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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돌직구’였대요 지금은 여우짓도 해요”

쉰둘 최영미의 새로 시작한 사랑, 그리고 詩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예전엔 ‘돌직구’였대요 지금은 여우짓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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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감을 열고 세상의 풍경, 사람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문장을 얻었다.
  • 버리기 아까운 문장엔 암호를 넣어 시를 만들었다.
  • 이미 슬픈 사람들, 이미 아픈 사람들과 말을 섞으면서 남자를 만났고, 사랑을 시작했다.
  • 그러곤 다섯 번째 시집 ‘이미 뜨거운 것들’을 냈다.
  • 최영미의 사랑, 시, 그리고 삶.
“예전엔 ‘돌직구’였대요 지금은 여우짓도 해요”
1962년생 교수 L이 4월 19일 물었다.

“실제로 만나보면 어때요?”

L의 뇌리에 박힌 그의 이미지는 ‘도도한 차도녀’.

시인 황인숙은 그를 두고 이렇게 썼다.

“소설에서와 달리 시에서는 시인과 화자가 겹치기 일쑤다. 시인의 일상이나 몸과 마음의 형편과 동태가 작품에서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최영미는 그걸 꺼리지 않는다. 거침없고 서슴없다. 그 대범함에는 자부심도 한몫했으리라. 자신의 명민함에 대한 자부심, 젊은 날 수많은 독자의 아이돌 시인이었던 데 대한 자부심, 내가 설핏 엿본 최영미는 그런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L 또래의 남자에게 그는 ‘아이돌’이었나보다. L은 기자가 그와 알고 지내는 것을 신기해했다. 아니, 부러워했다. L에게 물었다.

“아는 사인 것을 어떻게 알았어요?”

L이 웃으면서 답했다.

“작년에 최영미 씨가 쓴 글에 나오는 ‘S 기자’가 우리 송형 아니야?”

L은 눈 밝은 독자다. 최영미 시인이 ‘신동아’ 2012년 11월호 ‘나와 신동아’라는 기획에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창간 81주년 기념 특별기고 중 하나였다. 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S 기자는 내가 만난 언론인 중에 가장 개성이 강한 사람이었다. 나중에는 친해져 같이 야구장에도 갔다. 나처럼 서울내기이며 쿨한 그와의 대화를 나는 즐겼다. 그를 닮은 남동생이 있으면 참 좋겠다. 아니, 더 솔직해지자. 그가 싱글이고 내가 10년쯤 젊었다면…. 만약의 경우를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와 함께 야구장에 간 때는 2010년 봄의 어느 날이다. 토요일 2시 경기. 둘은 “이종욱 안타~” “김현수 홈런~”을 외치면서 맥주를 마셨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오후의 볼 파크는 상쾌했다. 둘은 경기가 끝난 후 대학로의 일본식 라면 집으로 옮겨 오랫동안 얘기를 더 나눴다. 그날 기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싱글이고 그녀가 10년쯤 젊었다면….’

최영미는 그런 여자다.

“새로 시작한 연애처럼 설레요”

최영미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을 냈다. ‘이미 뜨거운 것들’(실천문학사 펴냄). 책을 4부로 나눠 꾸렸다. 1부는 풍자시, 2부는 연애시, 3·4부는 이것저것 섞였다. 4월 29일 서울 성북구 대사관로 ‘삼청각’에서 시인을 만났다. ‘이미 뜨거운 것들’은 신을 비꼬는 풍자시 ‘고해성사’로 시작한다.

죄는 여러 곳에서

따로따로 짓더니,

속죄는 한 곳에서

왜 한꺼번에 용서받으려 그래?

우리를 이렇게

불완전한 존재로 만들어놓고

구름 속에 편안히 앉아서

땅을 내려다보는,

신이야말로 태초에

죄인이 아니던가?

▼ 기분이 어때요.

“새로 시작한 연애처럼 설레요. 4년 만에 나온 책인데, 젊은 독자와 소통할 수 있을지 두렵고요. 이번 시집엔 연애 감정이 녹아들어가 있어요.”

그는 4월 3일 기자간담회에 앞서 ‘의식’이란 시를 낭송했다.

…낡은 자취방에 불이 들어오고/ 휘황한 호텔에 버려둔/ 팔과 다리들이 꿈틀대고/ 코스모스 한들한들 비에 젖은/ 돌담 밑에서 입을 맞추던 첫사랑이 눈을 크게 뜨고/ 너, 괜찮니? 물어본다/ 내 옆에 누워 팔팔 끓어오르는 남자에게/ 시들시들한 나를 들키지 않으려/ 이불을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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