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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라이벌

칼스버그 vs 하이네켄

유럽 전통 ‘맥주 名家’

  • 장관석 |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jks@donga.com

칼스버그 vs 하이네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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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술’로 격상된 하이네켄

하이네켄은 칼스버그보다 17년 늦게 출발했지만 세계 70여 나라의 공장 165곳에서 8만5000여 명이 연간 122억 L의 맥주를 생산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창업주의 남다른 맥주 욕심이 자리하고 있다.

1864년 하이네켄을 창업한 제라드 에이드리안 하이네켄(1841~1893)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호이베르크 양조장을 1863년 인수하면서 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19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알코올 남용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40도가 넘는 네덜란드식 저가 진(gin) ‘제네버’를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알코올에 의존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독주 남용을 막기 위해 맥주를 권장하고 있었다.

제라드 하이네켄은 맥주가 알코올 도수가 낮으면서도 사람들이 더 책임감 있게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했다. 19세기 후반 보헤미아의 필젠지방에서 유래한 라거 맥주가 네덜란드에서 크게 유행하자 제라드 하이네켄은 제품 혁신을 위해 거액을 투자하고 새로운 생산 설비를 도입했다. 1869년 전통적인 상면발효 방식을 바이에른의 하면발효 방식으로 바꿔 깔끔한 맛의 맥주를 만들었다. 이 맥주는 변함없는 고급스러운 품질로 유명해졌고 맥주를 ‘노동자의 술’이 아닌 ‘신사의 술’로 격상시켰다.

그러므로 하이네켄 맥주 제품에 적힌 ‘est 1873’이라는 표현은 양조를 처음 시작한 연도를 뜻하는 게 아니다. 1873년은 제라드 에이드리안 하이네켄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암스테르담이 아닌 로테르담에 대규모 양조장을 설립하고 이름을 기존 ‘Heineken·Co’에서 ‘Heineken N.V.’로 변경한 해다. 현재도 하이네켄은 로테르담 양조장에서 세계로 수출하는 맥주를 만들고 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최초의 양조장은 현재 박물관 및 체험센터로 활용 중이다.



하이네켄이 마케팅의 위력을 절감하고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시작한 것은 설립자 제라드의 손자인 알프레드 헨리 하이네켄 대(代)에 접어들면서부터다. 그는 1946년 광고가 하이네켄을 크게 성장시킬 것을 직감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60여 년 전에 맥주라는 상품을 브랜드이자 하나의 문화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게 놀랍다. 1999년 네덜란드에서 하이네켄이 ‘세기의 브랜드’로 선정될 당시 그는 ‘세기의 광고인’에 선정됐다.

칼스버그라고 하면 금방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초록색 캔에 새겨진 칼스버그 로고다. 로고 상단에 그려진 왕관에는 영광스러운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칼스버그가 덴마크 황실에 맥주를 공급한 첫 번째 양조장이라는 사실이다. 홉(hop)의 잎사귀로 표현된 구두점은 유기농 재료로만 만든 칼스버그의 건강성을 표현한다.

‘코끼리’와 ‘별’의 싸움

칼스버그 로고에 숨어 있는 이미지는 코끼리다. ‘Carlsberg’의 이니셜 ‘C’는 코끼리 상아를 형상화했고, 두 번째 ‘r’ 아랫부분은 코끼리의 발을, 마지막 ‘r’의 윗부분은 위를 향하고 있는 코끼리 코를 닮았다. 길게 휘갈긴 ‘g’의 아랫부분은 코끼리의 코를 표현했다. 전통문화 연구가는 칼스버그 로고에서 5가지 코끼리 표시를 찾아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칼스버그의 몇몇 직원은 많게는 19가지의 코끼리 표시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칼 야곱슨이 칼스버그의 상징으로 코끼리를 선택한 것은 이 동물이 힘과 충성, 부지런함을 상징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칼스버그의 사유지에도 코끼리 타워를 세웠는데 이 벽에는 ‘Laboremus pro Patria’(나라를 위해 일하게 하소서)라는 그의 좌우명이 새겨져 있다.

칼스버그가 힘과 충성의 코끼리를 내세웠다면 하이네켄이 강조하는 것은 웃음이다. 하이네켄 로고는 ‘Heineken’속 3개의 ‘e’를 약간 뒤로 기울여 사람이 웃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일찍이 스토리텔링의 힘을 깨달은 알프레드 하이네켄이 1951년 브랜드 이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늘 웃는 얼굴로 세상을 즐겁게 바라보는 하이네켄의 핵심 가치를 구현한 것이다.

하이네켄 로고 상단의 붉은 별은 중세 유럽 맥주와 연관이 있다. 중세 유럽의 맥주 생산업자들은 청결의 상징으로 문 위에 빨간 별을 걸어놓았다. 별은 맥주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보증하고 좋은 맥주 생산을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가 깊었다. 발효과정 중 닥칠지 모르는 사악한 기운을 쫓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내가 만든 제품에는 첨가제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고 당당히 선언하는 것이었다.

별의 꼭짓점 5개는 각각 불, 땅, 물, 공기, 마법을 뜻한다. 마법은 제5원소이자 양조액의 품질이 유지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이네켄 로고에서 오래도록 로고 왼쪽 편에 있었지만, 새로운 로고에는 빨간 별이 로고 위에 그려지게 디자인했다. 이 별은 언제 어디서든 하이네켄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징표다. 또한 녹색은 신선함, 자연, 생명을 상징하므로 하이네켄이 표방하는 가치와 잘 들어맞는다. 녹색은 건강과 활기를 뜻하기도 한다.

효모 개발이 승부 관건

하이네켄 특유의 쌉싸래한 맛은 어디서 나올까. 상쾌한 쓴맛과 맑은 색상이 특징인 하이네켄 맥주의 독특한 맛을 만들어내는 비밀은 순수 효모 ‘A-이스트(A-yeast)’다. 효모는 맥주 맛과 향에 영향을 미쳐 맥주 제조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맥주 원료에 효모를 첨가하면 맥아 속 당분이 알코올 및 이산화탄소로 변하면서 독특한 맛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내로라하는 맥주회사들은 효모 연구에 수십억 원을 아끼지 않고 쏟아 붓고 있다.

하이네켄의 고유 효모인 A-이스트는 맥주 맛에 천착했던 제라드 하이네켄이 1886년 루이스 파스퇴르의 제자 하토크 엘리언 박사를 영입한 뒤 찾아냈다. 하이네켄은 오늘날에도 항공편으로 A-이스트를 전 세계의 하이네켄 양조장으로 보내 양질의 이스트를 만들고 있다.

하이네켄 맥주를 따를 때 생기는 풍부한 거품도 A-이스트가 당분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하이네켄 맥주는 양조와 발효 과정을 거친 후 0도에서 최대 6주간 숙성한다. 이 기간 A-이스트가 당분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전환시키는데 이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맥주를 따를 때 풍부한 거품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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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석 |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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