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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단지 탐방

한국판 실리콘밸리 서초 ‘세계 R&D 메카’로 성큼

삼성전자 ‘우면 R&D 센터’ 공사 공정 착착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한국판 실리콘밸리 서초 ‘세계 R&D 메카’로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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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실리콘밸리 서초 ‘세계 R&D 메카’로 성큼
‘4층 이하’ 규제는 인근 우면동 형촌·성촌마을 주민들의 조망권을 고려한 결과였지만, ‘4층 이하’로 높이가 제한되자 투자·입주할 글로벌 기업들이 난색을 표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 2010년 6·2 지방선거에 당선된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직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서초구청 이미행 총무과장의 설명이다.

“서초에서 R·D 단지로 지정된 유일한 곳이 ‘4층 이하’로 묶여 아파트형 공장밖에 들어설 수 없게 됐다. 세계적인 도시가 되려면 친환경 글로벌 기업이 들어와야 하는데 ‘4층 제한’으론 이런 기업을 유치할 수 없었다. 공원녹지율이 높은 서초에 공해산업이 들어설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실시계획 변경(밀도 완화) 요청 카드를 꺼내들었다.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였다.”

진 구청장과 직원들은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서울시 등을 찾아 “관내 17개 R·D 센터가 이미 모여 있는 만큼 글로벌 R·D 연구단지 유치가 꼭 필요하다”며 “층수 제한을 풀어 참여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야 가능한 일”이라고 설득했다. 연구단지 인근 형촌·성촌마을 주민에게는 지역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친환경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설득했다. 노력은 결국 빛을 발했다.

1년 2개월간의 설득작업 끝에 연구시설은 4층→10층(용적률 240%→360%)이하로, 도시지원시설은 5층→10층(용적률 300%→360%) 이하로 개발밀도를 완화하는 우면2지구 실시계획 변경 승인을 받았다. 2011년 8월 22일이었다. 삼성전자는 2달 뒤 경쟁입찰을 통해 SH공사에 2018억여 원을 주고 연구시설 부지를 매입했다. 도시지원시설은 300여억 원에 사들였다.

30여 명의 주민이 ‘건축허가를 내주지 말라’고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건축허가가 보류되자, 3800여 명의 인근주민은 서울시에 ‘빨리 허가하라’며 청원서를 냈다. 결국 서울시는 7월 27일 건축허가를 승인했고, 8월 7일 공사가 시작됐다. 2005년 2월 연구개발 특구 지정 건의 후 7년 8개월 만에 드디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공사가 시작되자 주민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이종환 서초구주민발전협의회장(65)은 “우면 R·D 단지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연구단지가 들어와 우수 인력이 유입되고 도시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면, 지역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고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최홍규 양재1동 주민자치위원장(52)은 “‘우리나라에는 왜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연구도시가 없을까’하고 아쉬워했는데, 우리 동네에 이렇게 큰 첨단 연구단지가 들어서니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뷰 | 진익철 서초구청장

“2년 노력 끝에 민간자본 1조 원 유치, 큰 보람”


한국판 실리콘밸리 서초 ‘세계 R&D 메카’로 성큼
9월 12일 삼성전자 우면 R&D 센터 공사현장에서 만난 진익철 서초구청장(61)은 “이제 서초는 문화예술 주거도시를 넘어 친환경 과학도시가 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공사 진척도와 안전대책 등을 점검한 뒤 안학모 현장소장에게 “공사장 소음 등 민원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장을 둘러본 소감은?

“2년여간 노력한 결과 1조 원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서초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닦았다고 생각한다.”

-국토해양부는 2010년 1월 양재 R&D 센터의 건물 높이를 4층 이하로 결정 고시했다. 그런데 그해 6월 당선 직후부터 규제 완화를 주장했는데.

“서초에서는 유일하게 R&D 센터로 지정된 곳이다. 그런 곳에서 높이 4층 이하로 제한하니 어느 기업이 들어와 투자를 하겠는가. 이곳은 공원녹지가 잘 갖춰진 주거지역이어서 공해산업이 들어올 수도 없다. 천혜의 공간을 놀릴 수가 있나. 취임하자마자 문제점을 파악해보니 결국 기업을 유도할 인센티브가 없었다는 결론이 났다.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서울시, SH공사 등 안 가본 곳이 없다.”

-어떻게 설득했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이미 서초구에는 LG 등 R&D 기관이 많이 모여 있고 글로벌 기업이 들어와 미국의 실리콘밸리, 중국의 중관춘 같은 R&D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R&D 부지는 준주거지역으로 국토의 이용및계획에관한법률에는 500%, 서울시도시계획조례에는 400%로 용적률이 되어 있는데, 유독 우리 지역만 240%였다. 다른 지역과 형평성도 맞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해 다른 곳과 같이 허용해달라고 했다. 2년간 참 여러 곳 뛰어다녔다.”

-구청장이 직접 설득작업을 했다는 건 이례적이다.

“중국 베이징에 4년 살면서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중관춘의 위력을 알게 됐다. 서초는 녹지율이 60%가량 되고 44만 명 주민 중 대졸 가구주 비율도 74%에 달한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학력수준이 제일 높다. 연구단지 지역으로는 최적의 자치구 아닌가.”

진 구청장은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 서울시 문화관광국장과 재무국장, 한강시민공원사업소장,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뒤 2009년 퇴직한 행정가 출신이다. 서울숲 사업 등 서울시의 대형 사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북경서울문화무역관장, 서울산업통상진흥원 북경대표처 수석대표와 미국 컬럼비아대 APEC연구소 연구원을 지내면서 중관춘과 실리콘밸리의 위력을 알게 됐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관련 R&D 센터를 새로 짓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시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는데(김종중 삼성전자 DS(부품)부문 사장이 8월 16일 새너제이 시청에서 제리 브라운 주지사와 척 리드 새너제이 시장과 MOU를 체결했다).

“말씀 잘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새너제이 시는 삼성전자의 직원 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각종 세제혜택을 주는 등 R&D 센터 유치에 적극 나섰다. 친환경 글로벌 기업이 들어오면 도시가 살아나고 일자리도 늘어나니까. 세계의 대도시 시장들은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글로벌 기업을 서초구가 유치하기 위해 구청장과 직원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SH공사가 조성한 토지 공매에는 삼성이 단독 입찰했다. 삼성이 참가하지 않았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운 때가 맞은 거 같다(웃음).”

-우면동 주민들의 반발도 있었는데.

“인근 일부 주민이 건축허가 내주지 말라고 구청장실을 찾아와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연구시설 건축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는데 주민 30여 명의 반발로 건축허가가 보류됐다. 그런데 3800여 명의 주민은 반대로 빨리 허가하라고 서울시에 탄원서를 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 때문에 두 달가량 허가를 늦춰 지난 7월에야 허가를 했다. 반대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설명회도 열었다. 마을이 있는 곳의 건물 1개동은 10층에서 8층으로 낮추는 대신 저층부를 중점 개발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다. 민선(民選) 자치단체장은 당장의 표를 의식할 게 아니라 미래 먹을거리를 고민해야 한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은 안 된다.”

-삼성전자 R&D 센터 주변에는 우면2지구 국민임대아파트단지와 서초보금자리단지가 건설 중이다. 70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인데 교통 대책은?

“그렇다. R&D 센터와 주택단지 건설로 약 3만여 명의 인구 증가가 예상된다. 당초 SH공사는 선암지하차도 건설(2차로), 태봉로 확장(4차로→6차로), 태봉로~강남대로를 연결하는 양재천로 확장(2차로→4차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구에서 종합검토한 결과 이 경우 양재천로변에 조성된 녹지가 훼손되고 거주환경도 악화돼 공사 시행이 어려웠다. 지난 1월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양재시민의숲 양방향 4차로(길이 1.2km, 폭 25m, 2014년 12월 완공) 지하도로 계획에 대해 설명했고 관계기관과 협의했다. 이렇게 되면 과천~강남 교통수요 분산을 유도할 수 있는 도로망을 신설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된다. 2014년 말까지 도로공사가 완공되도록 할 것이다.”


신동아 201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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