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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담긴 ‘전쟁 바이블’ 국방의 문민통제 가치 일깨워

  • 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철학이 담긴 ‘전쟁 바이블’ 국방의 문민통제 가치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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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담긴 ‘전쟁 바이블’ 국방의 문민통제 가치 일깨워

전쟁론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지음, 김만수 옮김, 갈무리, 전 3권 6만 원

저묘지에서 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저 파괴된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검은 바다에서 연기처럼 꺼진 것은 무엇입니까/ (중략)/ 전쟁이 뺏어간 나의 친우는 어데서 만날 수 있습니까/ 슬픔 대신에 나에게 죽음을 주시오/ 인간을 대신하여 세상을 풍설(風雪)로 뒤덮어 주시오/ 건물과 창백한 묘지 있던 자리에/ 꽃이 피지 않도록/ 하루의 일 년의 전쟁의 처참한 추억은/ 검은 신이여/ 당신의 주제일 것입니다.

대표적 모더니스트 박인환 시인은 ‘검은 신(神)이여’에서 6·25전쟁이 남긴 절망감을 절규하듯 토한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갈파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입증이라도 하듯 전쟁의 검은 신은 지구촌에서 떠날 줄 모른다. 6·25전쟁 63주년을 맞는 한반도에서도 전쟁의 그림자가 또다시 희미하게 어슬렁거린다.

프로이센의 천재 군인이었던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는 이런 전쟁의 본질을 ‘단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책(정치)의 연속’이라는 함축어로 풀어냈다. 전쟁에 관한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원제 Vom Kriege)에서 가장 유명한 이 표현은 국가의 정치적 목적, 정책 목표가 전쟁 수행을 통제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여기서 ‘정책’과 ‘정치’가 함께 등장하는 것은 독일어에서 ‘Politik’이라는 낱말이 두 가지 뜻을 모두 내포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전투로 하는 정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전쟁은 모든 현대 국가에 적용된다. 클라우제비츠는 이와 관련된 명언도 남겼다. “전쟁은 외교문서를 작성하는 대신에 전투로 하는 정치다.” “전쟁은 반드시 정치의 성격을 지녀야 하며 정치의 척도로 재야 한다.”

군사적 관점에서도 지금까지 가장 인정받는 전쟁에 관한 본질적 설명은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규정한 정의다. “전쟁은 적에게 우리의 의지를 실행하도록 강요하는 폭력행위다.”

다른 사회현상과 구별되는 전쟁의 중요한 특성 가운데 하나가 ‘폭력성’이다. 이 정의에는 그가 전쟁의 세 가지 요소로 지목한 수단, 목표, 목적이 모두 포함돼 있다. 물리적 폭력이 전쟁의 수단이라면, 적에게 나의 의지를 강요해 관철하는 것이 전쟁의 목적이며, 그 목적을 확실히 달성하기 위해 적이 저항할 수 없도록 굴복시키는 것이 전쟁의 목표다. 클라우제비츠의 ‘폭력성’에 관한 정의는 전쟁광 아돌프 히틀러에게 명분을 제공했다는 비판자들도 없지 않다.

정치적인 전쟁 개념은 이 책에서 삼위일체 전쟁이론으로 나타난다. 삼위일체론은 폭력성과 우연성, 합리성의 균형을 의미한다. “전쟁은 정말 카멜레온 같다. 전쟁은 각각의 구체적인 경우마다 자신의 특성을 조금씩 바꾸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은 전체 현상에 따라, 그리고 전쟁에 널리 퍼져 있는 경향과 관련해서 볼 때 기묘한 삼중성을 띠기도 한다. 첫째, 전쟁의 요소인 증오와 적대감의 원초적 폭력성인데, 이는 맹목적 본능과 같다. 둘째, 개연성과 우연의 도박인데, 이것은 전쟁을 자유로운 정신활동으로 만든다. 셋째, 정치적 도구라는 종속성인데 이로 말미암아 전쟁은 순수한 이성의 영역에 속한다.”

여기서 폭력성은 국민의 열정으로 표출된다. 우연성은 군대의 전략으로 나타난다. 합리성은 정부의 정책으로 드러난다. 이 전쟁 개념은 국민, 군대, 정부의 3요소가 잘 조화된 전쟁 이론으로서 어느 하나라도 균형을 잃으면 와해돼버리고 만다. 삼위일체로 구성된 전쟁의 본질은 바뀌지 않지만 세 가지 중 어떤 것이 큰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전쟁의 양상은 바뀔 수 있다.

전쟁의 안개

조르주 클레망소 전 프랑스 총리(1841~1929)가 “전쟁은 군인들에게 맡겨놓기엔 너무나 심각한 문제다.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전쟁은 정치인이 한다”고 정의한 것도 ‘전쟁론’에서 힌트를 얻은 듯하다.

클라우제비츠는 우연성이 많은 전쟁의 불확실성에 대해 이렇게 썼다. “전쟁이란 따지고 보면 대부분 불확실성의 영역에 속한다. 군사행동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 중 4분의 3은 지극히 애매하고 불확실한 구름에 잠겨 있다. 전쟁은 우연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전쟁의 진정한 상태에 관한 정보가 항상 불완전하며, 빈번히 부정확하다는 점을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안개’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설명한다. ‘전쟁의 안개’라는 수사는 전쟁에 내재하는 수많은 가능성이 통제가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라우제비츠가 말하는 전쟁의 불확실성에는 ‘마찰’ 개념도 더불어 작용한다. 전쟁에서 마찰은 ‘전쟁의 안개’란 개념과 쌍벽을 이룬다. 마찰이란 개념은 ‘머피의 법칙’과 흡사하다. 잘못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잘못될 것이며, 최악의 순간에 그처럼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 책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 나폴레옹이 1796년 이탈리아 전쟁에서부터 1815년 워털루 전쟁 때까지 벌인 거의 모든 전쟁이 사례로 등장한다. 나폴레옹의 1812년 러시아 원정은 다각도에서 집중적으로 분석된다. “이전의 모든 평범한 전쟁수단은 보나파르트의 승리와 대담성으로 쓸모가 없어지고 말았다. 1급 국가들이 보나파르트의 단 한 번의 타격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나폴레옹은 전쟁의 개념을 국민 전체가 참여하는 국민전쟁으로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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