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호

포스코 ‘에너지 다이어트’ 눈에 띄네! 덜 쓰고 더 모아 100만 가구 전력량 절감

  • 김지영 기자 | kjy@dong.com

    입력2013-06-21 09: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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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에너지 다이어트’ 눈에 띄네! 덜 쓰고 더 모아 100만 가구 전력량 절감
    계속되는 이상기온으로 올여름은 어느 때보다 무더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또다시 사상 초유의 전력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의 전기사용량이 극성수기에 이르지 않은 초여름에 벌써 다섯 번째 전력경보가 발령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정부는 각 기업에 전기사용량 감축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공공분야는 물론 민간 차원의 절전운동이 날로 활발해지는 가운데 포스코(회장 정준양)의 ‘에너지 다이어트’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스코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은 후 사내에서 절전을 생활화하는 조직문화가 뿌리내린 데다, 지난 동절기에 다각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해 정부가 권장한 전력사용량 감축 비율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동절기엔 정부 지침에 따라 전력사용량을 전년 동기보다 1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모두 30% 넘게 절전하는 성과를 냈다”며 “올여름엔 전기로의 일부 가동을 중단하는 특단의 조치까지 동원해 초절전 방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설비가동률 조정해 절전

    전기로(電氣爐)는 전기를 이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설비로 고철을 녹이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을 사용한다. 대신 한번 가동하면 10년 넘게 가동을 중단할 수 없는 용광로와 달리 여건에 따라 가동을 중단하거나 다시 가동하기가 용이한 것이 장점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의 스테인리스 공장과 광양제철소의 하이밀 공장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의 제강공장에도 전기로를 갖추고 있다. 이들 전기로의 연간 철강 생산 규모는 각기 200만t, 180만t, 120만t에 달한다. 포스코는 스테인리스 공장과 하이밀 공장의 가동률을 조절하면서 8월 전력사용량의 피크시간대에 조업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시간당 13만kW의 전기를 아낄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력설비 운용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해에도 조업 스케줄을 조정해 전력비용을 절감했다”며 “조업 스케줄을 조정해 전기료가 저렴한 심야전력을 활용하는 것만으로 에너지 비용을 연간 50억 원 넘게 절약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포스코특수강은 제강공장에 있는 전기로 2대를 번갈아 가동하고 수리 일정을 10월에서 8월로 앞당겨 시간당 5만kW의 전기사용량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에 실시하려던 포항제철소 전기강판과 후판공장의 수리작업도 8월로 당겨진다. 포스코는 이곳의 설비 가동 중단과 광양제철소 내 산소공장의 일부 가동 중단을 통해 각기 2만kW씩의 전기사용량을 감축하기로 했다. 설비 가동을 일부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면서 부족해진 쇳물은 최근 준공한 세계 최대 규모의 광양제철소 1용광로에서 충당해 손실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버리는 에너지 없다”

    포스코 ‘에너지 다이어트’ 눈에 띄네! 덜 쓰고 더 모아 100만 가구 전력량 절감

    포스코의 스테인리스 전기로.

    고로가스(BFG), 코크스로가스(COG), 전로가스(LDG) 등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도 절전에 한몫하고 있다. 포스코는 부생가스를 전부 모아 각종 가열공정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거나 발전설비의 원료로 사용해왔다. 이 같은 방법으로 포스코에서 재활용하는 부생가스의 가치는 전력으로 환산해 시간당 370만kW에 달한다.

    포스코는 부생가스를 이용한 자가발전 등으로 전체 전기사용량의 70%를 자체적으로 충당해왔다. 올여름에는 발전설비 수리를 하절기 이후로 미루고 액화천연가스(LNG)를 복합발전 등에 활용해 시간당 16만kW의 전기를 더 공급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피크시간대에 설비 가동률 조정 등으로 전기사용량을 줄이고 자체 발전량을 최대로 끌어올려 절감할 수 있는 전력은 시간당 38만kW로 이를 8월 한 달간 꾸준히 모을 경우 100만 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된다. 이는 최근 가동을 멈춘 신월성 1호 원자력발전기가 생산한 전력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전력사용량 피크시간대에 한전에서 공급받는 전기량을 지난해보다 50% 이상 감축해 올해 할당된 전력사용 감축비율 15%를 너끈히 달성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이밖에도 각종 공정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열을 회수해 증기를 생산하거나 연료와 공기를 예열하는 데도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의 에너지 재활용률은 97%로 전 세계 제철소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실내 절전 장치도 눈여겨볼 만하다. 제철소의 모든 사무실에는 카드키가 설치돼 있다.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직원이 카드키를 빼면 사무실 전체 전원이 자동으로 꺼진다. 서울 포스코센터는 점심시간과 오후 7시30분 이후 강제 소등된다. 포스코의 모든 사무실은 오후 8시 이후 소등한다. 부득이하게 야근하는 직원은 탁상용 스탠드를 활용한다.

    포스코는 인체감지 센서를 이용해 근무인력이 없을 경우 조도를 자동으로 낮추는 조명설비 전력절감장치를 자체 개발해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전기실 960여 곳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전기사용량을 전보다 92% 이상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 광양제철소 열연공장 등 14곳에 설치한 자연채광창은 인공조명에 사용되던 연간 약 2만kW의 전력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생활 속 절전도 활발

    포스코 ‘에너지 다이어트’ 눈에 띄네! 덜 쓰고 더 모아 100만 가구 전력량 절감

    포항제철소.

    포스코가 지난해 실내 절전장치를 활용해 절약한 에너지를 돈으로 환산하면 1470억 원에 달한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녹색생활 실천을 유도하는 그린워크 캠페인이 도화선이다.

    2011년부터 전사적으로 벌여온 그린워크 캠페인은 걷기, 끄기, 줄이기, 모으기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운동이다. 포스코는 물론 계열사 임직원과 가족에게 참가 자격이 주어지며 4층 이하 계단 걷기, 점심시간과 외출 시 전등 끄기, 종이컵과 종이타월 사용 줄이기, 이면지 모으기 등의 행동수칙을 실천한 만큼 마일리지를 제공해 도서 구입이나 교통머니 적립, 자선단체 기부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계열사 직원인 ‘기부왕’ 권영복 씨는 “기부 액수는 많지 않지만 그린워크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며 “조금씩 생활습관을 고치고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최우수활동자로 뽑힌 계열사 직원 김남기 씨는 “작은 실천으로 에너지 낭비도 줄고 내 삶도 활기차졌다”고 밝혔다.

    아시아 철강업체 최초 ISO 인증

    포스코는 2008년부터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하는 에너지경영시스템 시범사업에 참여해왔다. 이에 따라 2010년 광양제철소의 산소공장에 산소 수요를 예측해 전력 단가가 낮은 시간대에 공장을 집중 가동하는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을 구축해 연간 61억 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이 같은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다른 제조공정과 계열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폐자원 에너지화와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기사용량을 감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2008년 일부 공장 지붕에 준공한 태양광발전 설비는 연간 800여 가구가 쓸 수 있는 시간당 260만kW의 전기를 생산한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시설과 관리 시스템으로 막대한 절전 성과를 내고 있는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아시아 철강업체로는 처음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에너지경영시스템 인증 마크인 ‘ISO 50001’을 획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ISO 50001 인증은 대외 이미지 제고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아직은 아니지만 나중에는 이런 인증이 있어야만 수출이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전력이 부족할 경우 국가의 산업설비 가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포스코의 절전 방식이 산업체 전반으로 확산돼 국가적인 전력대란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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