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호

우주는 무궁무진한 벤처산업

미래의 우주산업

  • 이정훈 /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12-08-28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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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우주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 군사 분야, 의료 분야, 수송 분야, 관광 분야 등 지구에 있는 모든 영역을 적용해 우주를 활용할 수 있다. To the Space가 아니라 우주에 머물며 지구를 위해 우주를 활용하는 From the Space 입장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우주는 무궁무진한 벤처산업

    2009년 12월 공개된 최초의 민간용 우주선 스페이스십 투. 가운데 동체가 우주여행을 한다.

    우주 개발은 미소 냉전이 첨예하던 1960, 70년대 가장 치열했다. 당시 미국은 우주 개발에 국가 GDP의 약 3%를 투자했다. 투입한 엘리트는 30여만 명에 달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방예산 비율이 국가 GDP의 3%가 되지 않으니, 미국이 우주 개발에 쏟아 부은 돈은 정말 막대하다.

    그리고 달에 사람을 착륙시켜 가져온 것이 370kg의 암석이다. ‘플라이 투 더 문(Fly to the Moon·마이클 콜린스가 쓴 달 탐험에 관한 에세이 제목이기도 하다)’을 한 아폴로-11호에서 닐 암스트롱과 마이클 콜린스가 달에 내렸을 때 전 인류는 천지개벽이라도 한 듯 환호했다. 미국은 소련을 제치고 우주 개발에서 승리한 것인데, 370kg의 달 암석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전리품이 없었다.

    경제적인 이득이 거의 없다는 판단에 따라 1970년 중반 미국의 우주 개발 열기는 갑자기 시들해졌다. 정찰위성을 올리는 것과 방송통신위성을 띄우는 것이 거의 유일한 우주사업이 되었다. 소련과 그 뒤를 이은 러시아도 비슷한 판단을 했다.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와 400억 달러를 들여 국제우주정거장을 지구 저궤도에 띄웠다. 한국도 이를 반겨 최초의 우주 승객인 이소연 씨를 러시아 소유즈 발사체에 태워 국제우주정거장에 다녀오게 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인류 발전에 기여할 정도로 큰 성과는 아직 없었다. 우주 개발과 연구는 기초과학 분야가 중심이기 때문이었다. 돈은 응용과학을 해야 벌 수 있다.

    그래도 각국은 국가기관 주도로 우주 개발을 지속했다. 미국에서는 NASA, 일본은 JAXA, 러시아는 FSA(러시아 알파벳으로는 RKA로 표기), 유럽은 ESA라는 국가기관이 우주 개발과 우주 연구 사업을 계속했다. 그 결과 위성 활용이 늘어나, 달 착륙 후 시들해졌던 우주 개발 관심이 조금씩 증가했다. 이는 탐험이 아니라 돈벌이를 위한 관심의 증가였다. 우주는 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무대로 인식됐는가.



    상업 우주여행 본격화

    첫째는 우주여행이었다. 미국이 우주왕복선을 만들어 반복 운행하면서 우주여행에 관심이 증가했다. 우주왕복선은 몇 차례 사고를 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지만, 유인 우주선으로 우주여행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돈 많은 부자들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자 한다. 살아서 돌아올 수만 있다면 큰돈을 들여 우주여행을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스페이스 어드벤처(Space Adventure) 같은 우주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등장했다.

    민간인 우주여행을 위한 최초의 우주선은 영국의 버진 갈락틱(Virgin Galactic)과 미국의 ‘스케일드 콤포지트(Scaled Composits)’라는 회사가 투자해서 만든 스트라토런치 사의 ‘스페이스십 원(Space Ship One)’이다. 스페이스십 원은 우주왕복선과 비슷한 방식으로 비행한다. 큰 제트항공기에 업히거나 매달린 형태로 하늘로 올라가 로켓엔진을 점화해 우주로 올라간다.

    스페이스십 원은 우주비행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한 시제기(試製機)였다. 2004년 6월 21일 스페이스십 원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시험비행조종사인 마이크 멜빌(Mike Melvill)을 태우고 ‘화이트 나이트(White Knight·백기사)’라는 비행기의 배에 붙어 미국 모하비 사막에 있는 공항을 이륙했다. 화이트 나이트는 2대의 비행기를 옆으로 붙인 특수 제작 비행기였다. 화이트 나이트가 16km 고공에 올라가자 스페이스십 원이 로켓엔진을 점화해 순식간에 고도 100km에 올라가 대기권 비행을 하고 90분 뒤 에드워드 공군기지의 활주로에 안착했다.

    스페이스십 원을 통해 우주여행의 가능성이 확인되자 진짜로 민간인 승객을 태우고 우주비행을 할 ‘스페이스십 투’ 사업이 시작됐다. 로켓엔진을 점화한 뒤 스페이스십이 비행하는 시간은 25분 정도다. 그중 대기권 밖인 우주를 비행하는 시간은 4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짧은 우주여행이지만 비행요금은 1인당 20만 달러(약 2억2000만 원)로 책정됐다. 스페이스십 투의 최초 비행은 올 12월로 예정됐다.

    ‘민간인으로 우주에 갈 수 있다’는 사실과 호기심 덕인지, 430명이 예약을 신청했다. 이들을 모두 태우면 8600만 달러(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러자 한 보험회사가 우주여행자 보험 출시를 검토하게 되었다. 스페이스십 투는 올해 연말 6명의 여객을 싣고 최초의 상업 비행을 한다. 최초의 승객은 이 회사 회장이자 모험가인 리처드 브랜슨과 우주선을 설계 제작한 엔지니어 버트 루탄이다. 발사 장소는 뉴멕시코 주의 우주기지로 정해졌다.

    스페이스십 투가 우주 승객을 끌어 모으고 있을 때 ‘스페이스X’라는 또 하나의 벤처 기업이 등장했다. 스페이스X 사는 미국이 퇴역시킨 우주왕복선을 대신해 국제우주정거장까지 화물과 우주인을 보내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스페이스X 사는 65t 추력의 케로신+액체산소 로켓(멀린엔진)을 값싸게 개발해 대량 제조한 다음 이를 다양하게 조립해 아주 경제적인 발사체를 내놓았다.

    벤처사업 된 우주산업

    스페이스X 사가 처음으로 내놓은 발사체는 멀린엔진 9개를 묶어 1단을 만들고, 멀린엔진 1개로 2단을 구성한 팰콘-9이었다. 팰콘-9은 위성이 아니라 ‘드래곤(dragon)’이라는 이름의 우주화물선을 싣는다. 드래곤에는 미국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야 하는 화물이 탑재된다. 드래곤은, 팰콘-9이 마지막으로 밀어주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접근해 도킹하고, 싣고 간 화물을 국제우주정거장에 전달하는 무인화물선 일을 한다.

    우주는 무궁무진한 벤처산업

    스페이스X 사가 만드는 다양한 팰콘 시리즈. 오른쪽 2개가 팰콘-헤비다.

    지난 5월 22일 NASA는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 사가 제작한 팰콘-9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팰콘-9은 국제우주정거장이 떠 있는 궤도(고도 350km)까지 드래곤을 진입시켜 5월 25일 도킹하고 우주인들이 사용할 물과 음식 등 생필품 460kg을 전달했다. 임무를 마친 드래곤은 국제우주정거장과 분리돼 5월 31일 지구로 돌아왔다.

    대기권으로 재돌입한 드래곤은 고도가 낮아지자 3개의 거대한 낙하산을 펼쳤다. 그리고 미국 서부에서 450km 떨어진 태평양에 착수해 귀환했다. 우주왕복선은 지상의 활주로에 내리지만 드래곤은 바다에 착수한 차이만 보였을 뿐이다. NASA는 우주왕복선을 띄울 때의 3분의 1 비용을 스페이스X 사에 지불했다.

    케로신+액체산소를 쓰는 저가의 엔진을 만들고, 이 엔진을 다양하게 조립해 발사비용을 크게 줄이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스페이스X 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 IT 산업으로 돈을 번 엘튼 머스크가 2002년 세운 벤처기업이다. 1800여 명의 직원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일 정도로 이 회사는 젊다. 스페이스X는 멀린로켓과 멀린로켓을 이용한 발사체 개발, 그리고 드래곤이라는 이름을 붙인 캡슐 등을 개발하는 데 1억 달러(약 1270억원)를 쏟아부었다.

    팰콘-9의 제작과 발사비용은 6000만 달러다. 우주왕복선이 퇴역한 후 NASA는 러시아의 소유즈 사에 6300만 달러를 주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위성과 화물선을 발사했다. 그런데 미국 기업인 스페이스X 사가 300만 달러(약 33억원) 싼 가격으로 같은 일을 해주게 됐으니 NASA는 스페이스X 사를 새 파트너로 삼을 수밖에 없다.

    NASA는 화성 탐사 집중

    팰콘-9으로 사업성을 확인한 스페이스X 사는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 사람을 태우는 우주선을 만들기로 한 것. 방법은 화물용으로 개발한 드래곤을 최대 7명의 우주인이 탈 수 있도록 개조하는 것이다. 스페이스X 사가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우주인을 보내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오래 근무해온 우주인을 태우고 지구로 귀환하는 유인 드래곤을 개발해낸다면 NASA는 국제우주거장 사업을 스페이스X 사에 전담시킬 계획이다.

    스페이스X 사는 한발 더 나가고 있다. 멀린엔진 9개를 묶은 1단 주위에, 멀린엔진 9개를 묶은 것 2개를 부스터처럼 붙이고, 그 위에 2단으로 멀린엔진 하나를 올린 ‘팰콘-헤비’를 제작해, 정지위성을 쏘아 올리겠다고 한 것. 팰콘-헤비가 제작돼 성공을 거두면 NASA는 모든 위성 사업에서 손을 떼도 된다. 그렇게 되면 지구위성 분야는, 적어도 미국에서는 정부 사업이 아닌 민간사업 영역이 된다.

    중요 산업은 대개 이렇게 시작됐다. 처음에 정부가 큰돈을 들여 개척하면, 사업성을 발견한 민간 기업이 뛰어들어 블루 오션으로 만들어버린다.

    민간 기업이 우주여행과 위성발사 사업에 진출하자 NASA는 화성 탐사로 눈을 돌렸다. 화성에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대기가 있고 물이 있어 과학기술을 동원하면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화성을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NASA가 ‘연습지’로 활용하려는 것이 달이다. NASA는 과학을 동원해 달을 심우주 탐험을 위한 국제우주정거장처럼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우주는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다르게 활용될 수 있다. 올해 6월 16일 미국 공군우주사령부는 우주과학 전문매체인 ‘스페이스닷컴’을 통해 보잉의 방위사업본부가 제작한 극비의 무인 우주기(宇宙機) X-37B가 캘리포니아 주의 반덴버그 공군기지로 귀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몸체 길이 8.8m, 날개 길이 4.5m인 이 무인우주기는 2011년 3월, 270일간의 우주 체공을 목표로 플로리다 주의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아틀라스-5 발사체에 실려 발사됐다. 그런데 예정 체류기간을 훨씬 넘겨 469일(1년+104일)을 우주에서 보내고 돌아온 것이었다.

    미국은 2010년에도 X-37B를 발사해 7개월간 우주 항해를 하게 한 후 귀환시킨 바 있다. 그때는 X-37B의 발사와 귀환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돌아오는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미 공군은 1년 3개월 보름(469일)을 우주에서 보낸 X-37B가 돌아오는 모습은 공개했지만, X-37B가 무슨 일을 하고 왔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미 공군은 X-37B는 ‘궤도시험기(Orbital Test Vehicle·OTV)’로 사용한다고만 밝혔다.

    일각에서는 X-37B가 정찰용 카메라 등의 장비를 탑재하고 올라가 적성국가의 위성을 감시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X-37B가 발사됐을 때 예민하게 반응한 나라가 중국이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군이 중심이 돼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고 우주 도킹을 성공시키는 등 우주 개발을 활발히 하고 있으니 감시할 필요가 있는 것.

    무인 우주기 X-37B

    2011년 퇴역시킨 우주왕복선은 귀환용 엔진을 달고 있지 않았다. 무동력 상태로 활강해 공항 활주로에 내린다. 활주로에 착륙한 다음에는 거대한 낙하산을 펼쳐 멈춰 선다. X-37B는 착륙 시 가동하는 엔진을 달고 있다. 크기는 우주왕복선의 반 정도다. 우주왕복선은 대기권 돌입 시 발생하는 열을 견디기 위해 외벽에 내열 타일을 붙였다. 이 타일이 충격을 이기지 못해 떨어져나가면 우주왕복선은 바로 폭발한다. X-37B는 내열 타일 대신 내열 코팅을 했다.

    X-37B는 엔진을 갖고 있어 우주에서 자유기동을 할 수 있다. 적절한 무기를 탑재하고 있다면 적성국가의 위성 을 격파할 수도 있다. 이러니 X-37B는 우주왕복선이 아니라 우주에서 자유비행을 하는 ‘우주기(宇宙機)’로 불려야 한다. X-37B는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기라는 것도 큰 특징이다. X-37B는 미 공군우주사령부에서 원격 조종한다.

    미국의 도전은 끝이 없다. 전략무기감축협정이 발효된 후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많이 폐기했다. 미국은 어떤 대안이 있기에 러시아를 설득해 ICBM을 상호 폐기하기로 했는가?

    발사된 ICBM에서 로켓엔진이 가동되는 시간은 총 비행시간의 10분의 1 정도다. 로켓은 ICBM을 대기권 밖으로 나가게 하는 시간까지만 가동된다고 보면 된다. 대기권 밖은 진공상태이니 엔진이 없어도 ICBM은 고속으로 비행한다. 대기권으로 들어오면 자기 속도에 지구 인력까지 가세하게 돼 아주 빠른 속도로 목표를 향해 떨어진다.

    그런데 MD 체제가 발전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 등은 빠르게 날아가는 ICBM을 요격할 수 있게 되었다. MD용 미사일들은 자신이 먼저 터져서 만들어진 파편으로 적 ICBM을 격파하지 않는다. 현대는 레이더 기술과 유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에, 이 미사일들은 적 ICBM과 공중충돌함으로써 적 미사일을 완전 파괴해버린다.

    미국과 러시아는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떨어지는, 직경 1m도 되지 않는 탄두를 맞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여타 국가들도 유사한 능력을 갖는다. 중국도 미국의 ICBM을 공중에서 정면충돌함으로써 산산조각 내는 요격 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러시아는 종이호랑이가 된다. 슈퍼파워로 존재하고 싶다면 ‘ICBM 감축+여타 국가의 MD 구축’이 초래한 전력 상실을 만회할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미국은 그 방안으로 스크램제트(SCRAM Jet) 엔진을 채택한 무(無)탄두 미사일을 선택했다.

    핵탄두 없는 ICBM

    스크램제트는 초음속 연소 램제트(Supersonic Combustion Ramjet)의 약어다. 램제트는 제트엔진의 일종이다. 여객기와 전투기에 많이 쓰이는 제트엔진을 터보제트라고 한다. 터보제트는 정지 상태에서부터 속력을 낸다. 터보제트를 단 여객기와 전투기는 정지한 상태로 있다가 활주로를 달려 이륙한 후 비행하는 것이다. 램제트는 정지 상태에서는 추력을 내지 못한다. 램제트는 마하 2 이상의 속도를 내고 있을 때 돌려야 제대로 가동한다.

    램제트를 이용한 최초의 비행은 1949년 4월 21일 프랑스에서 있었다. 램제트 엔진을 단 ‘르뒤크(Leduc) 0.10’이라는 비행기가 다른 비행기에 업혀 비행하다 램제트 엔진을 점화해 발진했다. 고속 비행 중 점화해야 한다는 불편 때문에 램제트 엔진을 단 항공기는 상용화되지 못했다.

    상대의 MD를 깰 방안을 모색하던 미국이 역사 속에 파묻혀 있던 램제트 엔진에 주목했다. 램제트의 일종인 스크램제트는 마하 15 이상의 속도를 낸다. 램제트는 제트엔진이라 산소가 있는 대기권에서 가동해야 한다. 대기권에 들어온 ICBM이 램제트를 가동시키면 ICBM의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진다.

    ‘문닫고 들어와라’

    이 속도가 MD용 레이더 탐지망을 뚫어버린다. MD용 레이더는 보통 레이더보다 훨씬 정밀하지만 램제트를 단 ICBM을 추적하지 못한다. 미국은 이러한 ICBM에 핵탄두를 달지 않는다. 고폭약으로 만드는 재래식 탄두는 붙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ICBM이 아니다. 아무 탄두도 붙이지 않았다면 미사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워낙 속도가 빠르니 지상에 떨어지면 엄청난 충격을 준다.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진 것 같은 폭격 효과를 내는 것이다.

    스크램제트를 탑재한 핵탄두 없는 ‘초초고속’ ICBM이 나오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이나 핵확산금지조약(NPT),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는 소용이 없어진다. 미국은 WMD(대량살상무기) 확산을 금지하는 모든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지키면서도 강력한 WMD를 보유한 나라가 된다. 이는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고 창의력을 총동원해 경쟁국이 따라올 수 없는 퀀텀 점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스타워즈로 소련을 무너뜨렸다면 지금은 핵탄두 없는 스크램제트 ICBM과 X-37B 무인기로 중국을 해체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한국은 한미미사일협정 때문에 ICBM에 사용되는 대형 고체로켓을 만들지 못한다. 이 협정이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미사일의 사거리를 1500km 등으로 늘여주는 쪽으로 개정되더라도 역시 한국은 ICBM급 미사일에 들어갈 대형 고체로켓은 만들지 못한다. 따라서 대형 고체로켓을 이용한 우주발사체 개발도 제약을 받는다.

    이렇듯 기성(旣成)의 우주 개발은, 선진국들이 차지한 후 진입할 수 있는 문을 닫아버렸다. 선진국들은 ‘문 닫고 들어오라’는 말로 후발국에 우주 개발을 권유한다. 문을 닫아놓고 ‘함께 우주 개발을 하자’는 립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찾아야 하는 것은 선진국도 막 진입하려고 하는 ‘블루 오션’이다. 이러한 분야에서는 ‘문을 닫아 놓고 들어오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주목할 것이 국제우주정거장의 활용법 모색이다. 지금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사람이나 물자를 올리는 데 들어가는 돈은 kg당 5만 달러 정도다. 물자는 올려 보내기만 하면 되지만, 사람은 지구로 무사히 돌아와야 한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람을 태우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오는 데는 올라갈 때 비용의 두 배가 든다.

    블루 오션을 찾아라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국제우주정거장을 어떻게 활용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선진국 제약회사들은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정거장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려고 한다. 대기권은 지구의 법률이 적용되지 않은 공간이다. 영공은 대기권까지만 적용되니 대기권 밖은 어느나라의 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인간을 복제하는 데는 법률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르는데, 우주에서는 그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무중력이 끼치는 영향을 생명공학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무엇이 나올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무중력 상태는 신약을 개발하고 복제를 연구하는 데 최적의 공간일 것으로 선진국 제약회사들은 보고 있다. 중력이 없고 대기가 없는 우주에서 치료를 하고 수술을 하는 것은 강한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에서 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을 수도 있다. 우주에서의 임신이 지상에서의 임신보다 좋은 결과를 낳는다면 품종이 좋은 가축을 찾기 위해 우주에서 교배시키는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겠다.

    새로 개발한 엔진은 연소 시험을 해 안전성 등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그런데 지구에서는 만유인력이 작용해 연소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오차가 생긴다. 그러나 인력이 거의 작용하지 않는 우주정거장에서 한다면 그 오차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지구 근처를 지나는 소행성 중에는 희귀 금속을 품고 있는 것이 많다. 소행성에서 희귀 금속을 캐내려면 우주정거장을 발진기지로 삼아야 한다. 이미 미국은 달에서 광물자원을 캐오는 ‘문 익스프레스(Moon Expres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소행성에 탐사선을 착륙시켰기에 소행성 광산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우주 이용이 활발해지면 질수록 우주정거장은 시험장·개발장, 공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우주도시도 된다. 도시가 있으면 도시를 잇기 위한 교통수단(발사체)도 따라서 발전한다.

    산업혁명에서 한국은 200년 뒤져 고생했지만 정보 분야에서는 블루 오션을 잘 공략해 선진국이 되었다. 40여 년 뒤진 우주 개발도 그렇게 해야 한다. 돈벌이가 되는 우주산업을 찾아낸다면 한국의 미래는 장밋빛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우주로 올라가는 To the Space를 외칠 것이 아니라 지구를 위해 우주를 활용하는 From the Space를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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