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호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 공부하며 기다리겠다”

‘포스트 박근혜’ 시동 건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3-06-20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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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 공부하며 기다리겠다”

    4·24 재보선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이완구, 김무성, 무소속 안철수 의원(오른쪽부터)이 4월 26일 국회에서 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집권여당 새누리당에는 이렇다 할 계파가 없다. 과거의 친이(親이명박)계, 친박(親박근혜)계 구분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는 순간 무의미해졌다. 집권에 성공한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적 계파 보스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주류와 비주류가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때 ‘친박계의 좌장’으로 불리던 김무성 의원 주변에 사람이 모이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선 ‘무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 무대는 ‘무성이 대장’의 줄임말로 김 의원의 통 큰 리더십에 매료된 젊은 당료들이 붙인 별명이다.

    국회 본회의장에선 4·24 부산 영도 재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김 의원 주변에 여당 의원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광경이 자주 목격된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도 문전성시다. 여의도 일대 음식점에서는 김 의원을 ‘주빈’으로 하는 식사 자리가 자주 마련된다. 국회 정문 앞의 한 퓨전 일식집이 무대계의 ‘아지트’라는 말도 들린다.

    김 의원 주변에 사람이 모이면서 그를 유력한 ‘포스트 박근혜’로 꼽는 이가 늘고 있다. 그는 아무런 당직도 맡고 있지 않지만 원내대표는 물론 당 대표보다 존재감이 크다고 여기는 이가 많다. 이 때문에 그가 차기 당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새누리당 차기 당 대표는 내년 5월에 선출된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해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수도 있다.

    “금주 선언하라”



    국회 입성 후 김 의원은 공식적으로 잠행(潛行)에 가까운 행보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지만 별다른 발언은 하지 않고 주로 듣기만 한다. 그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린 것은 ‘윤창중 스캔들’이 터졌을 때다. 당시 청와대 참모들에게 “금주 선언을 하라”고 다그친 게 고작이다.

    김 의원은 공식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사양했다. “언론에 등장하고 싶지 않다. 인터뷰 요청이 많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6월 14일 어렵게 전화가 연결됐다. 통화 내용은 ‘때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당이 필요로 하면 대표직에 도전할 용의는 있다’로 요약된다.

    ▼ 여의도 정치에 복귀한 뒤 향후 역할을 놓고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내가 뭘 하겠다고 먼저 나서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나를 필요로 해서 요청이 올 때까지 공부하면서 기다리는 거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 요청이 오면 당 대표에 도전할 생각인가요.

    “그건 그렇죠. 나는 철저한 당인(黨人)이니까, 당인으로서 멋진 당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동지가 당을 배신하지 않는데 당이 먼저 동지를 배신하는 일이 절대로 없는 당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 의원은 2008년 18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연이어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에는 친박계 좌장으로서 대선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패장(敗將)으로서 수모를 당했다. 그때 그는 친박 무소속으로 자신의 기존 지역구였던 부산 남구을에 출마, 기사회생해서 여의도로 돌아왔다.

    2012년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당시 공천권은 사실상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행사했지만 그는 낙천했다. 자신은 철저한 당인으로 당을 위해 헌신했는데 당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그때 일을 생각하는 듯했다. 지난 5월 중앙당의 밀실 또는 하향식 공천을 차단하기 위한 정치쇄신 방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그는 재선거 당선 직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섣부르게 권력을 잡았다고 동료의 목을 치는, 그런 나쁜 짓이 새누리당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하겠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 정치적 목표가 뭡니까.

    “멋있는 정치를 하고 싶어요. 지금은 공부하면서 기다리다가 그런 계기가 생기면 멋있는 정치를 해보려고 합니다.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없어요.”

    ▼ ‘포스트 박근혜’로 꼽히기도 하는데요.

    “제게 그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당내에 김무성 계보가 형성되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 소리 듣지 않으려고 제가 먼저 ‘콜’해서 모이지 않아요. 만나자는 연락이 오거나 우연하게 모이게 되면 가는 거죠.”

    “멋있는 정치 하고 싶다”

    ▼ 박근혜 대통령의 초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지도자는) 리더십을 확보해야 돼요. 그래야 믿고 신뢰하면서 따르게 되는 거죠. 사실 처음에는 인사 문제 때문에 큰일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남북 문제나 미국, 중국과의 외교가 안정적으로 되고 있고, 인사 부분에 대한 우려도 많이 해소됐기 때문에 잘될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당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지금 황우여 대표 체제는 아무래도 좀 약하다는 평가가 많아요.

    “집권 초기에는 당이 목소리를 내기보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조금 지켜볼 필요도 있죠. 집권여당이 정권에 맞서는 것이 꼭 옳은 일은 아닙니다. 바른 길로 가도록 간섭을 하고, 자꾸 요구하면서 참여해야죠. 그래도 안 되면 시정시키는 노력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지금의 청와대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혼자 가려고 해선 안 되고, (당을) 참여시켜야죠.”

    ▼ 아직은 유승민 의원처럼 쓴소리를 할 시점이 아니라고 보는 겁니까.

    “저는 옳지 않다고 봐요. 국민을 불안하게 하면 안 됩니다. 국민은 우리를 다 같은 식구라고 보는데 다툼이 있는 것처럼 비쳐선 안 되죠. 식구끼리 조용히 물밑에서 대화를 먼저 해보고, 그러다 정 안 되면 치고 나갈 수는 있겠지만….”

    김 의원은 당내에 자신의 계보가 형성되고 있는 데 대해 “그런 의도를 갖고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실 그가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모인다. 특히 초·재선 의원이 몇 사람씩 모여 “술 한잔 사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중에는 친박계뿐 아니라 다음 총선 공천에 위기를 느끼는 친이계 출신도 여럿 있다.

    최근에 그와 식사를 함께한 초선 의원은 “초·재선 의원 몇 사람이 모여 당이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김 의원과 식사 자리를 마련하기로 의기투합했는데, 서로 친한 의원들에게 연락하니 10명 넘게 참석하더라”고 전했다. 그날 저녁식사 자리에는 재선의 친박계 핵심인 K 의원 외에 친이계의 실력자였던 다른 K 의원도 참석했다고 한다.

    현역 시절 친이계로 분류됐던 권오을 전 의원은 부산 영도 재선거 때 수시로 현장에 내려가 김 의원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권 전 의원은 “당내에 김무성 계보가 당연히 생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나는 김 의원을 당에 대한 의지처로 삼고 끝까지 정치를 같이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이다.

    “박근혜 정부 초창기에 그런 (계보를 만드는) 행보를 할 수는 없다. 지금은 최대한 도와주고 다음을 기약할 때다. 다음 선거 때 새누리당에서 누가 나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는데, 그런 시점에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 다만 주변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것까지 어떻게 막겠는가.”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 공부하며 기다리겠다”

    지난 1월 18일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이 중국 특사로 파견할 김무성 전 선대위 총괄본부장과 환담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과 ‘金心’ 논란

    김 의원은 호탕한 성격에 사람 사귀기를 좋아해서 친한 정치인이 많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는 호형호제 하는 사이다. 새누리당에는 무대계가 전면에 나설 경우 계보의 구성원이 될 인사가 상당수 있다.

    김 의원은 특히 경남 진해의 김학송 전 의원과 김해의 김태호 의원과 가깝다. 3선을 지낸 김학송 전 의원은 김무성 의원(62세)보다 한 살 아래지만 초선인 김태호 의원은 11세나 적다. 그럼에도 세 사람은 곧잘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며 정치를 논한다. 지난해 7월 김두관 경남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사퇴했을 때 김학송 전 의원에게 보궐선거 출마를 강하게 권유했던 사람이 김무성 의원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9대 총선을 앞두고 나란히 공천에서 탈락했다. 김무성 의원이 먼저 불출마 선언을 했고, 김 전 의원도 뒤를 따랐다.

    부산지역의 한 언론인은 “김무성, 김학송, 김태호 의원은 지역 정가에서 ‘PK 3김’으로 불리며 굳은 유대감을 과시하고 있다”며 “김태호 의원도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지만, 김무성 의원에게 세가 몰리면 꿈을 다음으로 미루고 도울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부산지역의 중진 정치인은 “김무성에겐 정치적 야망이 있다”며 “특히 최근 들어 자신이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모임에 자주 모습을 보이는데, 차기 행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김 의원의 수첩에는 정치권이나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물론, 외국 고위 인사들과의 면담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고 한다. 공식적으론 잠행을 하는 듯 비치지만 비공식적으론 여야를 넘나들며 광폭 정치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당내 위상은 지난 5월 15일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입증된 바 있다. 경선에 출마한 최경환 의원과 이주영 의원이 서로 ‘SOS’를 보내며 ‘김심(金心·김무성의 의중)’ 논란까지 벌여 마치 과거 박 대통령이 ‘무관의 제왕’이던 시절 당내 경선과정에서 ‘박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일을 연상시켰다.

    원내대표 경선 직후 단행된 당직 개편에도 김 의원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돈다. 황우여 대표체제 2기 인선 때 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때를 전후해 허태열 비서실장과 이정현 당시 정무수석(현 홍보수석) 등 청와대의 정무 라인도 김 의원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동선(動線) 파악에 나섰다는 말도 들린다. 차기 당권 경쟁에서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청원 전 대표를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내세우는 방안이 은밀히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도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의 물밑 광폭행보는 야권으로도 이어진다. 그는 4월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선서를 한 뒤 인사말을 통해 “야당 의원과 소통하고 소주 한잔하고 싶다. 콜 하면 응해달라”고 말했다. 6월 15일에는 전남 목포 삼학도에서 열린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또 17일에는 새누리당의 충청권 맹주로 떠오른 이완구 의원, 야권의 차기주자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오찬회동을 했다. 세 사람은 4·24 재·보선에서 나란히 당선됐다. 김 의원은 “‘재·보선 동기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다. 정치적 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 父子 원내총무

    김 의원의 강점으로 재력과 좋은 집안을 꼽는 시각도 있다. 그의 선친은 전방(전남방직) 설립자인 김용주 전 의원이다. 형은 김창성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다. 누나 김문희 씨는 학교법인 용문학원(용문중학교, 용문고등학교)의 이사장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어머니다. 현정은 회장이 김 의원의 외조카가 된다. 최근에는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2’에 출연했던 신인배우 고윤(본명 김종민)이 김 의원의 아들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다. 김 의원의 장인은 경남 남해의 세도가였던 최치환 전 의원(1987년 작고)이다.

    정치적으로 큰 꿈을 꾼다면 선친의 후광이 빛을 발할 수 있다. 김 의원은 부산에서만 5선을 했지만 경북 포항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선친이 포항에서 큰 기업을 경영했을 뿐 아니라 포항 영흥초등학교 설립자이기도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병석 국회부의장 등이 영흥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김 의원은 이런 인연으로 포항남-울릉에서 재선거가 치러질 경우 출마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한 바 있다. PK 출신에다 TK와의 인연을 더 하면 양쪽을 아우르는 영남후보로 자리매김하기 쉽다.

    김 의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선친의 영향으로 정치를 하게 됐다”고 처음 밝혔다. 그는 “그동안 아버지 얘기는 잘 안 했다.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대(代)를 이어 정치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이승만 정권이 옳지 않다고 판단해서 야당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다가 ‘2·4 정치파동’(1958년 언론과 야당을 탄압하고자 신국가보안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사건. 국가보안법 관철이 주목적이어서 ‘보안법 파동’이라고도 한다) 때 큰 피해를 봤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4대 민의원 선거 때 경남 함양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했다가 부정선거 때문에 불과 24표 차이로 졌다. 4·19 직후 5대 참의원으로 당선돼 민주당 원내총무를 했다. 윤보선 대통령, 장면 내각 시절이다.

    우리 정치사에 부자(父子) 원내총무(현 원내대표)는 처음이다(김 의원도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를 지냈다). 당시 참의원 원내총무는 참의원-민의원 양원 원내총무였다. 그러나 5·16으로 아버지의 꿈이 좌절되는 것을 보고 비분강개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정치를 하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5공의 폭압, 광주민주화운동의 무력 진압을 보고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정치를 하게 됐다.”

    김 의원의 선친은 5·16으로 의원직을 잃은 뒤 사업으로 돌아왔지만 많은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는 내게 ‘정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지만 나는 그래도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따라다녔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우리 가족이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느냐. 그런데 2005년에 박근혜 대표가 당이 어렵다고 사무총장을 맡아달라고 하는데 ‘이게 인연인 모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고교(중동고) 시절 박정희 정권에 맞서 3선 개헌 반대 연합시위를 주도했다고 한다. 그 뒤 전두환 정권 때 민주화운동의 산실인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창립멤버로 참여해 1987년 6월 항쟁에 뛰어들었다. 그 뒤 김영삼 정권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 내무차관, 한나라당 총재 비서실장을 지냈고 국회 재정경제위원장, 한나라당 사무총장·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최고위원 등도 거쳤다.

    김 의원을 당권주자로 간주할 수는 있지만 ‘포스트 박근혜’ 반열에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부산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내에 워낙 인물이 없다보니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동안 보여준 저돌적 이미지 탓에 다양한 전문적 식견이 필요한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재목인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정책 대안과 비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다른 시각에서 김무성 대망론의 한계를 찾았다. 그는 “만일 김 의원이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면 선친과 장인의 일제강점기의 행적이 들춰질 수 있고, 재산 문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文-武 大戰’ 가능성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 공부하며 기다리겠다”

    6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지원 의원(왼쪽)이 대화하고 있다.

    김 의원이 차기 대선에서 여권의 대안으로 부상하려면 일단 새누리당에서 확고한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협력할 부분은 적극 도와주면서도 청와대의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의 박근혜처럼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권력’으로 자리 잡는 것이 차기로 가는 지름길이다. 부산지역의 한 언론인은 “김 의원이 지금은 새 정부 초기여서 쓴소리를 자제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다시 떨어질 때쯤이면 차별화를 본격화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친박계였던 손범규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이 당에 있을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표를 대할 때 ‘나는 머슴이다’라고 생각하면 가장 편하다. ‘아씨와 머슴’이라고 생각하면 나도 마음이 편하고, 박 대표도 편하게 받아들인다. 김무성 의원이 박 대표와 잘 안 된 것은 ‘아씨와 장수’ ‘공주와 왕자’로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도 2009년 박 대통령과 세종시 수정 문제 등에서 충돌을 빚어 ‘친박계의 좌장’ 자리에서 밀려난 뒤 기자에게 “나는 박근혜 대표를 정치적 동지로 생각하는데, 다른 친박계 의원들은 마치 주종관계처럼 (박 대표를) 대하더라”고 토로한 바 있다.

    김 의원이 박 대통령을 동지적 관계에서 제대로 견제하려면 내년 5월에 당권을 잡아 정치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 현재 새누리당 차기 당권주자로는 김무성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그리고 유승민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김 지사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당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도 차기 대권을 향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 지사가 먼저 당권 장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김문수 지사와 김무성 의원이 당권, 멀리는 대권을 놓고 경쟁하는 ‘문(文)-무(武) 대전’이 벌어지는 상황도 가상해볼 수 있다.

    새누리당의 당권 경쟁은 10곳 안팎에서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질 10월 재·보선을 거친 후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할 경우 지도부 책임론이 일어나면서 조기 전당대회가 열려 황우여 대표체제가 내년 5월 이전에 무너질 수 있다. 더구나 지금 당내에서는 내년 5월에 물러날 지도부가 6월 지방선거 공천을 주도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사실상 ‘넘버원’으로 떠오른 김무성의 정치실험이 시작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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