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호

“곽노현 反面敎師 삼아 수도교육 개혁”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보수 단일’ 후보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2-11-21 1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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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리는 서울교육, 선생님 氣 살려 해결
    • 교육감은 교육 본질에 집착…“이념 주입은 안 돼”
    • ‘정치꾼들’ 사절, 교육자답게 ‘아마추어 선거’할 것
    • 인권조례, 무상급식 손보고 中1 ‘시험 없는 학교’ 운영
    “곽노현 反面敎師 삼아 수도교육 개혁”

    문용린<br>● 1947년 만주 푸신 출생<br>● 여주농고, 서울대 교육학과, 미국 미네소타대학원 교육심리학 전공(철학 박사)<br> ●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br>● 김영삼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위원<br> ● 김대중 정부 교육부장관<br>●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br> ● 現 한국교육학회장·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2시간여 인터뷰하는 동안 답변은 막힘이 없었다. 불편할 수 있는 질문에도 피하거나 에둘러 설명하지 않았다.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서울교육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물을 때마다 결론은 ‘선생님 기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좋든 싫든 선생님이 적극 나서야 교육이 바로 선다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이었지만 30년 넘게 예비교사를 양성한 사범대 교수 출신다운 답변이었다. 돌이켜보면 2010년 6·2선거때 보수진영 교육감 후보였던 이원희 전 한국교총 회장은 ‘부적격 교사 10% 퇴출’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재미’는 못 봤다. 교사들의 반발과 포퓰리즘 논란도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교사를 끌어안는 모습은 교사들의 기를 살리는 동시에 보수·진보 진영논리를 거부하는 교육자의 모습으로 비쳤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65)는 11월 2일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보수진영 단일후보가 됐다.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시민회의)와 교육계원로회의가 마련한 결선투표에서 추대위원 20명 중 15명의 지지를 얻어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보수진영의 예비후보 2명은 계속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기는 하다. 교육감 재선거는 12월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 당선되면 곽노현 전 교육감의 남은 임기(1년 6개월)를 채우게 된다.

    11월 9일 서울 중구 신당동 그의 선거사무실에서 드링크 한 병을 앞에 두고 그와 마주 앉았다.

    ▼ 광화문, 종로가 아닌 신당동에 사무실을 냈어요.

    “도심 지역에서 건물을 임차하려 했더니 너무 비싸요. 두 달 쓰는 데 3000만 원이랍디다. 여기는 1000만 원이면 선거 끝날 때까지 쓸 수 있어요. 뭐, 저도 돈이 없고요.”



    유세차량 없는 ‘벽보선거’

    ▼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비용 보전액이 38억 원 정도 되지 않나요?

    “나라에서 (선거비용을) 보전해준다고 해도 교육감 하겠다는 사람이 돈 많이 쓰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유세차량도 만들지 않으려고요. 그저 ‘벽보선거’로 조용하게 치를 겁니다.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토론회 나가서 소신을 알리면 될 거 같아요. 선거비용도 법정 선거비용의 절반 정도만 쓰자, 뭐 이렇게 참모들과 얘기하고 있어요. 소액기부와 펀드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걷히는 비용만큼만 쓸 겁니다.”

    ▼ 보수진영 단일후보가 되니 ‘선거꾼’들이 찾아오지는 않나요?

    “자칭 ‘선거 프로’라는 사람도 오고, 국회의원 보좌관이라는 사람도 와서 도와주겠다는데 다 사절했어요. 그랬더니 나보고 ‘아마추어 선거를 한다’고 하기에 ‘나는 아마추어다’라고 말했습니다. 굳이 여론조사를 할 필요도 없어요. 사람들을 만나 물어보면 되잖아요? 교육자답게 창피하지 않게 하면 되죠. 제 주변에는 휴직하고 와서 도와주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앞서 서울시교육감 두 분이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났는데 깨끗하게 승부를 내야죠.”

    그는 전직 교육감 2명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곽노현 전 교육감은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당시 후보 매수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문 후보는 “수도교육의 수장 2명이 연거푸 유죄 판결을 받아 교육계가 말이 아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얘기는 자연스레 출마 이유로 흘렀다.

    “내가 볼 때 현재의 서울교육은 엉망입니다. 이젠 교육계 위상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또 하나는 곽 전 교육감이 학생인권, 무상급식 등을 너무 정치적으로 몰고 갔어요. 인권이나 무상급식은 좋은 겁니다. 그런데 학생인권을 너무 강조하니 선생님들의 지도력이 없어졌어요. 학생들 주머니 검사, 가방 검사도 못하게 하는데 무슨 교육이 되겠습니까. 소위 진보교육감이 만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 교육감이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은 무엇입니까?

    “교육 본질에 집착하는 능력이라고 봅니다. 교육이라는 게 다양한 가치가 관여돼 있어요. 정치, 이념, 경제, 문화적 가치 등 다양한데 본질은 ‘학생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발달시킬까’입니다. 20년 뒤 제대로 된 인간, 제대로 된 시민을 만드는 게 본질 아닌가요? 교육자는 학생들이 제대로 씨앗을 틔우게끔 만들어야죠. 교육감은 주위의 정치, 경제, 사회이념적 압력을 견뎌내면서 교육철학을 실현해나가야 해요. 교육, 이건 대단히 섬뜩해요.”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미국이 좋다 나쁘다고 판단하는 건 20년 뒤 학생들이 어른이 됐을 때 판단할 문제입니다. 미국이 나쁘다고 얘기하면 이건 주입이고 세뇌입니다. 진보가치가 좋다, 미국이 나쁘다 식의 일방적인 가치주입은 교육 현장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교육감이라면 중심을 잡고 교육 본질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죠.”

    “교육, 이건 섬뜩해요”

    ▼ 그렇군요. 문 후보의 교육정책은 뭡니까.

    “곽노현 反面敎師 삼아 수도교육 개혁”
    “수도 서울의 교육은 대단히 복잡합니다. 120만 명의 학생이 있어요. 서울 교육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방향감’을 가지고 나가야 합니다. 방향감 1번이 뭐냐? 선생님입니다. 교육은 사람이 합니다. 학교교육이 잘되려면 선생님이 잘돼야 합니다. 학교폭력만 해도 그래요. 선생님이 사랑으로 학생들을 대하면 그게 안 보이겠어요? 공부 못하는 학생을 보고 가슴 아프게 느끼는 선생님이라면 다 보여요. 선생님의 제자 사랑과 교육에 대한 헌신을 북돋우면 교육의 기본은 바로 가게 돼 있어요. 종합대학에는 130여 개의 전공 영역이 있어요. 그런데 학생들은 법대, 의대 등 5, 6곳에 몰려요. 나는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치면 이 문제도 해결된다고 봐요. 국사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치면 국사학과 가려는 학생이 많아질 거 아닙니까.”

    ▼ 제도 개혁보다 교사가 신명나게 가르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요.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선생님에게 돈을 쓰자는 거죠. 그동안 우리 교육정책은 무엇이었나요? 교사 봉급 많이 준다? 대학입시제도 바꾼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교육이 더 중요해요. 의사가 환자 진료할 때 환자 1명당 진료비 받을 생각하면 병을 제대로 고칠 수 없어요. 환자를 걱정하고 배려하는 의사가 병을 고칩니다. 같은 이치예요.”

    ▼ 교육부 장관 할 때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요.

    “그런가요(웃음)? 나도 깨달은 게, 참 엉뚱한 데 가서 헤맸구나, 제도 바꾸고 입시 바꾸고….”

    그의 말대로 서울의 초·중·고교생은 2206개교 126만2900여 명이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원은 7만9400여 명, 예산은 7조6000억여 원이다. 서울시교육감은 이들 학교와 교직원을 지휘한다. 인사권도 쥐고 있고, 사교육기관을 점검 단속하는 권한도 있다. 그래서 ‘교육 대통령’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교육감의 가치관과 교육철학, 문 후보 표현대로라면 ‘방향감’은 엄중하다. 교육감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학교 현장이 좌지우지된다. 학생인권조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7월 부임하자마자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해 올해 초 학교현장에서 시행됐다. 머리 길이 단속과 염색, 파마, 교복 착용을 규제하지 못하게 하고 교내 집회를 보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지난해 초 학생인권조례를 최초로 도입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상위 법인 초중등교육법에는 두발 복장 규제 여부는 학교 구성원이 규칙으로 정하게 돼 있다”며 무효 확인 소송을 냈고,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곽 전 교육감이 물러난 다음 날 “인권조례와 상관없이 학교 자율로 교칙을 만들라”는 공문을 내려보내 사실상 조례 시행을 무력화했다. 학교는 헷갈린다. 물론 다음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인권조례 시행 여부는 또 달라질 수 있다.

    ▼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방향감’은 어떻습니까?

    “발상 자체는 좋아요. 학생 인권 신장 자체는 찬성합니다. 그러나 부작용이 커요.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많은 학생의 인권이 침해받는 상황이 생깁니다. 학생 인권을 강조하면 주머니 검사, 일기 검사도 못해요. 이건 교육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나쁜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교사는 당연히 빼앗아서 훈계할 수 있어야죠. 교사가 지도할 여지도 열어놓아야 합니다. 나는 교사의 지도력을 살리면서 인권조례를 지키는 방법을 연구할 겁니다. 학생 가방 검사까지 인권 차원이라면, 거 참.”

    잠시 생각에 잠긴 그가 말을 이었다.

    “무상급식 문제도 그래요. 그 자체는 좋아요. 그런데 엄청난 돈이 들어가잖아요? 원어민 외국어 교육을 시키려고 했는데 그 돈을 빼 무상급식에 투자하니 원어민 교육은 못하고 있어요. 화장실 같은 학교 시설개선도 못하고 있어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거죠. 학교 현장에 이념이 개입해서야 되겠습니까.”

    ▼ 학교폭력은 어떻습니까. 교과부는 지난해 말 학교폭력 대책을 발표하면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했는데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봐요. 학생부 기재 말고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전학을 시키려고 해도 가해 학생 부모가 반대하면 전학도 어렵습니다. 학생들 ‘전과기록’을 기재한다는 건 비교육적이지만,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여야 해요. 그나마 기록이라도 해야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폭력의 엄중함을 알게 되니까요.”

    ▼ 학교폭력은 갈수록 늘고 흉포화하고 있는데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6년간 활동하셨는데 뾰족한 대안은 없나요?

    “미국이나 일본 등을 봐도 학교폭력은 끊임없이 생겨요. 자생적인 인간 발달의 한 현상이죠. 사춘기 애들이 모이는 데는 항상 긴장과 갈등이 있습니다. 결국 어른들의 문제라고 봐요. 지도감독하는 어른이 관심을 가지면 학교폭력은 줄어듭니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 교실에 상주해요. 그런데 중학교 때는 그렇지 않잖아요? 여기에 사범대 졸업한 초임 교사의 80%는 여자 선생님인데 이 문제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학교폭력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을 지금 다듬고 있는데 곧 발표할 겁니다.”

    ▼ 입시 중심의 교육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당연히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을 존중하는 학교교육이 필요하죠. 중학교 1학년 때는 중간·기말고사를 폐지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봐요. 모든 중학교에 진로진학상담 전문교사를 배치해 1년 동안 ‘꿈과 끼를 찾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거죠. 수업은 토론과 발표, 조사 등 학생 참여수업으로 운영하고, 인성교육 과정과 성과를 학생부에 기록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요. 가칭 서울형 교육과정을 추진하려고 해요.”

    ▼ 고교선택제는 어떻게 보나요. 곽 전 교육감은 ‘학교 서열화’를 이유로 반대했는데요.

    “나의 기본 철학은 학생과 학부모가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하고 좋은 교육제도와 학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규제정책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아이들의 선택을 다양화해주는 것. 큰 무리가 없다면 바람직하다고 봐요.”

    이즈음 기자는 후보 단일화 과정으로 화제를 돌렸다. 단일화 과정에서 시민회의가 문 후보를 밀었다는 논란도 있었다.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가 가장 주도적으로 했어요. 후보 출마 권유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는 분이 일단 이름을 올려놓고 보자고 했고요. 보수진영에선 ‘이기는 후보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 내심 고심은 했어요. 11월 2일 단일화 발표 일주일 전 즈음에 최종 출마 결심을 했습니다.”

    ▼ 지난 8월부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죠?

    “네. 새누리당의 교육 공약 개발에 참여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출마 결심을 하고 10월 28일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났어요.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해요. 선거법상 정당의 당적을 가졌느냐가 문제가 되겠죠. 나는 당적을 가진 적이 없어요.”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에는 ‘과거 1년간 정당인의 교육감 출마 금지’ 조항이 있다. 선관위는 ‘입당 효력은 당원명부에 등재됐을 때 발생한다’며 문 후보의 교육감 후보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냈는데 보수 진영의 단일후보가 됐어요.

    “그걸 묻는 분이 꽤 있어요. 저는 김영삼 정부 후반기 2년간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습니다. 55개 교육개혁안을 만들었고요. 김대중 전 대통령당선자 시절에는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나를 추천해 DJ 취임 연설문을 다듬었어요. 그게 DJ와의 첫 인연이었어요. 이해찬·김덕중 교육부 장관은 DJ의 교육 구상을 위한 정지작업을, 나는 교육개혁을 실천하라고 임명했습니다. 보수 진보를 떠나 나는 교육개혁 전문가로 활동했어요.”

    ▼ 개혁안의 방향성은 무엇이었나요?

    “교육부를 ‘학교 교육부’로 한정하지 말고, 인적자원의 총괄 담당 부처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5000만 명의 국민이 각자 가진 소질과 적성을 100% 발휘해 국가 발전에 참여하게 하는 거죠. 인적자원의 육성과 유통, 활용을 교육부가 총괄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죠. 통일에 대비해 북한 인적자원도 관리해야죠. 그래서 교육부 장관을 부총리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 장관 그만두신 게 5·18 전야 음주 때문인가요?

    “만약 그(음주사건) 때문이라면 그때 그만두라고 하셨겠죠.”

    ‘5·18 전야 음주사건’은 2000년 5월 17일 당시 전남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뒤 문 장관과 한상진 정신문화연구원장, 노성만 전남대 총장 등이 광주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신 일이다. 당시 민주당 386 정치인들도 이 자리에서 술을 마셨는데, 정치인들이 들어서자 문 장관 일행은 주점을 나왔다. 문 장관은 ‘사려 깊지 못한 행위’라며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그날 기조연설을 하고 호텔에 있다가 전야제 행사를 보러 전남도청까지 걸어갔어요. 300~500m쯤 됐나? 행사 마치고 호텔로 귀가하다가 맥주나 한잔하자고 해서 갔는데, 정치인들과는 나오다가 만났어요. 잘못이라면 잘못이죠. 그 때문에 경질된 건 아니고요. 장관 할 때 과외금지 위헌 결정이 내려졌어요. 당시 정부는 사교육비 대책으로 과외 금지 정책을 시행했는데, 헌법재판소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거죠. 사실 부모가 자식 교육을 시키려는데 국가가 일일이 대처할 문제도 아니었어요. 헌재 판단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이 문제는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문제가 아니었어요.”

    인터뷰가 끝날 무렵 문 후보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에 대해 묻자, 그는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줬다.

    문 후보는 1947년 철광석으로 유명한 만주 푸순(撫順)에서 태어나 이듬해 선양(瀋陽)과 톈진(天津)을 거쳐 인천으로 건너왔다고 했다. 선양에서 톈진까지는 미군 비행기로, 톈진에서 인천까지는 미군 군함(LST)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군함에서 사흘 밤을 보냈는데, 둘째 날 저녁부터 호흡곤란과 고열을 앓았다고 한다. 미군 군의관이 전염병의 일종인 디프테리아라고 진단했다. 주사를 놓아주고는 ‘오늘이 고비’라고 했다고 한다. 문 후보 어머니 손에 주사약 하나를 쥐여주었다. 그런데 여섯 살 때인 1953년 봄에 또 디프테리아가 재발했다. 호흡곤란으로 쓰러졌지만 6·25전쟁 막바지에 병원에 약이 있을 리 만무했다. 문 후보의 어머니는 미군 군의관이 건네준 주사약병을 찾아냈다. 당시 의사는 이미 말라버린 주사약에 무엇인가를 넣고 한참을 흔들어댄 뒤 주사를 놓았는데, 문 후보는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나의 목소리가 탁한 이유도 디프테리아 때문이에요. 그런데 2년 전에는 아내에게서 신장이식을 받았으니 3번의 고비를 넘겼네요(웃음).”

    ▼ 수술 후 경과는 좋나요?

    “네. 좋아요. 신장이식수술은 수술 후 3년이 지나야 안심할 수 있다고 하네요. 2010년 12월 29일 수술했으니 2년 정도 됐나? 사실 아내는 건강 때문에 교육감 후보에 나서지 말라고 했어요. 저도 고심했고요.”

    ▼ 지금도 반대하시나요?

    “네. 아직 설득을 못시켰어요. 그래도 투표는 하라고 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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