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호

“직원이 어린애인가 내버려두면 성과 낸다”

이색 리더십論 주창 경영컨설턴트 닐스 플래깅

  • 강연·인터뷰 정리 조진서 기자│cjs@donga.com

    입력2012-08-21 1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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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인사(Human Resources) 전문가 사이에서 주목받는 독일인 경영컨설턴트가 있다. “리더십이 아니라 언리더십(Un-leadership)이 중요하다” “직원을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며 피라미드형 기업구조를 파괴할 것을 주문한 닐스 플래깅(Niels Pflaeging)이다. 국내에 팬클럽까지 있는 그가 최근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스마트워크 국제콘퍼런스’에 연사로 초청됐다.
    • 기업인 대상으로 열린 플래깅의 비공개 워크숍 내용을 요약 소개하고, 이후 진행된 플래깅과의 인터뷰를 싣는다. 이 글은 동아일보사가 격주로 발행하는 비즈니스 전문지 110호(2012년 8월호)에 실렸다. <편집자 주>
    “직원이 어린애인가 내버려두면 성과 낸다”
    #PART 1 “테일러리즘 벗어나라” - 스마트워크 국제콘퍼런스 강연

    경영자는 직원을 당근과 채찍으로 제어하고 싶어 한다. 당근은 보상(reward), 채찍은 공포(fear)다. 경영자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승진이나 보너스 등 보상을 제시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해직, 승진 누락, 남앞에서 망신당하는 것 등에 대한 공포를 불어넣어 직원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몰아세운다.

    이렇게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 경영하는 기업은 사실 노예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직원을 자유의지가 없는 노예, 혹은 어린아이로 취급하는 것이다. 아이는 달래거나 혼을 내야 부모 말을 듣는다. 그러나 성인이라면 부모가 뭐라 하기 전에 스스로 자기 일을 알아서 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성인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갖는다. 그런데 유독 기업 경영에서는 성인인 직원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며 아이 취급하는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는 겉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다. 억지로 시켜서 일하는 노예보다 자발적으로 일하는 시민의 작업 효율이 더 높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왜 현대 기업들은 이렇게 야만적이고 비효율적인 수직적 경영문화를 유지하는 걸까?

    그 비난은 ‘경영(management)’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20세기 초 경영학자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Taylor)에게 돌아가야 한다. 테일러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해야 하는 각각의 작업을 정확하게 조직화된 단순 동작으로 세분화, 표준화했다.



    이러한 테일러리즘(Taylorism)은 직원을 생각하는 사람(Thinkers), 즉 관리자와 행동하는 사람(Doers), 즉 노동자로 명확하게 구분지었다. 따라서 관리자는 계획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내는 지적인 작업만 했고, 노동자는 현장의 반복적인 육체 업무만 했다. 서로 간의 업무가 완벽하게 분리된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부문장 이상의 매니저는 기업 전략과 실행 방안을 연구하고, 그 밑에 있는 중간관리자급 이하 직원들은 하달되는 작업만 기계적으로 하는 이분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테일러리즘은 현재 전 세계의 모든 조직에 걸쳐 표준이 됐다.

    이 테일러리즘을 극복해낸 회사가 바로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피폐해진 일본의 경제 상황에서 도요타는 제한적인 자원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Thinker와 Doer를 분리해 운영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따라서 하는 수 없이 현장 근로자인 Doer가 Thinker의 역할을 같이 해야만 했다. 도요타는 현장의 노동자에게 제품을 개선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라인 전체를 멈출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이런 시스템에서 나온 것이 우리가 잘 아는 간반(Kanban·看板) 시스템과 Just-In-Time 같은 혁신이다. 이들은 Doer와 Thinker가 합쳐진 Thoer 역할을 해낸 것이다.

    동기야 어찌 됐든지 간에 도요타의 Thoer들은 1960~70년대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도요타의 성공은 똑똑한 관리자 덕이 아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역량을 믿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사실 이렇게 Doer와 Thinker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Thoer의 등장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산업혁명 이전의 기업 대부분은 Thoer들에 의해 운영됐다. 장인들이 운영하는 공방에서는 모두가 기획을 하고 동시에 노동을 했다. 제공해야 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 복잡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드는 제품은 대량생산이 불가능했고 생산과 판매가 소비자와의 일대일 거래를 기본으로 형성됐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이러한 가치 복잡성이 급격히 하락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얼마나 비용을 낮출 수 있는지가 유일한 관심거리가 됐고 규격화된 생산만이 성패의 척도가 됐다. 표준화에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가치의 척도는 단순해진 것이다.

    1970년대 들어 상황은 다시 바뀌기 시작했다. 세계화와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공급 능력이 수요를 월등하게 넘어서게 됐고 이에 따라 소비자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대두했고 가치의 복잡성은 다시 산업혁명 이전의 수준으로 반등했다. 이러한 시대에는 테일러리즘으로 성공할 수 없다.

    ‘언리더십’ 모델로 성공한 사례
    스벤스카 한델스은행(Svenska Handelsbanken)

    스톡홀름에 본사가 있는 스웨덴 제2의 은행으로 전 세계 약 750개의 지점에서 1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2011년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은행’ 랭킹 2위(유럽 내 1위)에 올랐다.

    한델스은행의 강점은 철저한 분권화(decentralization)다. 1960년대부터 조직구조를 단순화해 부사장과 이사 직급을 없애고 지역본부장이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를 갖췄다. 본사 차원의 매출목표나 예산을 잡지 않고 전사적 마케팅도 하지 않는다. 대신 각 지점이 나름의 목표와 전략을 세워 자유롭게 영업한다.

    그 결과 창구직원이 대형법인 영업까지 맡고 대출 여부의 96%가 지점 차원에서 결정되는 등 철저히 현장 위주로 업무가 이뤄진다. 콜센터도 없다. 항상 그 지역의 지점에서 직원이 전화를 받는다. 직원과 동네 주민이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불량대출의 비율이 낮고 고객만족도는 높다.

    한델스은행의 직원들은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지만 연말 성과급은 없다. 대신 은행이 업계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내는 해에는 초과수익의 3분의 1을 CEO부터 말단까지 균등하게 분배한다. 이 돈은 ‘옥토고넨(Oktogonen)’이라는 펀드에 넣었다가 퇴직할 때 받는다. 직원이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넷플릭스(Netflix)

    미국 최대의 영화 DVD 대여·스트리밍 업체. DVD 대여기간을 무제한으로 늘려주는 등 파격적인 서비스로 시장을 평정했다. 넷플릭스 직원들은 표면상 놀랄 만큼의 자유와 혜택을 누린다. 휴가 일수나 출퇴근 시간에 대한 규정이 아예 없어 원하는 시간만큼 일한다. 법인카드 사용도 ‘넷플릭스를 위해 쓰라’는 원칙만 있을 뿐 어디에 얼마를 쓰든 회사가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한대의 자유에는 무한대의 책임이 따른다. 동료들에게 ‘평범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해고된다. 멘토링이나 연수 같은 회사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도 없다. 넷플릭스의 직원들은 스스로 성장하고 스스로 회사에 공헌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인재여야 한다는 것이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의 지론이다. 따라서 직원들은 한 달 이상의 장기 휴가를 떠나더라도 e메일로 최소한의 업무는 처리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1년 CEO 헤이스팅스가 DVD 렌털 회원 가입비 인상을 결정한 후 석 달 만에 80만 명(5%)의 고객이 떠나고 주가가 72%나 하락하는 위기를 맞았으나 2012년 들어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의 호조로 위기 이전의 회원 수를 넘어섰다.


    원래 X형 인간은 없다

    1960년 MIT대의 경영학 교수였던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cGregor)는 X-Y이론을 얘기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X형 인간’은 남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하며 연봉의 액수가 직업 선택의 주요 이유가 되는 수동적 인간형이다. 한편 ‘Y형 인간’은 노동을 놀이와 같이 좋아하며 남의 지시를 받기보다는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기를 선호하고 능력발휘와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 지금의 직장을 선택했다고 믿는 능동적인 인간형이다.

    만일 누가 여러분에게 스스로가 X형 인간인지, Y형 인간인지를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답하겠는가?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워크숍에서 이 질문을 해봤는데 거의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Y형 인간이라고 답했다. 이번에는 질문을 바꿔보자. 여러분의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 X형 인간은 몇 %나 되는가? 많은 이가 10%에서 20% 정도가 X형 인간이라고 대답한다.

    이 두 가지 대답은 분명 모순이다. 스스로는 모두가 Y형의 능동적 인간이라고 얘기하면서 직장 동료에 대해서는 X형 인간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두 대답 중 하나는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불일치는 어디서 발생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세상에 남에게 지시받기를 좋아하는 X형 인간이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 느끼듯 모든 인간은 Y형이다. 즉 자율적이고 창의성을 지향하는 공간에서 더욱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런데 기존 산업시대의 관료형 조직시스템에서는 그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Y형 인간들이 마치 X형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사회에는 여러 가지 조직이 있지만 대체로 3가지 구조로 분류할 수 있다(그림 참조). A모델은 관료제형 조직구조(formal structure)로 테일러리즘을 가장 잘 설명하는 피라미드형 모델이다. B모델은 네트워크 구조(informal structure)로 거미줄 형태를 띠는데, 이는 보통 개개인의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에서 볼 수 있다. C모델은 가치창출 구조(value-creation structure)로 기능별로 비즈니스 셀(business cell)이 형성되고 그것들이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되는 조직이다. 이때 업무의 주도권은 주변부의 셀들이 가져가고 중심부는 각각의 주변부 셀들을 지원해주는 업무만 맡는다.

    스마트 워킹은 B모델과 C모델 같은 조직에서 가능하다. 회사들 대부분은 A와 같은 조직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어떻게 최적화하느냐에 온 힘을 쏟는다. 이런 노력은 시간낭비다. 창조적 Y형 인간에게 필요한 조직은 기존의 A모델 시스템을 개선하는 정도로는 만들 수 없다. B모델의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C모델과 같은 가치창출형 조직구조로 완전히 탈바꿈할 때만 비로소 Y형 인간을 위한 조직이 된다.

    다시 한 번 우리 모두는 Y형 인간임을 명심하라. 스마트 조직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PART 2 “언리더십 위해선 보너스 없애라” - 닐스 플래깅 인터뷰

    ▼ 직급을 없애고 직원을 더 이상 ‘경영’의 대상으로 보지 말라는 주장은 보수적인 한국의 기업 경영자들에게는 급진적인 생각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다.

    “그렇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몇 번 강연했는데 다들 내 생각이 급진적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사실 세계 어딜 가도 마찬가지로 반응한다. 유럽에서도 사람들은 내 얘기가 재미있다고만 생각하지, 자신들의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없어 한다.”

    ▼ 당신이 주장하는 ‘베타 리더십(언리더십)’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 가능한가(언리더십은 국내 출판사가 번역본을 내면서 만들어낸 말로 플래깅은 베타 리더십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경영(management)이라는 말은 민주주의 이전에 발명된 것이다. 그때는 아직 인간의 심리에 대한 연구도 별로 돼 있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가 아는 경영은 과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야만적이고 노예제도와 다름없었다. 나쁜 상사를 좋은 상사로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 전부를 바꿔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바뀌고 관습과 조직이 바뀐다. 최종적으로 직원들의 행동까지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도요타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가이젠(개선)’이라는 문화에 적응한 것은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투자한 다음에야 직원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많은 제안을 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또 베타 리더십을 위해 현대 기업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행태가 있다. 바로 보너스, 즉 개인별 성과급이다. 보너스는 인간을 돈 앞에 왜소하게 만든다. 또한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게 만든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만일 어떤 축구팀에서 골을 넣는 사람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면 그 팀은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팀이 이겼을 때 모두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해야 승리하는 팀이 된다. 마찬가지로 개인별로 연간 업무목표를 세우게 하는 기업문화도 문제가 있다.

    현재 나는 직원이 약 4000명인 오스트리아 은행의 조직변화 컨설팅을 맡고 있는데 거기서 가장 먼저 착수한 작업이 성과급을 없애는 것이다. 스웨덴의 스벤스카 한델스은행이 프로젝트의 롤모델이다. 이 은행은 보너스 대신 회사의 이익을 직원 모두에게 균등하게 나눠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직원들을 ‘나의 목표’ ‘나의 보너스’ ‘나의 성공’과 같은 개인적인 가치에서 해방시키고 회사의 전체적인 성과에 집중하게 할 수 있다.”

    “직원이 어린애인가 내버려두면 성과 낸다”


    “직원이 어린애인가 내버려두면 성과 낸다”
    이익공유 제도의 강점

    ▼ 삼성그룹의 이익공유(PS·profit sharing) 제도와 비슷한 것 같다.

    “그렇다. 그러나 삼성도 충분하지는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전화, TV 같은 사업부별로 성과급 액수가 정해진다고 들었다. 이것 역시 직원들을 ‘나의 사업부’에 집착하게 만들고 다른 사업부를 어떻게 이용해먹을까에 골몰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시간낭비를 없애려면 모두가 같은 보너스를 받게 하는 것이 좋다. 구글처럼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나눠줘서 주인 의식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개인별 성과급이나 개인별 업무목표를 없앤다면 본인의 노력 없이 조직의 성과나 다른 직원의 성과에 무임승차(bandwagoning)하려는 게으른 직원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이 회사 전체의 수익을 똑같이 나누어 갖기로 했는데 당신의 동료가 게으르게 행동하도록 내버려두고 싶겠나? 누군가가 게으르게 일하면서 무임승차하려들면 동료 직원들이 그를 팀의 일원으로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F1 자동차 경주팀의 팀워크를 보라. 동료들이 게으르게 행동하는 것을 용납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바로 PS 제도의 강점이다. 상사의 지시가 아닌 동료에게서 받는 압력(peer pressure)을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리더십이다. 상관과의 대화는 톱-다운 방식의 지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료들 간에 서로 문제를 지적해주는 행위는 한결 자유롭고 기분도 덜 상하고 또 효율적이다.”

    ▼ peer pressure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조직 내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직원과 이해 관계자는 회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서로의 연봉까지 공개해야 한다. 조직이 투명해질수록 무임승차와 같이 시스템을 악용하는 행위가 어려워진다.”

    ▼ 연봉까지 공개한다면 사생활 침해나 조직 내에 불화감을 조성할 소지가 있지 않을까.

    “어차피 직원 대부분은 서로의 연봉이 어느 수준인지 이미 다 짐작하고 있다. 그것을 좀 더 투명하게 밝힌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자기가 업무성과에 당당하다면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고어(W.L. Gore)와 같은 기업에서는 아예 상관이 아닌 동료들끼리 서로의 업무성과를 평가하고 연봉까지 정해준다. 직원들이 투명성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투명성이 담보돼야만 peer pressure로 인한 베타 리더십이 가능해진다.”

    ▼ 도요타 이외에 베타 리더십을 가장 성공적으로 실천에 옮긴 사례가 또 있나.

    “전 세계에 걸쳐, 또 여러 산업에 걸쳐 베타 리더십을 보여준 회사가 매우 많다. 자라(Zara) 같은 패션회사나 자포스(Zappos) 같은 인터넷 회사들이 떠오른다. 구글 역시 대표적인 베타 리더십 기업이다. 기업의 크기와도 큰 상관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성공사례들이 너무나 이국적(exotic)으로 보이기에 다른 기업의 경영자들은 ‘우리 회사에는 적용할 수 없는 이야기야’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실 베타 리더십은 어떤 조직에도 다 적용될 수 있다. 심지어 공무원 조직도 바뀔 수 있다.”

    ▼ 방금 베타 리더십의 예로 든 회사에도 관리자들은 있지 않은가.

    “그렇다. 하지만 이런 기업에서는 관리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구글을 예로 들자. 모든 구글 직원은 직속상관이 있지만 그건 서류에 서명을 하는 등 자신들의 대표를 가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 담당 업무 때문은 아니다. 구글의 브라질 사무실에 있는 사람의 상관은 멕시코 사무실에 있을 수도 있다. 어떤 때는 일부러 직속상관으로부터 멀리 떼어놓기도 한다. 마음의 부담 없이 편안하게 일하라는 의미에서다. 관리자는 보다 큰 책임을 갖지만 직원들을 지도(supervise)하지는 않는다. 업무와 직급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베타 리더십이다.

    한국의 경우, 회사원 대부분이 상사가 정해주는 시간에 맞춰 출퇴근을 한다고 알고 있다. 아마 기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는가? 사무실에 오래 남아 있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엄격한 가이드라인이나 룰은 중요하지 않다. 직원들 스스로도 일을 마치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고 언제 어떻게 일을 끝낼 수 있는지 알고 있는데도 관리자에게 어린애 취급을 받아가며 일해야 할 필요는 없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

    ▼ 업종에 따라 직원에 대한 회사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이를테면 제조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정해진 근무시간을 지켜야 할 텐데.

    “물론이다. 그런 경우 시간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걸 꼭 관리자가 감독해야 하는 건 아니다. 언제 어떻게 기계를 작동해야만 라인이 돌아가는지 알 정도의 지능은 라인에서 일하는 직원 모두가 갖고 있다. 그들은 모두 18세 이상의 성인이다. 라인에서 시간을 지키는 것, 그리고 품질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굳이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 관리자는 직원들이 새로운 문화에 익숙해질 때까지 참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누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얘기를 듣고 기분 좋아할 성인이 어디 있겠는가?”

    ▼ 베타 리더십은 결국 사회주의적 성격이 첨가된 수정자본주의인가?

    “나는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결합될 때 아름답고 또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또한 시장경제체제의 조직들이 좀 더 효율적이 되기 위해서는 ‘베타 리더십’과 ‘베타 조직’으로 변화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닐스 플래깅은 누구?
    티센크루프, 베링거잉겔하임 재무팀에서 근무한 후 경영컨설팅 회사인 MetaManagement Group을 설립했다. 리더십과 조직변화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6년에 쓴 책 ‘Leading With Flexible Targets : Beyond Budgeting in Practice’로 파이낸셜타임스 독일판 우수도서상을 수상했다. 국내에는 2009년에 쓴 책 ‘12 new laws of leadership’이 ‘언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2011년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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