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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T-50 미국 수출길 열릴까

3차 전투기(FX) 사업 美·유럽 대결 활용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한국산 T-50 미국 수출길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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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비행기 수출길은

한국산 T-50 미국 수출길 열릴까

기술과 지분 제공을 내세운 EADS의 유러파이터.

많은 한국인은 국산 무기의 미국 수출을 소원한다. 미국에 수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산 무기로는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훈련기 T-50이 꼽힌다. 미 공군은 조만간 훈련기 도입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록히드마틴은 한국과 손잡고 T-50 판매에 도전해볼 수 있다.

이것이 성공하면 록히드마틴은 F-35의 한국 판매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3차 FX 사업 결정 시기는 코앞에 있고 미국의 훈련기 도입사업은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록히드마틴은 회사 차원에서 T-50 2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 대는 시험비행 중인 F-35를 관찰하는 추적기(chaser)로 사용하고, 또 한 대는 미 공군이 요구하는 사항에 맞는 고등훈련기를 개발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쓰기 위해서다.

자기의 필요에 의한 구매지만 현실이 되면, 어쨌든 한국은 최초로 국산 무기를 미국에 수출한 것이므로 록히드마틴은 한국에서 F-35 도입 찬성 여론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반면 보잉은 스웨덴과 새로 훈련기를 개발해 미국의 훈련기 사업에 도전하려고 한다.

‘세미 스텔스’의 유혹



F-15SE를 내세운 보잉은 조용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승리를 자신하며 굳히기에 들어간 형세다. FX 사업 가운데 가장 치열했던 것은 보잉의 F-15K와 EADS의 유러파이터 등이 맞붙은 1차 사업이었다. 여기서 승리한 보잉은 3차 FX에 참여한 유러파이터에 대해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보인다. 그때 F-15K의 대당가격이 1억 달러(약 1000억 원) 정도였다. 환율 변동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보잉은 F-15SE를 F-15K 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한다. FX 사업예산 8조3000억 원에 너끈히 맞춰주겠다는 것이다.

1차 FX 사업 당시 한국은 FMS가 아닌 직구매를 했다. 직구매는 미국 정부라는 ‘판정관’을 쓰지 않고, 한국이 자체 판단해서 선정하고 협상해 구매하는 것이다. 한국은 2차 FX 사업 때 F-15K 20대를 수의계약했다. 보잉은 이것을 한국이 F-15K에 만족한다는 신호로 이해한다.

F-15K 도입 후 한국 공군은 유지비용이 대단히 비싼 것을 알고 크게 놀랐다. 이 때문에 스텔스기의 운용비용은 훨씬 더 비쌀 것으로 추정한다. 스텔스기는 주기적으로 스텔스 도료를 칠해주는 등 더 많은 정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유해서 말하면 ‘그랜저를 산 후 연료가 많이 들어 혼이 났는데, 에쿠우스를 사면 연비도 더 낮고 기사 봉급도 더 줘야 하지 않을까’고민하고 있는 격이다. 보잉은 ‘F-15K를 운용해봤으니 F-15SE 운용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으냐’며 예산 걱정을 하는 한국을 자극한다.

전투기는 ‘기성복’이 아니라 ‘맞춤복’이다. 플랫폼이라고 하는 기본형을 놓고, 구입국의 요구에 맞춰 부분적으로 새로 설계해 제작한다. 한국이 도입한 F-15K는 ‘이글’이라는 별명을 가진 F-15E를 한국 요구에 맞춰 새로 설계 제작한 것이라 K자를 붙이게 됐다. 예컨대 보잉이 싱가포르(SG)를 위해 대대적으로 개조 제작한 전투기는 F-15SG다.

AESA 레이더는 최고의 레이더로 꼽힌다. F-15SG는 F-15K가 갖지 못한 AESA 레이더를 갖췄다. 조종실도 전투 시 조종사가 작동하기 좋게 대폭 개조했다. 기체 좌우로 길쭉하게 내부 연료통을 붙여 항속거리도 늘였다. 이러한 F-15SG에 스텔스 기능을 덧붙인 것이 F-15SE이다. SE는 ‘조용한 독수리’란 뜻의 Silent Eagle에 따왔다. 보잉은 F-15SG 개발비는 이미 건졌고, F-15SG를 F-15SE로 개조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들지 않으니 기존 F-15K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투기 동체에 주렁주렁 매다는 미사일과 폭탄은 레이더파를 반사한다. 이 때문에 F-35 같은 정통 스텔스기는 스텔스 처리를 한 동체 안에 미사일과 폭탄을 집어넣는다. 따라서 스텔스기의 탑재무장은 일반 전투기보다 적다. F-15SE는 F-15SG의 동체 좌우에 붙인 내부 연료통을 무기 탑재 공간으로 돌린 것이다.

불은 뿜는 엔진 배기구도 레이더파를 많이 반사한다. 이 때문에 F-35는 엔진을 스텔스 처리한 수평 꼬리날개로 많이 가려 지상에서 쏘는 레이더파가 도달하기 어렵게 했다. F-15SE는 이러한 구조가 아니다. 엔진 위치를 바꾸는 것은 대대적인 개조이기에 비용이 엄청 늘어난다. 때문에 보잉은 스텔스 부문은 반(半)만 만족하고, 가격은 절대 만족하라며 ‘세미 스텔스기’를 내놓은 것이다.

공중작전을 전부 스텔스기로 치를 필요는 없다. 적의 방공망을 파괴한 다음에는 일반 전투기도 안심하고 작전할 수 있다. 그때는 무기를 많이 달 수 있는 전투기가 최고다. 스텔스기도 동체 밑에 무기를 달고 출격하는데 그때 F-15SE는 F-35보다 훨씬 더 많은 무기를 탑재한다.

한미 공군은 전시와 평시 모두 연합작전을 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한미 공군은 ‘무기와 장비 통일’을 이뤄놓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무기나 부품이 없으면 상대국으로부터 빌려 쓰기 위해서다. F-15SE는 한국 공군이 60대 갖고 있는 F-15K와 무기 장비에 통일이 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러파이터는 10여 년 전에 있었던 1차 FX 사업에서 F-15K에 패배했다. 그런데도 EADS가 이번 한국의 3차 FX 사업에 도전한 것은, 새로운 필살기를 갖췄기 때문이다. 한국은 3차 FX 사업을, 5조 원을 투자하려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KFX) 사업에 연계하고자 한다. 3차 FX 사업에는 50% 절충교역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3차 FX 사업을 가져가는 업체는 사업비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의 물품을 한국에서 사가거나 기술을 한국에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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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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