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호

데이터 분석은 매의 눈처럼 下向지원은 절대 금물!

“대입원서 어떻게 쓸까” 완전정복 TIP

  • 이재진│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 kuradori@jinhak.com

    입력2012-11-20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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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벌레 타임 12월 1~7일, 눈귀가 고생하는 시기

    데이터 분석은 매의 눈처럼 下向지원은 절대 금물!
    자녀의 입시를 열심히 준비하는 아버지가 늘고 있다. 자녀가 지원하려는 대학을 일일이 방문해 상담 받는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공책 한 권 분량으로 희망대학을 분석한 아버지, 모집군별 지원 희망대학을 조합해 1~3안을 짜온 아버지 등등…. 이런 아버지들을 보며 안타까운 점은, 대입 전형에 대해 학습하는 방법이 체계적이지 않다보니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부터 회사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최대한 짧은 시간에 입시 기본지식을 익혀보자.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우선 기본적인 입시용어부터 익히도록 하자. 대학교육협의회 홈페이지(www.kcue.or.kr) 등에 입시용어가 잘 정리되어 있지만 이해하기 그리 쉽진 않다. 정시모집에 해당하는 필수용어만 콕 집어 정리해보면 오른쪽 표와 같다. 이 정도는 직접 찾아 무슨 뜻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이 정도 용어만 알고 있어도 정시 입시 요강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하나씩 찾아보기 번거롭다면 동영상 강의를 찾아보자. 진학사(www.jinhak.com)에도 5분 내외 분량으로 중요 용어를 짧게 설명한 동영상 강의가 있으니 점심식사 후 나른할 때 보기 좋다.

    다음은 온라인 입시설명회를 찾아보도록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수많은 입시업체가 앞 다투어 입시설명회를 개최한다. 요즘은 설명회를 개최한 지 2~3일 후에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띄우므로 굳이 현장을 찾아갈 필요는 없다. 두어 개 골라 들어보면 입시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입시설명회에서 말하는 입시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자녀의 전략을 짜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입시의 가장 큰 변수가 심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입시업체가 ‘올해는 하향지원이 대세’라는 전망을 내놓으면 실제 많은 수험생이 하향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때에는 자기 성적에 맞춰 소신껏 지원해 좋은 결과를 획득할 수 있다.



    2. 번데기 타임 12월 8~14일, 고뇌와 실망의 시기

    데이터 분석은 매의 눈처럼 下向지원은 절대 금물!
    사전 연구를 끝냈다면 우리 아이의 성적을 분석해 지원 가능한 대학을 찾아봐야 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는 우리 속담은 잊자. 최대한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동시에 희망의 끈을 절대 놓아서는 안 된다.

    “이 성적으로 OO대학이나 가겠어요?”

    “이런 성적으로 대학 가면 뭐하나? 차라리 재수를 하지…”

    “나 때는 들어보지도 못한 대학인데 거기도 쉽지 않다고요?”

    정시모집 지원 상담을 하러 와서 아이 앞에서 이런 얘기를 꺼내는 아버지들이 종종 있다. 이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이요, 부모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부모에게 두 가지를 꼭 얘기하고 싶다.

    첫째, 현재 수능은 학력고사와 달리 성실한 학생이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는 구조가 아니다. 솔직히 말해 머리 좋은 아이에게 유리한 시험제도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가 일정 부분 영향을 주는 시험이다. 따라서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은…. 이 정도까지만 하겠다.

    둘째, 지금 학생들이 판단하는 ‘대학 서열’의 평가기준은 부모 세대와 다르다. 요즘 학생들은 ‘교통’에 우선순위를 둔다. 이렇다보니 지방에 있는 국립대를 찾는 인재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서울 및 수도권, 특히 역세권 대학들의 성적이 약진하고 있다.

    그럼 아이의 성적은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우선 의 자녀 수능 성적표를 살펴보자.

    성적표에는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등이 나온다. 이중 등급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할 일이 없으니 쳐다보지 말자. 먼저 표준점수의 합과 백분위 합을 계산한다. 이 둘은 지원참고표(배치표)를 사용할 때 필요하다. 백분위 평균은 전체 수험생 중 자녀의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통계자료이다.

    백분위 평균 기준으로 인문계열 수험생은 79가 넘어야 서울 지역 대학에 가까스로 합격할 수 있다(자연계열 수험생은 74). 경기권 대학은 일부를 제외하고 잘하는 3개 영역을 뽑아 학생을 선발한다. 따라서 가장 잘한 3개 영역의 백분위 평균이 70을 넘으면 인문계열 또는 자연계열 모집단위(학과)에 합격할 수 있다.

    그 다음 지원참고표를 구한다. 입시설명회에서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고 서점에서 1만~2만 원에 판매한다. 인터넷에서 ‘배치표 엑셀’ 또는 ‘지원참고표 엑셀’을 검색해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입시에 대한 감이 잘 안 잡힌다면 종이 형태를, 어느 정도 감이 있다면 엑셀 파일 형태를 추천한다.

    이제는 자녀 성적대에 맞는 점수를 찾자. 위 성적표라면 표준점수 합이 491점, 백분위 합이 341점이므로 2012학년도 진학사 지원참고표 기준으로 건국대 나군 산업섬유공학과군(491점), 단국대 다군 과학교육(337점)에 지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찾아보는 게 쉽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입시업체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지원참고표 서비스를 이용한다.

    입시업체가 제공하는 지원참고표 점수는 최초합격 점수가 아닌, 추가 2차 정도를 고려한 것이다. 다시 말해 최종합격생이 100명일 경우 70~80등, 또는 85등의 성적을 점수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안전하게 지원하고자 한다면 지원참고표상의 점수보다 낮게 지원해야 한다. 네댓 개 업체의 지원참고표 평균점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데이터 분석은 매의 눈처럼 下向지원은 절대 금물!


    하지만 명심하자. 대학은 이런 지원참고표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현재 입시가 워낙 복잡해 대학선발 방식을 설명하기 어려워 지원참고표로 보다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은 것뿐이다. 지원전략의 나침반으로 지원참고표가 무난하다는 것이지, 이것이 정답이란 말은 아니다.

    그런데 상당수 수험생은 지원참고표에만 의존해 입시전략을 짜고 있다. 그래서 재학생 때는 지원참고표 기준으로 지원해 불합격하고, 재수 때는 입시 상담을 받아 합격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지원참고표 이외에 참고할 만한 입시자료는 각 대학이 발표하는 전년도 입시결과다. 최근 들어 대학들은 적극적으로 입시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한 예로 최종 합격생이 100명이라면 그중 70~80등, 또는 85등까지의 성적 평균 또는 최종합격자의 언어/수리/외국어/탐구 평균 성적을 발표한다.

    다만 올해 지원 여부를 고려하는데 전년도 입시 결과가 중요한 변수가 아니란 사실은 기억하자. 수능 난이도, 수험생 지원 패턴, 경쟁률, 모집인원 등이 전년과 같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저 대학은 저 정도 학생들이 지원하는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이도록 하자. 각 대학별 전년도 입시결과를 한 번에 알아보고 싶다면 12월 초에 열리는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 참가한다.

    한편 가·나·다 군별로 각 3~6개 정도 지원 희망 대학을 찾아놓도록 한다. 각 영역별 점수 편차가 심한 학생이라면 성적이 낮은 영역은 버리고 3개 영역 성적만을 기준으로 지원 희망대학을 찾아본다.

    3. 어른벌레 타임 12월 15~21일, 심리를 꿰뚫는 결정의 시간

    데이터 분석은 매의 눈처럼 下向지원은 절대 금물!
    이제는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을 알아볼 때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마다 차이가 나는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이다. 이 정보는 입시업체의 설명회 책자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지원참고표 대학명 아래에 매우 작은 글씨로 표시되어 있기도 하다.

    건국대와 동국대를 비교해보면 에서 보듯 인문계열은 수리·탐구에서, 자연계열은 언어·수리·외국어에서 반영비율이 차이가 난다. 이 반영비율로 대학별 점수를 계산해보면 과 같다.

    실제 입시에서 중요한 것은 표준점수의 합이 아니라 환산점수다. 표준점수의 합이 낮더라도 반영비율이 높은 과목의 점수가 좋으면 환산점수가 잘 나와 유리하다. 손으로 환산점수를 계산하기가 까다로운데, 각 입시업체 홈페이지에서 수능 성적만 입력하면 대학별 환산점수를 무료로 계산해준다.

    환산점수로 유리한 대학을 찾았다면 자녀에게 유리한 모집단위(학과)를 찾아보자.

    최근 수험생들 사이에서 대학 선택 기준자료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모의지원이다. 실제 지원과 괴리감이 존재할 수 있지만 수험생 이용도는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모의지원은 ‘리허설 입시’라고 보면 되는데, 실제 지원을 앞두고 모의 지원해 대학별 환산점수로 지원자들 간에 줄을 세워 합격/불합격을 예측하는 서비스다. 전년도 입시결과, 지원참고표,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 등을 통해 목표 대학을 설정하고, 모의지원을 통해 모집단위를 결정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보인다.

    모집단위를 선택할 때 주의할 것은 가·나·다 각 군별로 학과 조합에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군은 자녀가, 나군은 아빠가, 다군은 엄마가 원하는 모집단위를 선택한다. 이래야 가정에 안녕과 평화가 찾아온다는 걸 필자는 다년간의 상담을 통해 느꼈다.

    수능이 쉬워져 수험생 간의 변별력이 감소한 요즘, 모든 통계적 수치를 엎어버리는 변수가 생겨났다. 바로 심리전이다. 전년도 정시 입시결과만 봐도 정말 그렇다. 경영학과 등 각 대학 최상위 학과들의 최종 합격자 성적이 하위 학과 최종합격자 성적보다 낮게 나타나곤 한다. 최상위 학과에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학생임에도 지레 겁먹고 중하위 학과에 지원하는 것이다. 물건 살 때 웃돈 내고 산 격이라 하겠다.

    하향지원이 매해 입시에서 반복해 나타나는 현상이라 해도 최근의 하향지원은 도를 넘은 듯한 느낌이다. 수시는 모집인원이 많고 정시는 모집인원이 적다는 잘못된 선입관이 만들어낸 기형적 지원심리로 보인다.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2012학년도 입시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대학의 선발비율은 수시 46%, 정시 54%로 정시 선발 비율이 높았다.

    인문계열 학생은 자연계열 학과에 교차 지원할 수 있는 학과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물론 교차지원을 고민하는 경우는 성적이 낮아 인문계열 지원이 어려울 때다. 인문계 교차지원은 서울 지역 대학 중 성적이 낮은 대학부터 가능한데, 대부분 입학 후에 전과(轉科)하는 경우가 많으니 우선은 대학 선택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성적 낮은 모집단위보다는 중간 성적대의 선발인원이 많은 모집단위가 차라리 안전할 수 있다. 하향지원 경향 때문에 성적 낮은 모집단위에선 도깨비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혹시 ‘재수를 하면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고민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언어 성적을 기준으로 판단해볼 것을 조언하고 싶다. 우리 아이가 고3 내내 언어 성적이 들쭉날쭉했거나 독해가 취약하다면 어떻게든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낫다. 수리와 외국어는 과목 특성상 성적을 올리기 쉽지만 언어는 대체로 습관이고 우리말이라 재수, 삼수를 해도 성적이 올라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은 매의 눈처럼 下向지원은 절대 금물!
    아빠가 해선 안 되는 것

    이제 정리한다. 입시초보 아빠는 우선 입시용어를 이해하고 입시설명회 등을 통해 분위기를 파악한다. 그 다음 자녀의 성적을 분석하고 지원참고표, 전년도 대학입시결과 등을 고려해 각 군별로 3~6개 목표대학을 꼽는다. 그리고 대학별 환산점수를 계산해 이를 기준으로 유리한 대학과 모집단위를 결정한다. 단, 지나친 하향지원은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입시 전문가로 탈바꿈한 아빠가 해서는 안 될 것. 우리 아이를 데이터로만 평가하는 것이다.

    “넌 OO대학밖에 못 간다.”

    “아빠가 분석해보니 넌 △△대학도 어려워…”

    데이터를 처음 분석해보는 입시상담사가 저지르는 흔한 실수다. 이미 나온 성적, 나무란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복장이 터질 것 같더라도 최고의 입시전략을 짜는 데만 에너지를 쏟자. 냉정한 분석과 따뜻한 마음으로 자녀를 보듬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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