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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10만 년 몽매를 깬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

  • 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10만 년 몽매를 깬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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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시작, 근대성의 시작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출간한 데는 혜성을 발견한 에드먼드 핼리의 공이 컸다. 핼리는 1684년 8월, 뉴턴을 찾아가서 케플러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크리스토퍼 렌, 로버트 후크, 핼리, 이 세 사람은 중력이 거리의 제곱에 역으로 비례한다는 가설로 케플러의 법칙을 증명할 수 있으리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실제로 증명할 수 없었다. 핼리가 물었다. “만약 태양에 끌리는 힘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면 행성은 어떤 모양의 궤도를 그리면서 돌게 될까?” 뉴턴이 답했다. “그거야, 타원이지. 내가 계산해본 적이 있거든.” 뉴턴은 수학적으로 증명한 종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깔끔하게 증명해 핼리에게 편지로 보냈다. 핼리는 뉴턴에게 그것을 발표하도록 간곡하게 권했다. 뉴턴은 이를 못 이겨 왕립학회에 발표했다. 책으로 출판한 것도 핼리의 성화 때문이었다. 책 발행 비용까지 핼리가 부담했다.

1687년 7월 5일 ‘프린키피아’가 처음 출간됐을 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초판 1000권도 다 팔리지 않았다. 내용이 워낙 어려워 당대의 과학자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프린키피아’가 널리 알려진 것은 출간 1년을 훌쩍 넘긴 뒤부터였다.

‘프린키피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물리학 책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물리학 책은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세계 과학사 전체로도 이보다 영향력이 더 큰 책은 아직 없다고 한다.

유럽은 오랜 세월 동안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역학이 물리학을 지배하고 있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는 천문학을 호령하고 있었다. 2000년간 절대적인 진리로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 역학에서는 강제운동을 하기 위해 힘이 필요하고, 이 힘은 오로지 접촉을 통해 전달된다고 보았다. 천체 역시 원운동을 하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에 힘이 필요 없다고 여겼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해 아리스토텔레스 이론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인류는 마침내 10만 년의 몽매한 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우주 전체를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하기 위한 진정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오늘날에도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필요한 극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뉴턴의 이론이면 충분하다.



‘프린키피아’는 단지 세상의 원리와 우주관만 혁명적으로 바꾸어놓는 데 그치지 않았다. 18세기 계몽사상은 뉴턴의 우주관과 인간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계몽철학자들은 뉴턴의 자연철학에 힘입어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문화적 현상에서도 단순하고 보편적인 법칙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이 때문에 뉴턴은 ‘과학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근대성의 시작’이라고 불린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라플라스는 나폴레옹에게 우주를 설명할 때 신이라는 가설은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창세기의 구절을 빌려와 추모 시로 뉴턴을 칭송했다. “자연과 자연의 법칙은 어둠에 잠겨 있는데 신이 ‘뉴턴이 있으라!’ 하시매 세상이 밝아졌다.” 볼테르는 ‘10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천재’라고 일컬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천재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조제프 라그랑제에게 물었다. “나와 뉴턴 중 누가 더 위대하오?” 라그랑제는 이렇게 대답했다. “뉴턴 같은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입니다. 그리고 발견할 세계도 하나뿐입니다.” 나폴레옹 같은 정복자는 여러 명 나왔지만 뉴턴 같은 과학자는 단 한 명밖에 출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신동아 201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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