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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왕의 한의학’

게와 감, 상극 음식 먹고 절명

간질과 비만에 시달린 경종

  •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게와 감, 상극 음식 먹고 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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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 때 같은 유의인 유천군 이정이 ‘도수환’이라는 공격적인 약재로 왕의 질병을 치료했듯 이공윤도 감수나 대황 등 공격적인 약물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이공윤의 처방은 늘 주변의 우려를 자아냈다. 경종 4년 사헌부는 이공윤을 ‘사판(仕版·벼슬아치 명부)에서 삭제할 것’을 강력히 주청한다.

“이공윤은 괴벽하고 미련한 데다 행동과 모습마저 대체로 해괴한 데가 많습니다. 유의라 하여 의약동참에 뽑혔으나 매양 차례가 되는 날마다 병을 핑계로 나오지 않다가 누차 부른 뒤에야 느릿느릿 나와서 여러 의관의 입만 쳐다보다가 묻는 말에만 마지못해 대답하고 정성들여 깊이 연구해보려는 뜻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경종이 세상을 등질 때까지 마지막 진료를 담당한 것은 불행하게도 이공윤이었다. 그의 공격적 처방과 복약 지시는 끝까지 계속됐다. 경종 4년 8월 19일 식욕이 줄어들고 원기가 떨어지자 비위를 좋게 하는 육군자탕을 처방한 후 20일에는 게장과 생감을 먹게 했다.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게장과 생감을 먹은 경종은 밤에 갑자기 가슴과 배가 조이는 통증을 호소했다. 복통과 설사를 진정시키기 위해 곽향정기산을 처방했는데도 차도가 없자 ‘설사를 그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계속하며 이번에는 계지마황탕을 처방한다.

계지마황탕 속의 마황은 허약한 사람에게는 결코 투여할 수 없는 약물이다. 마황의 별명은 청룡이다. 용처럼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땀을 내는 무서운 약이다. 필로폰 성분을 함유한 강력한 진통제에 견주는 약물이다. 특히 위장이 허약한 사람이 먹으면 침을 증발시켜 입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다이어트 약물로도 쓰이지만 잘못 쓰면 부작용이 엄청나다.

계지마황탕을 먹은 후 경종의 환후는 더욱 위태로웠고 맥박이 약해졌다. 이복동생이자 세제인 영조는 인삼과 부자로 위장의 온기를 올리는 처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공윤은 이때에도 다시 한번 영조의 처방을 조목조목 따지며 반대의견을 피력한다. “신(臣)의 처방 약을 쓰면서 인삼도 쓰면 기를 능히 돌리지 못한다”고 못박는다. 하지만 결국 인삼을 마시고 난 경종의 눈빛은 좋아졌고 콧등도 따뜻해지면서 반전의 기세를 보였다. 그러자 흥분한 영조가 지금이 어느 때인데 자기 의견만 내세우고 인삼 약재를 쓰지 못하게 하느냐고 강하게 이공윤을 힐책한다.



게와 감이 부른 참극

경종은 이후 얼마 안돼 숨을 거뒀다. 즉위 4년 8월 25일이었다. 경종이 숨을 거두자 시중에 독살설이 확산됐다. 경종에게 게장과 생감을 함께 먹으라고 권유한 사람이 영조였다는 소문이었다. 소문은 영조가 임금이 되고 30여 년이 지난 후 큰 사건으로 불거졌다. 일명 ‘신치운(1700~1755) 사건’이다. 신치운은 경종과 영조 때의 문신으로 영조 때 소론이 노론에 밀려 숙청당하는 데 앙심을 품고 모반을 꾀하다 처형된 인물이다. 사건의 시작은 신치운이 모반으로 친국(親鞫)을 받으면서 한 말로부터 시작된다. 영조 31년 5월 20일 신치운은 이렇게 말한다.

“신은 상(영조)이 왕위에 오른 갑진년(1725년)부터 게장을 먹지 않았으니 이것이 바로 신의 역심입니다.”

실록에 따르면 이 말을 들은 영조는 분통해하며 눈물을 흘리고 살을 짓이기고자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해명했다. ‘대왕대비(인원왕후·숙종의 둘째 계비)께 이 사실을 아뢰었는데 자성(慈聖·임금의 어머니)의 하교를 듣고서야 그때 경종에게 게장을 진어(進御·임금이 먹는 것)한 것이 내가 보낸 것이 아니라 어주(御廚·수라간)에서 공진(貢進)한 것을 알았다. 경종의 죽음은 그 후 5일 만에 있었는데 무식한 하인들이 지나치게 진어한 것이다. 그들이 고의로 사실을 숨기고 바꾸어 조작하였다.’

영조는 게장과 생감을 경종에게 먹도록 한 것이 자신이 아님을 누누이 강조한다. 사실 경종에게 바친 게장과 감의 궁합이 상극이며 함께 먹으면 절대 안 되는 음식이라는 것은 의관이 아니라면 알기 힘들다. 게장과 감이 상극의 음식이라는 점은 주로 한의서에 나오기 때문이다. 한약물의 고전 본초강목 감나무 편은 ‘감과 게를 함께 먹으면 복통이 일어나고 설사를 하게 한다. 감과 게는 모두 찬 음식이다’라면서 실제 경험까지 기록해뒀다. ‘혹자가 게를 먹고 홍시를 먹었는데 밤이 되자 크게 토하고 토혈(吐血)까지 했으며 인사불성이 됐는데 목향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

게의 성질이 찬 것은 옻의 독을 해독할 때 쓰는 약성으로 알 수 있다. 옻은 잎이 떨어지는 가을이면 줄기가 빨갛다. 붉은 것은 뜨거운 성질을 갖고 있다. 속이 찬 사람이 옻닭을 고아 먹으면 설사를 멈출 정도로 성질이 뜨겁다. 옻을 먹고 피부염이나 두드러기가 생길 때 게장을 바르면 감쪽같이 사라진다. 게는 겉은 딱딱하고 내부는 부드러우며 뱃속 부분이 달(月)의 크기에 따라 커졌다 줄어들었다 하므로 달처럼 차가운 성질을 갖추고 있다. 영덕 대게가 가장 추운 2월에 알이 차는 것도 바로 그런 이치 때문이다.

게장과 감은 멀쩡한 사람을 죽게 만들 만큼 독약은 아니지만 지병이 있거나 소화기 계통이 약한 사람에게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경종은 14세 무렵, 생모인 희빈 장 씨가 사약을 받는 모습을 목격하고 끊임없는 당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더욱이 간질에다 비만체질로 인한 복통을 달고 살았던 그에게 게장과 감의 음식 조합은 치명타였음이 분명하다.

‘신치운 사건’은 결국 이공윤의 자식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이공윤은 영조 즉위 후 경종의 치료에 대한 대신들의 이의가 제기되자 그 책임을 지고 유배를 간 후 그곳에서 죽었지만, 신치운 사건으로 화가 날 대로 난 영조는 경종이 죽은 지 31년이 지났음에도 그때의 과오를 물어 이공윤의 아들 이명현을 처형했으며 이명현의 아내와 아들들은 노비로 만들었다. 이공윤의 형제들은 북도로 유배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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