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심층취재

“조각(組閣)만 잘하면 농사 끝! 공직후보 흠결 先공개 고려”

박근혜 비서실과 인수위 속사정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조각(組閣)만 잘하면 농사 끝! 공직후보 흠결 先공개 고려”

3/3
“조각(組閣)만 잘하면 농사 끝! 공직후보 흠결 先공개 고려”

1월 9일 류성걸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선 직후 당선인의 요구로 ‘박근혜 예산’ 6조 원이 반영되어 영·유아를 둔 모든 가정에 월 20만 원씩 보육비가 지원된다. 충분하진 않지만 도움이 되는 금액이다. 인수위가 하는 게 바로 이런 일”이라고 했다. 그는 박근혜 인수위의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 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이명박 정권의 인수위 시절 정부 부처들이 인수위에 보고한 문서들을 검토했다. 엉망이었다. 자기 부처 업무에 대한 자체 평가는 대개 3쪽 분량밖에 안 되었다. 내용도 거의 자화자찬 일색이었고. ‘이게 무슨 정부 인수인가’라는 의문이 들기에 충분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린 각 부처의 업무보고 문서양식을 바꿨다. 보완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목표는 타당하지만 실행과정에서 문제를 노출한 정책이 무엇인지, 좋은 정책이지만 예산 문제로 실행이 안 되는 정책이 무엇인지 등을 스스로 밝히도록 유도했다. 인수 과정을 통해 좋은 정책은 살리고 나쁜 정책은 중단시킬 수 있도록 했다. 보금자리주택 등 전 정권의 대규모 사업도 면밀히 보고자 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정부 인수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진단’과 ‘처방’이라고 말했는데 우리는 이 진단과 처방을 제대로 하고자 했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정부 인수 콘셉트는 역대 최고라고 본다.

최근 부처 업무보고에 대한 인수위의 언론 브리핑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고 여러 언론이 비판하고 있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알려야 하는 언론의 고충이 이해된다. 다만 업무보고는 정부 인사들과 인수위 인사들이 보고하고 듣고 추가로 질의하고 추가로 답변하고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결국 정부가 경과보고를 하는 건데 이게 뉴스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당선인이나 인수위가 무엇을 결정해야 뉴스가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정부의 보고 중 민감한 내용은 뉴스가 충분히 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인수위의 처지에서 볼 필요도 있다. 인수위가 정부의 보고 중 민감한 내용을 언론에 일일이 알려주면 정부가 제대로 보고하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고, 이는 인수위가 정부를 제대로 인수하지 못하고 만다는 이야기가 된다.

‘불통’과 ‘재원 미확보’의 근본 원인



재계의 관심사인 경제민주화에 대해 당선인 측 인사는 “경제민주화는 민생의 하위개념이다.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은 그대로 이행될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의 전횡을 막아 중소기업과 서민도 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관련 공약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대기업이 좀 답답해할 것이다. 야당이 정권을 잡는 것과 비교할 때 그렇다. 야당은 목소리는 크지만 제대로 안 한다. 원래 무서운 게 보수가 하는 개혁이다. 보수는 개혁을 하고자 하면 제대로 한다. 예를 들어 김영삼 정권 초기 금융실명제, 하나회 청산 등 전광석화처럼 했다. 반면 노무현 정권은 재벌개혁, 정치개혁, 검찰개혁을 내걸고 집권했지만 하나도 못 했다. 이명박 정권은 개혁에 대한 마인드 자체가 없었다.

박근혜 인수위는 지금 ‘불통(不通)’과 ‘재원 미확보’라는 심각한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불통’ 문제는 언론에 관한 인수위의 ‘철학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공보창구의 일원화로 인수위 내부의 설익은 논의가 마구 보도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는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이것이 부실 브리핑 논란으로 연결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미국 루스벨트 정부와 1차 걸프전 때의 부시 정부는 공보창구 일원화로 정보를 철저하게 통제했다. 동시에 전황에 관한 상세한 브리핑으로 언론과 국민의 정보 갈증을 충족시켜줬다. 이때의 원칙은 ‘정보를 공평하게 주되 충분하게 주라’는 것이다. 언론은 특종이 없는 대신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석과 편집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언론은 정권과 호의적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박근혜 인수위는 특종도, 풍부한 정보도, 편집권도 전혀 고려하지 않으니 언론과 관계가 좋을 리 없다. 긍정적 뉴스거리가 턱없이 부족하면 언론은 신문 지면과 방송 시간을 메우기 위해 부정적 뉴스거리라도 찾아 나서야 한다. 박근혜의 인수위는 이렇게 부정적 보도를 자초하고 있고 ‘불통’ 이미지에 스스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옴짝달싹 못하는 현실

재원 미확보 문제는 ‘불통’ 문제와 달리 당선인 측의 과오라기보다는 우리 제도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이명박 정권은 2013년 정부 예산을 모두 편성했다. 2013년 2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박근혜 정권은 지출항목이 명시된 이 예산을 넘겨받아 국정을 운영해야 하니 공약을 구현할 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다. 증세, 세출 구조조정, 지하경제 활성화 등 별별 묘안을 짜내보고 있지만 수십 조 단위의 재원을 새로 창출하는 것은 ‘마술’에 가까운 일이다. 설령 그렇게 하더라도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정부 부처가 재원 확보에 관해 인수위에 부정적 보고를 올리는 것은 이런 점에선 당연하다.

근원적인 원인은 전 정권이 새 정권의 첫해 예산을 결정하는 모순에서 비롯된다. 이런 구조하에서 모든 대통령당선인은 공약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똑같은 난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임기 첫해는 정권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정권은 이렇게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출범해 야 한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선거일을 12월에서 앞당기든지 해서 대통령당선인이 자신의 임기 첫해 예산 편성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일각에선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짚지 않고 당선인 측에만 ‘공약 재원 미확보’ ‘정부와의 갈등’의 책임을 돌려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당선인 측과 인수위가 옴짝달싹하기 힘든 현실적 한계 내에서 공약을 조금이라도 구현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신동아 2013년 2월호

3/3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목록 닫기

“조각(組閣)만 잘하면 농사 끝! 공직후보 흠결 先공개 고려”

댓글 창 닫기

2019/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