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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g짜리 공 치면서 황소 잡듯 해서야…”

‘골프 박사’ 윤환병 삼원수출포장 회장

  • 글·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사진·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50g짜리 공 치면서 황소 잡듯 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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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g짜리 공 치면서 황소 잡듯 해서야…”
윤 회장은 지난해 10월 레이크우드에서 에이지 슈터(age shooter)가 됐다. 68세에 4언더파 68타를 기록한 것이다. 핸디캡이 10 이하인 ‘로핸디(Low Handy)회’ 회원들과의 라운드에서였다. 골프문화를 잘 이해하는 고수들끼리의 라운드여서 즐거움이 더 컸다고 한다. 60대에 에이지 슈터가 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8월 클럽챔피언대회에선 73타로 시니어챔피언에 올랐다. 1998년 레이크우드CC 클럽챔피언에 오른 지 15년 만의 새 기록이었다. 베스트 스코어는 2002년의 6언더 66타(레이크우드CC 레귤러 티). 홀인원은 4차례 했다.

윤 회장은 이야기꾼이었다. 홀을 이동할 때마다 골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GOLF를 두음문자로 보고 풀어쓰면 그린(G), 오존(O), 라이트(L), 프렌드(F)라고 했다. 푸른 잔디를 밟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햇볕을 쬐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골프가 잘 되지 않을 땐 어떻게 감을 되찾느냐고 물으니 “라운드 후 미국 사람은 연습장에 가고 일본 사람은 서점에 가서 골프책을 사는데, 한국 사람은 골프숍에 가서 클럽을 바꾼다더라”며 웃었다.

“골프의 1차 목적은 동반자와의 친목 도모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스코어에 지나치게 연연해 동반자를 배려하지 않으면 그런 취지가 무너져요. 플레이는 신중하되 심각하진 말고, 자기 양심과 자존심을 지키는 태도로 한다면 훌륭한 골퍼가 될 수 있습니다. 꽃의 향기는 10리를, 말의 향기는 100리를, 베풂의 향기는 1000리를 간답니다. 늘 남을 배려하고 베푸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윤 회장은 ‘골프 다이제스트’ 세계 100대 코스 선정 패널이다. 이 활동을 하면서 골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 넓혔다고 한다. 패널들은 코스를 평가할 때 샷 가치(Shot Value), 난이도, 디자인의 다양성, 기억성, 심미성, 코스 관리 상태, 기여도, 서비스 등을 고려한다.

“샷 가치란 각 홀이 얼마나 많은 위험과 보상을 동시에 제공하는지를 나타내는 항목입니다. 라운드의 즐거움을 더하는 코스의 경관적 가치인 심미성, 세월이 흐른 뒤에도 각 홀의 특징에 대해 얼마나 기억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억성, 코스 설계자의 숨은 의도 등을 파악하다보면 라운드의 재미가 훨씬 커집니다.”



“50g짜리 공 치면서 황소 잡듯 해서야…”

윤 회장은 벙커샷에서 풀스윙을 하되 임팩트 이후 클럽헤드가 하늘을 향하도록 했다.

‘머리 올린 날’ 못 잊어

윤 회장은 1974년 친구의 권유로 골판지 사업을 시작해 40년 가까이 한길을 걸었다. “되돌아보면 역동적인 세월이었고, 최선을 다해 살았으니 후회도 없다”며 자선활동에도 열심이다. 세 딸이 크게 되라는 뜻에서 회사 이름을 삼원(三元)이라 지었는데 그의 바람대로 딸들은 의사 교수 국제공인회계사로 각각 활동하고 있다.

골프는 1981년 삼성물산 협력업체 협의회인 삼동회 회장을 맡으면서 시작했다. 당시 380여 개 협력업체가 ‘공존 공생 공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모여 삼성의 앞선 경영기법도 배우고 임원들과 정기 모임도 가졌다.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골프 모임도 갖게 됐다.

“가장 잊을 수 없는 라운드는 아무래도 ‘머리 올리러 간’ 첫 라운드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스코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지요.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이런 운동을 왜 재미있다고 하는지 정말 의아했지요. 그런데 지금까지 이 운동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흥미로운 역설입니까, 하하.”

골프를 통해 그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과 즐거움을 나눴다. 기업인뿐 아니라 한때 정당의 지역구위원장을 지내며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정치인과도 라운드를 자주 했다. 요즘도 일주일에 한두 차례 라운드에 나서는 윤 회장은 “골프 친구가 많으니 늙어도 외롭지 않고, 아직도 도전할 게 있으니 즐거워 내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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