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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사 이태형의 별별 낭만기행

아내 잃은 오르페우스의 구슬픈 하프 가락

견우와 직녀의 사랑 품은 거문고자리

  • 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아내 잃은 오르페우스의 구슬픈 하프 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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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 견우, 제우스

연중 해가 가장 높이 뜨고 낮이 가장 긴 때가 6월이다. 6월에 하지(夏至)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밤이 가장 짧아 별 볼 기회가 가장 적은 때가 6월이다. 6월은 밤이 짧기도 하거니와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라 더욱 별 보기가 힘들다. 비록 별 볼 기회는 많지 않지만 6월은 은하수와 더불어 화려한 여름 별자리들이 등장한다. 이제부터 여름철 별자리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여름에는 누구나 바닷가에 가고 싶어 한다. 여름철 바닷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몸매 좋은 예쁜 여인일 터. 여름 밤하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별도 예쁜 여인의 별이다. ‘견우와 직녀’ 전설에서 직녀는 하늘나라 공주답게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 해변에서 하늘을 보면 머리 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 바로 그 별이 직녀다.

옛날 하늘나라 옥황상제에게 직녀라는 아리따운 딸이 있었다. 직녀의 아름다움은 서양에까지 알려져 제우스 신도 직녀를 만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옥황상제는 직녀를 견우와 혼인시켜버렸다. 훗날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게 되자 이 소식을 들은 제우스는 몰래 백조로 변신해 동양의 하늘로 날아왔다. 그러고는 직녀가 견우를 만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백조의 목을 길게 늘어뜨려 둘 사이를 반으로 갈라놓았다.

그래서 여름 밤하늘에는 직녀와 견우, 그리고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가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칠석날 비가 오는 것도 둘 사이를 제우스가 방해하기 때문이다. 칠석에 비가 오는 건 정말 제우스의 질투 탓일까. 이상은 내가 여름철 별자리를 재미나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상상의 이야기니 독자들은 오해 없길 바란다.



백조자리는 제우스의 바람기를 고려한다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우스는 당연히 직녀와 가까운 곳에 있을 것이다. 직녀와 가장 가까운 밝은 1등성, 이 별이 바로 제우스가 변신한 백조자리의 으뜸별로 백조의 꼬리에 해당하는 ‘데네브’다.

아내 잃은 오르페우스의 구슬픈 하프 가락
칠석 축제를 부활시키자

그렇다면 견우는 어디에 있을까. ‘남남북녀(南男北女)’란 말이 있다. 견우는 우리나라 전설에 등장하는 잘생긴 남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직녀의 남쪽에 위치한다. 직녀에서 남쪽으로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이 바로 견우다. 견우와 직녀, 그리고 데네브는 ‘여름철의 대삼각형’이라고 불린다. ‘적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이 있다. 직녀를 정점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별이 백조자리의 데네브이고, 조금 멀리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별이 견우다.

한여름 소나기가 지나간 뒤 맑게 갠 밤하늘의 은하수 옆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직녀이고, 직녀가 속한 별자리가 거문고자리다. 이 별자리는 우리의 전통악기 거문고와는 특별한 관련이 없다. 서양의 하프가 우리말로 번역되면서 거문고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이라고 한다. 거문고자리에는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영원한 사랑을 한, 음악의 신 오르페우스(Orpheus)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랑하기 때문에 견우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직녀가 서양에서도 ‘슬픈 사랑’으로 전해지는 걸 보면 별에 대한 감성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는 생각도 든다.

거문고자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직녀를 꼭짓점으로 하는 작은 삼각형과 평행사변형으로 이뤄진 거문고자리를 찾으면 된다. 이는 ‘리라(Lyra)’라고 불리던 고대 그리스 시대의 작은 하프를 나타낸다. 그러나 별들이 놓인 모습만 보면 어린아이들이 타고 노는 목마가 생각난다. 삼각형이 목마의 머리이고 나머지가 목마의 몸 같다. 직녀가 어린 시절 목마를 타고 놀았고, 목마의 머리 위에 있는 손잡이 부분이 반질반질해져서 빛나는 것이 직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 상상이 좀 과한 걸까!

견우와 직녀가 칠월칠석에 만난다는 건 단지 전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상당한 과학적 근거와 오랜 세월에 걸친 관찰의 결과로 얻어진 결론이다. 해와 달이 뜨고 질 때 커 보이는 것처럼, 두 별 사이의 거리도 지평선에 가까이 있을 때가 머리 위에 있을 때보다 더 멀리 떨어져 보인다.

두 별은 봄부터 동쪽 하늘에 보이기 시작해 칠석 무렵의 한밤중에 하늘 높이 올라간다. 이때 두 별은 가장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칠석 무렵이 지나면 두 별은 다시 서쪽 하늘로 기울어 다시 멀어진 것처럼 보인다. 옛사람들은 봄부터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가까워지다가 멀어지는 두 별을 보며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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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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