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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케어기빙’ 교육 특성화 돌봄과정은 고령화 시대 ‘힐링캠프’

고려사이버대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국내 유일 ‘케어기빙’ 교육 특성화 돌봄과정은 고령화 시대 ‘힐링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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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케어기빙’ 교육 특성화 돌봄과정은 고령화 시대 ‘힐링캠프’

RCI-Korea 연구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고려사이버대 조경진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가정 내 케어기빙을 얘기할 때 미국인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자(Care for your loved ones)’는 말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의무 때문에 아픈 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되도록 그 의무를 피하고자 해서 형제끼리, 올케와 시누이 사이에 다툼이 많죠.”

병든 부모의 수발이 가족 내 가장 약자라 할 수 있는 이주여성 며느리에게 미뤄지는 것도 한국적인 현상이다. 조 교수가 RCI 주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 이주여성의 사연은 이렇다.

전남 순천에 살고 있는 태국 출신의 S씨(42). 그는 당뇨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딸을 키우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남편이 가끔 돈을 부쳐줄 뿐이어서 S씨는 식당 일도 하고 집에서 구운 과자를 내다팔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때때로 쌀을 살 돈조차 없는 곤궁한 삶을 그는 그저 자신이 처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S씨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다섯이나 되는 남편 형제가 명절이나 시어머니 생신 때 찾아오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는 “태국에선 크리스마스 때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이 아무리 못살아도 비싼 전화요금을 들여 부모에게 전화한다”라며 “한국은 효의 나라라고 들었는데, 정말 이상하다”고 말했다.

연구가들은 케어기빙을 ‘혼자 하는 여행’에 비유한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이 길고, 고되고, 고독한 일이기 때문이다. 고려사이버대와의 협약을 위해 2010년 3월 한국을 찾은 로잘린 카터 여사의 연설문 중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내를 둔 한 남자분은 “저는 자주 울지만 아내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라고 했고, 다른 젊은 여성분은 “친구들이 제게 전화를 하면 항상 아픈 제 남편이 어떤지 물어봐요. 제가 어떤지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요”라고 했습니다. 쇠약한 아버지를 간병하시는 한 여자 분은 하루는 실제로 집을 뛰쳐나가 호텔에 들어갔다가 아버지를 버리고 떠날 생각을 한 자신을 원망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습니다….” (2010년 3월 22일)



“케어기버들은 평균보다 높은 스트레스와 우울을 경험합니다. 환자를 돌보느라 자신을 방치해 환자보다 먼저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분은 당뇨와 고혈압을 앓는 남편을 돌보다 뇌졸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어요. 대부분의 케어기버들은 케어기빙을 가족으로서의 당연한 역할이자 의무라고만 생각하고 자신 역시 돌봄의 대상이란 사실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고려사이버대가 케어기빙 교육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첫 번째 메시지는 ‘케어기버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케어기버의 ‘짐’을 나누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조 교수는 “각 가정 내에서 할 수 있는 일,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며 “우선 케어기버들이 한 숨 돌리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루에 몇 시간씩 환자를 맡겨놓을 수 있는 일시보호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 각 구에 설치된 치매센터는 ‘치매환자가족을 위한 희망 다이어리’란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환자 가족에게 스트레스 해소법, 자기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 등에 대해 교육하기 시작했다. 조 교수는 “이런 프로그램이 다른 중증환자 가족에게까지 확장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共感의 동물

국내 유일 ‘케어기빙’ 교육 특성화 돌봄과정은 고령화 시대 ‘힐링캠프’

2010년 3월 고려사이버대를 방문한 로잘린 카터 여사.

미국인들 사이에선 직장을 그만두고 케어기빙을 택한 가족에게 다른 가족들이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문화가 확산되어 있다. 케어기버들이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우리가 배울 점이다. 간병인 등의 전문 케어기버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전문 케어기버들은 감정노동자입니다. 고된 노동에 스트레스가 큽니다. 하지만 처우는 좋지 않아 기피 직종이 되면서 조선족 간병인이 증가하는 추세지요. 시설에 부모를 맡긴 이들은 책임을 회피했다는 자책감에 간병인들을 다그치기 일쑤입니다. 심리적으로 자신을 간병인에게 투영하는 셈이지요. 간병인 입장에선 자신보다 케어 기술도 모르고, 자주 찾아오지도 않으면서 요구만 많다고 불만이고요. 가족과 간병인이 협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안정적인 환자 돌봄을 위해서 중요한 일입니다.”

케어기빙 교육과정의 첫 과목은 ‘케어기빙의 기초’다. 이 과목은 ‘인간은 공감의 동물’이란 메시지에 첫 2주간을 할애한다. 조 교수는 “아픈 부모를 모시고 있는 올케에게 ‘고생 많다’ ‘고맙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케어기빙을 모두가 나누는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케어기빙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학생들은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케어기버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 ‘왜 우리 정부는 케어기버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우선 시작은, 케어기버의 고충을 인정하고 ‘고맙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주변의 지지를 받으면 혼자 하는 고독한 여행은 덜 외로워지기 마련이니까요.”

고려사이버대는 앞으로 케어기빙 관련 과목과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설하는 등 케어기빙 교육 프로그램을 좀 더 심화,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또 2012년 기술, 정보, 문화 3개 트랙으로 신설한 학제정보대학원에 휴먼서비스 트랙을 추가해 ‘인간의 생애주기에 따른 케어’라는 화두의 연구에도 나설 계획이다. 조 교수는 “복지기관이나 요양기관 등 휴먼서비스 부문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을 이 같은 과정에 참여시켜 노인 돌봄 등 우리나라 휴먼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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