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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없이 정치한 것 부끄러웠다”

만기 출소한 정봉주 전 의원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공부 없이 정치한 것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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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점에서?

“본인이 기억하기 싫은 것이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넘어오면 정신질환을 겪는다는 거예요. 본인이 싫어하는 것이 이쪽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파수꾼이 딱 막고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 각하께서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안 하면서 사는 거예요. 우리가 보면 잘못한 게 있잖아요. 정봉주를 BBK로 감옥 보낸 것도 잘못했다고 보지 않는 거예요. 그래도 저는 누구 탓으로 돌리지 않아요. 어릴 때 남 탓으로 돌리는 건 덜된 사람이란 얘기를 듣고 머릿속에 깊게 박혔습니다.”

▼ 감옥 생활은 어땠습니까.

“20대 초반에 수감됐을 때와 달리 육체나 정신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그땐 손에 쥔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번엔 아내와 자식들도 있고, 부모님도 노령이시고, 사회적으로 쥐고 있는 것도 많으니까…. 마음이 평안해지는 데 4, 5개월 걸렸어요.

우리가 평소에 벽을 느끼며 살지 않잖아요. 갇혔다는 건 엄청난 공포감을 주거든요. 등이 벽에 탁 닿으면 움찔해요. 양반다리 하고 앉아 벽에 허리만 살짝 댔지, 등이 닿으면 얼른 떼곤 했어요. 벽을 인식하면 돌아버리거든요.



그래서 생활을 철저하게 해야 했어요. 미권스 회원 중에 마취과 의사가 있어요. 두세 달 밤잠이 오지 않아 그분과 편지 주고받으며 진단도 받고요. ‘마음을 들어온 손님이라고 보면, 저 혼자 왔다가 저 혼자 사라진다’는 혜민스님의 책, 기구한 삶을 산 명진스님의 책 등이 위안이 됐습니다. 저녁마다 독방에서 1시간 반씩 운동한 것도 피곤해야 잠을 잘 자니까.”

20만 명이 넘는 미권스의 회원들은 ‘봉도사’가 감옥에 있는 동안 매일 면회를 오고 하루에 수십 통씩 편지를 보내왔다. 1년간 받은 편지가 1만여 통. 그는 “친구가 엑셀 파일로 정리 중인데 일주일 반이 지나도록 아직도 못 끝냈다”며 “단군 이래 정치인이 받은 최다 편지량”이라며 웃었다.

김어준과 틀어지지 않았다

▼ 지난해 10월 모범수가 됐는데도 가석방되지 않았죠.

“당 지도급 의원들이 면회 와서 놀라더라고요. 은진수는 석방하고, 은진수보다 절대적으로 사건 성격이 약한 정봉주는 석방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저렇게 못해요. 우리 쪽 석방해줘야 하면 저쪽과 매칭했어요. 그런데 MB는 은진수는 내보내도 저는 안 내보내잖아요. 홍성교도소 교도관 중에 새누리당 지지자가 많았는데 날 안 내보내는 걸 보고 문재인 지지로 여럿 돌아섰어요.”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부산저축은행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정 전 의원과 비슷한 시기에 구속 기소돼 복역하다 전체 형기의 70% 이상을 채운 뒤 지난해 7월 말 가석방됐다. 이에 민주당은 “일반 범죄사범은 형기의 70%를 복역하면 가석방 대상자가 되지만 공무원 금품수수 등 범죄사범은 형기의 90% 이상은 복역해야만 가석방 대상자가 되는 것이 관례”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한 배려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나꼼수 신드롬’의 주역이다. 그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중심이 되어 2011년 4월 시작한 나꼼수는 대선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마지막 방송까지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모 일간지와의 옥중 인터뷰에서 나꼼수를 질타했다. “팬덤에 빠져 비판은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고 허우적거리는 것 같다”고 했다.

▼ 김어준 총수와 사이가 멀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

“김어준이 나한테 기분 나빠 마음이 틀어질 수는 있지만, 저는 대인의 풍모로 누구하고 틀어지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 김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유럽에 왜 갔나요.

“검찰 소환 같은 걸로 자칫 억울하게 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시간을 버는 과정인 것 같아요. 추정컨대 그 두 사람을 처리해주는 걸로 이 정권을 끝내면 새로 출범하는 정권은 부담 없잖아요. 가끔 전화도 와요. (유럽으로) 놀러오라고 하는데 난 시간이 없으니까.”

▼ 나꼼수 4인방이 다시 뭉칠 계획은 없는지.

“나꼼수는 ‘가카헌정방송’이 모토였습니다. MB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고 국민이 바로 알게 하겠다는 거였어요. 지난해 12월 19일로 MB 정권이 사실상 종료됐으니 나꼼수의 물리적 시간은 끝났습니다. 제 역할도 그때 끝났고요. 그들은 언론인이고, 저는 정치인입니다. 이제 제 갈 길을 가야죠. 하지만 나꼼수의 비판 정신은 ‘국민TV’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사회운동으로 갈 수도 있어요.”

가칭 ‘국민TV’는 나꼼수 멤버이던 김용민 시사평론가 등이 주축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안방송이다. 김용민은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친노나 친민주당같이 특정 세력을 대변하지 않고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을 견제하고 힘없는 사람을 대변하는 대안방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국민TV에 동참하나요.

“대안방송을 만드는 것은 참 좋은 방향이고, 각계각층의 여러 분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이 전면에 나서서 참여해야 하나? 의문이에요. 나꼼수로 싸울 때는 육해공군이 나눠 있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전방위적으로 다재다능한 전투능력이 필요해서 이거저거 다 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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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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