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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정원, 총리실 민간인 사찰 관여

  • 한상진 기자│greenfish@donga.com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원세훈 국정원, 총리실 민간인 사찰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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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촛불시위가 만든 ‘괴물’ 공직윤리지원관실
  • ● 수사기록에 담긴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흔적
  • ● 국정원 작성 추정 박원순 문건, 총리실 문건과 양식 흡사
  • ● “총리실, 국정원과 손잡고 감찰활동”
원세훈 국정원, 총리실 민간인 사찰 관여

4월 29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두 달간 수사한 결과를 6월 14일 발표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수사팀은 “원 전 원장은 북한의 동조를 받는 정책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과 단체도 모두 종북세력으로 보는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었다. 직무범위를 넘어 불법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혐의 내용을 설명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은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를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터진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댓글 공작’ 의혹에서 비롯됐다. 수사 결과를 축소·왜곡해 발표한 경찰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논란은 대선이 끝난 뒤 본격화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수사를 진행했다. 그 사이 민주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원 전 원장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3월 18일,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 인트라넷에 게시됐던 ‘(원세훈)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하 ‘원장님 말씀’)을 공개한 바 있다. 진 의원에 따르면 ‘원장님 말씀’은 2009년 5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최소 25회 게시됐다. ‘원장님 말씀’이 공개된 뒤 야당과 시민단체는 원 전 원장을 국가정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원장님 말씀’ 중에는 민간인 사찰, 여론조작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가 수사 중이다. ‘원장님 말씀’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심리전단이 보고한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은 내용 자체가 바로 우리 원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할 것.”(2010년 7월 19일)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민노총·전교조 등 국내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욱 어려우므로, 확실한 징계를 위해 직원에게 말하기보다 지부장들이 유관기관장에게 직접 업무를 협조하기 바람.”(2011년 2월 18일)

“선거기간 동안 트위터, 인터넷 등에서 허위사실 유포. 확실하게 대응 안 하니 국민들이 그대로 믿는 현상 발생. 악의적 허위사실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 막대. 선거가 끝나면 결과 뒤바꿀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원이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함. 특히 종북세력들이 선거 정국을 틈타 트위터 등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로 국론분열을 조장하므로, 선제적 대처해야 함.”(2011년 11월 18일)

5월 15일과 19일, 진 의원은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 의혹을 고발하며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도 공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영향력 차단’과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 공세 차단’이란 제목의 문서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의 서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이후 세금급식 확대·시립대 등록금 대폭 인하 등 좌편향·독선적 시정운영을 통해 민심을 오도, 국정 안정을 저해함은 물론 야세 확산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어 면밀한 제어방안 강구 긴요.”

문건의 입수 경위에 대해 진 의원은 “의원실로 제보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당시 국익전략실장, 일명 B실장이라고 불리는 신모 실장에게 특별 지시해 작성한 보고서. 원 전 원장이 조직 차원에서 정치개입 행위를 지시했음을 밝혀주는 자료다’라고 적힌 메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원 문건인가, 아닌가

진 의원이 공개한 문서가 국정원에서 작성된 것이라면, 국정원은 정치관여를 금지하는 국가정보원법(제9조)을 위반한 것이 된다. 그러나 문건이 공개된 직후 국가정보원은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진 의원의 주장을 부인했다. ‘신동아’의 질의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국정원 문건이 아니다”라는 답을 전해왔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인사들도 국정원 문건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문건의 양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정원 문건과 진 의원이 공개한 문건의 양식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도 “문서 양식만으로는 국정원 문서 여부를 단정하기 곤란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전한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진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국정원 문건과 서체도 다르고 편집방식도 다르다. 다른 정보기관에서 만들어진 문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동아’는 이런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기로 했다. 먼저 정보팀을 운영하고 있는 각종 사정기관의 공식 문건을 입수해 양식을 비교했다. 대상은 경찰, 검찰, 국정원, 국무총리실(공직윤리지원관실)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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