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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이외수, 낸시랭, 강용석…미디어가 가공한 우상들

  • 정해윤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이외수, 낸시랭, 강용석…미디어가 가공한 우상들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미디어의 특성에 따라 정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인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디어는 한 사람을 다양하게 창조해낸다.

최근 혼외 아들 문제로 팔로어들에게 충격을 안긴 이외수는 좋은 사례다. 이외수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퇴폐적이고 부도덕한 인물일 뿐이었다. 대마초 흡연과 혼외자 문제로 이미 1980년대에 신문, 잡지를 장식한 바 있다. 그러던 그가 2000년대 들어 화려하게 변신했다. 인터넷 시대가 펼쳐지자 이외수는 젊은이의 멘토이자 ‘트위터 대통령’으로 떠올랐다. 인터넷과 트위터 유저들이 느끼는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여느 기성세대와 달리 소통에 적극적이었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근엄함을 집어던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젊은이들은 그의 이런 언행에 열광했다.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차이로 흔히 일방향 소통 방식과 쌍방향 소통 방식을 든다. 이외수의 사례에서 또 다른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정보 확산 방식의 차이다. 올드미디어는 정보를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래서 정보의 확산 속도는 느리지만 신뢰도는 높은 편이다. 반면 인터넷과 트위터의 경우 정보의 확산 속도는 획기적으로 빠르지만 상대적으로 정보의 신뢰도는 낮다.

이런 뉴미디어의 특성이 극대화할 경우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추락하는 일이 가능하다. 지금 이외수의 팔로어들은 이외수에 대한 편향된 정보만 습득한 탓에 극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슬픈 가족사’?

낸시랭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가공해낸 사람으로 보인다. 대중은 인물정보를 주로 포털 사이트에 의존한다. 하지만 이름, 학력, 경력 등 실증적 사실로 구성된 것 같은 인물정보조차 가상의 정보에 불과할 수 있다. 낸시랭은 출생연도와 가족관계를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는 1979년생으로 돼 있지만 그녀의 석사학위 논문에는 1976년생으로 기재돼 있다고 한다. 또한 낸시랭은 한 토크쇼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고백했는데 아직 생존해 있음이 확인됐다. 그녀는 이런 의혹에 대해 ‘슬픈 가족사’라는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대처했을 뿐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정체성을 활용해 땅에 떨어진 평판을 되살린 경우도 있다. 최근 강용석 전 의원은 추문에 연루된 정치인이 재기하는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의원 재임 시절 우리 사회에서 치명적인 성희롱 발언 사건으로 소속 정당에서 제명됐다. 그 후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하면서 ‘전국구 비호감’으로 등장하더니 박원순 서울시장의 저격수로 크게 헛발질을 하며 19대 총선에서 낙마했다. 이 무렵 그는 정치인으로선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불과 1년 남짓 지난 현재 그에 대한 인터넷 여론은 급격히 변화했다.

과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인사들의 재기 과정은 자숙 기간을 보내고 봉사활동을 하는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강용석은 대중의 동정심에 호소하는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전략을 보여줬다. 스타에게도 안티 팬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부정적 정보와 긍정적 정보가 혼재한다. 그는 부정적 정보를 지우기에 급급하기보다는 긍정적 정보의 유통량을 늘려 부정적 정보를 밀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예능으로 성희롱 덮어

과거 오세훈이나 고승덕 등은 방송에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이에 비해 강용석은 정치인으로서 망가진 뒤 예능에 데뷔하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예능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이 전략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강용석과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김구라는 “강용석에 대한 댓글이 호평일색”이라고 했다. 방송인 강용석의 이미지가 성희롱 정치인의 이미지를 뒤덮은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려할 점이 있다. 일본의 우익 정치인 하시모토 도루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도 방송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히틀러가 당대의 첨단 미디어인 라디오를 장악하며 등장했다는 사실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미디어로 뒤덮인 현대사회는 그야말로 가상의 세계다. 한 개인의 이미지가 실체를 벗어나 과도하게 증폭될 때 과연 대중은 이를 제대로 가려낼 수 있을까. 정보의 홍수에서 진실을 선별해내는 수용자의 자질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신동아 2013년 6월 호

정해윤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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