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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리포트

“‘친하게 지내요’ 한글 팻말 든 일본 시민 늘고 있다”

‘반한(反韓) 반대’ 시위 나선 일본 양심세력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친하게 지내요’ 한글 팻말 든 일본 시민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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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심 플래시몹 집회 호응 높아”
  • ● “배타적 우경화에 대한 自省”
  • ● “이런 시위 확산되면 한일관계 개선될 것”
“‘친하게 지내요’ 한글 팻말 든 일본 시민 늘고 있다”

일본 도쿄 시내에서 ‘반한 반대’시위를 벌이는 일본인들.

요즘 일본에서는 반한(反韓) 시위가 한창이다. 시위의 주체는 ‘자이토쿠카이(在特會·在日特權を許さない市民の會, 재일 한국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이다. 자이토쿠카이는 2007년 1월 20일 발족한 일본의 신우익 시민단체로 당시엔 회원 수가 130명에 불과했지만 두 달 만인 그해 3월 1000명을 돌파한 데 이어 현재는 1만2000명을 넘고 있다. 이 단체는 전통적인 우익단체와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시위 현장 동영상을 전파하고 온라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으로 세력을 급속하게 확장시켰다. 그래서 ‘Net 우익’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단체가 반한 시위를 하는 일차적 명분은 ‘재일 한국인이 일본 내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그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특별 영주 자격을 철폐하라고 외친다. 재일 한국인은 특별 영주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범죄를 저질러도 모국으로 추방당하지 않는데, 이것은 다른 불법 체류 외국인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통명(通名) 사용도 철폐하라고 외친다. 재일 한국인 다수는 관청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등록, 변경이 가능한 통명으로 은행 계좌를 개설한다. 그런데 이러한 금융거래가 탈세와 돈세탁 같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 단체는 주장한다. 이 밖에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참정권, 연금, 생활보호 혜택도 폐지하라고 요구한다.

‘박탈감 보상심리’ 탓?

이 단체는 과거사 및 영토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제의 일본군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인하고,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아예 한국과 단교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또한 일본 방송사들이 한류(韓流) 프로그램을 과잉 편성하고 있다고도 불평한다.

문제는 이 단체의 주장이 의견 개진이나 논쟁의 수준을 넘어 원시 상태의 반문명적 단계로 내려앉고 있는 점이다. 이 단체는 시위에서 “한국인을 사살하라!” “한국인을 내쫓자!” “좋은 한국인도 나쁜 한국인도 모두 죽여라!” “다케시마(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놈은 죽어라!” “한국=적(敵), 죽여라!”라고 서슴없이 외친다.

단순히 구호만 외치는 것도 아니다. 2008~2009년에는 쓰시마 섬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들에게 “조센진은 돌아가라” “기무치(김치)는 돌아가라”라는 따위의 폭언을 퍼부으며 소란을 피웠다. 2009년 12월 4일 교토의 조총련계 조선 제1초급학교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당시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이 단체가 일본에 거주하는 50만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과 다른 아시아 노동자 등에게도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과 애국 : 자이토쿠카이의 어둠을 좇아서’라는 책에서 이들의 정체를 파헤친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 씨는 이 단체의 회원이 주로 청년층 시간제 근로자와 계약직 근로자라고 밝힌다. 이 책에 따르면 이들 Net 우익은 일본의 오랜 경기 침체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퇴조가 초래한 산물이다. 사적으로 만나면 과격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평범한 보통사람들, 회사 여직원이거나 호감이 가는 청년, 집 안에서는 좋은 아빠인 이들이 시위 현장에선 과격한 말을 쏟아낸다고 한다. 고이치 씨는 그 이유를 ‘박탈감에 대한 보상심리’로 분석한다.

진보 성향 시민의 자발적 참여

그런데 2009년 일본의 시민사회에선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일었다. 그해 10월 10일 오사카에선 ‘외국인 배척을 불허하는 10·10 간사이 긴급행동’ 집회가 열렸다. 이를 계기로 주최 측은 ‘배외주의(排外主義)를 허락하지 않는 간사이 네트워크’를 발족했다. 이후 이 단체는 자이토쿠카이의 반한 시위에 반대하는 집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특히 2010년 5월 31일에는 대규모 집회를 연 바 있다. 이 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전일본항만노동조합, 전일본건설운수연대노동조합, 가마가사키일용노동조합, 간사이합동노동조합 같은 일본 내 노동조합들과 많은 시민이 ‘반한 시위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전일본건설운수연대노동조합 소속의 고영남 씨는 “자이토쿠카이 측이 각지에서 경찰의 방조 아래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자이토쿠카이의 조선학교 습격 사건과 무상급식 폐지 주장은 부당하다”고 성토했다. 자이토쿠카이 측이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일본 내 수요모임을 습격해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러한 주장을 담은 결의문도 채택했다.

이 집회는 일본 내 반한 극우화 움직임에 처음으로 제동을 건 집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집회를 주도했을까.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진보 성향의 일본 시민들, 일본인 노조원들, 조총련계가 힘을 합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선 지금도 반한 극우 시위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초의 오사카 집회와 비교할 때 참석자들이 훨씬 다변화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조직적인 참여라기보다 자발적인 참여 양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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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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