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호

“학벌보단 능력 됨됨이 ‘사람 경영’이 건강 조직 만들어”

ABLA 인재경영상 첫 수상 이석채 KT 회장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입력2012-12-28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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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 혁명 주도, IT 새 패러다임 제시
    • 유·무선 컨버전스 통한 산업 경쟁력 향상
    • 동반성장 통한 親중소기업 선두기업
    • 일자리 창출·사회공헌 모범 사례로 주목
    “학벌보단 능력 됨됨이 ‘사람 경영’이 건강 조직 만들어”
    2012년 11월 16일 저녁, 태국 방콕의 시암 켐핀스키 호텔. 이석채 KT 회장(67)은 제11회 ‘아시아 비즈니스 리더 어워즈(ABLA)’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으며 전 세계 기업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나라 통신기업 CEO의 수상은 2001년 이 시상식이 열린 이래 처음이다.

    세계적인 경제채널 CNBC가 주관하는 ABLA는 재계의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아시아권 주요 경영자를 대상으로 경영실적과 경영철학 등을 5개월간 3단계에 걸쳐 엄격히 검증한 후 창의적 기업가정신과 혁신적인 리더십으로 세계 경제 활성화와 기업 경영에 모범이 되는 최고의 기업인을 수상자로 선정하는 까닭이다.

    모두 6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 이날, 이석채 회장은 인재경영상을 받았다. KT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이 2009년 취임 이후 4년간 KT그룹 내 1만3000여 명의 신규 채용을 통해 젊은 직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며 “스마트 워킹과 창의경영을 적극 도입하고 실력과 재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등 인재 중심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인재경영상을 수상했다”고 수상 배경을 밝혔다.

    사실 KT는 그가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덩치 값을 못 하는 기업이었다. 전체 수익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유선전화 매출이 해마다 10%씩 줄고 방대한 규모에 비해 자회사, 협력사와의 파트너십과 구성원의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나날이 뒤처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조직 내에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철밥통 풍토가 만연했다.

    2009년 서서히 침몰해가던 KT호를 구하고자 승선한 이는 관료들 사이에서 ‘개혁전도사’로 불리던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다. 취임 초기 이 회장은 대대적인 조직 정비를 단행했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지만 한 해, 두 해 그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면서 KT는 현재 스마트 혁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젊은 기업으로 거듭났다. 조직의 변화 덕분에 20011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받은 상(법인 19회, CEO 9회)이 28개나 된다. 이석채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지는 이유다.



    혁신·솔선·주인의식 강조

    무엇이 KT를 이토록 달라지게 한 것일까. 이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철학은 다른 기업인의 그것과 뭐가 다를까. KT 안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연말을 맞아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이 회장에게 이런 궁금증을 쏟아냈다.

    ▼ 지난 4년 동안 KT를 이끌어온 소회부터 들어볼까 합니다.

    “2009년 취임 후 컨버전스라는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 무너져가던 KT의 부활과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의 도약을 약속했어요. 지난 4년간 이 같은 목표 아래 전 직원이 뭉쳐 전력 질주함으로써 그 약속을 잘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KT와 KTF 합병을 성사시켰고, 아이폰을 도입해 스마트 시대를 열었어요.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시장 활성화를 위해 무선 데이터 요금을 낮춰 모바일 혁명을 일으켰어요. 성장 전망이 어둡던 IPTV 산업도 발전시켰고요. 특히 KT가 강력한 유·무선 네트워크 위에 버추얼 굿즈(Virtual Goods·가상의 재화) 시장을 형성해 이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컨버전스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KT의 기본적인 문화를 바꾸려고 하고 있어요. 2009년에는 KT-KTF 합병을 통해 기존 통신 영역에 컨버전스 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스마트 혁명을 촉발시켰고, 강력한 윤리경영을 추진해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구시대적 악습을 끊어냈어요. 제도적으로는 30년간 유지해오던 호봉제를 폐지하고 전 직원 연봉제 시행, 승진 제도 폐지로 인사제도를 혁신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노사문화를 조성해 노사 상생의 혁신적 패러다임을 제시했지요. 최근에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주력해 스마트 워킹, 창의경영을 도입했어요. 또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 역량을 갖춘 유능한 사람들을 찾아내 임원진으로 기용해왔어요. 이처럼 우리 KT는 다른 기업과 달리 경영 혁신을 위해 매사에 능동적이면서도 융통성 있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KT가 국내에 머물지 않고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KT 가족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세계적인 석학 게리 해멀 교수는 새로운 혁신 DNA가 조직에 뿌리 내리는 데 5년 이상이 걸린다고 했다죠? KT도 2년 정도는 더 있어야 완전한 기업문화 변화가 가능할 겁니다.”

    ▼ 평소 어떤 경영철학과 리더십으로 KT를 이끌고 계신지요?

    “저는 컨버전스가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임 후 이런 비전을 앞세워 젊은이에게 최대한 고용기회를 주되 능력 위주로 인재를 채용하는, 사람 중심의 경영을 해왔어요. 부패나 차별이 용납돼선 안 된다는 윤리경영도 강조했고요. 컨버전스 시대를 열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도 추구해왔습니다. 리더는 꿈이 있어야 하고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열정과 결단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동지도 항상 확보하고 있어야 하고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세 가지를 강조해왔어요.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혁신’과 남이 시키지 않아도 내가 먼저 해보는 ‘솔선수범’, 항상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주인의식’이 그것입니다.”

    “학벌보단 능력 됨됨이 ‘사람 경영’이 건강 조직 만들어”

    2012년 9월 KT-세브란스 청각재활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이석채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 일에도 우선순위가 있게 마련인데요. 무엇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지요?

    “우리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이는 정부에서 일할 때부터 습관이 된 것으로 업무를 추진할 때 사회에 기여하고 국가에 기여하는 것만큼 명분이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KT는 국민을 위한 기업이라 할 수 있으므로 회사 내에서도 우리 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회사를 개혁하려고 힘씁니다. 다행히 KT는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회사라 직원 모두가 그 명분을 이해하고 잘 따르고 있습니다. 업무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작은 아이디어라도 현실화해서 고객에게 절실히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제 뜻을 따르도록 하지는 않습니다. CEO 지시라도 잘못된 게 있으면 틀렸다고 말할 수 있어야 조직이 건강한 발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열린 토론방’으로 사내 소통

    ▼ 관료 시절 별명이 ‘개혁전도사’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KT가 전례 없는 개혁을 발 빠르게 추진해왔습니다. KT 개혁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두셨는지요?

    “취임 당시 KT는 무엇보다 변화가 필요하던 시점이어서 ‘게임 체인지(Game Change ·판도의 변화)’를 생각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거기서 오늘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제대로 찾으면 성공할 수밖에 없거든요. 거대 기업도 따뜻한 아랫목에서 안주하면 결국 무너지고 마는 것이고요. KT 내부뿐 아니라 관련 산업에서 게임 체인지는 바로 유·무선 융합 컨버전스라고 봤고 이를 위해 KT와 KTF 합병을 이끌었습니다. 3G망 폭증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클라우드 커뮤니케이션센터(CCC) 기술을 써서 네트워크 효율을 극대화한 것도 게임 체인지의 한 예죠. 두 번째로 중점을 둔 건 IPTV예요. 내부 반대에도 IPTV를 위성방송과 융합하도록 강하게 밀어붙였어요. 그 결과 방송과 통신의 대표적인 결합상품으로 많은 고객에게 호평을 받으며 IPTV 산업 발전에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어요. 세 번째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이에요. 이전까지는 KT 상황이 어려우니까 납품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희생시키려고 해왔었거든요. 내부 혁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예요. 인재와 자산의 포트폴리오가 달라져야 합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으려면 인재와 자산이 있어야 하고 새로운 세계를 보고 도전해야 해요. 또 기업문화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도록 직원들과의 소통에 힘쓰고 있어요.”

    이 회장은 2012년 초 6만여 명의 임직원과 허심탄회한 소통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사내 게시판으로 모든 임직원에게서 질문을 받은 후 그 자리에서 답변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실의 한 직원은 “이전에 없던 행사라서 처음엔 주저했지만 2012년 6월 사내에 ‘열린 토론방’을 개설하면서 사내 임직원 간 폭넓은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 스마트 혁명은 어떤 전략으로 성과를 내신 겁니까?

    “2009년 취임 초기부터 앞으로 컨버전스 시대가 되면 새로운 무대가 열리고 엄청난 기회가 생겨날 것이며 ICT가 다양한 일자리와 산업을 만들 것이므로 KT는 커다란 무대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KT가 주도적으로 아이폰을 출시한 후 폭발적인 무선 데이터 이용과 함께 스마트 혁명이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동영상 콘텐츠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그 양도 늘어나고 있어요.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동영상 조회 6억 건을 돌파해 역대 조회수 2위를 기록한 것도 스마트 혁명 덕분이에요. 우리 망을 통해 방송, 미디어 콘텐츠, 학습용 자료, 보안 솔루션, 다양한 기업용 솔루션을 전송할 수 있거든요. 이것이 바로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등을 일컫는 버추얼 굿즈예요. 이들 버추얼 굿즈의 출현은 스마트 혁명의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유형의 재화(Physical Goods)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따르고 세계무역기구(WHO) 체제에서 무역장벽을 넘기 어렵지만 모바일 게임 같은 버추얼 굿즈는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 시장에 순식간에 공급돼요. 버추얼 굿즈 세계 시장은 2015년 16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에요. 5년 만에 20배로 급성장하는 셈이죠. 이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컨버전스를 통해 활짝 열린 것이며,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KT의 네트워크 기술은 CCC와 3.9세대 이동통신기술이라 불리는 롱텀에벌루션(LTE)의 융합으로 계속 진화해왔습니다. 우리가 개발하는 이런 기술들은 세계 최첨단 수준이에요. KT는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무대를 유스트림(실시간 인터넷방송 서비스), 숨피(영어권 한류 연예정보 사이트), 지니(스마트 전용 음악 서비스) 등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업 역량·재능·문화공간 나눔

    ▼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등 KT가 실행해온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 실천 사례와 CSV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에서 기업에 요구되는 역할을 하는 것, 그게 곧 CSV 활동이라고 봅니다. 기업 경영의 궁극적 목표는 이 사회에 공헌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CSV는 협력을 통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요. KT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한 3불(不) 정책과 소프트웨어 업계 활성화를 위한 3행(行) 정책, 콘텐츠 업계 활성화를 위한 5가지 약속 등 사업 측면에서의 협력을 넘어 CSV도 개방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CSV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입니다.”

    3불(不) 정책은 중소기업의 자원이 낭비되게 하지 않기,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기, 중소기업과 경쟁하지 않기다. 3행(行) 정책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가를 품셈(사람이 인력 또는 기계로 어떠한 물체를 만들 때 드는 단위당 노력과 재료를 수량으로 산출하는 것) 방식에서 가치 기준 산정 방식으로 전환하기, 소프트웨어 개발 여건 지원하기,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하기를 말한다. KT는 이들 정책으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노력을 인정받아 중소기업대상(2010)과 소상공인 최우수기업 동반성장상(2011)을 수상하고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통신 분야 슈퍼섹터리더(2011)로 뽑히기도 했다. CSV를 발전시키기 위한 KT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4년 완공될 서울 종로구 청진동 사옥에 이 같은 CSV 철학이 반영됩니다. 1층과 옥상 공간을 개방해 문화공간 나눔을 실천할 계획이에요. 빈부격차와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한 인구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활동도 벌이고 있어요. 기업 생태계에서 사회와 기업은 씨줄과 날줄 같은 관계예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업이 가진 핵심 역량을 기부해야 합니다. 장애인, 노인 등 정보 소외계층을 상대로 컴퓨터와 인터넷 활용법을 가르치고 관련 자격증 취득을 돕는 ‘KT IT 서포터즈’가 좋은 예죠. KT는 고려대, 세브란스병원 등 21개 기업과 함께 지역아동센터 아동을 지원하는 ‘드림 투게더’라는 기업 네트워크 사업의 일원이에요. 그래서 아동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새싹꿈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또 KT가 보유한 전국 곳곳의 사옥과 각종 시설을 어린이들에게 개방해 기업 활동과 ICT를 체험할 수 있는 꿈의 공간으로 만들어갈 겁니다.”

    ▼ 무엇보다 ICT 분야에 기여한 바가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ICT 사업에 집중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한국 경제는 현재 빈부격차 확대, 고령화 및 저출산, 청년 실업, 가계부채 증가, 재벌 경제력 집중, 부동산 하락, 수출 둔화 등 갖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빈부격차 확대예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산업을 일으키는 것인데 그 유일한 희망을 ICT 산업에서 봅니다. ICT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인 고비를 맞을 때마다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도록 이끈 효자산업입니다.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힘들 때도 휴대전화기 생산으로 인터넷 비즈니스가 활발해진 건 주지의 사실일 겁니다. 지금은 스마트 혁명으로 우리나라의 성장 가능성이 훨씬 커졌어요. 스마트 혁명이 우리에게 주는 기회는 무궁무진해요. 2010년 이후 창업 붐으로 벤처기업 1만 개가 늘고, ‘스마트그리드(차세대 지능형 전력망)’로 불필요한 교통량과 에너지 소비도 줄지 않았습니까? 기업의 생산성도 좋아지고요.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네트워크의 중요성이에요. 전력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듯이 네트워크 없는 미래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지방 출신 의무 선발

    ▼ KT를 경영하시면서 위기도 있었습니까? 있었다면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2008년 KT는 주력 비즈니스의 급속한 쇠퇴로 위기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수익사업인 음성통화 매출액이 연간 4000억~5000억 원씩 줄고 있었어요. 자회사 KTF도 무선 부문의 만년 2위로 성장세가 미미한 상태였고요. 통신시장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였으니 KT뿐만 아니라 한국 ICT 산업 전반이 침체기였던 거죠. 그래서 취임 직후 지체 없이 KT의 혁신을 추진했어요 그 변화의 첫걸음이 바로 KT와 KTF의 합병이에요. 이후 인위적인 요금 규제와 폭발적인 데이터 트래픽 증가라는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노사가 한마음으로 혁신을 이뤄내고 BC카드, KT스카이라이프 등 비통신 분야 기업을 인수해 미래를 준비했어요. KT는 올레경영 출범 이후 내부 발전뿐 아니라 사회적 발전으로 위기 극복의 발판을 마련했어요.”

    ▼ 최근 ‘아시아 비즈니스 리더 어워즈’ 인재경영상 수상 소감 중 “사람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철학으로 IT 산업의 부흥을 통한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에 전념해왔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과 인재를 소중히 여기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인재경영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나는 모든 것의 중심은 사람이며 모든 변화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 중심의 경영을 추구합니다. 인재경영에 있어선 직원의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똑똑한 직원일지라도 태도나 마음가짐이 올바르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요. 취임 이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의와 훈련을 늘리고 인사평가에 공정성을 기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또한 사내에 인력시장을 둬 직원 스스로가 희망하는 부서에 지원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통해 선발되도록 하고 있어요. 인재를 아끼고 여성을 임원으로 과감히 등용해 100대 상장기업 중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하더군요. 급변하는 IT 환경과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 전략에 따라 기존 통신사업 위주의 인적 포트폴리오에서 IT, 미디어와 콘텐츠, 글로벌, 컨버전스 분야의 인력을 적극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어요. 그 덕분에 KT는 지난 4년간 4000명, KT그룹은 고졸자 4331명을 포함해 총 1만3362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었습니다.”

    “학벌보단 능력 됨됨이 ‘사람 경영’이 건강 조직 만들어”

    이석채 회장(왼쪽)은 2012년 11월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오픈한 IBK스마트올브랜치 1호점을 방문했다.

    ▼ KT가 지향하는 인재상은 어떤 사람입니까?

    “창의적인 태도로 세상을 변화시켜나가는 인재입니다. KT가 ‘글로벌 ICT 컨버전스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인재 육성 프로세스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어요. 특히 노력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조직문화 정착에 공들이고 있어요. 업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고요. KT는 재능과 실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깁니다.”

    ▼ 지방대학 출신이나 고졸자도 많이 뽑는다고 들었습니다.

    “KT는 매년 대졸 공채의 20% 이상, 고졸 채용의 50% 이상을 지방학교 출신으로 선발합니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가치와 ‘지역밀착형 대고객 서비스 신속 제공’이라는 회사 존재가치에 부합되는 채용 원칙인 셈이죠. 이 가운데 고졸 채용자는 통신상품의 애프터서비스 등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고객서비스 직군에서 채용합니다. 미림여자정보고와는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학협력 협약을 맺었어요. 이 학교 재학생은 KT의 지원을 통해 전문교육을 받은 후 IT 서비스 전문기업인 KTDS에 정규직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입사할 기회를 얻게 되죠. 스펙보다는 직무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뽑으려는 KT그룹의 ‘열린 채용’ 방침을 적극 실천하고 있습니다.”

    사회와 이익 나누는 기업 돼야

    ▼ 비정규직 문제는 없습니까?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고 있으나 KT 직원은 대부분이 정규직이며 계약직은 일시적인 사무보조나 임원비서 등으로 전 직원의 1%에 지나지 않습니다. 경쟁사는 직원 수가 5000명이며 비정규직 비율을 계속 늘리고 있는 반면 KT는 3만20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지요. KT를 KT그룹으로 확대하면 6만여 명의 정규직 일자리가 있습니다. KT그룹의 협력사까지 합하면 10만 명에 달합니다. KT로 인해 10만 명의 고용이 창출되니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 취임 첫해 6000명이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지금 평가한다면….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지만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일자리가 없는 거죠. 이는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돼 있기 때문입니다. KT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조가 앞장서서 지난 2009년 말 6000명이 명예퇴직으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줬고 그 빈 공간을 젊은 사람들이 메웠습니다. 이들이 결단을 내려준 덕분으로 매년 1000명 정도를 신규 채용하고 고졸 사원도 채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시 6000명 퇴직 사우 중 2500명에게는 재취업을 알선하는 등 노후 보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어요. 젊은이들은 희망을 찾고, 나가는 사람도 비록 예전 같지는 않지만 생산성에 맞는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게 됐죠. 기업도 경쟁력을 되찾았고요. 주력 사업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경영 상황을 반전시킨 KT의 사례는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젊은 KT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어요. 우리 사회가 본받을 만한 사례라고 생각해요. 이 같은 사례를 받아들일 만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법제도가 따라오기를 기대합니다.”

    ▼ 2013년에는 어떤 사업에 역점을 둘 계획입니까?

    “KT는 버추얼 굿즈를 유통하는 글로벌 유통사업자로 성장 방향을 잡고 있어요. 그래서 2013년에는 ‘All-IP(IP 기반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선도하고 버추얼 굿즈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버추얼 굿즈는 미디어 및 콘텐츠, IT솔루션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을 꾀하고 있어요. 특히 미디어 콘텐츠 분야는 그룹 차원의 유통 플랫폼 활성화, IT솔루션 분야는 융합 IT-M2M 사업 확대를 성장 기회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글로벌 경쟁력도 타깃 국가 특성별로 진출 방식을 다양화해 확대해나갈 예정이며 그룹 내 모든 회사가 진출한 영역에서 2위 이내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전문기업으로 육성해나갈 방침입니다.”

    ▼ 10년 후 KT의 미래 청사진을 어떻게 그리십니까?

    “제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젊은이를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겁니다. 저는 버추얼 굿즈 시장에서 그 가능성을 봤고 이 시장을 통해 우리 젊은이들에게 기회와 비전을 주고 싶어요. 10년 후 버추얼 굿즈 시장의 선두에 우리 KT가 서 있을 것이며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ICT 컨버전스 리더’로 성장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테크 컴퍼니가 될 것이며, 다양한 버추얼 굿즈로 생기는 이익을 사회와 나누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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