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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원자력人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原電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사건 전말

  • 이정훈│편집위원 hoon@donga.com

“누가 원자력人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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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합격점인데 불합격한 줄 알고 그래프 조작
  • ● 원자력계는 ‘인화(人和) 무너진 콩가루 집안’
  • ●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바늘허리 묶어 쓰려는 정부
  • ● LOCA 회피 방법 다양…케이블이 가장 중요하진 않아
  • ● 국산화했으나 해외시장 개척 못해 위조 초래
“누가 원자력人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날씨는 더워지는데 ‘에어컨 돌릴 전기가 부족하다’고 하니 짜증을 내는 국민이 많다. 지난 5월 말 현재 원자력발전소 23기 중 10기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멈춰 선 탓이다. 특히 지탄을 받은 것은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이다. 이 때문에 ‘원전 마피아’에 분노하는 이가 늘고 있다.

지금 원전계(界)는 온갖 비리가 얽혀 있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종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지난해부터 따지면 정부는 다섯 번째 ‘원전 종합대책’을 내놨는데, 이는 앞의 대책들이 실패했다는 뜻이다. 너무 급해서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쓰는 것 같은 미봉책을 거듭 내놓은 때문이다.

물이 다 빠져나가는 상황

먼저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이 사건은 JS전선이 만든 제어 케이블로 인해 일어났다. 제어 케이블은 원자로가 가장 위험한 순간에 직면했을 때에도 제어실과 감지장비를 제대로 연결하고 있어야 하는 전선이다. 가동 중인 원전이 직면하는 가장 위험한 순간을 ‘LOCA’(Loss Of Coolant Accident·‘로카’로 발음)라고 한다. LOCA는 글자 그대로 원자로 안에 있어야 할 냉각재(Coolant)인 물이 모두 없어진 상황을 뜻한다.

원자로의 원리는 간단하다. 전문가들은 원자로를 종종 커피포트에 비유한다. 커피포트에 물을 펄펄 끓이는데, 그때 포트의 주둥이로 증기가 뿜어 나온다. 이런 증기로 발전기와 연결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이다. 그런데 물이 모두 증기로 변해 말라버리면, 포트는 과열돼서 녹아버릴 수밖에 없다. 포트에는 물이 없으면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장치를 설치하지만, 원자로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전기가 아니라 핵연료가 열을 내기 때문이다.

핵분열을 하는 핵연료는 매우 뜨겁다. 원자로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LOCA 상황을 맞으면 원자로에서는 제어봉이라는 장치가 자동으로 들어와 핵연료의 핵분열을 중지시킨다. 핵분열을 중지해도 워낙 고온이었기에 핵연료에서는 매우 높은 열이 나온다. 핵분열을 하지 않는데도 나오는 이런 고열을 ‘잔열(殘熱)’이라고 한다.

잔열은 수십 년이 지나도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원전에선 핵분열을 끝낸 사용후 핵연료를 수조에 넣어놓는다. 물은 최고의 방사선 차단제다. 위험한 방사성 물질도 수심 5m 이하의 물속에 있으면 물 밖으로 방사선을 내보내지 못한다. 물은 잔열도 식힐 수 있다. 그러나 잔열로 인해 수조 안의 물도 증발하므로, 새로운 물을 끊임없이 공급해 사용후 핵연료를 냉각시킨다.

LOCA 때의 사고는 대개 잔열을 처리하지 못해 일어난다. 이때는 핵분열을 중단시킨 직후라 잔열이 매우 뜨겁다. 그런데 이를 식힐 냉각재(물)가 없으니 잔열을 이기지 못해 핵연료가 녹아내린다. 핵연료는 긴 금속봉 안에 들어 있는데, 잔열로 녹은 핵연료는 금속봉도 녹여버리고 바짝 마른 원자로 바닥으로 내려온다. 원자로는 20cm 두께의 강철로 만들었지만, 녹은 핵연료에서 나오는 강력한 잔열로 인해 조금씩 녹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도 원자로에 물이 들어오지 않으면 마침내 원자로 바닥을 녹이고 그 밑으로 떨어진다. 원자로는 6mm 정도 두께의 철 구조물인 격납용기 안에 놓여 있고, 격납용기는 60~120cm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로 만든 격납건물에 둘러싸여 있다. 외부에서 보이는 원자로 건물이 바로 격납건물이다. 20cm 두께의 강철 원자로 바닥을 녹인 핵연료는 6mm 두께의 격납용기 바닥은 간단히 뚫어버린다. 그러고는 강화시멘트로 만든 두꺼운 격납건물을 녹이기 시작한다.

이때쯤 격납용기 안에서 강력한 수소폭발이 시작된다. 녹아버린 금속봉 안에 있는 물질이, 격납용기 안에 가득 찬 수증기를 분해시켜 수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격납용기 안의 수소 농도가 10%쯤에 이르면, 수소는 격납용기 안의 산소와 갑자기 결합해 폭발(수소폭발)을 일으킨다. 폭발로 인해 격납용기와 격납건물의 지붕이 깨지거나 틈이 생기면, 안에 있던 고온·고압 가스가 대기 중으로 빠져나간다. 녹은 핵연료 물질도 이때 함께 나가면서 방사능이 유출된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건이 이런 경우다. 그때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의 격납용기가 수소폭발을 못 견디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격납용기가 깨진 후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의 격납건물 두께가 16cm였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세계 최고의 원전 국가의 격납건물 두께가 16cm에 불과하다니….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방 국가에서는 수소폭발을 견딜 수 있도록 60~120cm 두께로 격납건물을 짓는다. 후쿠시마 원전 격납건물은 얇아도 너무 얇았다.

최악의 사고에 대비한 케이블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더 심했다. 구소련은 원전을 싸게 만들 생각으로 아예 격납용기와 격납건물을 짓지 않고 원자로를 일반 공장에서 보는 것과 같은 건물로 씌워놓았다. 이 때문에 수소폭발이 일어나자 건물과 원자로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고 심각한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사고 때도 수소폭발이 일어났지만 1m 두께의 격납건물 덕분에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은 없었다.

이것이 원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이 때문에 원전 설계자는 LOCA 상태에서도 제어실에서 원자로와 격납용기 내부 상황을 볼 수 있도록 제작해야 한다. LOCA 상태가 되면 격납용기 내부의 온도와 압력은 매우 높아진다. 녹은 핵연료에서는 상당한 방사선이 나온다. 보통의 케이블로 감지장비와 제어실을 연결했다면, 이런 상황에서 그 케이블은 금방 녹아버린다. 따라서 원자로와 격납용기로 들어가는 케이블은 그런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특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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