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호

인천경제청 공무원들 日 파친코 재벌 향응 의혹 휘말려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입력2013-01-23 1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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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카지노업체 장부 ‘호텔 경비 6000달러 불법 지불’
    • 영종도 카지노 투자 오카다, 美 부패방지법 위반 피소
    • FBI 전 국장 조사보고서 “호텔 경비 제공, 명백한 불법”
    • 인천경제청 “장부 잘못됐다… 호텔 경비, 법인카드로 결제”
    인천경제청 공무원들 日 파친코 재벌 향응 의혹 휘말려
    인천 영종도 카지노 복합리조트 유치에 나선 인천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 이하 인천경제청) 공무원들이 일본 파친코 재벌 오카다 가즈오로부터 약 6000달러어치의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미국 법정에서 문서로 공개됐다. 오카다는 영종도 하늘도시 카지노 허가권 확보를 위해 인천경제청과 2010년 6월 이후 지속적으로 접촉해 왔으며 2011년 10월에는 4조5000억 원 규모 카지노 복합리조트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세계적 카지노 기업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윈 리조트(회장 스티브 윈) 이사회는 2012년 2월 19일 네바다 주 법원에 “스티브 윈 회장의 동업자이자 2대 주주인 오카다 부회장과 그 조력자들이 카지노 투자 허가와 관련해 필리핀 게임유흥공사(PAGCOR) 임직원들과 인천경제청 공무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해 리조트 윤리강령과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했다”며 “오카다 부회장을 이사회 이사에서 제명하고 법 위반에 따른 강력한 처벌을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2011년 초 오카다 부회장이 스티브 윈 회장과 이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에 무리하게 카지노 리조트를 건설하려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스티브 윈 회장은 오카다 부회장이 필리핀 카지노 허가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른 정황을 포착하고 2011년 10월 29일 전 연방 판사이자 연방수사국(FBI) 국장 출신인 루이스 제이 프리(Louis J. Freeh) 변호사와 그가 운영하는 로펌(FSS)에 오카다 부회장의 부정행위와 법 위반 사실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오카다 측, 690만 원 지불”

    ‘신동아’가 입수한 소송 서류와 그에 첨부된 프리 전 국장의 수사보고서에는 “윈 리조트의 오카다 측 아루제 도시 회계장부(Aruze City Ledger) 내역을 검토한 결과, 오카다는 인천경제청 이종철 청장과 그의 일행 3명 등 총 4명이 2010년 11월과 2011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윈 라스베이거스 호텔과 윈 마카오 호텔에서 쓴 경비(Charges) 5945달러 52센트를 지불했다. 이는 한국 공무원을 위한 것이었고 오카다와 그의 조력자들이 저지른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의 한 유형일 수 있다”고 쓰여 있다. 또한 “오카다 측이 윈 리조트에 제공한 등록 서류에는 이 청장과 그 일행에게 제공한 경비와 관련해 ‘인천경제청(IFEZ)과 공유한다(share with)’라는 주석이 붙어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 전 국장의 조사보고서에 쓰인 윈 리조트의 오카다 측 회계장부 세부내역에 따르면, 오카다 부회장은 이 청장과 일행 3명에게 2010년 11월 16~18일 2박3일간 윈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총 3727달러 75센트의 경비를 지불했고, 2011년 6월(6월 7~8일, 1박2일)에는 윈 마카오 호텔에서 이 청장과 이모 팀장 2명의 경비 2217달러 77센트를 지불했다. 윈 라스베이거스 호텔에 지불된 경비는 이 청장 1597달러 16센트, 이모 팀장 843달러 89센트, 최모 씨 507달러 50센트, 허모 과장 779달러 20센트였다. 윈 마카오 호텔에 지불된 경비는 이 청장 1134달러 55센트, 이모 팀장 1083달러 22센트였다. 총액 5945달러를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690만 원 정도다.

    이 조사보고서에는 오카다 부회장이 필리핀 카지노 허가와 관련해 필리핀게임유흥공사 제뉴이노 전 회장 등 23명의 임직원에게 11만 달러를 제공한 기록도 세부내역과 함께 제시돼 있다. 근거가 된 서류는 인천경제청의 임직원 경비 지불내역과 같은 아루제 도시 회계장부였다. 소송장에는 이 장부와 관련해 “오카다는 윈 리조트 측에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라는 자회사 명의의 도시 회계장부를 따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이용해 필리핀 카지노사업을 진행했다”고 적시돼 있다.

    물론 프리 전 국장의 조사는 동업자 간 분쟁 속에서, 그것도 오카다를 공격하는 위치에 선 스티브 윈 회장과 윈 리조트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모두가 사실이라고 볼 순 없다. 하지만 호텔 경비 지불의 근거가 오카다 측에서 작성한 호텔 내 장부라는 점에서 완전히 잘못된 사실이라고 무시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오카다 부회장은 일본에서 파친코 기계를 만드는 업체인 아루제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세계적 카지노 투자자로 성장한 인물로, 필리핀 카지노 허가 과정에서 중간 전달자를 통해 필리핀게임도박공사 제뉴이노 전 회장과 관련자들에게 총 4000만 달러의 뇌물을 준 혐의로 미국 FBI와 필리핀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오카다는 일본에서도 불법과 편법으로 일본 사행산업의 1인자가 됐다는 비판도 받았다. 2000년 2월에는 독점금지법을 위반해 100억 엔 이상의 불법 이익을 취득한 사실을 신문광고를 통해 사죄하기도 했다.

    “향응 받은 적 절대 없다”

    프리 전 국장의 조사보고서는 “한국과 필리핀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오카다의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은 실수가 아니었고 뇌물방지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었다”며 “오카다는 외국 정부 공무원들에게 경비 지불 또는 선물을 하지 말라는 이사회 멤버와 고문단의 조언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측 관계자는 1월 7일 ‘신동아’를 찾아와 향응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해당 임직원들이 영종도 카지노 투자유치를 위해 해당 호텔에 해당 기간 출장을 갔다 온 것은 사실이지만, 오카다 측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0년 11월과 2011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윈 라스베이거스 호텔과 윈 마카오 호텔의 경비를 계산한 인천경제청 명의의 법인카드 내역과 영수증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인천경제청의 주장은 “호텔에 머물면서 쓴 모든 금액은 인천경제청 법인카드로 계산됐으며 윈 리조트 이사회의 소송 서류와 프리 전 국장의 조사보고서가 잘못된 것이거나 회계장부 기록에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청장과 일부 직원의 영수증엔 호텔 숙박비와 식당, 미니바를 이용한 세부내역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이 두 곳의 호텔에서 지불했다는 법인카드 총액과 조사보고서에 나온 향응 총액 사이에는 700달러 정도의 차이가 있었으며 세부내역도 달랐다. 오카다 측이 경비를 선제공하고 추후에 인천경제청이 다시 계산했거나 인천경제청이 법인카드로 계산한 금액 외 추가 경비가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오카다는 프리 전 국장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한국인들을 책임졌다” “우리가 일시적으로 경비를 지불해주고 나중에 재청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보고서가 지불방법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므로 제반 경비가 현금으로 먼저 제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종도 카지노는 어디로?

    인천경제청 측은 “그런 추정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는 투자유치 차원에서 갔으므로 계약관계상 갑이 아니라 을이었다. 윈 리조트가 부담한 식사를 한 번 같이 한 것 외에 호텔 측에서 낸 경비는 일절 없다. 오카다 측이 한국에 왔을 때 우리가 그 이상의 식사를 제공했으므로 호혜의 원칙에 따라 먹은 것이다. 그것을 문제 삼는다면 할 말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가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미국에서의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호텔 경비를 제공받은 게 사실이라면 공직자윤리법이 아니라 뇌물수수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식사 금액도 3만 원 이상이었다면 불법”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카다 부회장은 올해 2~3월 안으로 영종도 하늘시티 내 카지노 복합리조트에 대한 토지 매입 절차를 마치고 카지노 허가를 위한 사전심사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소송이 끝날 때쯤이면 오카다가 이미 실질적 카지노 허가권 기능을 하는 사전심사(신동아 1월호 참조)를 통과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카지노 자체가 사행산업인데 도덕성에 흠결이 많은 자본에 허가권을 주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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