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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하는 우리 산하 기행

수려한 물길, 정갈한 山間 적벽강의 신록

충남 금산

  • 최학 │우송대 한국어학과 교수 hakbong5@hanmail.net

수려한 물길, 정갈한 山間 적벽강의 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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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아름다고 단풍이 곱다 하지만 봄날 아침의 햇살을 머금은 채 가늘게 떠는 새순만큼 어여쁠 수 있을까. 이제 갓 세상에 나온 연둣빛 혹은 살색을 두른 그 여린 이파리들이 함박웃음처럼 떼를 지어 햇살과 어우러지는 그 봄날의 장관이야말로 생명의 경이, 탄생의 환희 그 자체다. 이러한 신록이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강이 소리 내어 흐를 줄 알며, 새와 벌, 나비들이 노래를 하고 날갯짓을 할 줄 안다.

세상 어느 곳의 신록이 눈부시지 않을까마는 호젓한 강가에서 마주하는 신록처럼 정갈하고 경쾌하며 그윽하고 화사한 것은 없을 듯싶다.

금강(錦江)은 ‘비단 강’이란 이름처럼 곱고 부드러우며 또한 화려하다. 전라북도 장수 땅에 있는 뜬봉샘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용담호에 담겼다가 무주, 금산, 영동을 거쳐 대전 외곽의 대청호로 들어간다. 이 물은 다시 공주 부여를 지나 군산 서천 앞바다로 들면서 기나긴 여정을 마친다. 이렇듯 숱한 산기슭을 돌고 들판을 가로지르면서 곳곳에 별난 경치를 꾸미는데, 강은 특히 상류 쪽인 금산 영동 땅에서 톡톡히 제 이름값을 한다.

기지개 켜는 新生의 숲

옛사람들의 호사심리는 곧잘 중국 대륙의 지명까지 이 땅에 옮겨오곤 했는데, 금강의 한 풍경을 일컫는 ‘적벽강’도 마찬가지다. 규모는 말할 것 없고 생김새마저 전혀 이질적인데도 양쯔강에 있는 그 이름을 금산군 부리면 수통리를 흐르는 금강에도 붙여놓은 것이다. 괜찮다. 괜스레 제갈공명이며 소동파를 떠올리지 않고 붉은빛 도는 강가의 절벽만 볼라치면 능히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금산 인삼시장에서 3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부리면 소재지에 닿는다. 여기서 적벽강은 차로 20여 분 거리밖에 되질 않는다. 강줄기를 따라가면서도 놀라운 경치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강 따라 산봉들이 이어지고 곳곳에 그들이 빚어 놓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바위 벼랑들이 있으며 강을 사이에 두고 숲과 돌밭들이 적당히 어우러지는 그 낯익은 풍경이 이곳에도 그대로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우람, 거대, 기묘’와 동떨어진 이 ‘낯익음’…. 차라리 나 같은 이에겐 이것이 놀랍다. 잊었던 고향을 되찾은 듯한 느낌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겠는가. 정경(情景)은 모든 기이한 경치를 능가한다.

정겹고 푸근한 풍광 속에서는 제 자신마저 경치의 일부가 돼봐야 할 일이다. 자갈밭을 지나 강으로 다가가는 동안엔 자그락자그락 돌멩이 밟히고 부딪치는 소리가 상쾌하다. 바위 벼랑 위에는 신록과 진달래꽃 잔치가 벌어졌는데 그 모습은 강의 수면에도 그대로 거꾸러져 있다. 피라미떼가 옮겨 다니는 강물은 맑고 따스하다. 강을 등지고 서면 신록과 산벚꽃이 색색으로 다투는 앞산이 다가든다. 길가에 도열한 버드나무 실가지가 흔들리는 모습까지 한눈에 잡힌다. 이 고요와 화평 속에서는 문득 온 세상이 눈부시다.

적벽 아래 오가는 이 없다

질펀한 뻐꾹새 울음 사이

참매미 소리 따갑게 쏟아지는데

홀로 말을 잃은 강



가끔 바람에 수런대던

미루나무 이파리

강렬하게 햇살 꽂히면

가느다란 입술에 경련이 인다



그 파장 밀려간 강에

누군가 남긴 발자취

물살로 씻기고 있다



땡볕에 주저앉은 산

말없이 휘감는 한 줄기 강물에

다시 맥박이 뛴다

그때 몸속에 갇혀 있다

기지개로 깨어나는 신생의 숲

- 김완하 시 ‘적벽강에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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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학 │우송대 한국어학과 교수 hakbong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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