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호

“미래의 올림픽 ‘유전자 조작’으로 엉망 된다”

  • 이한음| 과학칼럼니스트 lmglhu@daum.net

    입력2012-08-22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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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사람이 런던 올림픽을 시청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박태환의 물살을 가르는 질주와 우사인 볼트의 경주마 같은 육중한 가속도는 경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렇다면 미래의 올림픽은 어떨까? 더 많은 스포츠 영웅이 더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여줄까? 유전공학과 생물학은 이에 대해 놀랍도록 냉소적으로 답한다.
    “미래의 올림픽 ‘유전자 조작’으로 엉망 된다”

    우사인 볼트가 8월 5일 런던 올림픽 10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포효하고 있다.

    런던 올림픽이 한창이던 7월 말 별난 국제 뉴스가 하나 나왔다. ‘우사인 볼트와 동물들이 달리기 경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라는 주제였다. 영국의 크레그 샤프라는 과학자가 이 연구를 진행했다. 잘 알다시피 볼트는 100m 달리기 세계최고기록을 보유한 가장 빠른 사람이다. 9.58초가 그의 기록이다. 그러나 가장 빨리 달리는 동물로 알려진 치타 앞에서 그는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치타는 100m를 5.8초에 달릴 수 있다. 사람에게는 넘어설 수 없는 생물학적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인간의 한계는 바뀐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그 한계를 넘어서는 데 매진하고 있다. 우리가 30년 전에 알고 있던 인간의 한계 중 상당수가 이미 한계가 아닌 것이 됐다. 영양 가득한 균형 잡힌 식단, 깨끗한 공중위생 환경, 과학적인 훈련 덕분으로 올림픽이 계속될수록 인간의 한계는 더 높게 새로 설정되고 있다. ‘사람이 육체적으로 어느 선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와 관련해선 그 기준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의 성장은 유전자와 환경의 산물이다. 유전자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많다. 지금까지는 주로 유전자 이상이 장애를 일으키는 문제에 연구의 초점이 맞추어져왔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사람 유전체의 염기 서열 전체가 밝혀진 지 어느덧 10년 가까이 흘렀다. 지금은 개인의 유전체 서열을 분석해 비교하는 연구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개인의 유전체 서열 전체를 알아내는 데 지금은 10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연구자들은 머지않아 100만 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그러면 누구나 쉽사리 자신의 유전체 서열을 분석할 수 있다.

    개인 유전체 서열 분석은 주로 의학적인 이유에서 실시된다. 개인의 유전자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어디에서 비정상적인 양상을 보이는지를 알면 개인별 맞춤 치료가 가능해진다. 또한 특정한 약물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어떤 약물이 더 잘 듣는지, 어떤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지를 알 수 있기에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측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공중 보건 측면에서도 예산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질병 측면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유전자 차이는 운동 소질이 얼마나 있는지 여부도 알려주는 것으로 가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튼튼한 혈관을 만드는 유전자는 격한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유리할 것이다. 이렇게 유전자의 차이가 어떤 육체적인 능력 차이를 빚어내는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도 요즘 늘어나고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따낸 박태환의 수영 실력이 연습만의 산물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가 수영선수로서 적합한 육체적 성향을 타고났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박태환은 헤엄치면서 맨 끝 레인의 선수까지 볼 수 있고 주변 선수의 미세한 동작 변화까지 순식간에 파악하는 인지능력을 지녔다.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벼 산소탱크라는 별명이 붙은 축구선수 박지성을 뛰어넘는 폐활량에다 수영하기에 딱 맞는 어깨와 엉덩이와 팔을 가졌다. 이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사인 볼트의 씨

    그렇다면 현대의 놀라운 유전공학이나 생물학은 갓난아기가 박태환이나 박지성처럼 될 소질이 있는지를 부모에게 미리 알려줄 수는 없을까? 이런 쪽으로 연구를 하는 이들이 실제로 있다. 이들은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은 운동 능력을 강화시키는 유전자 집합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7월 19일자 ‘네이처’ 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검사한 남성 올림픽 단거리 주자와 근력을 주로 쓰는 운동선수는 거의 모두 577R이라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유전자는 ACTN3이라는 유전자의 변이체다. 이 변이체는 고속으로 질주할 때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키는 일을 돕는 단백질을 만든다. 따라서 이 변이체를 지닌 사람은 올림픽 단거리 경주에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일반인이 우사인 볼트와 비슷한 체격을 가지고 있고 훈련을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선천적으로 달리기에 적합한 유전자를 갖고 있지 못하다면 뛰어난 달리기 선수가 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 결과는 본래 호주의 양(Yang) 연구진이 2003년 내놓은 것이다. 연구진은 ACTN3 유전자가 운동 능력과 관련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운동선수들에게서 이 유전자를 조사했다. 이 유전자는 R형과 X형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R형은 위에 말한 단백질을 만들고 X형은 만들지 않는다. 조사 결과, 단거리 주자는 96%가 R형인 반면 지구력 운동선수는 보통 사람들과 비율이 다르지 않았다.

    ACE라는 유전자의 변이체를 지닌 사람은 8000m가 넘는 산을 더 잘 오를 수 있다. 이 유전자는 인내심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팔의 셰르파(sherpa·히말라야산맥 등산 시 길을 안내하고 짐을 나르는 부족)는 94%가 이 변이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민족은 45~70%에 불과하다. 영국의 경우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에게서 이 유전자를 지닌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왔다.

    또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7번이나 메달을 딴 핀란드의 에로 멘티란타는 EPOR이라는 유전자의 변이체를 지녔다고 한다. 이 변이체는 적혈구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산소 운반 능력을 25~50% 증가시킨다. 현재까지 운동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체는 200개 넘게 밝혀졌다. 유전체 연구가 계속될수록 그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미래의 올림픽 ‘유전자 조작’으로 엉망 된다”
    이런 유전자를 검사하는 도구를 개발해 발빠르게 판매하는 이들도 있다. 주로 ACTN3 유전자의 변이체를 검사하는 도구다. 이 검사 도구를 개발한 회사는 “단지 운동 소질이 있는지를 알려줄 뿐이다. 판단은 각자가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ACTN3 연구에는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단거리 주자들이 거의 다 R형이라고 해서 그것이 운동선수에게 꼭 좋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R형이 만드는 단백질은 근육의 반응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그 결과 근육이 더 쉽게 피로해진다. 반면 이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X형은 근육 반응 속도가 늦는 반면 지구력이 더 높을 수 있다. 단거리 경기가 아니라면 오히려 X형을 지닌 선수가 유리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빠른 근육 반응이 아니라 지구력이 중요한 상황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R형만을 좋은 운동 유전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운동능력 강화 유전자들을 알면 이들을 이용해 운동능력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200개가 넘는 변이 유전자를 한몸에 주입하면 우사인 볼트와 마이클 펠프스의 기록을 동시에 깰 수 있는 전천후 운동선수가 탄생한다는 가설이다. 이렇게 된다면 미래 올림픽 선수들이 마치 영화 ‘엑스맨’에 등장하는 돌연변이 인간처럼 비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의 부모가 보편적으로 태아 유전자를 검사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 의사는 운동 능력과 관련된 이런저런 변이 유전자를 아이가 지니고 있다고 알려줄 것이다. 물론 이때에도 의사가 아이의 장래에 관해 조언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유전자는 가능성일 뿐이고 이후의 성장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운동 유전자 미리 안다면

    “미래의 올림픽 ‘유전자 조작’으로 엉망 된다”

    한 연구원이 도핑테스트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 결과를 받아본 부모는 적어도 아이가 운동에 적성이 있는지 여부를 나름대로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이 판단은 아이의 성장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에게 운동 능력을 강화하는 변이 유전자가 많다는 것을 아는 부모는 장난감을 사도 운동과 관련된 것을 사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어릴 때부터 경기장에 자주 데리고 다닐 것이고 아이의 유전자에 적합한 운동을 맞춤형으로 아이에게 권할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유전자 성향에 부응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거꾸로 지금은 부모가 아이의 유전자 성향을 모르기 때문에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사장시키는 경우가 무척 많을 것이다. 즉, 미래의 올림픽 무대에선 지금보다 훨씬 많은 우사인 볼트나 마이클 펠프스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운동 능력을 강화하는 변이 유전자를 그다지 많이 지니지 못한 아이가 운동을 좋아할 수 있다. 타고난 소질에 개의치 않고 연습과 훈련으로 극복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울 수도 있다. 만약 아이의 유전자 변이를 다 아는 부모라면 아이가 다른 진로를 찾아보도록 유도할 것이다.

    ‘네이처’의 기고자들은 이런 상황까지 고려해 미래 올림픽에 관한 세 가지 예측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첫째, 올림픽이 유전적 소질을 타고난 운동선수들이 경쟁하는 마당으로 계속 남는 상황이다. 유전자 속성을 미리 파악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운동선수로 육성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현재의 올림픽보다 더 뛰어난 기량의 스포츠 영웅이 더 많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둘째, 형평을 고려해 유전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에게 핸디캡을 주는 상황이다. 이는 격투종목 등에서 같은 체급끼리 경쟁하도록 하는 현 시스템과 유사하다. 셋째, 유전적 소질이 없는 선수들에게 유전자 강화를 허용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유전자는 우리의 운동 능력을 얼마나 좌우할까?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정답이다. 어떤 변이 유전자가 폐활량을 20% 늘린다거나 근력을 10% 늘린다는 식의 이야기는 할 수 있다. 이는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변이 유전자가 배드민턴 실력을 10% 향상시킨다거나 축구 실력을 20% 늘린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이런 운동 실력은 어느 한 유전자의 산물이 아니라 환경과 유전자, 두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차범근 감독의 아들 차두리가 축구를 잘하는 것처럼 운동 능력에 어떤 유전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 폐활량, 근력, 근육의 반응 속도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대물림되어 자손도 운동을 하기에 유리한 신체 조건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선수의 집안 환경, 훈련 방식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니 유전자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측정하기 어렵다.

    일부에서 ACTN3 유전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것이 이른바 엘리트 운동선수들, 즉 세계적 수준의 단거리 육상선수들에게서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양 공급, 연습량, 의지력, 체력이 똑같다고 해도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이들은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유전공학과 올림픽 정신은 상극

    연구자들은 운동 능력과 관련 있는 유전자들이 주로 혈류량, 대사 과정, 심장과 호흡계, 산소 전달, 골격근 형성에 관여하는 것들이라고 추정한다. 한 예로 지구력은 폐활량을 늘리고 에너지 대사율을 높이는 유전자가 큰 기여를 한다. 선천적으로 ‘스포츠 심장’을 지닌 이들은 마라톤 같은 운동에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신체 기능은 어느 한 유전자만의 작용이 아니라 여러 유전자의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연구자들은 특히 우리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일을 하므로, 지구력과 관련이 깊다. 세포마다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수는 다른데 만약 근육 세포에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더 많이 들어 있다면 근육을 계속 써야 하는 운동에 유리할 것이다.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장거리 육상선수, 자전거 경주자 등은 일반 사람들과 미토콘드리아 유전형이 다르다는 연구가 있다.

    인종적 혹은 민족적 차이와 관련해 고지대에 사는 케냐 사람들이 마라톤에 강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상식이다. 실제로 유전적인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선 확실한 증거가 없다. 연구자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중·장거리 경주에서 잘 뛰는 이유를 놓고 인종적 요인, 지리적 요인, 경제적 요인, 문화적 요인, 유전적 요인, 정부의 지원 등을 살펴보았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아프리카 사람이 장거리 이동을 많이 해야 했고 뜨거운 환경에서 오래 견뎌야 했던 역사적 지리적 조건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큰 키나 산소 대사 같은 신체 조건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는 인종과 운동 능력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케냐인 장거리 주자가 백인 장거리 주자보다 산소 호흡률과 심장 박동률이 평균적으로 더 높다고 일부 연구는 말하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장거리 주자와 백인 장거리 주자 사이에 골격근과 젖산 대사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들과 관련된 변이 유전자가 있는지는 앞으로 구명해야 할 일이다.

    어떤 유전자가 어떠한 운동능력에 기여하는지가 속속 드러나면 자기 신체 내에서 특정한 유전자를 강화하려는 선수가 틀림없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선수가 약물로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것과 비슷한, 올림픽 정신에 배치되는 사안으로 규정될 수 있다. 올림픽은 출전 선수의 타고난 신체와 노력이 아닌, 다른 수단이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

    올림픽 출전 선수는 약물 도핑 검사를 받는다. 도핑이란 운동경기에서 체력을 극도로 발휘시켜 좋은 성적을 올리게 할 목적으로 선수에게 약물을 먹이거나 주사하는 일로 흔히 스테로이드나 혈액 도핑이 사용돼왔다. 도핑 검사 기술도 빠르게 발전해왔지만 속이려는 자는 늘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기 마련이다. 이들이 실제로 눈독을 들이는 것이 바로 유전자 도핑이다. 유전자 도핑은 말 그대로 유전자를 강화하는 수단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유전자 도핑은 당뇨병, 비만, 근육병, 퇴행성 질환 등에 쓰일 수 있는 유전자 요법을 운동 능력을 높이는 쪽으로 전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육의 씰룩거림을 억제하는 유전자 요법은 운동선수가 근육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쓰도록 도울 수 있다. 성장이 느린 아이들의 키를 자라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는 근육 질량을 늘릴 수 있다. 비만 억제제는 체지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퇴행성 질환을 막는 치료법은 근육을 재생하고 근력을 강화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게다가 유전자 요법은 말 그대로 유전자 자체를 바꾸는 것이므로 바뀐 유전자가 필요한 물질을 계속 만들게 된다. 즉, 단 한 번의 시술로 효과가 다년간 지속될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 팀에서 이런 방법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나돈 바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유전자 요법은 아직 실용화가 안 되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아 큰 위험을 안고 있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유전자 요법이 머지않아 실용화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시기가 오면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누군가가 유전자 요법을 받았을 때 이것이 과연 질병 치료를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기량 향상을 도모하는 유전자 도핑이었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약하게 천식을 앓던 선수가 유전자 요법을 받아 천식도 낫고 폐활량까지 덩달아 좋아진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도핑 검사를 하는 담당자는 폐활량 증가를 도모하기 위한 유전자 도핑이라고 판단할지 모른다.

    현재의 올림픽 그리워할 수도

    운동 기량을 향상시키는 변이 유전자가 타고난 것인지 인위적으로 주입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일은 어려운 문제로 대두될 듯하다. 어떤 변이 유전자가 어떤 나라 국민 전체로 보면 30%에 불과한데 특정 올림픽 선수들에게서는 비율이 100%가 된다고 하자. 이런 유전자를 지닌 이들만 우연히 선수가 된 것인지, 아니면 이들이 유전자 도핑을 받은 것인지 규명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미래의 올림픽이 유전자 조작으로 엉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도핑 검사를 철저하게 실시하는 현재의 올림픽 분위기로 볼 때 세 번째 미래 올림픽 시나리오인 유전자 강화 허용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작을 것이다. 하지만 네이처지 기고자들은 상황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여성의 참가를 금지하는 올림픽 종목이 있던 시절도 있었고 프로선수의 참가를 금지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을 허용하는 것은 올림픽의 근본 정신을 훼손하는 훨씬 엄중한 사안일 수 있다.

    미래의 인류는 유전자 도핑이 없는 지금의 순수한 올림픽을 그리워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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