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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이미지에 갇힌 연기 갈증 중국서 채우고 노래로 풀었어요

테크노 여전사에서 배우로 컴백 이정현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신들린 이미지에 갇힌 연기 갈증 중국서 채우고 노래로 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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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보고 마음이 바뀌었나요?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어린 미혼모들이 교육도 못 받고 기술도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아이와 살기 위해 발버둥치다가 결국 버티기 힘들어 아이를 입양 보내는 굉장히 안 좋은 상황까지 가더라고요. 미혼모들은 자살 시도를 많이 해요. 사회적으로 보호받는 기간도 몇 개월 안 되고, 다시 사회로 나오면 기술도 없고 못 배워서 취직도 안 되고, 그러면 단기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하다가 밖으로 내몰리고…. 그렇게 아이 지키려고 열심히 힘겹게 살아가는 미혼모들을 보고 많이 울었어요. 마음이 먼저 움직여서 한 것 같아요. 무조건 내가 해야겠다 싶어 하겠다고 했더니 주위에서 난리가 났었죠. 역시나 너무 힘들더군요. 석 달 분량의 촬영을 한 달 반 안에 끝내야 하고, 현장 상황이 너무 열악해서요.”

‘무늬만 성교육’ 실감

▼ 투자를 못 받은 건가요?

“인권위에서도 투자하고 영화진흥공사에서도 투자하고 감독님 돈도 들어갔는데 그래도 많이 부족하죠. 간식은커녕 회식도 엄두를 못 낼 정도였어요. 스태프 돌보고 간식, 회식 챙기는 건 제 담당이었어요. 스태프 중에 나보다 연장자가 없었거든요. 다들 저처럼 돈 안 받고 재능기부 하는 거여서 힘든 내색조차 할 수 없었어요. 그들이 도망갈까봐 걱정돼서요. 거의 매일 밤을 새우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내가 힘들어하면 다 무너질까봐 늘 생글생글 웃고 다녔어요.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정말 말도 안되는 여건이었는데 끝까지 현장을 지켜준 스태프들에게 무척 고마워요. 영화 찍으면서도 이게 과연 마무리될 수 있을까 늘 불안했는데 어느덧 마지막 촬영을 하고 편집된 영상이 나오고 영화제 초청도 받고 개봉까지 하게 돼서 주위 모든 분께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연습은 따로 안 했어요. 다큐멘터리를 통해 미혼모의 삶을 어느 정도 인지한 후 아무런 준비 없이 현장에 갔어요. 시나리오에는 제가 맡은 미혼모 효승이가 슬프고 어둡고 불쌍한 캐릭터로 돼 있지만 영화에서는 굉장히 밝게 연기했어요.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해본 사람이 아들을 다시 찾으러 간 것은, 서른이 되면서 어설프게나마 가족이라는 관념이 생겨서일 거예요.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니 동냥하듯 부탁하고 다닐 것 같진 않았어요. 자존심 다 버리고 비굴하게 실실 웃으면서 부탁할 것 같았어요. 다행히 감독님이 제 의견을 잘 받아줘서 캐릭터를 새롭게 설정했고, 촬영 내내 효승 캐릭터에만 몰입했어요. 아무도 안 만나고 연락도 안 했을 정도로.”

▼ 미혼모를 연기하면서 어떤 게 아쉬웠나요?

“무엇보다 성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성교육의 부재로 아이가 생기고 또 부모와 대화가 단절돼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미혼모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또 미혼모의 자녀가 방치돼 단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정상적인 부모가 있으면 합의가 되지만 이 아이들은 그럴 기회조차 없어요. 볼펜 하나를 훔쳐도 절도범이 되고 사회에 나왔을 때도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죠. 가난이 대물림되듯이 미혼모와 그 자녀들은 불행한 삶을 거듭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 영화는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에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어요. 정말 어른들, 기성세대들, 이 시대를 이끄는 사회지도층에서 꼭 봐야 할 영화예요. 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제도권 안에서 보호하고 도와줘야 해요. 지금보다 체계적인 성교육과 더 많은 사회적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됐으면 좋겠어요.”

▼ 평이 워낙 좋아서 보람 있겠네요?

“토론토영화제에서 초청장이 왔기에 나이애가라 폭포 구경 가야지 하는 심정으로 갔어요. 도쿄영화제에선 상도 받았고요. 그밖에도 이탈리아, 대만, 필리핀 등 여러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진출했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상까지 받아서 기쁘지만 이런 걸 바라고 한 건 아니에요. 마음이 움직여서 노 개런티인데도 출연한 거고, 영화가 잘되면 주겠다는 러닝개런티도 다 기부하도록 했어요. 너무나도 뜻이 잘 맞는 사람들과 만나서 좋은 영화 만들었고 몇 명이라도 보고 공감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요. 미혼모와 그 자녀들의 실상을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만으로도 보람 있어요.”

▼ 또 이런 제의가 온다면 할 건가요?

“마음이 움직이면 할 것 같아요. 이러다 노 개런티 전문 배우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하하하.”

강한 여자로 중국 사로잡아

이정현은 2012년 중국에서도 큰 상을 받았다. 제7회 중국 화정장(華鼎奬) 아시아 인기대상이 그것. 중국에 진출한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이 상을 받은 그는 “화정장은 중국에서 권위 있는 시상식”이라며 “2011년엔 장이머우 감독님과 배우 장쯔이 씨가 수상의 기쁨을 맛봤고, 2012년에는 청룽(成龍)아저씨가 공로상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또 “한류라는 게 한 2~3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10년 넘게 꾸준히 이어져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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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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