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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 후

‘H 중령 투서사건’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직무 유기?

‘정의’는 처벌, ‘부도덕’엔 면죄부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H 중령 투서사건’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직무 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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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중령 투서사건’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직무 유기?

헌병은 ‘군의 경찰’이다.

H 중령의 제보는 구체적이었다. 수법과 횡령액, 가담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편지 말미에는 이렇게 적었다.

“만일 병과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힘의 논리로 L 대령이 병과장으로 진출되더라도 군 검찰, 기무사, 국가정보원, 청와대 등 다양한 경로로 비위 의혹이 확산 중인 것을 감안할 때, 진급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불만을 품은 병과 비선자들의 반발까지 더하여 우리 병과는 물론 육군 전체의 진급 결과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L 전 준장은 H 중령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준장 진급에 성공했다. 육군 중앙수사단장에 오른 것이다. 중앙수사단장이던 S 전 소장은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 영전했다. S 전 소장은 H 중령의 투서와 관련해 L 전 준장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투서자 색출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는 2010년 11월 17일 음해성 투서를 보낸 자를 색출해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다음 날엔 영관급 장교들에게 서신을 보내 “군 기강 문란 및 이적 행위다. 제보자를 추적해 잡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제보자 색출에 나선 수사팀은 일부 대령 등에게 통화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H 중령은 2010년 12월 27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 앞으로 2차 제보 편지를 보냈다. ‘○○○이 수방사 헌병단장 시절 부대운영비를 횡령해 고위 장성을 상대로 한 로비에 사용했다’ ‘1차 제보 편지를 받은 ○○○이 음해성 투서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H 중령의 편지를 받은 김관진 장관은 국방부 조사본부장(S 전 소장)에게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투서자를 색출해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투서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하라고 덧붙였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1차 제보 편지를 받고도 부실하게 수사한 지휘관(S 전 소장)이 이끄는 조사본부에 2차 제보 편지와 관련해 투서자 색출 및 공금횡령 조사를 맡긴 것이다. 조사본부는 제보 내용 조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제보자 색출에 급급했다.



조사본부는 전방위적으로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 J 준위의 노트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H 중령의 제보 편지와 비슷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발견했다. J 준위를 추궁한 끝에 H 중령으로부터 받은 자료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H 중령이 제보자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L 전 준장은 2011년 1월 말 전역을 신청했다. 육군 지휘부가 옷을 벗기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 것이다.

‘음해성 투서’로 몰아

조사본부가 2011년 1월 30일 작성한 ‘장군 진급 관련 투서 사건 중간보고’의 방점은 ‘음해성 편지’ 제보자를 색출했다는 데 찍혀 있다. 투서에서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이 문건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1차 수사 시에는 ‘짝퉁 가방’ 구매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확인됨에 따라 투서 목적이 ‘유력한 진급 대상자의 누락을 통한 반사이익’에 있다고 판단한 가운데, 예산 및 회계서류 상급부대 회계 감사 결과, 예산관계자 진술 등 증빙자료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혐의 없음’으로 판단 △2차 수사 때 투서자 및 관련자 진술을 고려 시 왜곡,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일부 부대 예산을 비정상 집행한 개연성이 확인됨에 따라 철저한 조사 예정.”

H 중령이 ‘짝퉁 가방’과 관련해 적은 내용은 이랬다.

“2009년 말경 대령 가족이 ‘짝퉁 가방’을 다량 구입하다가 적발돼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사건 취급 중 언론에 보도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일명 ‘짝퉁 가방 구매사건’ 관련자가 이 대령 부인이라는 ‘설’이 회자되는 등 지속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편지 말미에 ‘이런 설도 있다’고 한 단락 덧붙인 것일 뿐인데, 1차 수사 때는 이 내용 하나가 사실이 아니라면서 H 중령의 제보를 ‘음해성 투서’로 몰고 간 것이다. L 전 준장이 전역하면서 추가 조사는 하는 둥 마는 둥 흐리멍텅한 모양새가 됐다.

육군은 H 중령을 당근, 채찍의 양면으로 무마하려고 했다. ‘명예롭게 전역하면 군무원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영웅을 만들어 전역시키라’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H 중령은 중령 계급정년인 53세까지 일하고 옷을 벗겠다고 맞섰다. 2011년 1월 말 ○○○ 대령이 H 중령을 찾아와 “너와 L 준장은 나가야 한다. 병과를 위해 S 소장은 남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다음 날엔 S 소장이 H 중령을 만났다. S 소장의 첫마디는 “장관님과 통화했느냐”였다고 한다.

또한 호남 출신인 H 중령이 이 전 준장의 육사 동기면서 호남 출신인 ○○○ 대령을 장군으로 만들고자 제보했다는 허위 사실이 요로를 통해 퍼졌으며 ‘사소한 잘못을 빌미 삼아 육사 출신 선배를 잡아먹은 놈’이라는 폄훼가 나돌았다. △인사상 이득을 위해 ‘음해성 투서’를 한 것 △영남 vs 호남 대결 구도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된 것이다. 5월 9일 대전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는 ○○○(L 전 준장)의 진급 심사 당시 승진 대상자가 아니고 장군 출신 대상자들과 결탁해 제보편지를 작성한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2011년 4월 언론이 관련 내용을 포착했다. ‘헌병 장성 진급 비리 축소 수사 의혹’(YTN 2011년 4월 5일), ‘헌병 간부 횡령·진급로비 투서사건 ‘판도라의 상자’ 될라’(조선일보 2011년 4월 6일), ‘장성 ‘진급로비’ 관련 투서 전달…감사 중’(MBC, 2011년 4월 8일) ‘상하관계 엄격한 헌병 내부비리 눈감아주기도, TK 대 비TK 알력설도’(조선일보, 2011년 4월 11일) 등의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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