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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부모 코리안드림 속 아이들은 민족 잊어간다”

한글학교 운영하는 중국동포 토로

  • 한직능│중국 지린시세종한글학교 대표 hanzhineng@hanmail.net

“조선족 부모 코리안드림 속 아이들은 민족 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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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부모 코리안드림 속 아이들은 민족 잊어간다”
그래서 조사를 해보았다. 아래 표에서 보듯 지난 15년 사이 중학교와 소학교 수가 현저히 줄었다. 학교 수뿐만 아니라 학생 수도 크게 줄었다. 그 이유로는 아이를 잘 낳지 않는 젊은 세대의 경향과 타지방으로의 이동, 주류 민족학교로의 이동 등이 꼽힌다. 특히 지린시조선중학으로의 집중화 현상이 심한데, 앞으로도 이 학교로만 학생이 몰리고 나머지 학교는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주변에 조선족 학교가 없으니, 어린아이들은 지린시조선족실험소학교에 몰리고, 그마저 여의치 않은 아이들은 아예 민족소학교를 버리고 가까운 주류 학교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중학교도 자연스럽게 주류 학교를 선택하게 된다. 지린시조선족중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현재 700여 명이고 지린시조선족소학 재학생은 500여 명이지만, 지린시 내 여러 개 주류 민족학교에서 공부하는 조선족 학생은 2000명이 넘는다.

물론 주류 민족학교가 교육의 질이나 대학 진학률에서 월등하다. 그러나 6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린시조선족중학엔 교직원이 135명이 있다. 교원의 수준이나 교육에 대한 책임성은 그만하면 좋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다 한국이나 타 지방으로 가버려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 아이들은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맡겨져 있고, 부모는 교육에는 관심이 없다. 애들이 달라는 대로 돈을 주고,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은 PC방에서 놀며 먹고 마시고 연애하는 데 바쁘다. 공부에는 빵점이다.

“조선족 부모 코리안드림 속 아이들은 민족 잊어간다”
내가 잘 아는 아이 가운데 박 양이 있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아내와 사별한 뒤 한국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고, 80세 할머니가 박 양을 돌본다. 1, 2학년 때는 중상위 이상의 성적을 유지했지만, 사춘기가 시작되고 남자애들과 가까워져 노래방을 다니기도 하면서 공부는 뒷전이 됐다. 3학년인 지금 박 양의 성적은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부모가 애써 번 돈으로 공부를 하는데 왜 노력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박 양은 태연하게 “공부 잘하면 뭐하냐. 아무 일이나 해서 돈 벌면 되는 거다”라고 한다. 친구들 중 너만 이러고 사느냐고 했더니 아니란다. 거의 다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있고, 진짜 열심히 공부하는 애는 적다고 한다. 예쁘게 생긴 여자애에게 남자친구가 없다면 도리어 이상한 일이라고 한다. 이런 분위기 탓에 공부를 잘해보고자 하는 학생들은 아예 조선족학교에 등을 돌린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조선족 학생의 한 달 용돈이 1500위안(약 27만 원)은 보통이고 많게는 5000위안(약 90만 원)을 쓰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무능하고 돈만 쓸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나는 셈이다. 이는 코리안드림이 낳은 결과일까.

“조선족 부모 코리안드림 속 아이들은 민족 잊어간다”

지린시 세종한글학교 교내.

자식 세대가 자기 민족의 언어와 풍습을 포기한 것은 부모의 착오이고 부모 자신의 민족 관념이 얄팍한 탓이지, 다른 이유를 붙일 명분이 없다. 1세대, 2세대 조선족은 타민족과의 혼사를 금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당사자가 원한다면 타민족과 결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조선족들은 거의 다 민족언어를 몰라도 된다고 여긴다. 부모 세대도 자식이 좋은 대학만 갈 수 있기를 바라지, 굳이 민족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조선족 역시 민족언어를 상실한 만족, 화족 등과 다를 바 없이 주류 민족에 동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가 보전해야 할 보물

지금 중국에는 260여 개 대학이 한국어학과를 두고 있다. 이 학과 학생들은 대다수가 조선족이 아니다. 왜 주류 민족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울까. 나는 베이화대 경영학과 3학년인 한족 학생 전 군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쓰촨성 사람으로 평소 조선족을 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 대학에 들어와 조선족을 알게 됐고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한국 문화와 발전상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다. 그는 중국인의 한국어 실력이 중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전 군은 언젠가 한국어 수요가 급증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 주류 민족은 다민족 문화를 향유해나가는데, 반면 조선족은 원래의 다민족 문화를 버리고 단일민족 문화를 택하는 퇴보의 길을 가고 있다. 자녀교육이 어찌 되든 말든, 민족언어가 있든 말든 돈벌이에만 눈이 어두워 해외로 간답시고 다문화도 버리고, 농토도 버리고, 정든 고향도 버리고, 오늘도 그 어디에선가 노다지를 캐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우리는 항상 조선민족(한국, 북한, 중국 조선족 포함)은 세상에서 제일 우수한 민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조선민족이 조화롭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진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런 전대미문의 현실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민족은 각골난망하여 세상 사는 법칙을 새롭게 인식하고 새 세상을 열어야 한다.

“조선족 부모 코리안드림 속 아이들은 민족 잊어간다”
한직능

1948년 중국 내몽골 우란하오터 출생

중국 지린대 수학학부 졸업

지린화공대 응용통계학과 정교수

現 지린시세종한글학교 대표·이사장, 지린시 민영학교이사회 이사


나는 진실로 말하고 싶다. 중국 조선족은 큰 스케일을 갖고 다시 한 번 교육의 불을 거세게 지펴야 한다. 우리 민족의 언어와 풍속, 문화를 길이 보전해야 한다. 이는 선진문화를 가진 우리 민족이 세상에 남겨야 할 귀한 보물이지 않은가.

신동아 201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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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직능│중국 지린시세종한글학교 대표 hanzhine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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