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호

흥행은 수원-KT 명분은 전북-부영이 앞서

프로야구 10구단 연고지는…

  • 이승건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why@donga.com

    입력2012-12-28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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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삼성 반대 탓에 창단 결정 늦어져
    • 12구단 시대 열려야 양대 리그 가능
    • 경기지사 vs 전북지사 경쟁도 관전 포인트
    흥행은 수원-KT 명분은 전북-부영이 앞서

    2012년 11월 6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회의실에서 진행된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석채 KT 회장, 염태영 수원시장(왼쪽부터)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로야구가 2015년부터 10구단 체제가 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2년 12월 1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 추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KBO는 “현재 야구 환경이 10구단 창단에 필요 충분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었지만 리그 운영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야구계와 팬들의 염원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10구단을 조기에 창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6개 구단으로 출범한 이후 33년 만에 10구단 시대를 열게 됐다.

    만장일치 형식으로 10구단 창단 추진을 승인했지만 프로야구가 출범하던 때에도 그랬던 것처럼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12월 11일은 한국 프로야구의 ‘생일’이다. 1981년 이날 프로야구 창립총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KBO는 이를 기념해 매년 이날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연다. 다른 날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것은 1999년이 유일하다.

    롯데가 10구단 반대 앞장

    1981년 프로야구 창립총회는 애초 5개 구단이 참여한 가운데 11월에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홀수 구단으로는 일정 편성이 어렵다는 논리가 힘을 얻으면서 미뤄졌다. 다행히 6번째 구단 주체로 삼미가 나서면서 12월 3일에 총회를 열기로 했지만 재차 연기됐다. 부산을 연고 삼아 출범하기로 했던 롯데가 인구가 많은 서울을 연고로 하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막후 작업 끝에 결국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6개 구단 대표가 참가한 가운데 연고지를 확정하고 정관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10구단 창단 과정도 쉽지 않았다. 사실 10구단은 2011년 1월 11일 KBO 이사회가 “9번째 구단이 리그에 참가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다”고 선언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홀수 구단의 부작용은 누구나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롯데를 포함한 일부 구단의 반대로 10번째 구단을 받아들이는 문제는 이사회에서 번번이 결론을 내지 못했다.

    6월 임시 이사회 당시 롯데, 삼성 등의 반대 속에 표결조차 시도하지 못했던 분위기는 대기업인 KT와 부영이 각각 수원과 전북을 파트너로 삼아 10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나서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매년 300억 원 이상을 써야 하는 프로야구는 중견기업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논리를 내세워 10구단을 반대했던 몇몇 구단이 더는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2013년 시즌 일정이 나오면서 홀수 구단 체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난 것도 반대 구단의 입지를 좁게 했다.

    프로야구 선수협회의 단체행동도 10구단 창단에 힘을 실었다. 7월 올스타전 보이콧을 철회하면서 “연말까지 10구단 창단 관련 움직임을 구체화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선수협회는 10구단 창단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6일 총회에서 골든글러브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다. 이뿐만 아니라 향후 전지훈련과 2013년 3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그리고 2013년 정규시즌까지 보이콧할 수 있다고 KBO와 각 구단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양해영 KBO 총장은 “선수협회가 약속했던 연말이 되기 전에 시상식을 보이콧해 당혹스러웠다. 10구단은 선수협회에 떠밀려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이미 12월 초부터 긍정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흥행은 수원-KT 명분은 전북-부영이 앞서
    33년 만에 10팀으로

    프로야구는 1982년 6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태동했다. 그해 성적 기준으로 나열하면 OB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MBC 청룡, 해태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삼미 슈퍼스타즈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 중 현재까지 모기업과 팀 이름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뿐이다. 삼미는 1985년 청보, MBC는 1990년 LG가, 해태는 2001년 KIA가 인수했다. OB는 1999년 두산으로 이름을 바꿨다.

    출범 4년 뒤인 1986년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가 뛰어들면서 프로야구는 7개 구단이 됐다. 구단이 홀수가 되면서 팀당 경기 수는 1985년 110경기에서 1986년 108경기로 줄었다. 매일 한 팀은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홀수 체제는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창단하면서 5시즌 만에 막을 내렸다. 이후 프로야구는 2012년까지 8구단의 틀을 유지했지만 크고 작은 변동은 있었다. 2000년 쌍방울이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해체된 뒤 SK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인수가 아닌 해체 후 창단의 형식이었다. 2008년에는 삼미→청보→태평양을 거친 현대가 해체됐고 히어로즈(현 넥센)가 역시 창단 형식으로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원년을 제외하고 신생팀이 창단된 경우는 빙그레와 쌍방울뿐이다.

    22년 동안 유지됐던 8구단 체제는 2013년부터 NC가 합류하면서 9구단 체제로 바뀐다. 10구단이 합류하는 2015년까지 2년 동안이다. 프로야구는 2012년 팀당 133경기, 전체 532경기를 했다. 홀수 구단 체제인 2013년에는 전체 경기는 44경기가 늘어도 팀당 경기는 128경기로 줄어든다.

    일부 구단을 제외한 야구 관계자들은 왜 그렇게 10구단을 간절히 원했을까. 가장 현실적인 것은 일자리 창출이다. 2012년 2군 리그에 참가한 NC의 경우 김경문 감독을 포함해 16명의 코칭스태프와 64명의 선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힌 선수들과 최근 특별 지명을 통해 각 구단에서 1명씩 데려온 선수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여기에 운영, 마케팅, 홍보 등 프런트에다 안방인 마산구장 주위의 매장 직원들까지 따지면 NC 창단으로 생긴 새 일자리만 해도 수백 개에 달한다. 선수들이 갈 수 있는 구단이 늘면 자연스럽게 아마추어 야구도 활성화된다. 흔히 말하는 야구 저변 확대다.

    양대 리그 도입 안 해

    당연히 프로야구 시장도 커진다. 당장 경기 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팀 간 19경기를 했다. 이 숫자에 나머지 구단 수를 곱하면 팀당 경기 수(133)가 나온다. 2013년에는 팀 간 16경기를 한다. 한 팀은 쉬어야 하기 때문에 더 늘리기 힘들다. 그래서 팀당 128경기(16×8)다. 10구단이 되면 팀 간 16경기만 해도 팀당 144경기(16×9)를 할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 팀당 경기 수와 같다. 참고로 한국처럼 월요일에 쉬지 않고 경기를 하는 미국 프로야구는 팀당 162경기를 치른다. 경기 수는 선수들의 통산 기록에 큰 영향을 끼친다. 프로야구 원년 팀당 경기 수는 80경기에 불과했다. 130경기 이상을 치른 것은 1999년부터였다. 출발부터 통산 기록에서 미국과 일본에 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경기 수가 증가하면 구단 수입도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10구단 체제가 되면 미국과 일본처럼 ‘양대 리그’를 시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얘기다. 10개 구단을 반으로 나누면 5개 팀으로 다시 홀수가 되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9구단 홀수를 피하기 위해 모든 야구인이 10구단을 원했는데 다시 홀수 구단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일본처럼 12개 구단이 되면 그때는 양대 리그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새로운 구단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쏠린다. 구도는 2012년 대통령선거처럼 팽팽한 양자 대결이다. 수원시를 연고로 한 KT와 전북(전주시 군산시 익산시 완주군 공동 연고지)을 연고로 한 부영그룹이 그 후보다. KT와 수원시는 KBO의 창단 추진 승인 결정이 나기 전인 11월 6일 10구단 유치를 위한 상호 협약을 마쳤고, 부영그룹은 12월 13일 전북도와 10구단 창단을 공식 선포했다.

    흥행은 수원-KT 명분은 전북-부영이 앞서

    부영그룹과 전북도 관계자들이 12월 1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10구단 창단 선포식에서 ‘부영 전북’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채 상호 업무 협약서를 들어 보였다.



    수도권 집중 vs 지역 분산

    KT는 2011년 매출액 20조 원, 영업이익 2조 원을 달성한 재계 15위 기업이다. 재계 30위(민간 기업 순위로는 19위)인 부영그룹은 매출액 2조6600억 원, 당기순이익 3705억 원으로KT와 비교하면 덩치가 작지만 KBO가 제시한 프로야구단 모기업의 기준은 거뜬히 통과하고 남는다. 되레 공기업인 KT에 비해 부영은 오너가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의사 결정 과정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만 놓고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이유다.

    흥행을 보자면 KT-수원이 낫다는 평가다. 수원시는 인구가 114만 명으로 프로야구 연고지 기준인 100만 명을 넘는 데다 서울에 사는 팬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월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수원을 포함한 경기 지역 인구는 1193만 명에 달한다. 전북의 인구는 이의 6분의 1 수준인 187만 명에 불과하다. 부영이 단일 도시가 아닌 전주, 익산, 군산 등 3개 시와 완주군을 공동 연고지로 내세운 것도 전북에는 100만 명을 넘는 도시가 없기 때문이다.

    KT-수원 조합은 흥행을 강조하지만 지금은 해체된 현대가 수원을 임시 연고지로 사용했을 때 연간 총 관중 20만 명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다. 평균 관중도 2000명 안팎에 그쳤다. 1991~1999년 전북을 연고로 했던 쌍방울의 관중 숫자와 별 차이가 없다. 그나마 쌍방울은 1996년부터 2년 연속 20만 관중을 동원했다. 물론 현대 시절 관중이 적었던 것은 현대가 서울에 입성하기 위해 임시 연고지로 수원을 사용하면서 지역 팬들에게 어필하지 못한 것이 큰 이유지만 인구가 많다고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명분 싸움에서는 부영-전북 조합이 낫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이미 4개의 구단(두산 LG 넥센 SK)이 몰려 있지만 호남권에는 광주를 연고로 한 KIA 한 팀뿐이기 때문이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국민 모두가 함께 즐기는 프로야구가 되려면 반드시 전북에 새 구단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완주 전북지사의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복수의 기업이 신생 구단 유치 경쟁에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초대 KBO 사무총장으로 프로야구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던 이용일 전 KBO 총재는 “7구단을 만들 때는 동아건설과 한국화약(빙그레·현 한화)이 후보였지만 동아건설이 막판에 ‘가입금을 낼 수 없다’며 창단을 포기했다. 8구단을 만들 때는 전북을 연고로 한 쌍방울과 마산을 연고로 한 한일그룹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한일그룹이 신청서를 제출한 건 서류상의 경쟁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이번처럼 탄탄한 기업들이 프로야구 구단 유치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흥행은 수원-KT 명분은 전북-부영이 앞서
    “3월 이전 운영주체 결정”

    수원과 전북은 모두 프로야구에 관해서는 아픈 기억이 있다. 전북을 연고로 했던 쌍방울(1991~1999시즌)은 모기업의 경영난 때문에 2000년 해체됐다. 쌍방울에 이어 창단된 SK는 전북이 아닌 인천을 연고지로 택했다. 21세기에 들어와 전북은 프로야구의 불모지가 됐다. 수원 역시 2000년부터 현대(1996~2007년)의 임시 연고지였지만 2008년 팀이 해체됐다. 현대에 이어 창단한 히어로즈(현 넥센)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수원과 프로야구의 어색한 동거는 끝났다.

    10구단의 주인은 2013년 3월 이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KBO는 2012년 12월 내에 창단 신청을 받아 2013년 1월에 평가위원회를 꾸릴 계획이다. 평가 기준은 유치 희망 도시와 모기업의 구단 운영 능력이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야구장 등 인프라에 대한 지원, 각 기업의 구단 운영 계획을 집중 검증하겠다. 평가위원 전원을 외부 인사로 선임해 탈락한 쪽이 수긍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공정하게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을 앞세운 KT냐, 전북의 부영이냐. 프로야구 사상 첫 신생 구단 유치 전쟁이 볼 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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