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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왕의 한의학’

게와 감, 상극 음식 먹고 절명

간질과 비만에 시달린 경종

  •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게와 감, 상극 음식 먹고 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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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사 잇기 위한 정력제

게와 감, 상극 음식 먹고 절명

청와대에서 기르는 수사슴 두 마리가 뿔을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수사슴은 한 번에 100여 마리의 암컷과 교미를 할 정도로 정력이 세다.

경종은 죽을 때까지 후사가 없었다. 이복동생 연잉군 영조에게 왕위를 물려주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야사(野史)에는 폐비된 장옥정이 사약을 받기 전 아들(경종)의 고환을 잡아당겨 고자로 만들었다는 설이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다. 경종은 9세 때 단의왕후와 혼인했고, 그녀가 죽고 난 뒤 선의왕후와 재혼했을 뿐 단 한 명의 후궁도 두지 않은 유일한 왕이었다. 승정원일기는 경종의 후사 문제를 한의학적 처방과 연결시켜 거론한다.

경종이 21세 되던 1708년, 즉 숙종 34년 2월 10일 승정원일기는 임금이 소변이 자주 마렵다고 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후사를 위해 육미지황원과 팔미지황원을 처방했다고 썼다. 한의학에서는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이 양기, 즉 정력과 관계가 깊다고 본다. 소변이 자주 마렵다는 것과 정력의 관계를 한의학은 이렇게 설명한다.

항온동물인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인체의 온도를 36.5℃로 유지해야 한다. 방광에 고이는 소변의 주성분은 혈액이 아닌 물이다. 물의 온도는 4℃에 불과하다. 소변을 배출하는 것은 몸의 노폐물을 처리하는 것 외에 방광의 온도를 체온과 같이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한의학은 소변을 36.5℃로 데워서 저장하는 방광을 태양의 온기와 같다고 정의해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인체에 분포되어 있는 주요 경맥 중 하나)’이라고 규정한다.

소변은 그냥 흘러나가는 것이 아니라 물총처럼 짜내는 것이다. 짜내는 힘이 강하면 한번에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있지만 힘이 떨어지면 오히려 역류해 잔뇨감이 생긴다. 자꾸 소변이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양기가 약해진 때문이라고 본다. 즉, 방광이 제 기능을 못하면 정력이 약해지고 빈뇨증이 생긴다는 것. 그러고 보면 남성들이 정력제에 목숨을 걸고, 오줌발에 신경을 쓰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난경은 방광을 포함한 신장계통에 대해 ‘생명의 정(精)을 간직하는 부위로 정신과 원기가 생겨나는 곳이며 남자는 정액을 간직하고 여자는 포(胞), 즉 자궁이 매달린 곳’이라고 정의한다. 즉, 신장계통을 생명 활동의 근간이자, 생식 활동을 주관하는 곳으로 여긴 것이다. 보신(補身)이라는 개념과 보신(補腎)이라는 말이 혼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장에 문제가 생긴 이들을 위한 특효 처방은 무엇일까. 알려진 것 중 신장을 보하는, 즉 보신하는 가장 중요한 약물은 ‘육미지황환’이다. 고희(古稀)의 나이에 사흘 꼬박 노름을 해도 허리가 아프지 않게 한다는 전설의 한약이다. 옛날 어른들이 주머니에 넣고 먹던 토끼똥같이 생긴 환약이 바로 그것이다.

육미지황환은 흔히 만성 요통, 뼈마디 통증, 성기능 쇠약, 당뇨병, 전립선 질환, 식은땀, 귀에 소리가 나는 증상 등에 좋다. 이 처방에 기재된 중심 약물은 지황인데 그 다른 이름이 ‘지정(地精)’이다. 이 식물이 땅의 정기를 모조리 뽑아 올린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나머지 약재인 마, 산수유도 신장을 보해 정기를 채우는 작용을 돕고, 목단피·택사·백복령은 신장의 정기가 허해서 생긴 허화(虛火)를 없앤다.

황제의 약 ‘공진단’ 처방

즉위년에 이르러서도 후사가 없자 특단의 대책으로 그 유명한 공진단(拱辰丹)을 처방한다. 승정원일기 즉위년 9월 7일 어의 권성규와 이진성이 “상의 하초(下焦·배꼽 아래 부위) 맥인 척맥(尺脈)이 약하다”고 진단하자 김창집이 무시로 공진단을 복용할 것을 건의한다. 잇따라 9월 14일에도 하초의 부실함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처방으로 공진단을 추천한다. 승정원일기는 이 모두를 ‘종사의 경사를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며 ‘선조들도 큰 효험을 봤다’는 경험담을 곁들였다.

공진단의 구성 약물은 크게 사향, 녹용, 인삼, 산수유로 대별되며, 공(拱)은 공손하게 두 손을 마주잡는다는 뜻이고 진(辰)은 북두칠성을 가리킨다. 천자문에도 둘째 구절에 진(辰)자가 나온다. 일월성신(日月星辰)이 그것이다. 이때 일월이 음양의 대비를 나타내듯 성신도 대비적 의미가 있다. 성이 뭇별을 나타낸다면 신은 거대한 별들의 원점인 북두칠성을 말한다. 이때는 진이 아니라 신으로 읽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

따라서 공진단은 공신단으로 읽어야 옳으며, 여기서 공신은 하나의 숙어 기능을 한다. 공신의 사전적 의미는 ‘뭇별이 북극성을 향한다는 뜻으로 사방의 백성이 천자의 덕에 귀의하여 복종함’이다. 공신의 이런 의미는 이 처방을 만든 중국 원나라 때 명의 위역림의 뜻과도 맞아떨어진다. 공신단은 애초 일반인이 아닌 황제의 건강 증진용으로 만들어진 처방이기 때문이다.

게와 감, 상극 음식 먹고 절명

2006년 강원도 양구에서 처음 발견된 사향노루(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와 사향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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