본부 통제수단이 아닐 수 없다. 가맹사업 희망자는 가맹사업거래 사이트(http://franchise.ftc.go. kr)에서 정보공개서를 열람할 수 있다.

    가맹금 떼이지 않을까?

    가맹금은 가입비·입회비·가맹비·교육비·계약금 등 명칭이 어떠하든 간에 가맹점주가 상호 사용허락 등 가맹점운영이나 영업활동에 대한 지원·교육을 받기 위해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대가를 말한다. 이외에도 가맹점주가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는 물건의 대가를 담보하기 위해 지급하는 담보금, 가맹본부로부터 가맹점 설비나 점포 등을 제공받고 지급하는 대가도 포함된다.

    그런데 가맹본부가 가맹사업 희망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잠적하는 소위 ‘먹튀’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가맹사업법은 이를 막기 위해 가맹금 예치제도를 신설했다. 가맹금 중 가입비, 입회비, 가맹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돈과 담보금은 가맹본부에 직접 지급하거나 가맹본부 명의 계좌로 송금하지 않고 금융기관 명의 계좌로 송금해 예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주가 영업을 개시하거나 가맹계약을 체결한 후 특별한 문제없이 2개월이 경과한 경우에만 예치금을 인출할 수 있다. 적어도 가맹금만 받고 도망가는 사기를 당할 가능성은 낮아진 것이다. 다만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피해보상보험계약 등을 체결한 경우에는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으므로 가맹금 예치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의 사업 성공을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교육, 훈련을 하는 등 지속적인 조언과 지원을 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 특히 가맹계약기간 중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자기의 직영점을 설치하거나 유사한 업종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대형 가맹본부가 가맹금 수입에 눈이 멀어 가맹점의 영업지역을 지나치게 좁게 설정해 가맹점주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런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업종인 치킨, 피자업종의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신규 가맹점은 기존 가맹점의 반경 800m 밖에서, 피자 프랜차이즈 신규 가맹점은 1500m 밖에서 설치하도록 정했다.

    그런데 이 기준은 일부 대형 치킨, 피자 프랜차이즈에만 적용되는 기준이다. 그나마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다. 새롭게 가맹점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희망자에게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가맹계약을 체결할 때 영업지역을 어느 범위까지 보호받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10년간 학원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계약을 맺고 교재와 프로그램을 제공받아오던 김모 원장. 2006년경 가맹본부의 회사 로고가 변경됐다는 이유로 가맹본부는 김 원장에게 학원의 간판 교체를 요구했다. 김 원장은 멀쩡한 간판을 비싼 돈을 들여 바꿀 필요가 없다며 버텼다. 가맹본부는 간판 미교체 등의 사유로 김 원장에게 가맹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이어 가맹본부가 지급한 모든 제품의 반환을 요구했다. 김 원장은 문제를 시정할 수 있는 기간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는 가맹본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돈 벌만 하면 리뉴얼 요구

    법원은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해지할 때엔 통지일로부터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어야 하고 해지사유가 기재된 문서를 3회 이상 발송해 시정을 요구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가맹계약해지는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가맹점주가 가맹계약을 위반했더라도 가맹본부가 필요한 절차를 거치는 동안에는 가맹계약이 그대로 유지된다. 가맹본부는 의무를 그대로 이행해야 하고 만일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위반이 되어 가맹점주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치킨 집 차렸다 망하지 않으려면
    김 원장의 사례와 같이 가맹점주가 돈을 좀 벌만 하면 가맹본부가 매장 리뉴얼을 하라며 거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은 치킨과 피자 업종의 경우 7년 이내에는 원칙적으로 매장 리뉴얼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리뉴얼 비용도 가맹본부가 20~40% 이상을 지원하도록 했다.

    다른 프랜차이즈에도 적용될 수 있는 모범거래기준이 조속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커피 가맹점과 편의점 가맹점을 위한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